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49
밥만 먹고 레벨업 950화
민혁이 헬레냐의 조각과 독 품은 아나콘다를 사냥하고 얻은 전리품이다.
보통의 몬스터와 보스몹을 잡을 시에 아티팩트와 그들의 부산물, 양피지와 같은 것이 드랍되는데, 그런 것에 비해 초라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혀 아니다.
퀘스트 알림과 함께 ‘헬레냐의 조각 에피소드가 시작됩니다’라는 월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그와 함께 추가적인 정보 또한 열람되었다.
[헬레냐의 조각과 던전의 몬스터들을 사냥할 시 조각증표와 던전 몬스터의 증표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각 왕국과 제국 등에 생긴 ‘영웅들의 나무’를 통해 다양한 것으로 교환받을 수 있습니다!]영웅들의 나무는 쉽게 표현하면 교환이 가능한 상점이다.
조각증표들 개수에 따라 많은 것이 교환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또 민혁에게 이러한 알림도 떠올랐다.
[천외제국. 헬레냐의 조각 1마리 사냥.] [루브앙 제국. 헬레냐의 조각 0마리 사냥.]민혁은 직업 승계 퀘스트 헬레냐의 조각 사냥 알림을 들으며 알 수 있었다.
‘이제 네르바와 나 중, 누가 우위에 서는가가 결정될지도 모른다.’
군신의 진짜 자리를 계승받게 된다면 민혁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다.
얼마 전 식신의 교인 ‘민혁교’에 왜 사람이 모이지 않는가 하는 고민 또한 해결할 수 있다.
현재 민혁이 ‘군신의 교’를 건립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가 진정한 군신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가 군신의 자리를 계승하게 되면 민혁교는 큰 비상을 이루게 될 것이다.
또한,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릴 테지만 추후 루브앙 제국과 견주는 천외제국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감사합니다.”
리챠드의 인사였다. 꽤 많은 인명피해를 입었으나 마세르라티 왕국의 기둥이라 불리는 자들이 모두 살아 있음을 보고 안도했다.
“1,005플래티넘 정도와 조각증표 6개, 몬스터의 증표 470개 정도를 얻었네요. 돌려드릴까요?”
솔직히 민혁은 패왕지존도 한 번에 헬레냐의 조각을 사냥했다.
물론 마세르라티 길드원들은 모르겠으나, 독 품은 아나콘다들의 경우 민혁의 패왕지존도로 녹일 수 있는 수준이다.
하나, 헬레냐의 조각은 아니었다.
개피.
유저들은 몹의 HP가 약 10% 미만으로 떨어졌을 때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민혁이 헬레냐의 조각을 사냥할 당시 놈은 그 정도로 개피였다.
때문에 도덕적으로는 어느 정도 돌려주는 것이 맞았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저희 쪽이 훨씬 더 많이 얻었으니까요. 또 민혁 님 아니었으면…….”
리챠드는 생각만 해도 눈앞이 아찔해질 정도였다.
“은혜를 입었군요.”
리챠드는 이 순간 마세르라티 왕국이 초라해지는 것 같았다.
‘도대체 어디까지 달려가는 겁니까.’
이제까지 무엇을 하고 다녔길래, 이토록 더 닿을 수 없는 곳까지 성장하였는가.
그에 민혁이 답했다.
“마세르라티 왕국이라는 강국에 은혜를 입혔으니, 커다란 보답으로 보상받겠군요.”
민혁은 오만하지 않았다.
되려, 마세르라티 왕국을 추켜세웠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민혁도 현재의 상황을 이해했다.
던전의 몬스터들이 갑자기 쏟아졌다. 그것도 레벨 700대의 헬레냐의 조각과 함께.
어지간한 왕국이 아니라, 1천의 제국 정예들이라 할지라도 전멸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700레벨. 심지어 보스몹이라면 지금의 유저들은 대부분 감당하기 힘들다.
“언젠간 꼭 갚겠습니다.”
리챠드의 말에 민혁은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절대군주의 낙인이라는 특별한 힘을 가진 리챠드의 도움은 분명 큰 도움이 될 테니까.
상황이 정리되자, 곧 리챠드와 민혁은 차분해졌다.
“난리군요.”
“네.”
두 사람 모두 길드채팅창을 보고 있었다.
길드채팅창이 발칵 뒤집어졌다.
