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02
밥만 먹고 레벨업 903화
특별유저관리팀.
이민화 사원과 박민규 팀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고 있다.
“하필이면 태양의 소금을 얻은 이가 민혁 유저라니.”
민혁이 태양의 소금을 먹기로 한 것.
이젠 놀랍지도 않다.
30만 플래티넘이라면 현실에서 평생을 놀고먹을 수 있을 정도로 큰돈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민혁은 일화그룹 후계자다.
또한 아테네에서 쌓은 부만 생각해 보아도 우리나라 재계 서열 20위 안에 든다.
애초에 병의 치료목적으로 아테네를 하는 민혁이 그깟 ‘30만’ 플래티넘에 흔들릴 리는 없다.
덧붙여 일반 유저들이라면 아마도 ‘히든피스’나 혹은 ‘히든 퀘스트’ 등을 의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의심했다고 해도 모두 태양의 소금을 판매하는 걸 선택하겠지.’
그 이유는 간단하다.
도박에 걸어보기에는 30만 플래티넘이라는 보상 자체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정말 큰일이야.”
박민규 팀장의 말에 이민화 사원 역시 고개를 주억였다.
“맞습니다. 정말 큰일입니다…….”
그녀가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턱을 쓸었다.
“소고기를 태양의 소금에 찍어 먹으면 정말 맛있을 텐데…… 큰일입니다.”
어라? 뭔가 이상한데?
박민규 팀장이 이민화 사원을 바라봤다.
그녀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
“?”
‘철저히 민혁화 되었군.’
어느덧 완전히 민혁화 되어버린 이민화였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이민화는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박민규 팀장이 질문했다.
“태양의 소금을 먹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지?”
그에 이민화 사원이 답했다.
“초월자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또 한 번 눈을 게슴츠레 뜨며 말했다.
“그리고, 아주아주 맛있을 겁니다.”
“…….”
박민규 팀장은 두 명의 식신을 보는 기분에 한숨이 나왔다.
* * *
“붉은빛 소금이라?”
에르웰은 사내가 앞접시에 담은 소금을 보며 신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치 태양을 담은 듯 뜨겁고 강렬한 색이었다.
“소고기를 먹기 위해 특별히 챙겨왔죠. 후후.”
에르웰은 고개를 주억이며 불판 위의 등심을 바라봤다.
치이이이이이익-
그리고 다시 한번 뒤집어주자 김이 피어올랐다.
먹기 좋게 고기를 잘라준 에르웰은 그를 흐뭇한 미소로 보다가, 곧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보는데 왜 내가 먹고 싶어지지?’
그렇다. 에르웰은 사내를 보는데 먹고 싶어지는 자신을 느꼈다.
심지어 자신은 이 소고깃집 주인이지 않은가!?
고기 냄새라면 진절머리가 난다.
그런데 사내에게 집중하게 된다.
그가 두툼한 등심을 집어 든다. 겉은 노릇노릇하게 구워졌고 안에는 약간의 핏기가 감돈다.
‘소고기는 완전히 익으면 맛없지.’
청년이 어떠한 양념도 찍지 않은 고기를 그대로 입에 가져갔다.
입에 넣는 순간 흘러나오는 육즙,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
“크흐, 기가 막힌다. 기가 맥혀.”
사내가 고기를 목구멍 뒤로 넘긴 순간, 왜일까 에르웰은 자신도 미친 듯이 먹고 싶어졌다.
입안 가득 침이 잔뜩 고이고 미소가 지어진다.
이번엔, 사내가 두툼한 등심을 붉은빛이 나는 소금에 찍었다.
소금의 일부가 기름기에 녹아 스며들고, 소금이 찍힌 큰 등심을 입에 밀어 넣는다.
우물우물-
짭짤한 소금이 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아줄 것이다.
어느덧 등심을 뚝딱 하고 먹어낸 그.
청년이 넋 놓은 그를 대신해 고기를 굽는다.
