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150
일본 군사고문은 품에서 커다란 종이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일명 만몽오로협약입니다. 다섯개의 철로 건설을 골자로 하는 만주철도주식회사의 대사업으로, 3년에 걸친 공사 기간이 끝나면 만주와 몽골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발전할 겁니다. 특히 연해선과 같은 철로는···.”
일본인이 문서를 읽어내려가는 동안.
회의장에 자리한 지휘관들의 안색이 조금씩 변해갔다.
“···또한 공사에 있어 일본인 감독관이 중국인 인부를 고용할 수 있어야 하며. 건축자재를 옮길 항구의 허가권이 필요하고, 기간 내에 남만주 철로에 관동군의 자유로운 출입을 허가할 것이며···.”
점점 말도 안 되는 조건들이 부가되었다.
사실상 조선과 같은 식민지를 만주에 건설하려는 것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이전에 장쭤린이 일본과 맺었던 조약의 내막을 아는 궈쑹링은 돌아가는 상황의 물밑 작업을 짐작할 수 있었다.
소수의 인원을 대동하고 맺는 것이 밀약인데.
그 점을 악용하여 장쭤린은 조약의 내용을 경시했다.
이번에는 일본 또한 머리를 굴려, 펑톈의 지휘관들을 죄다 동원한 자리에서 아예 공개적으로 못 박아두려는 것이었다.
갑자기 장쭤린이 대뜸 고함을 질렀다.
“야!”
어리둥절한 일본인이 읽기를 멈추었다.
“예?”
“지금 장난하냐?”
“예???”
“씨발, 장난까냐고! 한신에게 당해서 군대를 잃고, 선양까지 빼앗기고 나니, 이 장쭤린이가 우스워 보여서 지금 그런 개씨발 같은 소리를 나불대는 거냐?”
별안간 과격해진 장쭤린의 언사에 통역이 주춤거렸다.
장쭤린은 통역이 되든 말든 거칠게 말했다.
“이래서 쪽바리 새끼들과는 마음을 터놓고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거야! 평소에 이웃이니 뭐니, 입에 발린 소리를 하면 뭐하냐! 집안이 조금 어려워지자, 당장에 달려와 살림을 거덜내려 드는데!”
불시에 일어난 상황에 자리한 장성들도 당황하였다.
궈쑹링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건 몰라도 장쭤린의 호탕한 기운 하나는 알아줘야 했다.
겨우 일본인 군사고문이 입을 열었다.
“관동군은 살림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군자금의 조달을 위해···.”
“닥쳐! 그 여편네 같은 일본말도 듣기 싫다!”
일본인은 생각을 바꾸었는지.
미소를 띠며 다시 말했다.
“그럼 만주가 한신의 손에 떨어져도 괜찮다는 말씀입니까? 무망한치의 네글자를 가슴에 품고 다닌다고, 천하에 소문이 다 났습니다만.”
확실히 일본의 도움이 없다면 펑톈은 끝장난 상황.
그런데 장쭤린은 도리어 이전보다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거 아냐? 나는 한신보다 쪽발이들이 더 싫어! 이전에 나름대로 잘 지낸 것은 네놈들이 이웃으로 머물렀을 때지. 대놓고 만주를 욕심내는 네녀석들의 음모를 이 장쭤린이 받아들일 것 같으냐? 나는 펑톈에서 나고 자랐다! 펑톈은 나의 터전이며, 내 인생이다! 나는 이 빌어먹을 땅을 뒤지게도 사랑한단 말이다! 아빠와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의 묘소가 펑톈에 다 있는데, 내가 이 땅을 팔아먹을 것 같은가!”
사자후를 토하는 장쭤린을 지켜보던 궈쑹링은 이상하게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저건 마치 자신이 하는 말 같지 않은가.
펑톈을 위하는 마음이 누구보다도 강하다고 자부해 왔는데.
장쭤린 또한 자신에 밀리지 않는 것 같다.
일본인 군사고문은 푹 가라앉은 눈으로 장쭤린을 노려보다가.
몸을 홱 돌려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등 뒤로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회의장에서는 궈쑹링만 알아들은 것 같았다.
