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220
“맞아. 우리 가문은 영국과 프랑스에 걸었지. 그러나 전쟁을 끝낸 것은 미국이었어···. 빌어먹을 JP모건이 모든 파이를 독식했다고···! 만약 삼촌이 사업적 혜안이 있었다면 일찌감치 앞을 내다보고 미국에 로스차일드 은행을 세웠겠지···.”
“그래서 너는 혜안이 있다는 건가?”
“정확해. 나는 중국에 로스차일드의 새로운 제국을 건설할 거야.”
그는 확고한 자신감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우둔한 자들은 인종적 편견에 사로잡혀 더러운 쿨리니 뭐니 하며 중국에 투자하기를 꺼리지만, 나는 달라. 오직 돈만 보고 움직인단 말이야. 중국인들의 똥구멍을 닦아준 돈이면 어때? 스위스의 은행 몇 개를 거쳐 세탁하고 나면, 뉴욕의 세련된 아가씨들도 향기롭다며 빨아댈걸. 돈은 정직하니까.”
나는 빅터 로스차일드를 처음 보았을 때 느낀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인종차별은 이 시대의 뿌리 깊은 편견이었다.
보통의 교육을 받고 자란 일반인라면, 누구나 중국인을 싫어한다.
그런데 이자는 다르다.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감정적인 요인들은 배제한 채, 오직 돈에만 미쳐있다.
왕의 교육을 받은 건가?
놀랍게도 내 마음은 흔들리고 있었다.
로스차일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내가 얼마나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나는 싱숭생숭한 마음을 억누르며 말했다.
“로스차일드의 두 번째 도약을 위해, 중일전쟁을 일으키려는 계획이군. 하지만 네 생각대로 되지는 않을걸. 아시아는 유럽과 완전히 달라. 너는 이방인이야. 아시아의 금융계는 완고하다고.”
“응, 아시아 오일 컴퍼니의 실패로 뼈저리게 느꼈지.”
민감한 주제를 먼저 꺼낸 로스차일드가 씨익 웃었다.
“네가 말하는 문제점은 나도 알아. 사실 나는 두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어. 아무래도 한신, 너를 고르긴 했지만. 다른 선택지도 여전히 존재하니까.”
“두 사람이라니? 그게 누구냐?”
이게 무슨 말이지?
장제스냐? 설마 마오쩌둥이냐?
“히틀러야.”
철렁.
지금까지 이 자식에 대해 좋게 말했던 모든 이야기는 취소.
이 새끼는 로스차일드를 부흥시키는 게 아니라 나락으로 보내버릴 골빈 애새끼다.
지금 유대인 주제에 히틀러를 후원하겠다는 건가?
“아마 누군지는 모를 거야. 독일의 사정에 밝기는 힘드니까.”
“알아, 나치당을 이끄는 놈이잖아.”
“오···, 식견이 넓어.”
“내가 그놈과 동일선상에서 비교당했다니 기분이 역겨운데, 진심이냐? 히틀러는 과격한 극우 수구꼴통이라고. 유대인들을 다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인간인데, 그놈을 지원하겠다고?”
로스차일드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말했잖아. 나는 오직 돈을 보고 움직인다고. 중국인을 지원할 마음도 품는데, 기껏 보수정치단체의 게르만인 정도야 귀엽지. 내가 히틀러를 점찍은 데는 이유가 있어. 아무리 생각해도 유럽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려면, 독일이 움직여줘야 하는데. 대전쟁의 패전으로 독일 시민들은 완전히 겁쟁이가 되어서 빌빌 긴단 말이야. 이런 때일수록 골때리는 인간이 필요한 법이야.”
로스차일드의 분석이야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하지만.
그보다 더 섬뜩한 것은 그렇게 정확한 분석을 해내고도 히틀러를 도와 전쟁을 도모할 마음을 품는다는 데 있었다.
나는 조금 전까지 아른아른 피어오르던 로스차일드 가문과의 평화협정서를 마음속에서 찢어버렸다.
역시 안된다.
이놈은 왕의 자질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인간이길 포기한 사이코패스다.
“하지만 독일의 경기가 좋아지며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니, 히틀러는 그저 골골대더군. 지금 같아서는 대전쟁은커녕, 정권을 잡을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워.”
로스차일드가 나를 정면으로 응시해왔다.
“반면 너는 달라. 너는 벌써 여러 차례 우리 가문을 물 먹였지? 중동에서···, 만주에서···, 지금 뉴욕에서 벌어지는 금융 회의에도 멋대로 개입하려 들잖아. 다 알고 있어. 케인스와 함께 무언갈 꾸미고 있지? 영국의 파운드화가 궤도에 오르지 못하도록?”
파운드화?
설마 이놈이?
“로이드 조지가 이런 말을 하더군. 네가 황제가 될 야심을 키우고 있다고. 아아, 걱정 마. 여기서 하는 얘기는 모두 비밀이니까. 나는 오히려 권장하고 싶은걸. 네가 중국의 황제로 등극하여 미국의 독주를 견제할 축으로 우뚝 서기를 바라고 있어. 그래야 나도 돈을 벌 테니까.”