부챗살, 갈비살.
치이이이이이익-
노릇노릇 익는 부챗살. 부챗살은 씹는 맛이 있고 고소함이 일품이다.
상추를 손바닥 위에 얹은 사내가 그 위로 두툼한 부챗살 두 점. 쌈장을 푹 찍은 마늘 하나. 청양고추 하나를 올렸다.
“……파, 파절임도. 파절임도 얹으시게!”
“물론입니다.”
에르웰의 간절한 외침에 청년이 고춧가루와 참기름의 조합으로 만든 파절임을 얹는다.
그리고 크게 싼 쌈을 입안 가득 욱여넣는다.
에르웰은 상상해 봤다.
입안에서 펼쳐지는 황홀한 재료들의 조화!
이번엔 사내가 명이나물을 펼쳐 그 위로 갈비살 두 개를 척 얹는다.
또 그 위에 와사비를 소량 덜어 올린 후에 명이나물을 돌돌 말아 입에 넣는다.
명이나물의 달콤함, 와사비의 매운맛, 고기의 육즙이 만나 아름다운 하모니가 펼쳐질 것이다.
“…….”
주릅-
어느덧 에르웰은 침을 닦아내고 있었다.
이번엔 살치살이다.
두툼한 살치살을 청년이 얹는다.
치이이이이이익-
살치살은 매우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고 구이 중에 으뜸인 부위다.
잘 익힌 두툼한 살치살을 싹둑싹둑 잘라내어 또 한 번 붉은 소금에 찍어 먹는다.
“와, 이 소금 기가 막히는데?”
청년이 감탄한다.
감탄하는 그가 이번엔 뜨끈한 공깃밥을 한입 가득 퍼서 입에 밀어 넣는다.
그다음 얼큰한 된장찌개 국물을 떠먹었다.
그다음엔 수저를 푹 찔러 넣어 두부, 애호박 등 갖은 재료들을 얹었다.
그것을 밥 위에 가져가 쓱싹쓱싹 비벼준다.
‘먹을 줄 아는구나.’
에르웰은 감탄했다.
된장찌개와 밥을 한껏 비빈 그가 한입 크게 입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식사를 끝마친 청년.
갑자기 그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에르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는 게지?’
에르웰은 의아함도 잠시, 이제 청년을 내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 생각했다.
‘빠르면 내일쯤이나 올지도 모르지.’
슬슬 자신도 그들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물론 무조건 온다는 확신은 없었다.
음유시인들은 자신들이 느끼고 들은 대로 노래하는 법이다.
그 노래의 자유마저 다른 국가가 빼앗기는 힘들다.
그러나 에르웰이 그리 예측하는 건, 이제까지의 루브앙의 행보에 대해서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뚜벅뚜벅뚜벅-
바깥에서 거친 발소리들이 우르르 들려오기 시작했다.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구나.’
에르웰은 쓰게 웃었다.
그가 다급하게 청년에게 말했다.
“부엌 쪽으로 가면 뒷문이 있네.”
그나마 예상을 빗나간 것도 있다.
내일이나 올 것이라 예상했건만.
루브앙 제국과 이곳의 거리를 생각한다면, 네르바는 자신이 노래를 하자마자 그들을 보낸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렇지만, 어차피 자신은 죽음을 각오한 사람이다.
두렵지는 않았다.
그때.
콰아아아아아앙-
“죄인 에르웰은 들어라!”
가게의 문이 부서지며 루브앙 제국의 문양이 그려진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들이닥쳤다.
에르웰은 흘끗, 하고 테이블에 앉은 청년을 보았다.
‘루브앙이 아무리 개차반이라 하나, 상관없는 사람을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에르웰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손님이 행복하게 먹어줘서 기뻤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간다.
“죄인 에르웰은 노래를 불러온 대륙에 대루브앙 제국의 이름을 더럽힌 죄를 물어야 할 것이다.”
“나가시게.”
