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47
밥만 먹고 레벨업 948화
영상시청을 끝낸 민혁은 한참이나 여운에 잠겨 있었다.
영상처럼, 이유 없는 ‘악플러’들은 여전히 넘쳐나고 있다.
그나마 민혁이 최근 강경 대응을 시작함으로써 과거보다는 줄어든 편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민혁은 항상 누구보다 더 앞서나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악플러들보다 민혁을 응원하는 이들이 훨씬 많았다.
이 영상을 보고 악플러로 인한 무게감을 느끼고 있던 그가 한결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었다.
‘개인 소장해야지.’
메일함에는 케런의 글도 있었다.
[소장하시고 싶으시면 소장하셔도, 즐투브에 올리고 싶으시면 올리셔도 됩니다. 선물이니 마음 가는 대로 하세요~]민혁은 자신을 응원하는 뜻이 담긴 이 영상으로 이득을 취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민혁은 케런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기 위해 작은 미소를 지으며 아테네에 접속했다.
* * *
마세르라티 왕국.
절대군주 클래스인 리챠드가 이끄는 이 마세르라티 왕국은, 과거 천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 유저가 세운 나라였다.
또 현재까지도 마세르라티 왕국은 유저가 세운 왕국 중에서 가장 뛰어나며, 어쩌면 또 다른 유저가 제국을 건립한다면 그것은 ‘마세르라티 왕국’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한 때에 마세르라티 왕국 최정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레벨 600이 넘는 마세르라티의 기둥이라 불리는 다섯 유저.
그리고 전설 NPC 5명.
심지어 이 전설 NPC 중 한 명은 이제 신의 자리를 넘보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자리의 유저와 NPC로 구축된 최정예 기사단만 총 900여 명에 이른다.
“헬레냐의 던전일 가능성이라…….”
최근 마세르라티 왕국의 던전 탐험가가 이 던전을 발견했다.
아직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이 미지의 던전을 파헤치기 위해 마세르라티 왕국이 온 것.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던전은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자원, 새로운 사냥터, 혹은 새로운 보상이 왕국 정도의 규모에도 커다란 보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원 제한수는 자그마치 1천 명.
아무리 아테네에 다양한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던전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인원수가 굉장히 많다.
때문에 리챠드는 지금 이 던전이 헬레냐의 던전이 아닐까 했다.
헬레냐가 강림했던 날.
약 한 달 후, 헬레냐의 던전이 세계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헬레냐의 조각들이 그녀의 강림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유저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그녀가 강림하는 것을 최대한 막아내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보상도 얻는 것이 당연시하다.
심지어 불멸의 대마도사 헬레냐로부터 얻을 수 있는 보상이다.
만약 이 던전이 헬레냐의 던전이라면, 첫 번째 헬레냐의 던전 공략자의 대상으로 큰 보상을 얻을 수 있으리라 예상되었다.
한 가지 걸리는 건.
“아브이토 영토의 근처라.”
천외제국이 최근 루브앙 제국으로부터 받아온 척박한 영토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이 던전은 아브이토 영토에 속하는 곳은 아니었다.
곧 리챠드가 쓰게 웃었다.
‘너무 의식했군.’
던전 공략에 실패한다고 해서, 천외제국이 해를 입을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리챠드의 개인적 생각이었다.
공략에 실패한다고 던전에서 몬스터가 나오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리챠드와 그 정예들이 던전 안으로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때.
[헬레냐의 던전이 세계 곳곳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자신들은 아직 입장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딱 한 명 한 적이 있다.
바로 마세르라티 왕국 소속 던전 탐험가였다.
던전 탐험가는 어제 바로 이곳을 찾았을 당시 초입만 들어가 본 후 ‘귀환 주문서’ 사용이 가능하자 바로 복귀했다.
그 의미는.
“설마……!”
리챠드는 자신의 가설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다.
던전 앞으로, 헬레냐를 상징하는 동상이 빠른 속도로 만들어졌다.
만들어진 헬레냐의 동상은 스태프를 쥔 팔을 앞으로 내뻗고 있었다.
스태프가 꾸물거리기 시작한다.
[던전 타이머가 0이 됩니다!] [헬레냐의 던전 안의 몬스터들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리챠드는 자신의 가설이 현실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제 던전 탐험가가 던전에 입장하는 순간 정체 모를 타이머가 돌아가고 있던 것이다.
‘빌어먹을 상황이잖아?’
이 의미는 전 세계에 있는 던전들에서 타이머가 돌기 시작한다는 의미와 같았다.
그리고 만약 타이머가 다 돌아갈 때까지 클리어하지 못할 시에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것.
물론 아닐 수도 있다.
던전 탐험가의 경우처럼 누군가 ‘첫 단추’를 꿰었을 때에만 타이머가 돌아갈지도 모른다.
한데, 만약 지금 전 세계에 있는 타이머가 돌아가고 있다면?
‘미쳤군.’
그러나 리챠드는 현재 자신이 그것을 신경 쓸 때가 아님을 알았다.
바로 앞으로 꾸물거리는 스태프가 서서히 형상을 갖춰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꾸물거리는 스태프는 뱀의 형태로 변화했다.
그리고 갈수록 그 크기가 거대해졌다.
작았던 뱀은 어느덧 리챠드와 그 정예들을 그림자로 뒤덮을 정도로 거대해졌다.