로이드 조지는 파리 강화회의에서 대면했던 영국의 총리.
나는 그와 악수하며 영중동맹을 맺었었다.
그런데 황제라니.
기나긴 오해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일까.
“잠깐만, 뭔가 착각을 하는데.”
“착각은 무슨 착각. 우리의 약속을 잊었나? 이 버드나무 밑에서는 진실만을 얘기하기로 정했잖아?”
“좋아. 진실을 얘기해주지.”
“기꺼이 듣겠어.”
이번에는 내가 로스차일드를 응시했다.
“나는 네가 꾸미는 일을 알아. 전쟁만큼이나 거대한 부를 쌓을 수 있는 수단은 경제불황이다. 인위적으로 거품을 조장한 투기장을 열어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환희가 극에 달하는 순간 폭삭 터트려 버리는 거야. 그리고는 공포에 질려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우량자산을 100분의 1 가격, 아니 1000분의 1 가격에 죄다 매집해버리는 거지.”
로스차일드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점점 옅어져 갔다.
“내가 뭐 대단한 분석가인 건 아니지만, 그저 일반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아도 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이해가 가지 않는 움직임이 너무 많았어. 그런데 오늘 너와 만나 몇 마디 나누어보니 그동안 가졌던 의심과 불신의 실체가 명료해지는군.”
나는 진심으로 말하고 있었다.
“영국의 금본위제 복귀, 그 이면에 로스차일드가 있지? 본래 로스차일드의 가장 강력한 파워는 금권이었고, 그 금권을 이용하여 세계금융시장을 거머쥐었으니까. 연준의 스트롱 총재는 미국 시장의 폭등을 감수하면서까지 파운드화의 가치를 높이려 안간힘을 쓰던데, 그러한 정책의 여파로 영국 시장과 미국 시장 양쪽에서 이득을 보는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어. 빅터 로스차일드.”
그는 더 이상 웃고 있지 않았다.
자신만만한 태도가 사라진 로스차일드는 한층 나이가 어려 보였다.
“그래서? 그걸 알아차려서 뭐? 너도 껴달라는 건가? 너도 양털 깎기에 끼어들어 한탕 해 먹고 싶어?”
“아니.”
“금융시장 붕괴의 시기를 알려줘? 그거면 되나?”
“아니라고 했다.”
“그럼 원하는 게 뭐냐?”
로스차일드의 몰락.
이지만,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속마음을 숨겼다.
“대공황은 없을 거다. 전쟁도 일어나지 않을 거고.”
“하! 네가?”
“그래. 내가 그렇게 만든다.”
빅터 로스차일드가 벌떡 일어섰다.
그는 시계를 보더니 낮게 중얼거렸다.
“원래 5분을 잡았는데, 25분을 초과했군. 내 인생에서 가장 쓸모없는 30분이었어.”
“나는 뉴욕에 온 이후 가장 가치 있던 30분이었는데.”
“한신. 너는 실수를 한 거다.”
“돈이라면 지금도 많잖아? 만족할 수는 없나?”
“흐. 만족?”
로스차일드는 하늘을 봤다가, 땅을 내려다 봤다가, 다음엔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중국을 공부했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야. 천지인(天地人)이라고 하지?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 그 인간에게 우주를 주재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게 천지인 사상의 논리지. 멋진 사상이야. 나는 동의해.”
“천지인은 그게 아니라 하늘과 땅 사이에서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는···.”
“아니. 내 해석은 달라. 인간에게는 전 우주를 정복할 능력이 있어. 마치 비가 아래로 떨어지듯, 연기가 위로 솟구치듯, 인간은 권력을 추구한다. 이건 누구도 멈출 수 없는 우주의 법칙이야.”
로스차일드는 의미심장한 얼굴이 되어 말했다.
“이 버드나무 밑에서 마지막으로 진실을 하나 알려줄까?”
“말해봐.”
“나는 암흑의 세계에서 군림하는 정복자가 될 거다.”
···.
“얼씨구, 암흑의 다크라고 안 한 게 용하다. 야, 너 혹시 중2냐? 요즘 서양 애들은 발육이 빨라서 나이를 모르겠단 말이야.”
로스차일드는 날 노려보더니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정원 너머로 사라졌다.
나도 몸을 일으켜 일행이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왔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5분이라며!”
아내의 힐책···, 이라기보다는 걱정.
나는 시시우의 손을 잡으며 케인스에게 말했다.
“중국으로 돌아갑시다. 할 일이 많아요.”
암흑의 다크에서 군림하는 세계 정복자.
그놈이 말하니까 진짜로 이루어질 것 같은 건 뭔데.
그런데 전설의 레전드 한신이 출동하면 어떻게 될까?
잠재한 불안
뉴욕이라는 망망대해에서 허우적대기를 멈추고 뭍으로 돌아오자, 미쳐서 돌아가는 소용돌이가 한층 뚜렷하게 보였다.
스트롱이 총재로 있는 뉴욕 은행은 금리인하를 발표했고.
미국의 12개 연방준비은행 중 8곳이 찬성, 4곳이 반대를 했다.