에르웰은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놨다. 병에 의해 죽을 쇠약한 자신이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매한가지.
아니, 되려 루브앙 손에 죽는다면 그들은 비난받게 될 터.
또한, 자신의 노래가 많은 이들에게 닿았을 터이다.
그거면 되었기에, 그의 표정은 한결 편안했다.
그런데, 루브앙은 그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더 개차반이다.
“네르바 폐하께서 죄인 에르웰. 네놈의 가족까지 벌하라 하셨다!”
“……!!!?”
에르웰은 둔탁한 무언가에 머리를 두들겨 맞은 듯했다.
애초에 에르웰은 루브앙 제국의 사람이 아니다.
또한 가족까지 처형하는 것은 해당 국가의 반역자들에게나 주어지는 벌이다.
에르웰을 단죄하기 위해 기사단원들을 이끌고 온 16기사단의 단장 세바스찬이 짙게 웃음 지었다.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친네에게, 가장 큰 벌을 내리신 것이니, 겸허히 받들 거라.”
사실, 에르웰에게는 기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왕국 기사가 된 아들이 있다.
짙은 웃음을 짓는 세바스찬의 등 뒤로 온몸이 밧줄로 꽁꽁 묶인 그의 아들이 보였다.
“어찌, 어찌이이이이!!!!”
하늘이 격노할 일이다.
루브앙 제국은 왕국에 협조를 요청하여, 그 아들을 빼내온 것이다.
원망스럽다.
왕국의 기사 하나 지키지도 못하는 이 왕국이.
그리고 해선 안 될 짓을 저지르는 루브앙 제국이.
“아버지…….”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아이에 불과했다.
누구보다 노력하였기에 고작 스물이라는 나이에 왕국 기사가 된 내 아이이다.
그런 아들이, 자신에 의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임에도 말했다.
“아버지가, 자랑스럽습니다.”
“……에반, 에반아아아!”
원통한 일이다.
에반은 자신으로 인해 죽게 되었음에도 자신의 행동이 자랑스럽다 말하고 있다.
“그 애비에, 그 아들이군. 아주 썩어버렸어.”
세바스찬이 낄낄거리며 웃어댔다.
“커헉!”
그때, 에르웰의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몸이 충격을 받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쿨럭!”
그의 입에서 붉은 피가 토해진다.
털썩 무릎을 꿇고 쓰러진 그에게로 기사 세바스찬의 음성이 들려온다.
“대루브앙 제국의 이름 앞에 죄인 에르웰은 죽어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너의 죄가, 네 아들을 죽였다.”
“멈춰라……!”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진 에르웰이 기어가며 손을 뻗어본다.
아들, 에반이 무릎 꿇려진다.
그의 목 뒤로 기사의 차가운 검이 드리워진다.
“천외제국을 찬양하다니, 어리석은 노친네.”
시한부만 아니었다면 에르웰은 루브앙 제국도 탐낼 인재다.
그러나 세바스찬의 말은 틀렸다.
에르웰은 천외제국을 찬양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었을 뿐이다.
어느덧 에반의 목 뒤의 검이 치켜 올라간다.
에르웰, 그가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제발, 누가 좀…… 제발……!”
그때였다. 누군가 에르웰의 손을 따뜻하게 쥐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그가 에르웰을 바라본다.
“이것은 당신이 베푼, ‘소고기값’입니다.”
그는 알고 있다.
에르웰은 천외제국을 찬양한 것이 아니다.
루브앙에 핍박받고 고통스러워하는 자들.
또는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진짜 현실을 보지 못하는 자들을 노래로 깨우치게 하려 한 것에 불과했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 사실 이러한 일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천외제국을 위한 노래가 아니었다 해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발 좀……!”
에르웰, 그는 자신의 마지막 손님에게 쇠 긁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그땐. 이미 목이 떨어져 있었다.
데구르르르르르-
“…….”
에르웰의 눈이 크게 떠졌다.
