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01
밥만 먹고 레벨업 902화
코니르는 검신 발렌을 따라가기 전, 민혁에게 ‘김밥헤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순수한 소년 코니르는 자신이 돌아왔을 땐 그에게 맛있는 요리를 대접해 주겠다고 다짐했다.
NPC에게 인벤토리는 없었으나 그 역할을 하는 아티팩트는 무수히 많았다.
천외제국의 일부 가신들에게는 ‘묵직한 주머니’가 지급된다.
이 묵직한 주머니는 약 100플래티넘에 이를 정도로 비쌌으며, 대신 약 100㎏의 것들을 넣을 수 있을 정도였다.
코니르는 묵직한 주머니 안에 요리를 만드는 재료들을 가득 넣어 가져갔다.
그리고 5년 내내 수련이 끝나면 김밥헤븐 음식들을 만들어왔다.
코니르는 라면이 좋아 라면만 팠던 소년이다.
그가 다른 음식을 집요하게 파낸 것이다.
“형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5년 동안 열심히 만들었다! 도중에 재료가 떨어졌었지만 머릿속으로 항상 만들어봤다!”
참치김밥을 모두 먹어낸 민혁에게 말하는 코니르.
민혁은 코끝이 찡해졌다.
‘코니르는 자체적으로 퀘스트를 생성할 수 있는 힘을 가진 특별한 NPC이다.’
이는 코니르가 보유한 패시브 스킬 ‘집념’에 의한 힘이다.
코니르는 김밥헤븐 음식들을 만들면서 수십 번의 퀘스트를 거쳤을 것이고 먹으면 무언가를 획득할 수 있는 요리들을 만든 것이다.
그런 코니르의 마음 씀씀이에 민혁이 할 수 있는 일.
그것은 더 맛있게, 행복하게 먹는 것일 거다.
“우리 코니르가 만들어서 그런지, 더 맛있네.”
“코니르, 행복하다. 너무 기분 좋다!”
민혁은 즐거워하는 녀석을 작은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
아직 많은 음식이 남았다.
민혁은 계란 반 개와 채 썬 오이, 당근, 상추, 콩나물이 그득그득 들어간 쫄면에 젓가락을 뻗었다.
먹음직스럽게 비벼지는 쫄면에 윤기가 좌르르 흐른다.
양념장에 의해 붉어진 그 면발을 야채들과 함께 집어 든다.
그리고 단숨에.
“후루루루루루룹!”
입에 넣는 순간 매콤하고 쫄깃한 면발이 씹힌다.
‘자고로 쫄면은 야채가 많아야 해.’
그와 함께 아삭거리며 씹혀주는 야채들이 맛을 더해준다.
그렇게 쫄면을 먹어주던 민혁이 소스가 부어진 돈까스를 썰어냈다.
‘크, 김밥헤븐은 정말 가성비가 좋아.’
이렇게 다 먹어도 약 2만5천 원 내에서 끝나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돈까스를 썰어낸 그가 포크로 크게 하나 집어 들어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크…….”
조금 눅눅해진 맛도 있으나 그래도 아주 훌륭한 맛이다. 그렇게 먹어주다 다시 목이 멜 때는 남은 라면 국물을 들이켠다.
“크하!”
아쉽게도 라면에는 참치김밥처럼 특수한 능력은 없었다.
‘원래 코니르는 라면 끓이기의 달인이었으니, 굳이 연구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
물론 다른 요리들도 더 이상 특수효과가 없다 해도 괜찮다.
그저 이 한 끼가 고맙고 값질 따름이다.
어느덧, 민혁은 쫄면도 모두 먹어치웠다.
그 순간.
[5년 동안 쫄면을 연구했던 자의 ‘쫄면’을 드셨습니다!] [공격 스킬의 공격력 1.6%가 상승합니다.]돈까스도 마찬가지였다.
[5년 동안 돈까스를 연구했던 자의 ‘돈까스’를 드셨습니다.] [HP와 MP 총량이 0.8% 증가합니다.] [5년 동안 떡볶이를 연구했던 자의 ‘떡볶이’를 드셨습니다.] [스킬 쿨타임 2%가 감소합니다.]맛도 좋고 보상도 좋은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그때, 헤이즈가 들어왔다.
