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80
밥만 먹고 레벨업 881화
두 번째 관문을 시작했던 민혁은 신민들 틈에 섞여 들어갔다.
협곡 사이에서 달리는 것으로 시작했던 민혁은, 협곡을 무너뜨림으로써 타이탄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 신민들과 전쟁의 신 베이론에게 감탄했다.
민혁이 감탄한 결정적인 이유.
[타이탄 Lv 681.]검은 드워프들이 제작해 낸 타이탄.
이 타이탄들의 레벨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베이론이 육성한 듯 보이는 신민들도 레벨이 500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
그러나 200레벨 가까운 차이는 생각보다도 큰 편이었다. 그 차이를 딛고 타이탄들을 막아낸 신민들과 베이론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민혁은 신민들 틈에서 흐름을 지켜봤다.
어떠한 식으로 전쟁영웅들이 끝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작동 불가?’
베이론이 준비했던 신의 대포. 최후의 방편이었던 그 신의 대포들이 작동이 중단된 것이다.
“어서 수리해!”
“빨리!”
손재주가 좋은 신민들이 대포에 달라붙어 수리를 시도해 봤지만 되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대장장이의 신이 만들어낸 신의 병기를 일개 신민들이 다룬다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대포의 사용이 불가능해지자 타이탄들은 빠르게 요새를 함락시키기 시작했다.
그때 민혁이 내달렸다.
‘확실히 두 번째 관문도 어렵다.’
두 번째 관문을 돌파할 해답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타이탄들을 모조리 부술 수 있을 만큼 강해야 한다.
두 번째는 신의 대포들을 수리할 수 있는 힘을 가졌거나이다.
문제는 유저나 혹은 일반 신들 중에서 두 가지 모두 특출난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혁의 경우는 달랐다.
‘나는 먹기 위해 게임을 했다.’
먹기 위해 했던 게임에 의해 차근차근 손재주 스텟을 올려왔다.
민혁은 농사의 신보다도 손재주 스텟이 높았으며, 실제로 대장장이의 신의 후예인 혜민 아빠보다도 월등히 높았다.
그 이유는 손재주 스텟이 ‘직업’에 따라 스텟 획득률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순전히 ‘손재주’에 관련한 노가다에 의해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하루에도 수백 개의 요리를 만들고, 때론 무언가를 캐기 위해 밭일을 하는 민혁의 손재주 스텟은 사기적일 수밖에 없었으며, 엘레의 식칼에 붙어 있는 손재주 습득률 x4배가 큰 힘을 발휘했다.
곧 민혁에게로 한 자리에 모여드는 베이론과 신민들이 보였다.
‘미친……!’
민혁은 그들이 마지막 순간에 댐을 부수어 막아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을 희생해서까지 신들의 땅을 지켜낸 그들은 진정한 영웅들이었다.
내달리던 민혁이 숨을 몰아쉬며 신의 대포 앞에 섰다.
그의 경이적인 손재주 스텟에 따른 특혜가 발동되었다.
아주 작은 붉은 점들이 곳곳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붉은 점들의 위에는 이러한 것들이 떠올라 있었다.
[나사교환.] [망치질.] [녹제거.] [부품교체.]가장 먼저 드라이버를 이용해 녹이 슬대로 슬어 부서져 버릴 듯한 나사를 교체했다.
[나사 교환을 최고로 잘하셨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더 이상 나사가 녹슬지 않게 됩니다.] [신의 대포를 12% 수리하셨습니다!] [아직 가동할 수 없습니다!]나사를 모두 교환한 민혁이 흘끗 뒤를 돌아봤다. 모여든 베이론과 신민들이 스위치를 들고 있었다.
다급해진 민혁은 서둘러 신의 대포에 있는 녹들을 빠른 속도로 제거하기 시작했다.
[신의 대포의 녹제거를 최고로 잘하셨습니다.] [신의 대포가 더 이상 녹슬지 않게 됩니다.] [신의 대포를 총 28% 수리하셨습니다!] [아직 가동할 수 없습니다.]그러나 아직이었다.