바닥을 구르는 머리통. 피가 솟구쳐오르는 목. 허물어지는 육체.
그것은 에반의 몸이 아닌, 기사의 몸이었다.
“너희들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냐.”
그것은 자신을 보며 미소 짓고, 그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로 소고기를 먹던 청년이 행한 일임이 분명해 보였다.
세바스찬이 이끌고 온 기사단의 숫자는 약 서른.
그제야 에르웰의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 청년과 에반이 함께 도망쳐야 한다.
그러나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그의 모습이 변화한다.
“어르신, 저는 오늘과 같을 겁니다.”
“…….”
앞으로 걷는 그의 몸이 빛에 휩싸였다.
척 보기에도 키가 훤칠하게 커졌다.
그 빛이 서서히 걷혀가며, 그가 에르웰에게 말했다.
“빼앗으려는 루브앙이 있을 때,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어르신의 모든 것을 건 노래처럼 말입니다.”
에르웰은 그의 걸음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빛이 완전히 걷히며 모습이 드러났다.
등 뒤에 두른 포크와 나이프가 교차된 백색의 망토.
깎아 만든 듯 잘생긴 얼굴과 늘어뜨린 검.
에르웰은 그의 인상착의에 대해 많이 들어왔다.
천외제국의 황제 민혁이었다.
“화, 황제가 왜 이곳에……!”
세바스찬이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바로 그 순간, 세바스찬의 머리가 날아갔다.
한 제국의 황제가, 일개 노인을 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 모습을 보며 에르웰은 중얼거렸다.
“그것은 단 한 사람의 생명도 소중히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에르웰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천외제국의 용맹함에 찬사를 보내는 노래를 부를 때. 그 제국의 황제가 좋은 자이길 바랐다.
“한 명의 사람도 아끼는 자는 좋은 황제가 될지니.”
푸화아아아악-
푸, 푸푸푸푸푸푸푸푹, 푸푸푸푸푸푸푹-!
루브앙 제국군의 머리가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린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에르웰은 갑자기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을 느꼈다.
회광반조.
해가 지기 직전, 하늘은 가장 밝아진다.
에르웰. 그는 알았다.
‘나는 1시간도 안 되어 죽을 것이다.’
죽기 전 그가 자신의 마지막을 장식하려 한다.
대륙의 가장 위대한 음유시인.
비록 신은 아니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가 에르웰이다.
그의 쭈글쭈글한 손이 허공을 훑었다.
한 장의 악보가 떠오르며 주변으로 음표들이 만들어진다.
떠오른 음표들을 바라보며 에르웰, 그가 양팔을 들어 올렸다.
그것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모습이었다.
그가 양팔을 움직일 때마다 음표들이 움직이며 악보를 채워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민혁은 이러한 알림을 듣고 있었다.
[현시대의 가장 뛰어난 음유시인이라 불리는 에르웰이 천외제국의 국가를 써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죽음이 코앞에 이른 에르웰이 지금 이 순간,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에르웰의 ‘영감’은 한 명의 사람도 소중히 여기는 천외제국의 황제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에르웰이 당신과 천외제국을 상상하며 빠른 속도로 국가를 만들어나갑니다!] [음유시인의 신이, 마지막 순간, 악보를 그려 나가는 에르웰에게 더욱 큰 힘을 실어줍니다!] [에르웰의 천재성이 음유시인의 신조차 놀랄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에르웰이……!] [에르웰이……!] [에르웰이……!] [에르웰이……!]흘러나온다.
음악을 만들어가는 에르웰이 부르는 콧노래가 아름다운 선율이 되어 흘러나온다.
노인의 마지막 천재성에, 귀 기울이는 음유시인이 그 콧노래를, 아름다운 악기의 연주로 바꾸어 민혁에게 들려준다.
“…….”
우뚝, 민혁은 멈춰 서고 말았다.
마지막 악보를 그려나가는 에르웰이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바로 그때에.
[음유시인 에르웰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역작’을 탄생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