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320
홍군이 중일전쟁에 참전한 데에는 마땅히 중국인으로서의 의무감도 있었지만, 중화소비에트 공화국을 인정받기 위함이 컸다.
중화합중국은 연성주의에 의한 거대연방체.
푸젠성을 하나의 연방으로 인정하고 자치국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물론 마오쩌둥의 원대한 목표는 전 중국의 사회주의화지만.
먼저 푸젠성에 사회주의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다면, 단기목표 달성으로는 차고 넘치는 것이었다.
마오쩌둥은 욕을 내뱉었다.
“망할 놈들. 베이징의 돼지들이 약속을 지킬 거라고 믿은 내가 미련하였다. 통일전선에 참여하는 게 아니었어. 공산당은 공산당만의 독자노선을 고집했어야 했단 말이야.”
어지러운 군벌 혼란기.
했던 말을 손바닥 뒤집듯이 어기는 일이 다반사인 시대다.
중일전쟁이 강화협정으로 막을 내리자, 중화소비에트 공화국에 주어진 보상은 자치를 허락하는 인장이 아닌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포탄이었다.
“이게 다 장제스 때문이야. 만약 한신 장군이 베이징에 계셨더라면, 중일전쟁이 끝나자마자 이렇게 함께 싸운 전우를 내치는 짓은 하지 않았을 거다!”
베이징대학에서 심부름꾼으로 일하던 자신을 발굴해준 한신!
그 은혜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저우언라이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내 생각은 달라. 한신이라 해서 초공을 단행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어.”
“뭐? 그건 뭘 모르고 하는 말이다. 한신 장군은 언제나 인민을 위한단 말이다.”
“그런 자가 외국인을 이용하여 전국의 은행을 장악하고 화폐를 마음대로 주물러? 그 자의 금고로 얼마가 흘러 들어갔을지 누가 알겠어. 그자야말로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어.”
저우언라이의 시각은 꽤 예리했다.
리리싼의 처분에 대한 의견 차이에서처럼.
한신을 대한 평도 저우언라이가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오쩌둥은 쉽사리 한신을 향한 흠모의 마음을 지우기 어려웠다.
천안문 앞에서 군중들이 한신을 연호하던 광경을 떠올리면 항상 심장이 쿵쿵 뛰었다.
마오쩌둥이 되고 싶은 이상적인 지도자 상은 바로 한신이었다.
“한신이 어떻게 행동할른지는 모르지. 지금이야 완전히 포위되어 살아날 구석이 보이지 않으니. 제아무리 국사무쌍이라고 해도 이런 포석에서는 힘들 거야. 단지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 나갈 뿐. 공화군과 국민군의 전투가 한창인 이때가 장시성을 통과할 최적의 기회다.”
대서천.
대장정.
중앙인민위원회에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휘리릭 결정되었다.
그런 결정의 과정에는 마오쩌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였다.
지켜낼 도리가 없는 푸저우를 버리는 것은 확정이었다.
단지, 달아난다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
우왕좌왕하는 중앙위원들 앞에서 마오쩌둥은 지도 위에 한 점을 찍었다.
신장성으로 간다는 얘기를 들은 위원들은 안색이 파리해졌으나.
마오쩌둥은 황소와 같은 뚝심으로 밀고 나갔다.
그 발상은 국공합작 시절에 읽은 하나의 계획서에서 나왔다.
「서북 군사 계획」
쑨원이 직접 고안한 것으로, 신장성이 가지는 군사적 중요도와 지리적 이점을 명시하며 발전 가능성을 높이 사는 보고서였다.
무엇보다 마오쩌둥의 마음을 잡아끈 것은 신장이 소련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사실.
비록 중소불가침조약의 성립으로 소련이 중국공산당에 대한 지원을 끊었지만, 몰래 떡고물 좀 받아먹겠다고 들이밀면 소련이 마다할 리 없다.
완전 궁지에 몰려 회생 불가능 지경에까지 이른 지금.
재기를 위한 유일한 희망은 오로지 스탈린의 환심을 사는 일 뿐이다.