콰아아앙, 쾅쾅쾅쾅-!
타이탄들이 거대한 대검으로 신민들을 절단 내고 있었다.
더 이상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던 듯 베이론이 천천히 눈을 감으며 스위치의 버튼을 누르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 민혁이 한 발 더 빠르게, 망치질을 시작했다.
따아아아아앙-!
어찌나 세게 내려쳤던지 스파크가 튀었다. 민혁의 망치질에 힘이 들어갔다.
망치질을 하는 그에게로 신민들과 베이론의 시선이 향한다.
민혁은 지금의 이 상황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어떠한 나라를 가든 전쟁 속의 영웅은 존재한다.
바로 이순신처럼 말이다.
민혁은 마치 그 영웅인 이순신과 함께 싸우는 듯했다.
“그만해도 된다네.”
베이론의 말이었다. 살기 위해 마지막까지 발악하는 민혁을 위로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대는 최선을 다했네.”
아니, 아직 민혁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따아아아앙! 따아아아아앙! 따아아아아앙!
더 굳세게 망치를 쥐고 신의 대포를 두들겨댔다. 어찌나 세게 두들겨대는지 손바닥이 아려올 정도였다.
그때 자신에게 돌진해 오는 거대한 타이탄이 보였다.
대검으로 자신을 두 쪽 내기 위해 달려오는 타이탄을 민혁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따아아아아아앙-!
[신의 대포의 망치질을 최고로 잘하셨습니다.] [신의 대포의 내구도가 뛰어나집니다!] [신의 대포를 총 38% 수리하셨습니다!] [신의 대포를 가동할 수 있게 됩니다!]“가동.”
웅웅웅웅-
강대한 힘이 몰려든다. 그 몰려든 강대한 힘이 내달려오는 타이탄과 직격한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뒤로 날아가는 타이탄을 보며 그 자리의 이들이 경악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 어찌…….’
‘신의 대포를…….’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당장에 대장장이의 신이 이곳에 온다면 모를까.
실질적으로 신의 대포를 수리할 수 있는 자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휴, 더워.”
힘껏 수리를 했던 민혁이 투구를 벗자 얼굴이 드러났다.
땀에 젖은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가 검고 깊었다.
또 높게 솟은 콧대와 날카로운 턱선이 그를 더 부각시킨다.
“누구지?”
“누구야?”
“저자를 아는 사람 있어?”
아무도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추궁할 시간 따위 없었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눈치챈 타이탄들이 곳곳에서 민혁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베이론이 명령했다.
“목숨을 바쳐, 저자를 수호하라!!”
“마법사들, 타이탄들을 집중포격하라!”
“단 한 놈도 저자에게 가선 안 된다!”
신민들이 타이탄들을 향해 몸을 던지기 시작했다.
콰자아아아악-!
“으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악!”
사지가 잘려 나가는 신민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홀가분해 보였다.
어쩌면 자신들의 희생으로 신들의 땅을 구하고 나아가 많은 신민들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
민혁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신민들과 신들의 땅을 위하는 그들을 보며 감탄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따아아아아앙-! 따아아아아앙-!
따아아아아아앙-!
그가 빠른 속도로 신의 대포들을 수리하기 시작했다.
하나의 수리시간은 평균 약 3분 정도였다.
따아아아앙-!
웅웅웅웅-!
“고맙…….”
콰자아아아악-!
또 다른 신의 대포를 수리해 냈다. 민혁의 인근에서 그를 지키고 있던 신민이 환하게 웃음 지으며, 절단되어 죽어간다.
그를 복수하듯, 신의 대포가 타이탄을 폭격하여 뒤로 날려 버렸다.
콰자아아아아악-!
벌써 몇 개째일까. 신의 대포들을 쉴 새 없이 수리하던 민혁은 온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안 쓰던 근육을 무리하게 사용해서다.’