“쯧쯔쯔···. 머지 않아 전차에 박멸될 바퀴벌레들만 한가득이로군.”
궈쑹링은 단번에 달려나가 일본인의 뒤통수에 단도를 박아넣고 싶었으나.
꾹 참았다.
그 대신 새로운 눈으로 장쭤린을 바라보았다.
구제불능이라 여겼는데.
어쩌면 굳이 장쉐량에게 대권이 이양되길 기다릴 필요 없이, 장쭤린으로도 생각한 혁명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궈쑹링은 장쭤린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제 어쩌실 겁니까?”
“몰라, 씨발.”
출구전략이라면 있다.
“제가 한신과의 평화협상을 주선하겠습니다.”
막전 막후3
펑톈군의 총참모 궈쑹링은 손을 들어 햇빛을 막았다.
창춘 사령부 회의실의 커다란 창으로 정오의 햇살이 비쳐 들고 있었다.
해 오던 대로라면 곧 공화군의 포격이 시작될 시간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더 이상의 전쟁은 참상을 남길 뿐입니다. 우리 동북 지역은 드넓은 땅이 있어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인구는 삼천 만을 훌쩍 넘깁니다. 무엇 때문에 중원인들과 투닥거리며 험한 길을 자처한단 말입니까. 지금이라도 항복하고 펑톈의 살길을 도모하는 것이 현명한 방향입니다.”
궈쑹링이 간곡히 설득하고 있는 상대는 펑톈의 만왕상장군 장쭤린.
만주를 팔아넘기라는 말과 다름없는 일본의 과한 요구에 장쭤린은 협상 탁자를 엎어버렸고.
그런 장쭤린을 보며 궈쑹링은 깊은 감화를 받았다.
“지난 번에 결행했던 관내 진격은 펑톈의 능력을 뛰어넘는 무리수였습니다. 이어지는 독립 선언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원의 내로라 하는 군벌들도 자기 영역에서야 왕처럼 군림하지만, 대외적으로는 공화정부에 복종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동북이 먼저 나서서 연성자치를 주장하며 집중포화를 받아야 합니까.”
“흠···. 어렵구나, 어려워.”
장쭤린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일본 군사고문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 뒤, 급격히 수척하고 피곤한 모습을 보이는 장쭤린이었다.
궈쑹링은 집요하게 달라붙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설득하면 될 것 같다.
헛된 욕심을 버리고 펑톈에 집중한다면, 지금처럼 몰린 상황에서도 살아날 방법은 있다.
동북에서 장쭤린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므로.
제아무리 한신이라 해도, 항복 의사를 밝힌 장쭤린을 함부로 다룰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에는 전화(戰禍)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펑톈의 영향력 있는 자리에 앉힐 수밖에 없다.
거기서부터가 시작이다.
“상장군. 초심으로 돌아가십시오. 신해혁명이 일어나고, 중원에서 온갖 소란이 벌어질 때도 펑톈은 부화뇌동하지 않고 묵묵히 실력을 키워왔습니다. 그 덕에 동북왕이라는 칭호도 얻고 한때나마 천하를 노렸던 것 아닙니까. 마적질을 청산하며, 막 나라의 군관이 되셨을 때 했던 말, 펑톈의 인민을 위한다는 그 말을 상기해 주십시오.”
문득 장쭤린이 고개를 들어 궈쑹링을 바라보았다.
“내가 군관이 되었을 때, 그런 말을 했다 쳐도. 궈 선생이 그걸 어찌 알고 하는 말인가?”
궈쑹링은 아차 했다.
자신이 젊은 시절 혁명에 가담하여 장쭤린 휘하 군부대에 수감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펑톈군 내부에서는 아는 사람이 없다.
무어라 얘기를 지어낼까 고민하는데.
회의실 문이 활짝 열리며.
새된 목소리가 들렸다.
“됐습니다, 주군! 한신의 심장을 찌를 계책이 완성되었습니다!”
호들갑을 떨며 들어온 사람은, 전 참모장 양위팅이었다.
장쭤린이 암울하게 말했다.
“뭔 계책? 전황이 이런데, 일주일 버틸 것을 한 달이라도 견딜 게 만들 특제 아편이라도 제조했나?”