“그만 가자, 저우. 후미에서도 뒤처지겠어.”
몸을 일으킨 마오쩌둥.
그러나 저우언라이는 여전히 미동이 없었다.
“뭐해? 가자니까?”
나무라던 마오쩌둥의 눈에 문득 저우언라이의 발이 들어왔다.
짚신을 신고는 있는데 밑이 완전히 헤져 있다.
발바닥이 온통 피투성이였다.
그 발을 하고 여기까지 걸어왔다는 사실은 경악이었다.
“저우! 네 발이!”
“별거 아냐.”
“그래서 앉아있었던 거구나. 게으름 피우는 게 아니라···.”
“아내가 새 신발을 구하겠다고 갔어. 말을 안 한 것은 걱정시키기 싫어서야.”
“못난 놈아. 우리는 친구잖느냐.”
다짜고짜 마오쩌둥이 저우언라이를 들쳐업었다.
“어어? 형, 내려놔! 이러면 힘들 거잖아!”
“조용히 해라. 하나도 힘들지 않아. 왜 이리 가볍냐? 대체 뭘 먹기는 하는 거냐?”
이리 말랐다니, 허수아비를 업은 것 같다.
저우는 외모가 헌앙하여 대도시에서 영화배우를 해도 되었을 인물인데···.
“가자, 저우야. 이대로 쭉 신장까지 함께 가는 거다.”
“응···.”
마오쩌둥은 다시 힘찬 걸음을 내디뎠다.
***
대장정은 쉽지 않았다.
푸젠성을 빠져나오는 데만 수 일이 걸렸다.
그나마 마오쩌둥이 속한 부대가 선두였기에 망정이지 나머지 부대들은 아직 푸젠의 삼림지대에서 헤매고 있을 것이다.
홍군의 8만 8천 총군세.
철도나 자동차를 일절 이용할 수 없기에 오직 도보로만 이동해야 했다.
낮이고 밤이고 공중을 배회하며 퍼붓는 비행기의 폭격은 견뎌내기 어려웠다.
문제는 장시성에 접어들었을 때부터였다.
반한전쟁이 한창이었으므로.
대책 없이 이동하다 국민당의 대부대와 마주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도무지 맞설 재간이 없었다.
그런 연유로 전체 부대가 숨죽이고 야영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홍군의 1군단장 린뱌오는 후난성의 국민군 진지를 직접 공격하여 방어선을 뚫고 지나가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반면 총사령관 주더는 지금은 전쟁을 벌일 여력이 없으니, 병력을 온전히 보존하여 탈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타일렀다.
마오쩌둥은 기다리자고 하였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한신을 믿고 있을 따름이었다.
과연 며칠 후.
대륙 전역이 조금씩 들끓기 시작했다.
중국 최대의 담수호로 불리는 둥팅호(洞庭湖)에서 벌어진 국민군과 공화군의 격전.
후난성의 성도인 창사 코앞에서 벌어진 전투는 양군의 총사령관이 직접 지휘한다고 알려졌다.
그 말은 국민군에는 탕성즈가, 공화군에는 한신이 나섰음을 의미했다.
흔치 않은 대규모 교전에서 어느 쪽이 이득을 보았는지는 의견이 분분했다.
전투가 끝남과 동시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승전을 주장하였기 때문이다.
통신 기술이 발달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낱낱이 알 수는 없었기에 결과는 오리무중.
그러나 둥팅호 전투가 벌어진 며칠 뒤.
한양일보의 한 종군기자가 쓴 보고 기사는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 탕성즈의 실책···. 호수라는 천연요새를 믿고 안심하다 해군의 포격을 받고 혼비백산.
그때까지 내전 개입 의사가 없던 해군의 참전.
기자는 가까이서 직접 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을 정보를 생생히 풀어냈다.
