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vity 10000% Catastrophic Player RAW novel - Chapter 8
* * *
감시과 차무혁이 진지한 표정으로 꺼낸 이야기.
“관리국에서 함께 일해 보실 생각 없으십니까?”
영입 제안이었다.
‘역시.’
이성우는 이 자리에 나타나, 차무혁이 앉아 있는 걸 보자마자 그가 찾아온 진짜 목적을 예상했었다.
관리국 인재 확보.
이성우가 알기로는 그것이 차무혁의 여러 업무 중에서 빈도는 가장 낮으나, 중요도는 가장 높은 일이었다.
‘도대체 감시과가 어떻게 알고 등급 심사도 받지 않은 각성자에게 접촉하는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건 나쁘지 않은 신호다.’
왜냐하면 관리국의 접촉을 받은 경우, 등급 심사에서 B급 아래가 나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
차무혁은 이전 회차에서도 막 각성한 이성우를 찾아오긴 했었다.
다만 그땐 ‘북한산 게이트 참사’ 관련 진술만 받아 갔을 뿐, 이성우의 각성에 관해선 조금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 차무혁이 건넨 제안이 의미하는 건, 하나.
‘벗어났다, F급은.’
이성우는 이전 회차와 다르게 전개되는 상황에 기쁨을 느끼며, 확인하듯이 물었다.
“그 말씀을, 태성 운반팀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플레이어로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이성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 대답은······.”
* * *
뚜벅뚜벅―
구둣발로 무겁게 걸음을 옮기던 차무혁은 차에 타자마자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상대는 기다렸다는 듯 통화를 수신했다.
―그래, 확인했나?
호랑이처럼 괄괄하고 우렁찬 음성.
현 관리국의 수장, 관리국장이었다.
“네. 마력 파장······ 아니, 마력 폭풍의 근원은 게이트 물자 보급사 ‘태성’의 운반팀장입니다. 이름은 이성우. 오늘 오전, 게이트 안에서 각성했다는군요. 조금 이상한 점은 있지만, 예상 등급 A. 그가 확실합니다.”
―후우······. 그래? A급은 오랜만이군. 이번에는 꼭 우리 관리국에 영입했으면 좋겠는데. 우호도는 어떻던가?
“나쁘지 않습니다. 운반수로 게이트에 입장했던 그가 보스 몬스터를 처치한 바람에, 공략대로 나섰던 은마 길드와 분쟁이 있을 뻔했습니다. 그걸 중간에서 정리했고, 이성우도 그 점을 분명히 인지했습니다. 다만······.”
―이번에도 거절인가?
차무혁은 얼른 대답하지 못하고 잠시 침음성을 흘렸다.
감시국은 비각성자가 플레이어로 각성하는 순간의 마력 파장을 잡아낼 수 있는 ‘각성 파동 측정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관리국이 ‘게이트 좌표 감지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그러나 각성 파동 측정기의 경우는 1급 기밀로 분류되어 관리국 내에서도 아는 이가 드문 물건이었다.
평범한 인간이 플레이어로 각성할 땐, 특유의 마력 파장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강도는 플레이어의 잠재력과 직결된다.
감시국은 이 장비를 활용해 민간 길드들보다 빠르게 고등급 인원을 선점해왔다.
처음에는 백이면 백 관리국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제안을 거절하는 이도 생겨나고, 차츰 입소문도 나기 시작했고······.
각성 직후 감시국의 방문이 곧 B등급 이상을 받게 되리라는 보증수표라는 건, 아는 이는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
B급이면 대형 길드에서도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기에.
상대적으로 박봉인데다 조직문화도 경직된 관리국을 택하는 플레이어가 드물었다.
‘음. 제 대답은······. 거절입니다.’
이성우가 그렇게 대답했을 땐, 차무혁도 당연히 영입 자체를 거절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었다.
그런데.
“그것이 애매한 게, 거래를 제안해왔습니다.”
―거래라고? 어떤 거래 말인가?
“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포괄적 파트너십’입니다.”
―······관리국 소속이 되지는 않겠지만,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되자?
