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24)
〈 125화 〉 레 오나의 일요일 # 2
* * *
“대체 뭘 하는 거죠?”
“눈 가리고 있지.”
나는 현재 눈을 가리고 있는 중이다.
“왜 가리냐구요.”
불만스럽다는 듯이 말하는 레오나.
“이게 딱, 어? 눈 가린 거 풀면 앞에 아수라짬뽕집이.”
“아니니까 좀 안심하세요! 제가 무슨 짬뽕집 딸내미인 줄 아시나요!”
“그럼 푼다?”
“빨리 풀어! 무슨 죄수 호송하는 것 같잖아!”
“좋아!”
아주 조심스럽게. 극한의 경계 태세를 취하면서 눈을 가리고 있던 손바닥을 치웠다.
그러자 보인 것은.
“짬뽕집…!”
“이 아니라 회전 초밥집이네요.”
“뭐라고!”
짬뽕집이 아니었다!
“오오!”
무려 회전 초밥집이야!
“세상에! 이럴 수가! 회전 초밥집이라니!”
그것도 건물이 상당히 크고 인테리어도 일본식으로 되어 있는 본격적인 초밥집이었다!
“나 지금 놀라서 자빠질 것 같애! 레오나! 우리 여기 진짜 들어가는 거냐!”
심지어 가게 이름도 무슨 [탈주 다이묘 스시]라고 한다…!
이게 뭐냐?
“그럼 건물 구경만 하고 돌아가겠나요? 자, 여기 맛있으니까 어서 들어가죠.”
“어어.”
너무나도 고급스러운 건물에 압도되고 있으니 레오나가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렇게 나는 레오나의 손에 이끌려 이 놀라운 회전 초밥집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세상에 진짜.
내가 이런 곳에 다 들어와 보다니. 딱 봐도 알 수 있다. 백화점 지하에 있는 접시당 1,500원짜리 회전 초밥집이랑은 격이 다르다는 것을. 그거랑은 완전히 클라스가 다른 진짜 초밥집이란 말이다.
“이랏샤이마세!”
들어가니 비인간적인 모자를 쓴 초밥 셰프들이 일본어로 인사하면서 다가왔다.
뿐만이 아니다. 레일에 놓인 초밥들이 존나 회전하고 있었고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접시를 쌓아 올리는 중이다. 초밥은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였는데, 근데 가격이 뭐?
한 접시에 만이천 원짜리도 있네?
“손님. 대기 번호가 어떻게 되시죠?”
“57번이에요.”
“네. 여기 앉아서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자, 김근철이. 잠깐 앉아서 기다리자구요.”
“어, 그래.”
레오나랑 같이 대기석에 앉았다.
“뭐야. 예약은 언제 했어?”
“아까 고아원에서 나올 때요. 이런 곳은 미리미리 예약해두지 않으면 몇십 분은 기다려야 해요.”
“이야. 준비성 좀 봐라. 역시 레오나. 근데 여기 그렇게 인기가 많아?”
“네. 그 일본에서 도망친 셰프라고 하던데, 한국에서 대박 터졌죠.”
요즘은 초밥 셰프가 일본에서 도망도 치나? 생각해보니 급우인 켄도 밀항범이었지.
아무튼 조금 기다리니 점원이 우리를 2인석으로 안내해줬다. 바로 옆에 초밥 레일이 있는 좋은 자리로.
“자, 자. 앉아요. 앉아.”
“크흑, 레오나 진짜 고맙다. 내가 이런 곳을 다 와보네.”
“현역 영웅 되면 질리도록 올걸요.”
자리에 앉은 레오나가 내 앞사라까지 챙겨주며 간장을 따라주고 와사비까지 놓아줬다. 나는 바로 물컵 배치하고 물을 따랐고.
“이제 마음껏 집어 드세요. 김근철이 더 쑥쑥 커야 하니까 배부르게 먹겠다는 생각으로 집어 먹으면 돼요.”
“오늘은 야채 안 먹어도 되는 건가?”
“저녁에 먹어요, 그건.”
“근데 진짜 막 골라도 되냐? 저거 한 접시에 무슨 만이천 원 짜리도 있는데?”
솔직히 지금 가슴이 너무 두근거려서 미칠 지경이었다. 초밥 한 접시에 만이천 원을 태운다고? 미친새끼냐? 그게 맞아?
“잠깐. 얼마라구요?”
“만이천원.”
“껌값이네요.”
뭐, 뭐라고!
“껌값이냐!”
“그러니까 마음껏 드시길. 네? 마음대로 먹으라구요. 우리 김근철이.”
