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71
“병기창이라고?”
“예. 자유민주주의는 아직 세계에 공고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이 공공연하게 전쟁 위협을 가하고 있으니, 미국은 자유를 위하여 싸우는 군대에 무기와 물자를 원조하는 역할을 하면 됩니다.”
“누가 그 군대 역할을 한단 말인가.”
“물론 중국군입니다.”
“중국군이 국제연맹군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는다 쳐도. 어느 서구의 국가가 이끌어주기는 해야 할 것 아닌가. 기분 나쁘게 듣지 말게. 내가 알기로는 중국군의 실전 능력은···. 으음.”
이것이 현재 중국군에 대한 세계의 인식이다.
나는 간단히 답했다.
“중국군은 독자적인 작전 수행이 가능합니다. 정 미덥지 않으시면, 국제연맹군에 미군이 합류하셔도 됩니다.”
“흠···, 아니. 그런 말은 아닐세.”
나는 준비한 서류를 꺼냈다.
윌슨에게 보여주었던 독일 재건계획서였다.
“이 보고서를 봐주십시오. 독일은 패전하였지만, 뛰어난 기술력에서 나오는 잠재력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유럽은 어느 국가도 독일에 투자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수치가 맞는 건가? 미국의 제조업 시장이 2배로 성장하고, 실업률이 십분의 일로 줄어들 거라고?”
“유럽의 한복판에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를 세우는 것은 덤입니다.”
“보고서를 보니 중국 또한 투자를 많이 하는군.”
“어찌 가만히 있겠습니까? 이런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물건 사기를 망설이다가도, 옆에서 누군가 집어 들면 괜히 조급해지기 마련.
나는 상원의원들이 눈치를 주고받는 광경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잠시, 우리끼리 회의할 시간을 가져도 되겠나?”
“그러시지요.”
로지의 요청에 따라 시시우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접실은 정원과 바로 이어져 있었다.
할 일 없이 우리는 색색깔의 정원을 함께 거닐었다.
“꽃 예쁘네.”
“너가 더.”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때우다 보니.
잠시 후.
로지 의원이 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등 뒤로 보이는 응접실은 텅 비어있었다.
“다른 분들은?”
“집에 보냈네.”
“이야기는 어떻게 됐습니까?”
로지는 얼른 말하지 않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노란색 포장지. 럭키스트라이크 담배였다.
“한 대 피우겠나?”
“감사히 받겠습니다.”
“둘만 얘기하고 싶은데 가능하겠소, 부인?”
시시우가 공손히 고개를 숙이곤 사라졌다.
로지는 대뜸 내게 어깨동무를 해왔다.
“그거 아나? 자네는 짧은 시간에 미국에서 가장 큰 명성을 얻은 중국인이 되었어.”
“기자분들의 노고 덕이지요.”
“그 백악관 앞에서 있었던 연설은···. 뭐랄까, 신선한 충격이었네. 세계평화라니, 그저 외교적 수사라고만 생각했지, 진정으로 그런 세계가 실현될 수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않았을 거야.”
“윌슨을 제외하고는요.”
로지가 씨익 웃었다.
“국가와 인종, 나이 차이를 떠나서. 자네는 윌슨과 친구지? 그렇지?”
“예.”
“솔직히 말하지. 자네가 탐이 나. 어떤가? 공화당 정부와 손을 맞잡고 잘해보는 것이?”
어?
갑자기 뭔 소리래.
“중국에서 자네가 속했던 정당 또한 공화당이었다지? 이거야말로 운명 아닌가. 중국의 운명 말이야. 올해 1920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네. 미국과 중국에서 둘 다 공화당이 집권한다면 짝짜꿍이 잘 맞을 것 같지 않은가?”
뜬금없는 연합제안.
저기, 저는 국제연맹의 승인을 받으려 온 건데요.
내 마음을 알아차린 것처럼 로지가 말했다.
“물론 안쪽의 이야기는 잘 되었어. 여전히 몇 명은 결사적으로 타협은 안 된다고 외치고는 있지만, 저들 중 몇 명만 돌아서도 의미하는 바는 클 거야. 상원의 2/3 인원을 맞추는 것은···, 아마 될 거 같아.”
“그럼 제 의견을 수용하시는 겁니까?”
“당연하지! 기회가 왔을 때 움켜쥐는 것이 남자 아니겠는가. 자네의 방안에 따라 미국과 중국은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네. 다만···.”
됐다.
그런데 끝말이 미심쩍다. 다만···?
“다만, 협력을 위해서는 자네의 약속을 받아야겠네. 다가올 대선에서 공화당을 지지해주게.”