아테네는 경악스러울 정도로 생동감 있다.
망치를 두들기는 근육과 검을 휘두르는 근육은 분명히 달랐다.
그러나 민혁은 이를 악물었다.
[스킬 신의 의지가 발동됩니다.] [손재주에 관련한 모든 것들이 30% 일시적 상승합니다.] [모든 스텟 8%, 공격력과 방어력이 6% 상승합니다.]민혁의 수리 속도가 증가했다. 순간적으로 몸의 떨림이 잦아들며, 피로함이 사라졌다.
다시금 신의 대포를 수리하기 시작하는 그였으나 한계는 금방 찾아왔다.
“…….”
베이론은 그를 보며 고마웠다.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떨리는 근육들이, 그가 자신의 몸을 한계까지 혹사시켰음을 알게 해줬다.
“으아아아아아아!!!!”
민혁이 소리를 지르며 이를 악문다.
그리고 그의 노력의 결과 끝에 신의 대포들이 모두 수리가 끝났다.
콰, 콰콰콰콰콰, 콰콰콰콰아앙-!
쉴 새 없이 신력을 뿜는 대포들이 타이탄들을 공격한다.
수리된 대포들은 10초 내로 발사가 가능하지만 이후 발사한 대포들은 재장전 후 발사까지 약 1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또한, 타이탄들이 대포에 직격당했다고 해서 완전히 파괴되는 건 아니었다.
약 20% 정도 부서졌으며 그때마다 지상에 있는 검은 드워프들이 개처럼 몰려들어 재빠르게 수리했다.
그렇지만 베이론은 마법사들의 마법폭격과 궁수들을 적절히 활용하였다.
수리를 하는 검은 드워프들을 일부러 집중 공격하였고 그로 인해 수리가 중단된 타이탄들이 하나둘 파괴되기 시작했다.
상황이 차츰 안정되자 베이론이 다가왔다.
그의 질문은 예상했던 것이다.
“자네는 누구지?”
“저는…….”
그 질문에 민혁은 미리 생각해 두었던 답을 떠올렸다.
* * *
던전의 신 벤틀리.
그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뭐야, 어떻게 저럴 수 있는 거지!?”
벤틀리의 상식으론 이해되지 않는다.
민혁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할 정도로 강했다. 그것은 벤틀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그가 놀라는 것은 그가 어째서 ‘생산직’에 관한 것도 뛰어나느냐다.
특히나 대장장이 관련 직업군도 아닌데, 신의 대포를 수리했다는 것은 그가 그만큼 비상식적인 손재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밖에 안 된다.
첫 번째 관문이 강함을 시련하는 것이라면, 두 번째 관문은 생산직과 관련한 것이어야 한다.
때문에 신들은 절대 이 던전을 깨지 못했다.
그런데 그 생각이 완전 깨졌다.
“이, 이래선 안 된다.”
이대로라면 민혁은 두 번째 관문을 생각보다 쉽게 클리어하게 된다.
심지어 이 두 번째 관문에는 시스템이 숨겨져 있다.
‘에바스 신께서도 베이론 님은 누구보다 존경하셨다.’
마지막 순간까지 댐을 부수어 신들의 땅을 지키셨던 영웅.
그랬기에 에바스 신께서 이 두 번째 관문을 만드신 것이다.
사실, 이 두 번째 관문은 신들에게 매우 뜻깊었다.
내가 동경했고, 존경했으며, 지금의 신들의 땅이 있게 한 영웅을 기리는 숭고한 뜻에 의해 만들어졌다.
때문에 정말로 클리어될 시에, 그가 남긴 업적과 에바스 신이 남긴 영상이 신들에게 전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그 영상의 주축이 될 자가 다름 아닌 ‘식신’이라는 사실이었다.
또 식신을 욕하고 군신을 비웃었던 벤틀리는 그로 인해 좌천될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래선 안 된다.