“폐하, 이주율이 평소보다 약 3배가량 증가했습니다. 당분간은 이러한 이주율이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
민혁의 예상대로였다. 이번 던전 공략은 루브앙의 정예군을 모조리 죽여 전력을 약화시킨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그와 함께 천외제국을 더 강하게 키우기 위함도 있었다.
또한, 던전에 의한 에피소드를 발동시키기 전에 민혁은 이미 여러 제국과 왕국 등을 만났다.
그들은 ‘천외제국’을 주축으로 루브앙과 대적할 것을 약속하였다.
“현재 루브앙 제국은 루피소 공작의 장례를 진행 중입니다. 우리 천외제국에 전쟁을 선포했던 국가들도 현재는 잠잠합니다.”
아주 꽤 오랜 시간 동안은 이러한 양상이 유지될 것이다.
현재 천외제국과 함께하기로 한 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전쟁을 선포한 다른 국가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특히나 루브앙 제국은 루피소 공작을 잃었으며, 정예군 상당수를 잃은 상황이어서 정비가 필요한 때이다.
더불어 지금 이때에 루브앙과 적대하게 된 국가들 대부분은 전쟁이 일어나면 곧바로 대비할 수 있게끔 전투태세에 들어섰다.
천외제국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때에 루브앙 제국이 군사를 모아 출정시킨다면, 승리할 수는 있으나 너무도 큰 피해를 입게 될 터이다.
“그리고 말씀하셨던 분의 행방에 대해서 찾았습니다.”
“수고했어, 헤이즈.”
“직접 가십니까?”
“직접 가야지, 고마우신 분인데.”
“그리고 폐하.”
헤이즈가 그를 보며 작은 웃음을 지었다.
“페하께선 평소처럼 맛있는 걸 드시러 가면 될 것 같습니다.”
“음…….”
민혁은 얕은 신음을 흘렸다.
루브앙이 천외제국을 칠 확률은 현재로써 매우 낮다.
그러나 현재 천외제국은 분명한 ‘전쟁’ 상태라는 거다.
그러나 헤이즈의 생각은 달랐다.
“폐하는 어딘가를 다녀오실 때마다 뭔가를 얻어오잖아요?”
이제까지 항상 그랬다.
열이면, 열. 그는 항상 맛있는 걸 먹으러 떠나면 강해져서 돌아오거나 특별한 무언가를 얻어왔다.
이번의 신의 던전 운영권처럼.
헤이즈와 간부진들은 이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민혁이는 황제로서의 업무를 보는 것보다 나가서 맛있는 걸 찾아다니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맛있는 것만 먹고 다녀도 천외제국에 큰 도움이 되니까.
-헤이즈, 내가 자금표를 확인해 봤는데, 희한하게 민혁이가 자리를 비우고 돌아오면 천외제국 자금이 대폭 뛰더라……? 이주민들도 늘어나고.
확실히 그랬다.
나갔다만 오면 이주민들을 데려오거나 혹은 엄청난 자금을 들고 오거나 한다.
그런 민혁을 천외제국의 업무를 보는데 붙잡아두는 것은 낭비 중의 낭비였다.
“믿습니다. 폐하, 후후후후.”
헤이즈가 알 수 없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서려 한다.
“코니르! 오랜만에 사람들하고 인사하고 오겠다!”
코니르도 함께 나섰다.
그들이 나서고 의자에 등을 기댄 민혁.
그는 초월자의 성지에서 돌아오자마자 코니르가 해준 김밥헤븐 요리들을 먹은 것이었다.
때문에, 뒤늦게 그가 보상을 확인하기 시작한다.
‘초월자의 성지에서 추가적으로 신등급 아티팩트를 확보했고, 전설등급 아티팩트나 스킬북도 다수 확보했다.’
이중 전설등급의 것들은 상당수 판매할 예정이다.
신등급 아티팩트나 스킬북의 경우 하사하려 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 신등급 아티팩트 중 하나가 바로 소환술사의 피리였다.
‘바스티앙이 드랍한 아티팩트.’
