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46
밥만 먹고 레벨업 947화
알리에겐 꿈이 있었다.
바다에서 동료를 모으는 만화 속 주인공처럼 자신도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때론 목숨도 버릴 수 있는 값진 동료들을 찾는 것.
사실, 알리는 그 꿈을 이루었다.
그 꿈을 이루게 해준 존재는 바로 민혁과 천외제국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후에 또 다른 꿈이 생겼다.
그것은 자신과 같이 ‘동료’를 원하는 자들을 이끄는 것이다.
오늘날, ‘동료교’를 만들어내고 그들을 이끌게 된 알리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리고 민혁은 추가적으로 들려오는 알림을 들었다.
[천외제국에 마법사 703명이 이주하였습니다.] [천외제국에 검사 307명이 이주하였습니다.] [천외제국에 암살자 103명이 이주하였습니다.] [천외제국에…….]놀랍게도, 알리를 중심으로 모여든 ‘동료교’에는 마법사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양한 클래스의 유저들이 있었다.
마법의 신이라고 해서, 꼭 ‘마법사’들만 받을 필요는 없는 것.
검사들은 동료교의 성기사가 될 수수도 있었으며, 암살자는 알리의 그림자가 되어줄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건립 이전에 꾸준히 유입된 마법사들 숫자를 생각한다면 동료교의 마법사는 약 75% 이상을 차지하긴 할 테지만 말이다.
‘신들의 교가 만들어진다는 것. 잘만 이끌어간다면 왕국 하나 정도의 힘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계승식 이후로 세계 곳곳에서 유저들이 만들어낸 교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신들은 자신들을 숭배하는 교의 이들에게 퀘스트를 내리거나 하여 성장시킬 수 있었다.
또한, 일반적인 유저들에게 자신들과 같은 ‘유저’가 신이 된다는 건 해당 교에 들어가는 것에 더 ‘가벼운 마음가짐’을 갖게 만든다.
신들은 전능한 존재다.
하지만 그것이 ‘유저’라면 훨씬 큰 친근감을 가질 수 있었다.
아마도 알리의 ‘동료교’는 천외제국에 꾸준한 도움이 되어줄 터였다.
‘민혁교도 더 많은 자들을 영입하면 좋을 텐데.’
사실 아테네에서 가장 먼저 자신의 교를 만들어낸 유저는 ‘민혁’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후죽순으로 교들이 생겨나고 있는 와중에 굉장히 영향력 없는 교 중 하나가 바로 ‘민혁교’이기도 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식신의 클래스는 전투직도 아니며, 그렇다고 생산직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유저들은 자신이 원한다면, 어떠한 교라도 섬길 수 있다.
때문에 요리사들은 절대신 중 하나인 요리의 신의 교를 섬기는 게 맞다.
그렇다고 전투직 클래스들이 ‘민혁교’를 오는가?
그것도 아니었다.
‘내가 진정한 군신의 자리에 올라야만 많은 자들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민혁은 기대한다.
절대신 중 가장 위대한 신.
그리고 가장 많은 유저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신.
진정한 군신의 자리에 앉는 날, 민혁은 아테네에서 가장 많은 교인들을 가진 교의 주인이 될 것이다.
때문에 기다린다.
군신이 말했던 ‘네르바와 자신의 경쟁’을 통해 승패를 정한다는 말.
그 말은 즉, 진정한 군신의 후예를 정한다는 말과 같았으니까.
그러던 때였다.
민혁은 추가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아브이토 영토에 방패의 신의 신전이 건립되었습니다!] [방패의 신의 교의 이름이 ‘수호교’로 정해집니다!]방패의 신 발렌티노. 그 또한 자신의 영토에 신전을 건립했다.
민혁은 일부러 발렌티노에게 사비를 주며 아브이토 영토에 신전을 지으라고 명령했다.
그 이유는 천외제국에서 발렌티노를 아직 달가워하지 않는 자들이 있기도 하고, 무수히 많은 몬스터들의 침공이 끊이지 않는 그곳에 방패의 신 발렌티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교 건립을 통해 탱커 유저들이 꽤 힘을 실어줄 것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꽤’다.