“우페이푸가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즈리군은 펑톈과 함께 할 겁니다. 즈리군이 며칠 내로 움직인단 말입니다.”
지금껏 궈쑹링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장쭤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천둥 호랑이처럼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우하하! 우가 놈이 드디어 결정을 했구나. 암, 그래야지. 장쭤린이 당하고 나면 다음 차례는 자기일 텐데. 돌로 된 머리가 아니고서야, 멍청하게 앉아 기다리고만 있을 리 없지.”
궈쑹링은 들어온 양위팅을 노려보았다.
설득이 거의 되어가던 참인데···, 저놈이 다 망쳐버렸다.
양위팅, 망할 자식···!
“듣기론 관동군과의 동맹이 순조롭지 않았다더군요. 맞습니까?”
“그 영악한 놈들 얘기는 꺼내지도 말아라! 그놈들과 동맹을 맺을 바에야, 차라리 한신에게 무장해제당하고 말겠어.”
“알겠습니다. 즈리군은 관동군의 몇 배나 되는 전력입니다. 우페이푸가 한신의 후방에서 거병해주면,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겠지요. 모든 것이 초기화될 겁니다.”
“양 선생의 노력이 통하였군. 수고했네.”
양위팅은 고개를 숙이며, 의도적인 듯 궈쑹링과 눈을 맞추었다.
입가에 어리는 희미한 미소가, 궈쑹링의 가슴속에 활활 불을 지폈다.
“안 됩니다! 더 이상의 전쟁은 펑톈을 나락으로 밀어넣을 뿐입니다!”
궈쑹링은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
“즈리군이 합류한다 해도, 결국에는 중원에서 즈리파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만 집중할 뿐, 펑톈의 구원군이 되어주지는 않을 겁니다! 이미 펑톈의 세 개 군단이 무너졌고, 헤이룽장의 깊숙한 곳까지 전차의 무한궤도에 짓밟혔습니다. 전쟁을 지속한다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습니다. 상장군, 결단을···!”
“하는 말은 알겠어. 궈 선생. 하지만, 우페이푸가 도움을 주겠다잖아. 놈은 중국의 육군부 장관이야. 중앙군을 얼마나 동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 20만은 되겠지. 공화군을 싹싹 긁어모은 숫자보다 더 많다고.”
“그건 중원의 전쟁일 뿐입니다. 오래전부터 우페이푸는 한신의 세력확장에 위협을 느껴왔던 바. 펑톈이야 어떻게 되든 언젠가는 즈리파와 공화파 간에 전쟁이 벌어졌을 겁니다. 우리의 최선은 중원의 다툼을 방관하며, 동북에 웅크리고 숨어 실력을 키우는 겁니다!”
이만하면 납득이 되도록 잘 설명했다 싶은데.
조금 전 일본인을 상대로 보여준 기백은 어디로 가고, 장쭤린은 이미 궈쑹링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으허허허. 허무하게 끝나버릴 전쟁으로 생각했는데. 더 커다란 것이 오는군. 이만하면 천하 통일전쟁이라 불러도 될 것 같잖아?”
“그 말이 정확합니다. 오랫동안 펑톈파와 즈리파, 공화파가 천하를 삼분하고 있었으니, 이제 그 구도가 깨질 때가 됐습니다. 한신은 땅에 떨어질 겁니다.”
양위팅이 장쭤린에게 맞장구치는 모습을 보며.
궈쑹링은 마음을 다시 고쳐먹었다.
역시 되지 않는다.
장쭤린 체제로는 불가.
커다란 화재가 일어나 모든 걸 태워버리고, 펑톈은 잿더미 위에서 다시 태어날 필요가 있다···.
***
다롄 관동군 사령부의 시라카와는 예상치 못한 소식을 듣고 미심쩍어 하며 다시 물었다.
“정말이냐? 정말, 장쭤린이 꺼지라 했다고? 펑톈의 장교들이 죄다 보는 앞에서?”
“그렇습니다. 저는 끝까지 예의를 지키려 했으나, 망할 지나 놈은 막무가내더군요. 입에 담기에도 험한 막말을 퍼부으며 저를 내쫓다시피 했습니다. 전쟁을 포기한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냐? 한신이 만몽을 지배하게 되는 거냐?”