심지어 신등급 중에서도 굉장히 뛰어난 녀석이다.
이를 누군가에게 준다고 해도 제한 때문에 사용하지 못한다.
‘이는 다른 방식으로 추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다음에 주목할 만한 아티팩트들은 바로 일곱 색이 출렁이는 엘릭서와 별을 위한 방어구다.
별을 위한 방어구 세트를 본 민혁은 말문을 잇지 못했다.
‘대박이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자신이 착용할 수 없는 아티팩트 세트였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살인귀의 갑옷조차도 능가하는 방어구라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설명에 따른 내용.
‘대장장이의 신이 선물한 별을 위한 방어구 세트.’
애초에 제작자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인물이다. 심지어 착용제한에 이러한 내용도 있다.
‘별을 위한 방어구 세트는 루피소 공작의 인정을 받은 자만이 착용할 수 있다. 또한 해체와 재조립 등의 경우도 루피소 공작의 허락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웃기는 일이다.
루피소 공작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이다.
‘애초에 이 아티팩트를 분해해서 재조립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거잖아?’
살인귀의 갑옷을 뛰어넘는 방어구가 당장 못 먹는 떡이 된 상황이다.
민혁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른 것을 확인해 보았다.
그가 다음에 확인해 본 것은 다름 아닌 ‘일곱 색이 출렁이는 엘릭서’였다.
포션병 안으로 일곱 가지 색깔들이 자연스럽게 출렁인다.
“……?”
민혁은 그 포션병을 확인하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니, 루브앙 제국 별들은 이런 것만 마시고 살아?”
그래서 그렇게 강한가, 라는 우스운 생각이 스쳤다.
민혁은 지체하지 않고 마개를 따서 들이켰다.
[일곱 가지 색이 출렁이는 엘릭서를 마셨습니다.] [힘 2를 획득합니다.] [체력 2를 획득합니다.] [민첩 2를 획득합니다.] [지력 2를 획득합니다.] [지혜 2를 획득합니다.] [랜덤으로 두 개의 스텟이 무분별하게 선택됩니다.] [손재주 2를 획득합니다.] [카리스마 2를 획득합니다.]총 일곱 개의 스텟을 각 2씩 올려주는 엘릭서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값어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을 것이다.
그다음 남은 두 개.
그가 쫓던 무언가.
그리고 태양의 소금이었다.
민혁은 그가 쫓던 무언가를 펼쳤다. 그것은 책의 형태로 되어 있었다.
첫 장을 펼치자 정보가 떠오른다.
(그가 쫓던 무언가.)
등급: 없음.
설명: 루피소 공작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쫓아온 것들에 대한 기록서들이다.
그 밑으로 루피소 공작이 써내려간 글자들이 빼곡하다.
[초월자들은 실존한다. 세상은 그들을 감췄으나, 초월자들이 과거 대마도사 헬레냐를 막아낸 것에 대한 흔적을 찾았다.] [그들은 아무도 찾을 수 없는 어떠한 곳으로 가 몸을 숨긴 것으로 추정된다.] [얼마 전, 한 아티팩트를 발견하였다. 해당 아티팩트에는 이리 적혀 있었다. ‘초월자 룬부르’가 제작한 해당 아티팩트는 수천 년도 더 되어 낡아 제 기능을 잃었으나 한때는 신등급 아티팩트들조차 뛰어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월자들은 스무 명 남짓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의 초월자는 몇 명이 남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 초월자 중 나의 부모가 있었을지도 모를 것이다.] [그들에 대한 흔적을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만약 살아 있다면 내 손으로 모가지를 비틀 것이고, 무덤이 있다면 짓밟을 생각이다.] [초월자…… 초월자, 초월자. 언젠간 꼭 찾아내어 모두의 목을 밧줄에 걸어 하늘에 매달 것이다.]일기장 형식으로 되어 있는 이것.
민혁은 루피소 공작에 대해 전해지는 이야기를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이 ‘초월자들에게 버려진’ 존재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분노하고 증오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미 그는 죽은 사람에 불과하다.
민혁이 책을 덮었다.
‘초월자. 신들조차 뛰어넘을지 모르는 자들. 그들이 실존한다라.’