‘탱커들이 300명 정도만 천외제국에 이주하거나 혹은 수호교로 들어가 줘도 좋을 텐데.’
사실 민혁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지금 발렌티노의 평가는 좋지 않다.
첫 번째.
루브앙 제국에서 쫓겨났다는 것.
두 번째.
평소에 그의 행실이 좋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그때.
[천외제국에 탱커 16,543명이 이주하였습니다!]“……?”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한 번에 엄청난 숫자의 탱커들이 이주한다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발렌티노는 현재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그런데 수호교가 탄생하자마자 상당한 숫자의 이들이 천외제국으로 이주했다.
한 제국에 유저의 교에 가입하기 위해선 천외제국에 이주해야 하는바.
저들 모두가 천외제국 때문이 아닌, 오로지 발렌티노 때문에 이주했다는 사실이었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아브이토 영토로 가보려던 때였다.
케런이 왔다.
“폐하, 저번에 말씀드렸던 선물이 완성되었습니다.”
* * *
아브이토 영토.
그 척박한 땅에는 오로지 몬스터들을 토벌하기 위한 토벌군과 그들을 이끄는 발렌티노밖에 없었다.
그러한 땅에, 발렌티노는 민혁의 명을 받고 신전을 건립하였다.
그리고 어떠한 보상도 없는 이곳에서 토벌군들을 이끌며 몬스터들을 몇 날 며칠 막아내고 있었다.
얼마 전 ‘발렌티노의 몰락’이라는 기사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그리고 천외제국 이주에 대해 사람들은 ‘마지막 동아줄을 잡았다’라고 말했다.
그 정도로 발렌티노는 과거의 명성을 잃은 듯했다.
그리고 발렌티노는 Q&A 질문 인터뷰 동영상을 통해 말했다.
천외제국에 충성을 다할 것이다.
지난날의 어리석음을 바로잡을 것이다.
나는, 천외제국의 개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손가락질했다.
-몰락한 다음에서야 잘못을 깨닫다니?
-천외제국으로 도망친 모습이 우습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탱커들의 우상이었던 발렌티노.
그리고 그를 지켜봤던 세계의 무수히 많은 탱커들.
그들은 다른 점을 보았다.
계승식에서 발렌티노는 신으로서 자신의 긍지를 지키기 위해 네르바의 명에 반하는 일을 했다.
그 일로 인해 더 많은 자들을 지켜냈다.
그것이 바로 ‘탱커’로서의 긍지.
나쁜 것은 발렌티노가 아닌, 네르바다.
많은 탱커들이 그렇게 인식했다.
또한, 괴팍하고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보이는 발렌티노였으나, 그가 각광받지 못하는 ‘탱커’라는 직업군을 부흥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왔다는 사실을 이들은 알고 있었다.
그가 괴팍한 성격이면 어떠한가?
그는 탱커들의 우상이었고, 그 사실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
몇 날 며칠. 계속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막아내는 발렌티노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그런 그가, 신전 건립이 완료되고 수호교를 만들며 생각했었다.
‘이젠 탱커의 왕국을 이루겠다는 꿈도 무산되었겠지.’
씁쓸한 표정을 짓던 그.
도대체 자신 같은 사람을 누가 따르겠는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그에게로.
만 명이 넘는 탱커들이 찾아왔다.
발렌티노는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기다렸습니다. 당신이 왕국, 혹은 신전을 건립하기를!”
“오로지 당신만이 우리 탱커들을 이끌 유일한 주인이십니다!”
“당신이 천외제국의 방패가 되겠다면, 우리 또한 천외제국의 방패가 되겠습니다!”
“이젠 우리가 당신의 든든한 방패가 되어드리겠습니다!”
발렌티노는 그들을 둘러봤다.
그는 자신이 꼭 잘못된 길만을 걸어온 것이 아님을 알았다.
“수호교는 천외제국을 지키고, 그들을 대신해 희생하는 교이다. 그래도 괜찮은가!?”
발렌티노의 목소리에, 탱커들이 답한다.
“예!”
“예!”
“예!”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그들의 대답에 발렌티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그리며 그들을 둘러봤다.
