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61
밥만 먹고 레벨업 962화
아름브가 수만 개의 파이어볼을 띄우기 전, 민혁은 알렉산더와 씁쓸한 대화를 나눴다.
“얼마나 버틸 수 있어?”
“길어야 3분. 짧으면 2분이다.”
알렉산더는 무한전투에서 무기군단이라는 놀라운 스킬을 민혁에게 보여준 바 있다.
그 스킬로 하여금 민혁이 입구를 이탈해도 몇 분간은 버틸 수 있었다.
또한 민혁이 자리를 이탈하면 알렉산더는 자신이 가진 모든 힘들을 파편들에게 쏟아부을 생각이었다.
민혁이 말했다.
“미안하다, 알렉산더.”
“괜찮다.”
브로드를 지키기 위해 그를 사지로 내모는 것. 그러나 알렉산더는 고개를 저었다.
아름브는 기필코 죽여야만 하는 대상이었다. 또한, 민혁이 하는 ‘미안하다’는 말에는 다른 의미도 있었다.
“최대한 해보겠다.”
아름브를 막는 게 중요하긴 했으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파편’들이 헬레냐의 품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민혁은 현 상황을 굉장히 냉정하게 분석했다.
자신과 알렉산더는 크게 지쳐 있는 상황이다.
당장 강제 로그아웃 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신의 검들도 위태로웠으며, 브로드는 말할 것도 없다.
‘어째서 우릴 돕는진 모르겠다만.’
네르바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아름브를 죽인다 한들, 우리는 위험해질 것이다.
때문에 민혁은 비쇼르가 요새 내부에 설치한 폭탄을 터뜨릴 생각이었다.
“그럼 부탁한다.”
그 부탁이란 말은 바로 브로드를 뜻한다.
만약 브로드가 폭탄의 여파에 휩쓸린 곳에 위치해 있다면 알렉산더가 구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민혁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단일대상 경험치 상승물약을 복용했다.
650레벨.
아직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고, 또 다른 누군가 도달하기 위해선 최소 반년 이상은 걸릴 경지다.
또 식신이 또 다른 힘을 얻을 수 있을 레벨이다.
절대방어를 사용해 아름브에게 내달리는 민혁은, 두려웠다.
‘막아내지 못한다면.’
유저들을 기다리는 것은, 헬레냐에 의해 망가지는 아테네일 것이다.
‘막아낸다면.’
온전한 힘으로 강림하지 못한 헬레냐를 죽이기 위해, 유저들은 성장할 것이다.
콰지이이이이익-!
아름브의 심장에 폭주하는 검이 박힌다. 급소를 정확히 찔렀기에 스킬의 효과가 발동된다.
12번의 추가 공격이 500%의 데미지로 들어간다.
또한 80% 확률로 방어력을 무시한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콱-!
“크아아아아아악-!”
아름브의 비명이 세상에 울려 퍼진다.
1초.
허공에 두둥실 떠 있던 수만 개의 파이어볼이 스르르 사라진다.
아름브는 경계하지도, 경계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던 인간의 공격에 분노했다.
“이놈!”
민혁이 검을 뽑아냈을 때, 아름브가 마법의 힘으로 그를 공격하려 했으나 민혁이 한 걸음 더 빨랐다.
현재 그는 초월의 힘을 적용받고 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브로드도, 네르바도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또한, 헬레냐조차 베어낼 수 있는 힘을 갖추고 있을지 모른다.
스가아아아악-!
민혁이 아름브를 스치고 지나간다.
학살자의 검.
일 초에 수십 번을 베어내는 그 힘이, 초월의 힘을 받아 더 뛰어난 힘을 발휘한다.
촤촤촤촤촤촤촤촤촷-!
온몸이 미친 듯이 난도질되는 아름브가 비명을 터뜨렸다.
“크아아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적의 공격을 받을 시, ‘자동으로 적에게 마법이 발동되는’ 특이한 힘이 민혁을 엄습했다.
꽈르르르르르르륵-!
번개의 힘이 내리쳐, 민혁을 강타하고.
쿠화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그를 집어삼켰으나 그는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았다.
천재 검사이자, 마법사 아름브는 당황했다.
‘도대체 이놈은 뭐야!’
먹을 것을 좋아하는 신이라 들었다. 루브앙 제국에 반기를 드는 제국 황제라 들었다. 군신이 아끼는 자라 들었다.
그러나 고작 ‘그것’에 불과했다.
그들 모두를 한 손에 쥐고 터뜨릴 수 있는 헬레냐, 그리고 신들을 발밑에 무릎 꿇리고 자신 밑에 둘 자신에 비하면 하찮은 자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염두에 두지 않고 있던 그가.
콰자아아아아악-!
비틀거리는 아름브를 베었다.
“크하아아악!”
천재였기에, 누군가의 공격을 허용해 본 적 없는 아름브는 민혁의 공격에 쉴 새 없이 비명을 터뜨렸다.