「국민군은 오로지 우한을 공격할 생각에만 몰두하여 방어는 도외시한 채 도로닦기에 여념이 없었다. 공화군은 그 빈틈을 노렸다. 갑자기 군함이 나타났다. 불바다가 된 진지에서 우왕좌왕하며 국민군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 최소 사단장 1명이 전사한 것은 확실하며, 포로가 된 사단장들이 여럿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커다란 패배이자, 대승이었다.」
기사를 읽던 홍군 장군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역시 한신이야! 탕성즈 같은 근본도 없는 놈이 개겨봤자, 국사무쌍에게는 안되지.”
“우한에 처박혀 있을 줄만 알았는데 역공을 가한 것은 뜻밖이로군. 확실히 한신의 병법에는 늘 사람 마음의 허를 찌르는 데가 있단 말이야.”
“탕성즈가 대패하였다면 후난성의 방어선도 약해졌으려나?”
마오쩌둥은 팔짱을 끼고 묵묵히 앉아 있다가 린뱌오를 불렀다.
콜록거리며 나타난 린뱌오는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따듯한 침대 생활에 고기반찬을 먹여도 꼴이 별로였는데, 야전에서 뒹군 지 벌써 수 주가 되어가니 그 몰골로 살아있는 게 용할 정도였다.
“이번이 기회라고 보나?”
“당연히 기횝니다. 탕성즈라는 인물은 옹졸하여 남이 자기를 욕하는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한양일보 기사를 통해 전국적으로 체면이 잔뜩 구겨졌으니, 조만간 설욕을 위해 공화군을 공격할 겁니다. 자연스레 병력이 집중되겠지요. 방어선에 반드시 허점이 생깁니다.”
허약한 모습과 달리 군사 이야기만 나오면 막힘이 없다.
“그렇다면, 린뱌오. 네게 공세를 맡기겠다. 반드시 서천을 향한 활로를 뚫어야 한다. 10만 공산당원의 생명이 네 손에 달렸다.”
“그 말을 기다렸습니다. 반드시 해 내어 보이겠습니다.”
시련이 인간을 강하게 만든다는 말은 맞다.
동시에 시련은 단체 또한 강하게 만든다.
원래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린뱌오.
그러나 탈출 과정에서 보여준 린뱌오의 군사적 기지는 놀라웠다.
그가 아니었다면 국민군의 방해를 뚫고 푸젠성을 무사히 빠져나올 수나 있었을까?
조금은···.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장 작전계획을 짜겠다며 참모진을 불러 모으는 린뱌오를 보며 마오쩌둥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중원대전
옌시산은 안경을 벗어 가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방금 막 한신에게 보내는 서신을 완성한 참이었다.
「우리가 신해년에 함께 일어나 혁명을 위하여 분투해온 지도 오래되었다. 청운의 뜻을 품었던 두 청년이 어느덧 중년의 나이다. 나도 당신도, 그간 해왔던 일들이 모두 다 정의로웠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라를 위하여 다른 사람에게 길을 양보하는 것은 중국의 오래된 고귀한 정신이다. 책임을 지고 재야로 돌아가는 것이 마땅히 어른으로서의 자세라고 본다. 우리가 지금 하는 전쟁은 중국에 해로우면 해로웠지, 결코 이롭지 않다.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젊은이들의 귀중한 목숨이 전쟁터에서 초개과 같이 버려지고 있다.
그러므로 한신, 나와 함께 물러나는 것이 어떤가? 나, 옌시산은 모든 직위를 반납하고 초야로 돌아갈 용의가 얼마든지 있다. 조건은 당신이 나와 같이 하야하는 것이다. 당신이 정말 국사무쌍의 선비라면 올바른 선택을 하리라 믿는다. 답변을 기다리겠다.」
개인 우편으로 보내는 편지는 아니다.
주요 대도시의 모든 신문에 동시에 실릴 것이다.
목적은 당연히 한신의 화를 살살 긁으며 시간을 끌기 위함.
후방을 어지럽혀 주겠거니 기대했던 쑨촨팡이 허무하게 무릎을 꿇은 것은 충격이었다.
편지를 봉한 옌시산은 묵묵히 지도를 내려다보았다.
“참으로 오래 참았다···. 드디어 어느 때보다 가까이 왔어···.”