“예, 길드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그는 그대로 관리국에서 손대기 힘든 일을 처리하고, 관리국은 관리국대로 길드의 뒤를 봐주는 그림을 그리는 모양입니다.”
차무혁은 저편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올 것을 예상하고 귀에서 전화기를 뗐다.
―푸흐······ 와하하하! 주제넘은 소리를 하는군. 여태 대형 길드들이나 슬그머니 뒷주머니 찌르면서 하던 소리를, 이제 막 각성한 일개 플레이어가? 하하하! A급은 고사하고, S급이 나와도 들어줄까 말까라는 걸 모르나 보군.
당연한 이야기였다.
아무리 A급 플레이어가 드물다고 해도.
최고로 손꼽히는 대형 길드들에는 그런 괴물이 즐비하다.
그런데도 현 관리국장은, 어떤 길드와도 밀월 관계를 맺지 않고.
오직 자신의 수완으로 대한민국의 플레이어들을, 그리고 게이트를 관리해내고 있었다.
그러니 이성우의 제안은 이제 막 각성한 자신감에 취해 떠벌인, 객기 어린 허풍처럼 들렸다.
차무혁도 그래서 말했었다.
―이성우 씨, 저희로 하여금 그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게 만드시려면······ 본인이 적어도 S급 판정은 받으셔야 할 겁니다.
그때 이성우의 대답이 무엇이었나.
‘알겠습니다, 노력해보죠······. 라 했던가?’
S급이 어디 노력으로 받아낼 수 있는 등급이던가?
게이트 사태가 발발한 이후 10년.
지금까지도 대한민국에 S급 플레이어는 단 4명만이 등장했을 뿐인데.
하지만 직접 이성우를 대면한 차무혁으로서는, 어딘지 그가 다른 이들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은 터라.
그저 근거 없는 자신감에 내뱉은 헛소리라고 치부할 수 없었다.
그때, 웃음을 터뜨리던 관리국장이 차무혁을 상념에서 일깨웠다.
―뭐, 등급 심사 결과는 지켜보자고.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이 있다던 건 뭔가?
“아, 그건······. 별거 아닙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사람, 싱겁기는. 그래, 수고했네. 복귀하도록.
“예, 국장님.”
국장이 통화를 끊자, 차무혁은 스마트폰을 갈무리해 넣으면서 차창 밖의 태성 사무실로 시선을 던졌다.
잠시 그러고 있던 그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고는, 차에 시동을 걸고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열린 차창으로 찬 바람이 마구 쏟아져 들어왔으나.
차무혁은 굳이 창을 올리지 않았다.
‘[열람 불가]로 표시되었던 이성우의 정보들······ 그런 건 처음이었다. 대체 뭐였을까?’
마음에 드리운 찜찜함을 애써 떨쳐내고 싶어서였다.
‘이성우라, 앞으로 주의 깊게 지켜봐야겠군.’
* * *
차무혁의 차량이 시동을 걸고 출발하고.
이내 사무실 창문에서 보이지 않게 되자, 권태성이 이성우에게 다가섰다.
“어떻게 된 거야? 대뜸 각성에, 감시과 차무혁이라니. 봐 봐, 나 아직도 심장이 벌렁벌렁해.”
“이 형님이 왜 이러실까, 징그럽게.”
이성우는 장난스럽게 넌덜머리를 냈다.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된, 권태성에 대한 반가움의 표시였다.
“자식이 사장한테 못 하는 말이 없네. 각성하더니만 사람이 변했네, 변했어.”
“변해야지. 예전과 같아서는 안 되지.”
씩 웃으며 이성우가 하는 말에, 권태성이 약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뭐지? 이성우 왜 이래. 진짜 사람이 좀 달라진 것 같은데.”
‘반대로 태성이 형은 언제나 한결같네.’
이성우가 아는 권태성은 항상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었다.
그가 일용직으로 게이트를 떠돌던 ‘짐꾼’들을 모아 ‘태성’을 세운 목적도 바로 그것이었고.