[부길드 마스터 지니: 현재 세계에 나타난 헬레냐의 던전만 약 60여 개가 넘어. 심지어 던전 위에선 타이머가 돌고 있어.] [로크: 방금 전에 타이머 5분짜리 풀려서 몹들이랑 헬레냐의 조각 쏟아졌나 봐. 헬레냐의 조각 레벨은 660. 몹들은 약 590 정도. 수준이 너무 높은 것 같은데?] [아벨: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타이머의 시간 설정은 랜덤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던전의 개수가 늘어나고 있다. 또 헬레냐의 조각들은 헬레냐의 완전한 강림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그 강림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민혁은 천외제국 내에서 가장 뛰어난 정보력을 가진 아벨의 말에 집중했다.
민혁은 서둘러 뱀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던 헬레냐의 조각을 살펴봤다.
그리고 곧 꼬리 끝부분에 새끼손톱만큼 작은 붉은 보석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보석……?”
“계속 빛을 내던 그 보석이군요.”
어느덧 포션을 마시고 몸을 일부 회복한 로아더가 말했다.
그는 헬레냐의 조각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싸웠던 자다.
곧 그가 말했다.
“이상합니다. 처음보다 그 크기가 커졌습니다.”
곧 아벨이 길드채팅창에 말했다.
[아벨: 많은 이들, 혹은 강자를 죽일수록 보석은 조금씩 커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즉, 헬레냐의 조각들은 많은 인류를 죽이고, 그 힘을 헬레냐에게 상납함으로써 그녀의 강림을 도울 것이다.]민혁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헬레냐의 던전과 조각들이 세상에 나오면, 아테네의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
심지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던전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았다.
리챠드 역시 길드채팅창으로 비슷한 보고를 들은 듯하다.
“일단은 돌아가야겠군요.”
“저희도요.”
민혁은 대책을 세우기 위해 서둘러 천외제국으로 복귀했다.
* * *
잠든 네르바는 꿈을 꾸고 있었다.
짙은 어둠 속. 네르바는 훈련하는 수백 명의 이들 중 선두에서 달리고 있었다.
선두에서 달리는 그의 바로 옆에는 젊은 날의 브로드가 함께 있었다.
‘네르바. 오늘은 나를 제치고 1등 할 수 있겠어?’
‘당연히 오늘은 내가 1등이다!’
달리는 꿈속의 자신은 너무도 즐거워 보였다.
젊은 날의 브로드와 자신이 거의 동시에 들어왔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쓰러진 두 사람이 함께 하늘을 올려다봤다.
‘브로드.’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네르바의 말에 브로드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나는, 군신님의 인정을 받아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강한, 평화로운 제국을 만들 거야.’
그때의 네르바는 순수했고 자신의 꿈이 확고한 자였다.
‘가장 강한 제국을 만든 나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인간 세상을, 평화로이 다스릴 거야.’
네르바가 주먹 쥔 손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린다.
‘모두가 오고 싶은 제국을 만들겠어.’
모두가 오고 싶은 제국.
모두가 사랑하는 제국.
평화를 지탱하는 제국.
그것이 젊은 날의 자신의 꿈이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네르바는 얼굴을 무섭게 일그러뜨린 브로드를 볼 수 있었다.
‘거짓말.’
‘……?’
네르바가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브로드가 그의 목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그와 함께 네르바가 죽인 붉은 검 기사단원들 수십 명이 몸 곳곳에서 피를 흘리며 네르바에게 달려들었다.
‘넌 괴물이 되었다, 네르바.’
‘으, 으아아아아아악!’
네르바가 비명을 질렀다. 비명을 지르는 네르바가 그들을 모두 뿌리치고 도망친다.
짙은 어둠 속을 향해 내달리며 도망치는 네르바의 눈앞으로 죽어가는 롤스드가 보였다.
무릎을 꿇고 죽어가는 롤스드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하고 있다.
‘환하게 웃으십시오.’
“허억허억!”
루브앙 제국의 황실.
술에 취해 잠들었던 네르바가 깨어났다. 그의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술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괴롭다. 네르바는 또다시 술에 의지하기 위해 술병을 집어 들었다.
그때.
똑똑-
“폐하, 블라드 공작입니다.”
블라드 공작이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온 그는 역하게 풍겨오는 술 냄새에도 어떠한 표정 변화도 없었다.
“헬레냐의 던전이 무수히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진정한 군신의 자리를 계승하실 기회이지요.”
네르바는 며칠 전 롤스드, 그리고 던을 떠나보내면서 술독에 빠져 살았다.
황궁 내에선 신의 검 기사단이 시끄럽게 떠들어대기 바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제국 전체에 번져가고 있었다.
네르바는 자책감, 분노, 슬픔 등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에 휩싸여 있다.
“짐이 말이요? 짐이 군신이 된단 말이오!? 크하하하하하!”
황제의 몰락은 순식간이었다. 그가 미친 듯이 박장대소했다.