2초. 1초.
민혁의 절대방어가 해제된다.
그의 몸을 감싸던 절대무적의 힘이 풀리자 아름브의 눈에서 이채가 떠올랐다.
그의 고운 손가락이 펼쳐진다.
하늘에서 매섭게 떨어지는 수십 개의 붉은색 디스.
알리의 것보다 훨씬 컸으며, 훨씬 강하기도 했다.
그것들이 일제히 민혁에게 떨어진다.
“크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핫! 건방진 새끼!”
정체 모를 배리어를 두르는 힘.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을 만큼 대단하고 뛰어났다.
그러나 그 힘을 잃은 순간, 그는 자신을 대적할 수 없다.
그런데.
푸, 푸푸푸푸푸푸, 푸푸푸푸푸푹-
분명 수십 개의 디스에 공격당하고 있는데도, 민혁은 비틀거리는 아름브를 향해 걸어왔다.
푸우우우우욱-!
그의 가슴에 디스가 비집고 박히지만, 그는 무표정하게 아름브를 바라보고 있었다.
“……?”
아름브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마법이 민혁에게 큰 피해를 입히지 못하고 있었다.
민혁은 어쩌면, 헬레냐와 아름브의 적수일지도 몰랐다.
초월자의 갑옷의 마법 방어력은 3배, 흑룡갑의 마법 방어력은 4배이다.
심지어 갖은 영약과 명약, 뛰어난 재료들을 먹어왔던 민혁이기에 그의 마법 방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한 마법 방어력이 3배 이상 상승했다.
또한 민혁은 아름브를 공격함으로써 20% 미만까지 하락했던 HP를 회복할 수 있었다.
조각, 파편들과 다르게 아름브는 ‘살아 있는 자’였기에 살인귀의 흡수가 발동되는 것이다.
콰, 콰콰콰콰, 콰콰콰콱-!
아름브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민혁을 향해 미친 듯이 마법을 폭격해 보지만 그는 계속 아름브를 압박했다.
물론 민혁이 마법 데미지를 감소시키고 있다곤 하나,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아름브가 산 자가 아니었다면, 그는 진작 강제 로그아웃 당했을지도 모른다.
“오지 마……!”
아름브가 두려운 눈빛으로 말했다.
헬레냐, 브로드에게 공포를 느꼈던 그.
그는 이번엔 전혀 생소한 기분을 느꼈다.
그것은 두려움보다 더 큰 것.
바로 살고자 하는 본능이다.
세 개의 헬파이어가 일제히 민혁을 집어삼킨다.
화르르르르르륵-!
그 지옥불을 비집고 튀어나온 민혁이 아름브의 멱살을 틀어쥐고 있었다.
그리고 읊조린다.
“필멸.”
“……!”
아름브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필멸은 아까 전 그가 이미 한번 사용했던 스킬이었다.
그런데 또 한 번 사용하다니?
사실, 민혁은 스킬 저장을 필멸로 해두었다.
극악의 페널티를 자랑하는 이 필멸이 최소 두 번은 필요하다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힘이 디스펠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디스펠 당한다 해도, 모든 검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일부의 검들만 사라지는 것일 터다.
쩌어어어어억-!
열린 하늘에서 타오르는 검 한 자루가 멱살이 잡힌 아름브에게 직격한다.
콰자아아악-
“끄아아아아악!”
비명을 토하는 아름브를 보며 민혁이 그제야 멱살을 놓고 바람같은을 이용해 뒤로 빠졌다.
[헬레냐의 마법이 아름브를 보호합니다!]백여 개에 이르는 크고 강대한 실드가 생성되며 아름브를 지키려 한다.
그러나 뜨겁게 타오르는 검들이 쉴 새 없이 실드와 직격하며 하나둘 깨부수기 시작한다.
챙그랑-!
챙그랑-!
챙그랑-!
화르르르르르륵-!!
화르르르르르르르륵-!
거대한 화염이 주변에 번져 나간다.
민혁이 아까 전 요새 안으로 던지듯 했던 알리가 재빠르게 브로드의 앞에 달려가 배리어를 발현해 그를 지켜냈다.
‘알리가 있었지.’
그제야 민혁은 안도했다.
알리의 배리어라면 브로드를 지킬 수 있을 테니.
하지만 곧 아름브를 본 민혁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미친…… 마법사 HP가 이렇게 높다고?’
필멸을 직격으로 맞고도 아름브는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물론 처참한 몰골이긴 했다.
온몸이 새까맣게 그을리거나 파여 피부의 핏기가 드러나기도 했다.
꿈틀거리는 아름브의 마무리를 위해 걸어갈 때.
[헬레냐가 제자 아름브를 지켜냅니다!]피유유유유유융-!
“큭!”
요새 안에서 뻗어온 디스가 민혁의 심장을 관통했다.
비명을 토한 민혁은 HP가 20% 미만으로 하락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말도 안 되는 딜량이다.