“저는 중국의 외교 특사입니다. 어찌 특정 정당을 지지하겠습니까? 아니, 무엇보다 저따위가 지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의미가 있네. 의미가 크지. 자네는 모르는가? 타임지에 기사가 나간 후 젊은 사람들은 이미, 새 시대를 이끌 평화 십자군의 리더는 제너럴 한이라고 떠들어대고 있어. 그리고 오늘 자네의 그릇을 보니, 틀린 말이 아닌 것 같군.”
광란의 20년대는 미쳐버린 경제 대호황기.
민주당이 집권하든, 공화당이 집권하든 별 차이가 없을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윌슨을 배신할 수야 없지.
“절 좋게 봐주신 건 감사합니다만, 함부로 지지를 약속드릴 수는 없습니다.”
로지는 인상을 찌푸리곤 꽁초를 비벼 껐다.
잘못 말했나?
까짓거 지지선언 해버릴 걸 그랬나?
하지만 로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예상과 달랐다.
“역시. 내가 사람을 제대로 보았군. 눈앞의 이득을 위해 친구를 가볍게 배신해 버릴 줄 알았으면 오히려 실망했을 거야. 지금 자네 표정이 마음에 드는군. 타임지 표지 같아. 꿋꿋한 눈빛. 조금의 내적 갈등도 없이 친구를 위하는 올곧은 태도···.”
갈등하긴 했는데.
“좋아. 제너럴 한. 나도 남자일세. 그럼 이렇게 하지. 대선에서 공화당이 정정당당히 승리한다면, 그때에는 중국의 사령관으로서 미국 공화정부를 지지해주게.”
그의 제안은 마음에 쏙 드는 깔끔한 것이었다.
“그러겠습니다.”
1920년 3월 19일.
미국 상원 의회에서 베르사유 조약 비준을 놓고 투표가 실시되었다.
찬성: 68명.
반대: 19명.
기권: 11명.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조약은 가결되었다.
윌슨은 굳이 자신이 서명하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그가 마비 후유증으로 손을 부들부들 떨며 사인하는 사진이 언론에 실렸다.
예전처럼 윌슨을 조롱하는 신문이 대다수였으나.
몇몇은 앞으로 국제연맹에서 펼쳐질 미국의 역할에 대해 기대감을 표하기도 하였다.
미국에서의 부수적 업무를 마무리 짓고 나는 출국했다.
본업을 할 시간.
목적지는 런던이었다.
***
리버풀 항구에 내리자.
중국 외교단은 대기하고 있던 영국 직원들의 환대를 받았다.
선글라스를 끼고 정장을 칼각으로 맞춰 입은 요원들.
절제된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혹시 007이세요?”
물어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철통호위를 받으며 리버풀에서 런던까지 기차를 탔다.
무슨 속셈일까? 의심스러워 할 새도 없이 도착한 런던에서는 한창 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미국의 가입으로 탄력을 받은 국제연맹이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하였다.
26개국에 달하는 유수의 강대국들이 모여 창립한 국제연맹.
일명 LN(League of Nations)이다.
연맹의 창립 목적은 향후 벌어질지 모르는 새로운 전쟁을 막는 것.
물론 지금은 그저 독일 죽이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독일 놈들이 영영 해군을 가질 수 없게 해야 하오!”
“그건 너무하니 대양해군의 소멸 정도로 합의합시다. 연안 순찰은 해야 할 것 아니오.”
“상선이 없는데, 무슨 순찰?”
독일을 9조각으로 분할하는 방안도 빼놓을 수 없는 주제.
“바이마르 지역에 공업시설이 너무 많이 들어갔소. 이 공업지대를 갈라 옆 지역에 줍시다.”
“동부 프로이센은 이민자들이 많아 민족 구성이 이질적이라던데, 한데 합치는 것이 어떠오?”
일부러 갈등을 획책하고 잠재력을 말살하는 뱡향으로 이끈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사태에 초연했다.
어떻게 하면 독일을 더욱 완벽하게 끝장낼 수 있을까를 두고 토론하는 국제연맹의 위원들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독일은 살아난다.
케인스의 말마따나 인간은 가만히 죽지는 않는 법이니까.
고통은 그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다···.
대신 내가 고대하는 회의는 따로 있었다.
첫 번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번에는 런던에서.
죽음의 무기상, 바질 자하로프와의 두 번째 만남.
이번에는 군함을 거래할 작정이었다.
이전에 좋지 않은 기억이 있었기에.
동생과 아내는 호텔에서 쉬게 하고.
찾아간 장소는 고급 술집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클럽에 못지않게 인터레어가 화려한 곳이었다.
보나 마나 이곳도 자하로프의 소유일 터.
안내된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혼자서 런던 드라이 진을 홀짝이고 있는데.