자신이 군신이 되는 날. 꿈속에서 얼마나 많은 자들이 더 나를 괴롭힐까.
또 얼마나 많은 자들이 자신을 비웃을 것인가.
“그거 정말 좋은 일이군, 응!?”
“……폐하, 곧 천외제국이 움직일 것입니다. 곳곳에 생성된 던전들이 각 왕국과 제국등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또 발 빠르게 움직여, 헬레냐의 조각들을 토벌하여야 합니다. 제게 모든 결정권을 주시옵소서.”
블라드 공작은 알고 있다.
“애초에 천외제국은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굳이 폐하께서 나서지 않아도 될 듯 사료되옵니다. 천외제국과 저희의 군사력 차이는 약 14배. 또 동맹국들의 지원을 받는다면 폐하께서 무사히 군신이 되실 것이옵니다.”
이것은 민혁과 네르바 개개인의 헬레냐의 조각 사냥 숫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제국 vs 제국의 싸움이 되었다.
“흐흐흐흐, 그렇겠지. 암, 나는 군신이 될 것이고 말고, 그러시오!”
블라드 공작은 고개를 주억였다.
“곧바로 출정토록 하겠습니다.”
블라드 공작은 역시 무표정하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돌아서 나가는 그에게.
“근데.”
게슴츠레했던 네르바의 눈이 살아났다.
“무슨 생각이더냐.”
블라드 공작이 고개를 틀어 네르바와 눈을 마주했다.
블라드 공작.
아주 오랜 시간 루브앙 제국과 함께한 인재이다.
루피소 공작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았다.
한데, 어느 순간부터 블라드 공작은 뭐랄까, 말수가 적어지고 생각을 읽을 수 없게 되었다.
“폐하의 제국을 더 크게 부흥시켜드리려는 생각뿐입니다.”
블라드 공작이 제국에서 가지는 입지는 무척이나 컸다.
또 휘두를 수 있는 힘도 막강하다.
지금은 그 입지가 네르바보다 높을지 몰랐다.
네르바에 대한 흉흉한 소문에 의해.
네르바의 눈이 살기로 번들거린다.
‘정신을 놓았어도, 황제는 황제란 것인가.’
블라드 공작은 솔직히 감탄했다.
엄청난 위압감이 자신의 털을 곤두서게 만든다.
곧 네르바가 눈빛을 거두며 술병을 기울였다.
“그런가? 흐흐흐흐. 그것참 고맙군!”
곧 블라드 공작이 밖으로 나섰다.
밖으로 나선 블라드 공작이 작은 웃음을 지었다.
‘걱정 마시오. 당신의 자리를 탐할 생각은 없으니.’
단지.
‘군신이 된 당신을 내 품에 품고 죽을 때까지 이용해 드리리다.’
블라드 공작의 입이 쭉 찢어졌다.
귀에 걸릴 듯한 입꼬리가, 입술을 붉게 칠한 광대의 웃음 같았다.
* * *
천외제국.
이번 헬레냐의 조각에 관련한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많게는 한 번에 30만이 넘는 몬스터들을 쏟아내는 던전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민혁이가 상대했던 헬레냐의 조각이나 독 품은 아나콘다보다 레벨은 낮을 테지만 30만의 몬스터가 갑자기 쏟아져 나오면 한 왕국이 위협받기 충분하다. 심지어 그런 던전이 가까운 곳에서 두 개가 연속적으로 생겨나면 답이 없어진다.”
유저들의 생각보다 헬레냐의 던전의 생성 숫자가 무척 많았다.
아직 반나절도 안 된 데다 던전에서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온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아테네 전역이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헤이즈가 말했다.
“예상외의 상황에 온 세계가 비상이 걸렸습니다. 곧 여러 동맹국에서 지원요청을 보내올 겁니다. 또 천외제국도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 아테네는 지금 위기에 빠진 것일지도 몰랐다.
그때,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민혁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바로 포션이었다.
그 포션들은 최근에 무한상점에서 구매한 것이다.
세계는 현재 비상사태다.
그리고 조각들은 보스급으로 분류되어 이례 없는 경험치를 주며 위기에 빠진 동맹국들은 지원요청을 보낼 것이다.
이 포션들의 이름.
‘단일 대상 경험치 상승 물약.’
이는 한 대상을 죽일 시 평소 경험치의 20배 이상을 획득할 수 있다.
또한.
‘1시간 경험치 대폭 상승 물약.’
‘1주일 경험치 3배 상승 물약.’
‘단숨에 1레벨업 물약.’
일화그룹 회장이자 민혁의 아버지는 말했다.
-위기는 때론 기회가 된단다.
민혁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