게이트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면서, 사회 계급은 ‘힘’을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약육강식의 원리로 돌아가는 강자존의 세상이 된 것.
당연히 비각성자나 밑바닥 등급을 받은 플레이어들은 기어오를 수조차 없는 깊은 구덩이로 내던져졌고.
권태성은 그들도 사회의 일원으로 제 몫을 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는 세상을 꿈꿨다.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고 게이트 폭발에 휘말려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이번에는 그의 운명도 전과는 달라질 것이다.
그때, 권태성이 당면한 현안으로 화제를 돌렸다.
“끄응······. 그런데 차무혁 저 사람의 제안은 왜 거절한 거야? 대형 길드보단 못하다고 해도, 관리국이면 나쁠 것 없잖아? 안정적이고, 안전하기도 하고.”
관리국도 게이트 공략에 나서기는 한다.
성장을 목적으로.
플레이어들을 관리하는 기관이 관리 대상에게 힘으로 밀려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적은 게이트를 주로 처리하기에 공략 중 사상자 발생 비율이 현저히 적은 편이다.
그렇기에 금전보다 안전에 무게를 둔다면, 관리국 임용도 나쁘지 않은 선택.
‘하지만 내가 추구해야 할 게 일신의 안전은 아니지. 더욱이 내 행동 하나하나를 기관에 속박당해선 안 된다.’
미래를 알고 움직이는 행동은 오히려 이 시점의 시선에선 이상하게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럴 때마다 일거수일투족을 조직에 납득시킨다?
그만한 에너지 낭비가 또 어디 있겠는가.
그렇기에 이성우는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말했잖아, 나는 길드를 창설할 거라고.”
“······너, 그거 진심이었어?”
잠시 어안이 벙벙한 듯 중얼거리던 권태성이 이성우의 어깨를 힘차게 두드렸다.
“뭐가 됐든, 네가 뭘 하든. 나는 널 응원한다. 성우 너 이 자식, 이제 짐꾼 딱지 벗고 신세 펴겠구나! 인마, 나중에 잘 돼도 나 잊으면 안 된다?”
질투나 시기 따위는 추호도 담기지 않은, 진심 어린 축하.
권태성은 이렇게 남의 일도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줄 줄 아는 좋은 사람이었다.
이성우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난 다른 데 갈 생각 없는데, 이거 권고사직인가?”
“뭐라고?”
“난 어떤 등급이 나오든 태성에 뼈를 묻을 거야. 내가 만들 길드도 태성의 계열사일 거고.”
“······진심이냐?”
이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 회차에선 여러 개의 길드가 이익을 나눠 먹으며 나란히 동반 성장을 했으나.
결국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이합집산을 반복하다가 다 함께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런 결말을 피하려면, 가능한 한 이득을 독식해야 할 터.
그건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관리국을 등에 업고 태성을 T.S.C로 키워, 길드를 보조하게끔 만든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거라는 게, 현재 이성우의 생각이었다.
“당연하지. 그래서 차무혁의 제안에 선을 그으면서, 서로 좋은 관계를 다져가자고 역으로 제안한 거지. 그러니까 얼른 대답해. 좋아, 싫어?”
권태성은 잠시 멍해져 있다가.
이성우가 오승현은 물론이고, 류지홍마저 주춤하게 만들었던 것을 상기했다.
거기에 차무혁과 오간 대화로 미루어보면······.
‘최소 B급. 어쩌면 A급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거잖아?’
거기에 생각이 이르자, 권태성은 더 재고 따질 게 없었다.
“인마! 당연히 좋지! 그, 그러면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절차랑 법령을 확인해야······.”
이성우는 갑자기 들떠서 부산을 떨어대는 권태성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래, 이번 회차는 모든 게 다를 거다. 운반3팀의 운명도 바꾸었듯이. 하나하나 바꿔 나가는 거야.’
그러려면 역시 한시라도 빨리 등급 측정을 마치고 플레이어 라이센스를 취득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지체할 것 없이, 스마트폰으로 관리국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가장 빠른 날짜가······.’