민혁의 초월자의 갑옷 효과마저 무색할 지경이었다.
심지어.
[헬레냐가 디스펠을 발동시킵니다!]화아아아아악-!
민혁의 얼굴이 또 한 번 일그러진다.
알리가 펼친 배리어가 사라진다.
그와 동시에 민혁이 치아를 꽉 깨물었다.
그가 품속에서 스위치를 꺼내 들었다.
동시에.
“민혁!”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알렉산더가 요새 안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민혁이 쓰러진 아름브의 멱살을 움켜쥔다.
민혁은 영웅이 아니다.
단지 지키고 싶을 뿐이다.
폭식 결여증에 의해 죽어가던 자신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었고, 그늘밖에 없던 자신에게 햇살이 되어준 아테네라는 세상을.
민혁이 아름브의 멱살을 잡고 요새 안쪽으로 달렸다.
“으오오오오오오오!”
내달리는 민혁이 브로드를 바라봤다.
모든 계획이 성공하면 브로드도 살 수 있다.
그러나 사람 일이란 게 모두 계획처럼 되는 것은 아니었다.
“킥, 키키키킥.”
멱살이 붙잡힌 아름브가 조소를 머금었다.
질질 끌려가는 아름브가 강대한 익스플로전을 쉴 새 없이 발동했다.
본인조차 피해를 입음에도 불구하고.
콰콰콰콰콰콰쾅-!
그 폭발에 휩쓸린 민혁의 몸이 천장으로 솟구쳤다가 땅에 패대기쳐졌다.
그가 쥐고 있던 스위치가 멀리 날아갔다.
아름브가 브로드를 향해 달리는 알렉산더를 겨눴다.
알렉산더 또한 강제 로그아웃 직전에 이른 상태였다.
피이이이이이잉-!
빛처럼 뻗어 나간 디스가 알렉산더의 심장을 관통했다.
“쿨럭!”
알렉산더가 부르르 떨리는 눈으로 민혁을 바라봤다.
이내, 곧 그가 스르르 잿빛이 되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무너진 댐에서 쏟아지는 강물처럼 2천여 마리의 남은 파편들이 요새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파편들이 헬레냐를 향해 미친 듯이 내달리고 있다.
바닥에 널브러진 민혁이 스위치가 있는 곳을 찾는다.
그 스위치는 바닥에 쓰러져 숨을 헐떡이는 브로드의 인근에 있었다.
브로드가 힘을 짜내어 그 스위치를 향해 손을 뻗는다.
“브로드, 황명이다. 그 스위치에 손대지 마라!”
지금 폭탄이 터지면 브로드마저 죽게 된다.
자신? 살 수 있을 것이다. 터지는 찰나에 ‘밥 먹고 합시다’의 배리어의 힘을 빌리면 되니까.
하지만 브로드는 민혁이 아끼는 신하 중 한 명이다.
그리고 또 바보이기도 했다.
어느덧 브로드가 스위치에 다다랐다.
바닥에 쓰러진 아름브가 미친 듯이 웃었다.
“키, 키키키킥, 크하하하하하학!”
내달리는 파편들이 헬레냐의 투명 유리벽에 가까워지고 있다.
아름브의 웃음소리가 세상에 울려퍼진다.
그때.
정체 모를 누군가, 그 누군가가 민혁을 발로 힘껏 걷어찼다.
“큭!”
민혁이 멀리 요새 밖으로 튕겨 날아갔다.
그를 걷어찬 이는 자신이 어째서 천외제국 황제를 지켰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네가 지키고 싶어 하는 자이기 때문일까.’
온몸에 피를 흘리고 있는 그는 한쪽 팔이 없었으며 그 부위에서는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걸음을 옮긴 그가 브로드보다 한 걸음 빨리 스위치 앞에 도달했다.
그가 무릎을 굽히고 앉아 브로드를 한참이나 응시했다.
브로드가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곧 어떠한 표정도 짓지 않던 그가 브로드의 목깃을 잡아채 요새 밖으로 던져 버렸다.
“크흑!”
네르바가 바닥에 떨어진 스위치를 집어 들었다.
그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브로드를 한참이나 응시했다.
자신도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쿠호오오오오오오-!
그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강대한 힘이 요새 입구를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쿠르르르르르르르-!
떨어지는 돌무더기 사이로 브로드의 얼굴이 보인다.
이해할 수 없다는 브로드와 다르게, 네르바는 알 수 있었다.
왜 자신이 이런 짓을 벌였는지.
자신을 가장 아꼈고, 사랑했고, 위했던 신하 롤스드의 말을 떠올렸다.
-환하게 웃으십시오.
브로드를 한참이나 응시하는 네르바.
어느덧 입구에 돌무더기가 쌓이며 그의 모습이 사라져 간다.
그리고 그의 얼굴마저 돌에 가려져 보이지 않으려던 때 네르바가 환하게 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