턱을 괸 레오나가 젓가락으로 레일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러면서 날 보며 씨익 웃는 것이 아닌가. 역시 부자에 아크엔젤…!
“크흑! 그야말로 아크엔젤이야!”
“그럼 먹죠.”
ㅡ스윽.
레오나가 주저 없이 제일 비싼 황금 접시를 가져왔고, 나는 눈치를 보다가 삼천 원짜리 연어 접시를 집었다.
이게 살이 아주 실하고 길게 늘어져 있다. 거기에 겉을 살짝 굽고 소스를 바른 상태. 양파도 많이 얹어져 있는 것이 아주 맛있어 보인다.
“그럼 잘먹겠”
“아니, 뭐 연어를 먹고 있어? 김근철이 제정신인가요?”
“뭐?”
“장어 먹으세요, 장어.”
“뭐라고!”
ㅡ스윽.
손을 뻗은 레오나가 만이천원 짜리 장어 접시를 잡더니 내 앞에 턱하니 올려줬다!
“여기 장어가 맛있더라구요. 아이고. 여기 덴뿌라도 있네. 김근철이 새우튀김 좋아하죠? 이것도 먹으세요.”
ㅡ스윽.
그리고 진짜 일본스럽게 잘 튀겨진 샛노란 새우튀김 접시까지 잡아서 내 앞에 올려놓는 것이 아닌가…!
“아니 레오나! 나 지금 내 인식이 현실을 못 따라가고 있는 중이라고! 벌써 얼마치를 올린 거야!”
“껌 두 개 정도?”
“무슨 껌 두 개야!”
“잔말 말고 먹어! 내가 집어 줬는데 안 먹을 거야!”
“먹을게요!”
바로 젓가락을 출수했다!
“이게 바로 하나당 육천원 짜리 장어초밥…! 아니 뭐 장어를 이렇게 길게 썰어놨어!”
장어를 쪼만하게 썰어둔 그 싸구려 초밥이 아니다! 살이 살아있는 통통한 장어를 아주 길게 썰어서, 데리야끼를 발라낸 극상의 스시!
ㅡ콕.
조심스럽게.
와사비가 잘 풀어진 간장에 장어초밥을 살짝 찍고, 그대로 입 안으로 밀어 넣는다.
“…!”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이 맛은!
“크흑!”
눈물이 나올 정도로 맛있는 맛이다…! 장어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과 맛. 그리고 데리야끼 소스의 맛이 잘 어우러져서 입안에서 뭉개진다!
“어머, 그렇게 맛있나요?”
“어, 흐윽! 나 이런 초밥 처음 먹어봐! 너무 맛있어!”
“그럼 더 먹자! 더 먹고 뚝 그치자!”
신이 난 레오나가 레일 쪽으로 손을 뻗더니 장어초밥을 다시 집어서 내 탁자에 올려놨다!
“레오나 너는!”
“제 걱정은 말고 먹기나 하세요! 저는 김근철이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네요!”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레오나는 오도로니 주도로니 하는 것들을 잡아서 자기 탁상에 올려놓고 있었다.
“그리고 장어 빨리 먹어야 참치도 먹죠!”
참치까지 먹일 생각인가!
“어서요. 아, 음료수를 깜박했네. 김근철이 음료수 뭐 먹을래요?”
“그, 초밥은 뭐랑 먹어야 하지?”
“보통은 녹차죠. 시원한 거.”
“그럼 그걸로 해주라.”
바로 레오나가 녹차와 함께 성게초밥을 주문했다. 벌써 얼마냐? 나는 아득함을 느끼면서 내 앞에 놓은 장어초밥을 흡입했고, 샛노란 새우튀김까지 간장에 푹 적셔서 먹었다.
이거 진짜 개 맛있네.
“아니, 진짜 평소 먹던 튀김이랑 완전히 다르네.”
“일본식 튀김이니까요. 덴뿌라라고 하죠. 어때요? 맛있나요?”
“핵맛있어, 진짜.”
“핵맛있어 이 지랄. 무슨 틀딱인가요? 언제적 유행어야? 아, 이것도 먹어봐요.”
ㅡ스윽.
레오나가 자기가 하나를 집어 먹은 참치 뱃살 초밥접시를 내게 내밀었다. 참치초밥. 그것은 마지 보석 같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루비가 있다면 바로 이런 느낌이겠지.
군침이 줄줄 흐른다.
“이야. 이거 참치때깔이 아주 그냥 죽여주네. 이거 너무 예쁜 거 아니냐? 세상에. 진짜 레오나 너처럼 예쁘다.”