마침 내일 오후 2시.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 * *
다음날, 이성우는 새벽처럼 일어나서 천변을 달렸다.
체력을 단련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단순히 달리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스스로 중력을 증강해서 운동의 강도를 한껏 높였다가.
한계에 도달해 가볍게 걸으며 체력을 회복할 땐 중력 감쇠를 걸어, 가벼워진 몸놀림의 감각을 익히는 트레이닝.
능력 사용에 익숙해지면서도 단련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생각해 낸 루틴이었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빡세게 구른 그는, 떨어지지 않는 발을 겨우겨우 옮겨서 벤치에 걸터앉았다.
‘후우, [중력 지배]는 몇 급이나 나올까?’
그건 그냥 호기심일 뿐.
대단한 걱정이나 기대감은 아니었다.
관리국과의 밀월 관계를 원한다면, S급은 나와야 할 거라던 차무혁의 말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어차피 앞으로 스킬 노드를 채워나가면서 빠르게 성장하면.
‘관리국도 나를 주목할 수밖에 없겠지. 그들을 등에 업는 건, 어차피 시간문제야.’
진짜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당장 앞으로 약 2주 뒤.
반드시 공략권을 확보해야 하는 게이트가 열린다.
북촌 일대에 열린 D급 게이트.
평소처럼 공략에 나섰던 플레이어들은, 놀랍게도 그룹을 이룬 보스 몬스터들에게 역으로 ‘사냥’을 당하고 말았다.
‘빌런의 개입으로 보스 몬스터가 여럿 등장하는 변칙 게이트였기 때문이지.’
빌런의 존재도, 그들의 공작으로 변질된 ‘변칙 게이트’의 존재도 알려져 있지 않은 시점이기에 벌어진 일.
‘그 결과 게이트 폭발이 일어나, 북촌부터 안국역 일대까지 쑥대밭이 되었고. 수많은 목숨이 허무하게 쓸려나갔다.’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와 경복궁까지 파괴되어,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고.
빌런 조직이 뿌리를 내리는 계기가 되었다.
‘북촌 참변’.
보스가 여럿이기에 위험 부담도 크지만, 잘 극복한다면······.
‘빌런들에 대한 단서도 찾아내고, 중력석 파편도 단숨에 여럿 확보할 절호의 기회다.’
[무기 경량화], [방어구 경량화], [비행] 같은 유틸리티 스킬부터······.중력 조작 능력의 패러다임을 바꿔줄 게 틀림없을 [중력 방향 조작].
더 나아가 우주적 재해나 다름없을 [운석 소환]과 [블랙홀 생성]까지.
중력석으로 이룰 수 있는 성장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 약하다. 이대로는 북촌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 파티를 이겨낼 수 없어. 다행인 건, 스킬 트리 덕에 보스를 사냥할 때마다 확정적으로 강해질 수 있다는 거지. 북촌 게이트 오픈 전까지 최대한 성장해야 해.’
그렇다면.
라이센스 발급을 위한 시험용 게이트.
그곳의 보스도 결코 놓쳐선 안 된다.
라이센스 취득 희망자들은 인공적으로 발생시킨 F급 게이트를 그룹 단위로 공략해 자격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성우는 공략 성공은 당연지사고, 보스 처치까지 달성할 작정이었다.
이제 겨우 스킬 노드 2개를 채운 상황.
놈이 떨어뜨릴 중력석 파편 하나하나가 소중했다.
“그런데 그놈을 어떻게 잡는다?”
애초에 어려운 게이트가 아니라, 클리어 자체는 어렵지 않다.
관건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보스 킬’을 빼앗기지 않는 것.
액티브 스킬 [중력 강타]가 있다지만, 그것만으로 단숨에 목숨을 빼앗기는 어렵다.
좀 더 확실하고 파괴적인 수단이 필요했다.
무기라든가······.
방법을 구상하던 이성우의 뇌리에, 그룹스나르를 처치하고 얻어낸 [히드라의 금고]가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좋아, 그럼 뭘 좀 주워 담아야겠군.”
아주 크고 무거운 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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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등급 측정, 규격 외(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