문이 열렸다.
나타난 사람은 자하로프가 아니었다.
영국의 총리, 데이비드 로이드조지였다.
“다시 보는군요. 한신 씨. 비밀 정보국의 경호서비스는 잘 받으셨습니까? 마크 파이브 전차 선물은 괜찮았는지요?”
뭐야, 진짜 007이었어?
그것보다, 나한테 국가 정상들이 꼬이는 뭐가 있나?
영중동맹
“총리님이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명성이 자자한 한신 사령관이 런던에 왔는데, 만나지 않고 보낼 수야 없지 않습니까. 하하.”
대영제국의 총리, 로이드조지가 눈썹을 찡긋거리며 웃었다.
딱히 교분이 있는 사이는 아니었는데. 친한 척, 뭐지?
속마음과는 다르게 나는 방긋거리는 웃음으로 화답했다.
“직접 찾아뵙지는 못하더라도, 환대에 감사를 전하고 싶었는데. 어려운 걸음을 하셔서 이리 기회가 생기다니, 제가 복이 있나 봅니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혔다.
로이드조지는 손을 흔들며 만류했다.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총리가 되면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으니까요. 오히려 기대했던 사람이 아니라 실망했을지 모르겠군요.”
“자하로프 씨는 어떻게 된 겁니까?”
“밖에 있습니다. 우리끼리 몇 가지 은밀한 문제를 처리할 때까지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
처리할 게 뭐가 있지.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로이드조지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보다,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군요. 비밀정보국 서비스와 전차 선물은 어땠습니까?”
그야 잘 받았지만서도.
로이드조지는 잔꾀가 많은 자이니, 의도를 알지 못하는 환대는 꺼림칙하다.
“보내주신 최신형 마크 전차는 국제연맹군 소속으로 배치를 마쳤습니다. 또한 경호 요원들은 어디를 가든 경비를 삼엄히 해주니, 런던에 머무는 내내 편했습니다. 다만, 모름지기 선물을 주셨으면 되갚는 것이 도리인데, 방도를 모르겠군요. 필요한 것이 있으십니까?”
“있지요.”
“뭐가 필요하십니까?”
로이드조지는 얼른 말하지 않고 의뭉스럽게 웃다가, 다른 화제를 꺼냈다.
“내가 한신 사령관의 존재를 처음 인지했던 때가 언제인지 압니까?”
“글쎄요. 중동전쟁에서였을까요.”
“오, 바로 맞추셨습니다. 갈리폴리의···, 크흠, 실패 이후. 실의에 빠져있던 대영제국 국민들에게 사령관의 활약은 기적과도 같은 낭보였습니다. 중동의 또 다른 영웅, 타운센드 중장과 함께 말이지요.”
타운센드,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다.
나는 메소포타미아 전역에 투입되자마자 작은 도시에 고립되어 있는 타운센드와 13,000명의 병사를 구출하기 위한 작전을 펼쳤었다.
훗날 언론에 의해 ‘타운센드 구하기’로 명명된 작전은 보기 좋게 성공하였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함께 쌓은 우정 또한 많은 영국인의 심금을 울렸지요. 오직 전보만으로 소통했음에도,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작전은 맞아 떨어졌고. 마침내 고립된 영국군을 구출하고 타운센드 중장과 대면하여, 두 사람이 포옹했을 그 순간! 그때 기자가 동행하지 않아 사진을 남기지 못한 점이 두고두고 아쉽습니다.”
타운센드에 관한 기억을 더듬으면 언론플레이의 대가였다는 것밖에 생각이 안 난다.
그가 영국 신문에 뭐라 떠들든 그대로 내버려 두었는데.
냄새나는 차이나맨들을 타박하던 타운센드와의 불쾌한 첫 만남이 이리 미화되어 있을 줄이야.
“이후에도 사령관의 행보는 멈추지 않았지요. 예루살렘에서는 어떻습니까? 타운센드 중장이 적을 유인하는 사이, 사령관은 놀라운 기동전으로 예루살렘의 배후를 쳤습니다. 당시 영국군과 중국군의 연계는 다국적 군대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연계가 가능하였는지, 지금도 당시의 전투를 연구하는 군사학자가 많지요.”
그때 타운센드는 예루살렘 입성의 공을 탐내, 단독으로 몰래 출병했다가 고립되어 버렸었고.
오스만군이 ‘타운센드 구하기’ 시즌 투가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신경을 쓰는 사이.
나는 그를 구출하는 대신 예루살렘의 뒤로 돌아가 본대를 쳤다.
딱히 합을 맞춘 연계는 아니었지만.
결과는 좋았으니, 성공적이었다고 평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