“후후후, 지랄 말고 먹기나 하세요. 뭐 초밥 보고 사람처럼 예쁘다고 하나요?”
“그럴만한 자태야, 이건. 이렇게 예쁠 수가 없어.”
그리 말하면서 조심스럽게 참치초밥을 집었다.
아주 영롱해.
이런 걸 내게 주다니.
레오나는 과연 어떤 존재인 거지?
“레오나.”
“네?”
“진짜 진지하게 말하는데 니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
“뭐라구욧?!”
“레오나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크읏…!”
레오나가 젓가락 잡은 손의 손등으로 입을 가리더니.
“더! 더 말해보세요! 더!”
흥분해서 소리쳤다!
“레오나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나 역시 흥분한 상태야!
“더…! 더! 김근철이! 저는 더 원하고 있어요!”
“그 무엇도 비견할 수 없는 아름다움!”
“아직 모자라!”
“레오나 너는 미의 여신이야!”
“야호!”
마침내 탄성을 터트린 레오나가 만세를 하더니 냉녹차를 집어서 꿀꺽꿀꺽 마셨다.
“아! 거 녹차 맛 죽이네! 김근철이 아주 기특해요! 아주 잘하고 있어!”
“나 더 잘할게! 어디까지라도 더 잘할 테다!”
“좋은 마인드! 좋은 마인드! 김근철이가 아주 됨됨이가 되어 있다니까요! 후후후!”
“흐하하하하!”
“어서 이것도 먹어요!”
“예스 맘!”
미친 듯이 즐겁고 맛있는 시간이다! 나는 레오나가 접시를 집어 주는 대로 초밥을 퍼먹었다. 마치 어미 새에게 먹이를 받는 새끼 새처럼 말이다.
그렇게 레오나랑 즐기면서 초밥을 흡입하고 있을 때였다.
“스미마셍.”
갑자기 초밥을 쥐고 있던 셰프가 우리 쪽으로 얼굴을 들이대서 흠칫했는데, 보니까 인사를 한 거였다.
“예, 예에?”
“혹시 영웅분들이신가요? 마력의 기운. 느껴졌습니다.”
“아이고. 현역 영웅은 아니고 생도인데요.”
“그렇군요!”
뭐지?
왜 이렇게 반갑게 반응하지?
바로 레오나에게 시선을 보냈지만 레오나도 당황한 상태였다. 뭐죠, 김근철이? 라고 입 모양으로 말하고 있는 상태.
그럼 내가 물어봐야지.
“그, 셰프님? 무슨 일이죠?”
“하하하. 저도 각성자라서요. 동질감 느껴져서 말 걸었습니다. 스시를 먹을 줄 아시는 분들.”
“어이고, 같은 각성자였네요. 그런 거였습니까.”
갑자기 점원이 말 걸면 부담된다고… 그런데 억양이 좀 특이하다. 진짜 일본인인가?
그리 생각하고 있으니 돌연 셰프가 눈물을 흘렸다.
“크흑, 스시를 먹으면서 즐기고 있는 젊은 청춘들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복받쳐 오릅니다. 저희 가문은 대대로 스시를 만들던 가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가문 구성원 모두가 네오다이묘의 노예가 되어버렸지요.”
“예? 예?”
아니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죠?”
레오나가 이건 못 참는다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디멘션 워가 터진 후. 어찌어찌해서 네오다이묘들이 일본 열도를 장악했습니다. 놈들은 잔인했습니다. 얼마나 잔인했냐면, 각지의 실력 있는 스시장인들을 모조리 잡아들여서 노예로 만들었습니다. 자신들의 요리를 만들어줄 스시노예로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그 억압적인 삶. 견딜 수 없었습니다. 저는 가까스로 일본에서 탈출했지만… 앞으로 가족을 볼 수는 없겠지요… 크흑!”
아니 갑자기 왜 이런 무거운 이야기를…
“하지만 한국에서도, 우리 스시 잘 통합니다. 이렇게 맛있게 먹어주는 청춘들을 볼 때마다 정말 기뻐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아리가또, 젊은 청춘들.”
“예, 예에…”
“이건 서비스입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ㅡ스윽.
셰프가 썰을 풀면서 만들고 있던 초밥접시를 내놓았다. 가격표 편성이 안 되어 있는 녹색 접시였다.
ㅡ숙연.
근데 방금 그런 이야기를 들은 탓인지 분위기가 숙연해져 있었다…
“레오나.”
“너무 불쌍하잖아…!”
“레오나?”
“우리 여기서 조금 더 먹어요!”
나야 좋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