신음을 흘리던 리챠드는 곧바로 놈의 레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친……!”
리챠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고작 ‘조각’에 불과한 놈의 레벨이 너무도 높았다.
심지어 던전 안쪽에서 ‘취이이익’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오고 있었다.
던전 깊숙이 있던 몬스터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취이이이이익-
거대한 뱀이 혀를 날름거리며 자신들을 바라본다.
리챠드는 일단 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던전의 몬스터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상대하기 힘들다.’
본래 던전이란,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며 몬스터들을 조금씩 제거하는 구조이다.
만약 정말 던전 형식의 구조였다면 이 정도 병력으로 클리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차근차근 몬스터를 줄여나가다가 마지막에 보스몹인 헬레냐의 조각만 잡으면 될 테니까.
하지만 지금처럼 한꺼번에 쏟아지는 경우엔 너무 위험하다.
그때 뱀의 꼬리에서 빛이 번쩍였다.
[귀환 주문서를 20분 동안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리챠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현재 이곳엔 NPC 정예들도 상당수 있는바.
유저는 강제 로그아웃 시 다시 부활할 수 있다지만 NPC들은 아니다.
지금, 여기 있는 NPC들이 모두 죽게 된다면 마세르라티 왕국을 이끌어갈 이들이 현저히 적어지게 된다.
“전속력으로 도망쳐라!”
리챠드는 어쩔 수 없이 명령을 내렸다.
그들이 서둘러 몸을 빼내려던 때였다.
그들보다 먼저 뱀이 엄청난 빠르기로 움직였다.
콰자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악!”
단숨에 정예 기사 한 명을 입안에 넣은 녀석이 퉷 하고 뱉어낸 순간, 방어구가 부식되며 살이 녹아내 버렸다.
단 한 번에 마세르라티의 소중한 인재 한 명이 사라졌다.
까아아아아앙-!
까아아아아까아앙-!
기사들이 놈을 공격해 보지만 단단한 비늘에는 생채기조차 내기 힘들었다.
심지어 미친 듯이 몸을 움직이며 기사들과 충돌할 때마다 레벨 570을 넘어서는 기사들의 온몸의 뼈가 부서질 정도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던전 안에서 득시글거리는 아나콘다 약 3천여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독 품은 아나콘다 Lv 597.]본래 아나콘다는 독이 없고, 6~10m 가까이에 이르는 길이와 엄청난 무게를 가진 뱀이다.
그 무게로 동물을 휘감아 뼈를 부러뜨려 잡아먹을 정도로 그 힘이 좋다.
그런데 거기에 독을 품었다.
리챠드는 등을 내주더라도 서둘러 몸을 피해야 한다 판단했다.
“서둘러라!”
리챠드를 따라 마세르라티의 정예들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치는 와중에.
“취이이이이익-!
한 마리의 아나콘다가 기사의 몸에 착 달라붙더니, 힘으로 뼈를 부서뜨리고 이내 목을 힘껏 물었다.
푸서서서서서서석-!
물린 병사가 미이라처럼 푸석해지더니 흙과 같이 되어 무너져내렸다.
‘이런 던전이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생겨나는 건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곧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이 던전의 경우 첫 번째로 발견된 던전이다.
때문에 수준이 더 높을 확률이 있다.
그러나, 다른 던전들이 이것보다 조금 더 약한 정도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해지는 리챠드였다.
그렇게 도망치던 리챠드는 정예기사 약 200명 가까이를 잃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지금도 왕국의 자랑들이 광역기를 퍼부어 아나콘다를 공격해 보지만, 아나콘다의 기본 방어력이 높아도 너무 높아 공격이 유효하지 못했다.
그들의 광역기로는 고작 500마리 정도 사냥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렇게 리챠드가 미친 듯이 달리던 때였다.
그는 갑자기 자신의 몸이 부웅 뜨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의아한 표정을 짓던 리챠드는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느새 따라붙은 헬레냐의 조각이 나무 위에 올라 그를 끄집어 올린 것이다.
그리고 온몸으로 리챠드를 힘껏 조이기 시작했다.
꽈드드드드드드득-!
“끄, 끄아아아아아악!”
그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시각.
케런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던 민혁은 아브이토 영토에 방문했다.
수호교의 건립과 함께 늘어난 탱커들에 의해서였다.
민혁은 발렌티노의 말을 듣고 납득했다.
‘확실히 발렌티노는 탱커들의 우상이지. 고작 몇 번의 실수로 그를 떠나기엔 탱커들 사이에 확실한 입지가 있어.’
민혁은 흡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아브이토 영토에 방문한 김에 그들의 토벌에 일부 도움을 주기로 하여, 발렌티노와 함께 선두에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때였다.
띠링!
[직업 승계 퀘스트: 헬레냐의 조각사냥]등급: SSS
제한: 군신의 검과 군신의 후예.
보상: 군신의 자리 계승.
실패 시 페널티: 군신의 후예 혹은 군신의 검 자격 박탈.
설명: 군신의 검과 군신의 후예는 계승식장에서 못다 한 승부가 있다. 군신은 그 승부를 두 황제가 골칫거리인 헬레냐의 조각 사냥으로 낼 것을 제안한다. 더 많은 헬레냐의 조각을 사냥한 자가 진정한 ‘군신의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