“그래선 안 돼에!!!!”
결국에, 벤틀리는 이성의 끈을 놓았다.
그는 다급했다.
‘어차피 던전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누군가 알 리는 만무하다.’
아르갈리소 던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 어떤 신도 알 수 없다.
때문에 벤틀리가 규율을 어겼다.
벤틀리는 에바스가 만들어낸 두 번째 관문의 타이탄들에게 흥미를 느낀 바 있다.
그에 수백 년의 시간 동안 던전 제작자이자, 생산직 클래스의 신으로서 또 다른 타이탄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그 크기는 약 13m에 달할 정도로 거대했고, 혼자서 약 서른 기의 타이탄들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 피부는 신들의 땅에서 기생하는 ‘용’의 것들로 이루어져 있어 단단했다.
또 창을 휘두르는 이 타이탄은 벤틀리가 만약의 때를 대비해, 군신을 치기 위해 준비한 그의 역작이기도 했다.
그가 거대한 ‘파괴의 타이탄’에 탑승하려던 때에, 초대 던전 제작자 에바스의 혼이 그에게 경고했다.
[파괴의 타이탄을 운용하여 두 번째 관문에 난입해 던전 도전자를 죽이지 못할 시, 당신은 던전의 신 자격을 박탈당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숭고하고 위대했던 영웅의 전투를 더럽히려는 중죄를 저지르려 하고 있습니다!]“…….”
벤틀리. 그 또한 베이론을 존경했다.
모든 신들이 존경하는 신이었던 전쟁의 신 베이론.
그러나 그 탐욕이, 그 존경심을 비집는다.
벤틀리가 타이탄의 위에 탑승한다.
그리고.
[당신이 던전에 난입함으로써 던전의 도전자가 추가 특혜를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그를 무시하며, 벤틀리가 파괴의 타이탄을 조종했다.
* * *
“자네는 누구지?”
전쟁의 신 베이론.
그가 처음 보는 의문의 사내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그는 누구인가.
군신이 우리를 돕기 위해 보내신 신이신가?
아니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자신이 알지 못하는 신이 가여운 자신들을 구원하기 위해 이곳에 왔는가.
그 질문에 민혁은 자신이 생각했던 답을 준비한다.
그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비록, 진짜 그는 죽었으나 진짜 그는 눈앞에 있기도 하다.
“저는…….”
운을 뗀 민혁. 그가 말한다.
“전쟁의 신이 보내어 이곳에 왔습니다.”
“……?”
베이론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전쟁의 신이다.
그런데 그는 무슨 말을 하는가?
“저는 미래에서 왔습니다.”
민혁이 거짓말을 더 한다. 반은 사실이고, 반은 거짓이다.
그가 이러한 말을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그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신은 죽었었다.
그리고 군신은 당신을 가엽게 여겨, 당신의 염원을 이루어주어 지상에 또 다른 당신을 두셨다고.
그의 이름은.
“아마칼. 그가 저를 보냈습니다.”
“……그는 어떤 자인가.”
그 질문에, 민혁은 차근차근 답했다.
“당신처럼 강하고.”
“당신처럼 위대하며.”
“당신처럼 만인을 아끼며.”
“당신처럼 영웅이 될 사내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말을 듣고 베이론은 복잡한 표정을 지을 거라 생각했다.
진실은 자신이 ‘죽었다는 것’이니까.
그런데 베이론은 작은 웃음을 지었다.
“그것참 다행일세, 또 다른 내가 결국 원하던 소망을 이루어 만인의 사랑을 받는다니.”
그는 자신의 죽음을 덤덤히 받아들이며 하늘을 바라봤다.
그리고 민혁의 가슴을 울리는 질문을 던진다.
“내 죽음이.”
“…….”
“많은 자들을 웃게 했는가?”
그 질문에 민혁의 가슴이 먹먹해진다.
민혁이 환한 이를 드러내 영웅께 답했다.
“네, 아주 많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