때마침 몬스터들의 아브이토 영토 습격이 또다시 시작되려 한다.
그 숫자가 평소보다 좀 더 많다.
평소라면 토벌대의 선두에 서서 혈혈단신 막아냈어야 하는 발렌티노.
“가자.”
선두에 선 발렌티노의 주변으로 만 명이 넘는 탱커들이 거대한 사각방패를 내세우며 함께하고 있다.
* * *
민혁은 신의 편집자 케런이 자신에게 만들어준 선물을 메일함에 넣어두었다는 이야기에 로그아웃했다.
메일함에서 ‘선물~^^’이라는 메일을 발견한 민혁이 클릭했다.
‘동영상?’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동영상이 시작되었다.
[허억허억허억.]화면을 가득 채운 적들이 민혁을 향해 돌격하고 있다.
민혁은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양손을 무릎 위에 올린 채 거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힘들어…….]본래 민혁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섭외된 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땀을 뻘뻘 흘리는 그가 몰려오는 적들을 바라본다.
[그만하고 싶어.]또 한 번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숨을 몰아쉬는 민혁의 앞으로 한 장의 스크린샷이 떠오른다.
스크린샷에는 식신을 겨냥하는 비아냥의 말들이 적혀 있다.
[식신은 제국빨, 직업빨, 가신빨 아님 ㅋㅋㅋ?] [ㅇㅈㅇㅈ, 또 ㅇㅈ.] [제국, 직업, 가신빨 아니면 아무것도 아님.]곧 그러한 악성 글들이 달린 스크린샷 수백 장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선물이라며?’
민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 저 악플들은 대부분 민혁이 알고 있는 것들이다.
악플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보지 않고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멘탈이 강한 민혁이라도 아예 신경 쓰지 않을 순 없었다.
그렇다. 민혁도 결국에 사람이었다.
어쩌면 그랬기에 알렉산더를 더 의식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민혁은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아.]떠오르는 수백 장의 스크린샷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쳐 있던 그가 다시 힘을 내어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민혁은 영상 속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다.
바로 최근의 무한전투였다.
힘있게 민혁이 ‘그만해’라고 말하는 순간, 스크린샷들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쩌, 쩌저저저, 쩌저저저저적-!
스크린샷들이 와장창 깨지고, 날카로운 눈매로 숨을 고르며 적들을 향해 달려가는 민혁이 보인다.
[그렇다면 보여줄게.]날카로운 눈빛으로 적들을 베고 지나가는 민혁.
갑자기 빠른 비트의 음악이 쏟아져 나온다.
그 음악과 함께 민혁이 빠른 속도로 무한전투 무대를 종횡무진으로 휘젓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민혁은 가슴 두근거림을 느꼈다.
빠른 비트의 음악과 스쳐 지나가는 영상이 자신이 보아도 너무도 멋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쓰러지지 않아.]그것이 케런이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임을 알 수 있었다.
[설령 쓰러진다 해도 다시 일어날 거야.]순간적으로 스크린샷 한 장이 스쳐 지나간다.
그 스크린샷에는 아까 전의 악플과는 전혀 다른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식신은 지존이 맞다.] [식신이 설령 제국빨, 직업빨, 가신빨이라고 할지라도 인간성 넘치는 그를 우리는 사랑한다.] [그저 식신이고, 민혁이기에 아테네에서 만인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을 밝혀줘서 고마워요, 식신!] [식신 요새 너무 피곤해 보이던데, 피곤하면 쉬어도 괜찮아!] [한 번쯤은 모두 내려놓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이 지존이 아니라 한들, 우리는 당신을 응원합니다.]수백 장의 스크린샷이 떠오른다.
민혁은 자신도 모르게 그 스크린샷들을 보며 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나를 믿어주는 자들이 있기에.]하늘을 비추던 영상이 빠르게 종료된다.
지지지지지직-
노이즈가 끼며 다시 새로운 영상이 보인다.
그 영상. 거대하고 기다란 다리 위로 수백만 명의 적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 수백만 명의 적들을 향해, 오로지 단 한 명의 사내만이 내달리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멘트가 영상을 끝맺게 한다.
[나는, 가장 높은 하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