중원을 손에 넣기 위한 거북의 여정.
남들이 달리고 헤엄치고 날아가는 동안, 옌시산은 한없이 느리게 기어왔다.
몇 번은 그러한 방식이 맞는지 의심도 했다.
얼마 전까지 제대로 된 사단 하나 없이 빌빌대던 군벌이 줄을 잘 타 단번에 성장급으로 발돋움하는가 하면.
민생은 도외시한 채 사치와 향락에 찌들어 저래서는 금방 망하겠다 싶던 군벌이, 외세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예전보다 돈을 더 펑펑 쓰는 모습을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벼락출세했던 군벌은 똑같이 벼락출세한 다른 군벌에게 목이 잘려 내걸렸고.
외세에 영합했던 군벌은 고급요정에서 만찬을 즐기다 암살당하였다.
그러는 동안 옌시산은 자신이 통치하는 산시성을 하나의 왕국으로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학교와 공장을 짓고, 아편을 근절하며 화폐를 개혁하였다.
그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 불과 몇 년 전.
전국에서 가장 가난했던 산시성이 점차 융성해지며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그때가 옌시산이 자신감을 얻게 된 시점이었다.
마치 고향으로 회귀하는 연어처럼 중국인이라면 외면할 수 없는 그 이름.
중원(中原)으로 눈길이 갔던 것이다.
통상 중원이라 하면 황하강 중하류 일대의 화베이평원을 가리킨다.
중국 대륙의 중앙부에 위치하여 교통의 요충지였으며, 예로부터 비옥한 땅이었다.
고대로부터 중원을 차지하는 자가 곧 천하의 주인이 된다는 속설이 전해오고 있었다.
거북이 걸음의 옌시산.
결국 오늘에 이르러서는 반한연합군 총사령관이 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여전히 거북은 기어간다.
아직 목적지가 아니다.
지도에는 우한을 사방에서 포위해 들어가는 반한연합군의 공격로가 상세히 표시되어 있다.
총 다섯 개 방면이다.
각 방면군마다 총사령관이 있으며 적게는 20개에서 많게는 50개가 넘는 사단을 보유하고 있다.
옌시산이 그 다섯 개 방면군을 총괄하는 총사령관이지만, 주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그 중원을 지나치는 산둥성과 안후이성의 공격로였다.
현재는 허잉친이 그 방면군의 총사령관을 맡고 있었다.
허잉친을 자신의 사람으로 꼬시는 과정은 진득하고 어려웠다.
그는 줏대와 강단이 있는 사람으로 알려져 쉽사리 꾐에 넘어올 것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옌시산의 부하들은 허잉친이 장제스와 친분이 두터운 점을 들어 그를 끌어들이는 것에 강하게 반대하였다.
그러나 옌시산은 허잉친이라는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다.
정말로 장제스와 친분이 그리 두텁다면, 허잉친은 어째서 아직 공화군에 붙어있는 것인가?
어째서 국민혁명이라는 대의를 위하여 옛 친구에게 합류하지 않는가?
답은 오로지 권력욕이다.
장제스의 국민정부에는 이미 대군벌이 셋이나 끼어들어 삼두정치를 펴고 있으니, 거기에 허잉친이 합류한다 해도 특별히 지위를 얻을 것 같지는 않다.
공화군에 남아있는 것이 더 이익이 되니까.
그러니 남들의 의아해 하는 눈길을 받으면서도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심리를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옌시산 자신도 그러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바가 허잉친이 생각하는 바였던 것이다.
한신의 찬란한 명성을 방패 삼아 공화군 내부에서 힘을 키운다.
충분히 역량을 기를 때까지 참고 또 참는다.
때가 되었을 때 비로소 천하를 노린다···.
옌시산은 허잉친을 끌어들이기 위해 아시아 화유공사를 약속하였다.
쿵샹시가 대표로 있는 화유공사는 열하유전을 통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여 막대한 이윤을 거둬들이고 있었으니, 바로 그 기업을 소유할 수 있다면 평생을 써도 다 못 쓸 거액을 얻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허잉친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