이사회는 밀어붙였다.
연준은 분열했다.
상무장관 허버트 후버는 가만히 손 놓고 있는 대통령을 강력히 비판했지만.
대통령의 심복인 재무장관 멜론은 연준이 독립적인 기관임을 내세워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드버리의 비밀회의가 열린 장소가 어디인가.
재무장관의 별장이었다.
멜론 자신이 이미 연준의 금리인하 결정에 깊이 관여한 정황이 분명한데, 연준의 독립을 내세우며 개입을 거절하는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은 행태를 보였다.
금리인하의 영향은 곧바로 나타났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눈알이 돌아갈 듯한 고공행진이 시작되었다.
한편, 바닥을 기던 영국의 금본위제는 활기를 되찾았다.
미국에서 유럽으로 금이 이동하며, 파운드화의 가치를 지지해 주었던 것이다.
이 모든 현상에서 결과적으로 이득을 보는 세력은 영국의 금융재벌, 로스차일드였다.
미국의 언론들은 눈 가리고 아웅하듯, 주가가 치솟고 있지만 버블은 아니라고 외쳐댔다.
포드사의 신형 A모델이 이전 T형 이상의 히트를 칠 수 있다는 기대감.
중국에서 발견된 대규모 유전에서 수입될 다량의 원유.
이런 요인들을 들며 미국은 앞으로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녔다고 앞다투어 떠벌렸다.
하지만 누가 판대?
기나긴 여행을 마친 뒤, 우리 가족은 모두 녹초가 되어 쓰러졌지만.
한신에게 긴 휴식은 허락되지 않았다.
나는 곧 베이징으로 호출되었다.
중난하이.
배 나온 리위안훙이 언제나 책상에 발을 올리고 앉았던 자리.
연임에 성공하여 같은 자리에 단정히 앉은 대총통 쑹자오런을 보자, 감회가 밀려왔다.
“당선 축하드립니다. 각하.”
“축하가 늦군요. 제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늦게 축하사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야, 저는 감투에 욕심이 없으니까요.”
쑹자오런이 피식 웃고는 냉장고를 열었다.
항상 칭다오 맥주가 그득했던 칸에 생수가 들어있었다.
“뭐라도 마실래요?”
“그러기에는 딱히 마땅한 게 없어 보이는군요.”
“차를 타 줄 수 있습니다.”
“아니오. 괜찮습니다.”
쑹자오런은 혼자서 생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총통이면 총통답게 좀 사치도 부리고 하지···.
“전에 장군이 해준 말이 있지요. 연성은행을 신뢰하고 연성은행이 하고자 하는 일을 지원해주라고.”
“예.”
“그런데 그 연은에서 말이 갈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예?”
“이 총통의 자리에 있으면 온갖 정보가 쏟아져 들어와요. 믿을 만한 것도 있지만, 못 믿을 것도 많지요. 예컨대 한신이 황제를 꿈꾼다는 괴소문은···.”
아니, 영국의 로이드 조지는 은퇴한 거 아닌가.
누가 자꾸 이상한 소문을 퍼트리는 거야.
나는 재빨리 말했다.
“헛소리일 뿐이지요.”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 장군이 워싱턴과 뉴욕을 오가며 미국의 금융가들을 만났다는 정보는 사실인 것 같던데요. 맞습니까?”
“맞습니다.”
“한양은행을 제외한 각지의 연성은행들에서 항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한 장군이 중국의 이익을 미국에 내다 팔고 있다고요.”
이건 또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또다시 절실하게 느낀다.
아! 독재 마렵다!
연성은행이 세워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내부에서 균열이 일어나려는 건가.
“제가 무슨 이익을 팔았답니까?”
“아시아 화유공사를 미국에 팔 거라던데요? 상장까지 했다면서요? 전략자원인 석유를 경쟁국으로 유출한다고 원성이 자자합니다.”
“각하의 생각은요?”
“나요? 나야, 뭐···.”
쑹자오런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내가 장군을 초청한 것은 연은을 비롯한 정치권의 압박 때문이지, 우리가 어디 하루 이틀 본 사이입니까? 나는 장군이 어떤 선택을 하든 지지할 뿐입니다. 공화주의의 원칙 아래 우리는 하나잖습니까.”
그것이 공화주의니까.
끄덕.
“제가 뉴욕에서 무엇을 보고 경험했는지 궁금하십니까?”
“솔직히 그렇습니다.”
“알려드리지요.”
나는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다만 아무래도 암흑의 정복자와의 비밀은 지켜야 하니까, 로스차일드와의 만남은 뺐다.
가까운 장래에 역사상 한 번도 없던 거대한 경제 대공황이 닥칠지 모른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쑹자오런은 정신이 아득해 보였다.
“나는 경제 대총통인데···. 경제 대총통이어야 하는데···. 솔직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대처방안이 있습니까?”
“케인스라는 영국인이 있습니다. 그에게 맡겨볼 생각입니다.”
“영국인에게? 중국에 해가 되지는 않겠습니까?”
“케인스는···. 그런 종류의 인간이 아닙니다. 자신이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라면, 영혼도 팔 사람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