“아무래도 그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거 고약하게 되었군···. 알았다. 나가 봐.”
펑톈에 파견되었던 군사고문이 나가자.
병풍 뒤에서 소리 없이 한 중년인이 튀어나왔다.
흑룡회의 우치다는 이래저래 논란이 많은 인물.
굳이 같이 있는 모습을 여러 사람에게 노출할 필요는 없었다.
“회장. 우리의 계획이 초장부터 어그러졌소. 장쭤린, 이놈이 이리 강경하게 나올 줄이야.”
우치다는 병풍에서 나온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예의, 목을 앞으로 길게 늘어 빼는 기괴한 자세를 하고 턱을 건들거렸다.
“애초부터 완전하지 않은 계획이었습니다. 동북왕은 천성이 고집불통인 자. 저는 처음부터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지요.”
“그게 무슨 말이오? 예상하다니.”
“이 계획을 수립할 때, 제가 사령관께 어느 편에 설지 물었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기억하오. 나는 한신과 장쭤린 중 장쭤린 편을 말했지.”
“꼭 두 사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건 또 무슨···?”
우치다가 입술을 핥았다.
“장쭤린은 본래부터 다루기 까다로운 자였습니다. 보다 고분고분한 인물을 찾으려면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일본에 친화적인 자를 내세워, 만몽의 질서를 새로이 개편하는 겁니다.”
“하지만 장쭤린의 인기는 무시할 바가 아니오. 그가 살아있는 한, 영향력은 지속될 거요.”
“그렇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것이 정확한 내용입니다. 어디까지나 그가 ‘살아있는 한’ 장쭤린의 영향력은 지속되겠지요.”
시라카와는 우치다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짧은 고민. 빠른 결정.
2차 한장전쟁 개입을 결심한 이후부터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들떠 있었다.
그래서인지 평소라면 쉽게 하기 어려운 결정도 즉석에서 쓱싹 해치우게 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시라카와는 닫혀있는 방문을 힐끗 보곤 말했다.
“좋소. 장쭤린을 제거합시다. 괜찮은 방안이 있소?”
이 일로 인해 어떤 연쇄효과가 일어날지 모르지만.
지금은 일단 마구 내달리고 싶은 시라카와였다.
꽉 막힌 도쿄의 정치가들에게, 이것이 진짜 전쟁이라고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암살에는 두 가지 방안이 있습니다. 폭탄을 던지든가, 저격 총알을 먹이든가.”
우치다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을 받았다.
그에 힘입어 시라카와도 장쭤린 암살계획에 진지하게 몰입하기 시작하였다.
“암살자를 보낸다는 말이군. 아무래도 위험한데. 배후가 일본이라는 사실이 들통이라도 나면, 단순히 만주의 민심 이반(離反)에 그치지 않고, 국제적으로 지탄을 받을 수도 있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들키지 않을 테니까요.”
“어떻게 자신하오? 관동군 병사 중에 몇몇 쓸만한 놈이 있긴 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 잘 해낼지 어떨지···.”
“관동군은 움직일 필요 없습니다. 이번 일은 흑룡회가 합니다.”
시라카와는 절로 귀가 번쩍 뜨였다.
흑룡회가 어떤 단체인가.
첩보와 파괴공작의 귀신들이 모였다는 비밀결사 아닌가.
“그, 그럼 관동군의 역할은···?”
“사건이 터지면, 곧바로 군사를 출병하여 펑톈과 지린을 장악하십시오.”
“그거야 바라는 바요!”
“이후에는 장쭤린 암살의 흉수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십시오. 관동군은 펑톈에서 벌어진 일대 사건을 좌시할 수 없으며, 치안 공백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움직인다는 내용이 포함되면 좋습니다.”
우치다의 말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흉수를 규탄하라니···. 흑룡회를 공격하라는 거요?”
“그게 아닙니다. 지금 장쭤린과 가장 척을 세운 자가 누구입니까?”
“···한신?”
“그렇습니다. 장쭤린 암살의 흉수는 한신이 될 겁니다.”
시라카와는 두 손을 크게 마주쳤다.
짝! 소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