얻은 정보는 이거면 충분하다.
그다음 민혁은 아주 작은 유리병에 담긴 붉은빛을 띠는 소금을 바라봤다.
바로 루피소 공작이 목걸이로 만들어 목에 걸고 있던 것이다.
햇빛에 가져가자 붉은빛이 감돈다.
‘츄릅…….’
민혁은 침을 삼켰다.
때론 음식의 맛을 훌륭한 조미료가 결정하는 법이다.
민혁이 정보를 확인해 봤다.
(태양의 소금)
재료등급: ???
특수능력:
⦁이벤트 잡화상점에 1g당 1만 플래티넘에 거래가능.
⦁고기에 찍어 먹을 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태양의 소금이다.
⦁조금이라도 먹을 시 판매할 수 없다.
설명: 루피소 공작의 목에 걸려 있던 특별한 소금이다.
“?”
민혁은 경악했다.
‘1g당 1만 플래티넘이라고?’
총 중량은 30g이었다. 또 이벤트 잡화상점이란 이처럼 이벤트식으로 거래하는 곳을 말한다.
모두 팔면 자그마치 30만 플래티넘이다.
일반 유저들이 획득하면 현실에서도 평생을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돈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민혁은 그것보다 다른 것에 놀랐다.
“고기에 찍어 먹으면 가장 맛있다고!!!?”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민혁은 때마침 소고기를 파는 곳으로 갈 예정이었다.
그는 헤이즈가 알아봐 준 자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걸음을 옮겼다.
* * *
음유시인 에르웰.
그는 나이를 지긋이 먹은 노인이었다.
아테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음유시인인 그는, 약 15년 전 삶에 회의감을 느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가게를 차렸다.
그 가게는 다름 아닌 소고기 전문점이다.
그러나 이제, 이 가게도 끝이다.
에르웰은 최근에 루브앙 제국을 비난하며 노래를 불렀다.
나이를 지긋이 먹은 에르웰도 더 이상 그들의 횡포를 볼 수 없었기에 부른 ‘마지막 노래’였다.
에르웰은 곧 루브앙의 사람들이 들이닥칠 것을 알았다.
‘어차피 곧 죽을 운명.’
그러나 어차피 에르웰은 곧 죽을 사람이다.
그는 큰 병에 걸려 있었다. 사람은 죽기 전, 자신이 얼마나 살지 안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에르웰은 앞으로의 자신을 고작 3일을 보았다.
때문에 피할 생각도 도망칠 생각도 없다.
‘오히려 내 죽음이, 루브앙을 더 무너뜨릴 것이다.’
많은 이들이 루브앙을 비난할 것이다.
그것으로 족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마음은 편하게 먹었으나 그의 온몸은 벌벌 떨리고 있었다.
그러다 한편에 자리를 잡고 앉은 청년을 보았다.
“이건 공짜일세. 내가 손님에게 대접하는 마지막 식사이거든.”
“우와, 정말이요!? 감사합니다!”
약 키 178㎝ 정도 되는 청년은 이 집의 소고기가 맛있다는 소문에 먼 곳에서 왔다고 한다.
허름한 복장을 하고 있는 그는 배가 고픈 듯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났다.
청년이 정말 감사하다는 듯 정중히 인사했다.
“1㎏이나 되는데, 다 먹을 수 있겠는가?”
그가 접시에 담긴 고기를 보여줬다.
등심과 살치살, 부채살, 갈비살이 붉은빛을 띤다.
“그럼요!”
“허허, 마지막 손님이라 많이 주었네. 많이 먹게나.”
그러면서 에르웰은 생각해 본다.
‘천외제국의 황제여.’
에르웰이 용기를 얻은 이유는 그 덕분이다.
그 또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루브앙과의 전쟁을 선포하지 않았는가?
‘물러서지 마시게나.’
작은 미소를 지은 그가 상념에서 깨어난다.
뜨겁게 달궈진 불판 위로 커다란 등심 하나를 척 올렸다.
치이이이이이이이익-!
김이 피어오르며 지글지글 맛있게 익어간다.
그때, 에르웰은 청년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앞접시에 담는 것을 보았다.
“붉은빛 소금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