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55)
〈 156화 〉 이게 보스냐! # 4
* * *
근데 보이드 프린세스가 심각한 일이라고 말할 정도라고 생각하니까 좀 쫄리기 시작한다. 대체 이 사악한 빌런 녀석이 나한테 무슨 말을 하려고?
뭔가 곤란한 일을 시킬 생각인 거냐?
“…”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키티가 말을 안 한다.
“키티야? 무슨 말인데? 빨리 말해.”
“흐응, 근철이 오빠.”
돌연 씨익 웃는 키티.
“무슨 말일 것 같아?”
이 타이밍에 장난을 쳐? 장난치지 말라고 바로 머리를 헝클어주면서 말했다.
“아, 야. 장난치지 말고. 들키기 전에 빨리 말해야 할 거 아냐.”
“으으, 그렇긴 한데에.”
머리 만져주는 것이 기분 좋은지 얌전히 고개를 숙이는 키티. 그래도 우리 키티가 나를 참 잘 따라서 다행이란 말이지. 요망한 것만 좀 어떻게 하면 좋을 텐데.
“키티는 근철이 오빠랑 더 얘기하고 싶어서 그래애.”
“흐흐흐, 물론 이 오빠도 키티랑 더 얘기하고 싶긴 한데, 나중에 하자. 나중에. 지금은 그렇게 느긋하게 굴다가 큰일 나. 밖에 시후 자고 있잖아.”
결계를 쳤다지만 키티 말에 의하면 완벽한 건 아닌 것 같다. 그럼 최대한 주의를 해야겠지.
나중에 뭐 시후의 보호가 끝난다면 그때 다시 여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패스.
“그러니까 빨리 얘기해라, 키티야. 오빠 지금 좀 무서워지려고 하고 있으니까.”
“왜?”
“보이드 프린세스를 안 무서워할 수가 있겠니? 그때 첨 만났을 때도 무서워 뒤지는 줄 알았어 임마.”
“후후후, 그런 거야? 아무튼 근철이 오빠. 잠깐 들어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를 내민다.
“무언가 이상한 일이 일어난 모양이야. 언니가 조금 곤란해하고 있어.”
이상한 일이라?
“그런데 그 이유를 근철이 오빠에게 돌리려는 것 같아.”
“나한테?”
아니 이 미친 빌런이 대체 무슨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거야? 가만히 있는 나한테 책임을 돌리다니?
뭔진 잘 모르겠지만 결코 정상은 아니다.
“앞으로 며칠 뒤에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무언가가 나타날 거래.”
“뭐 임마?”
뭔가가 나타나?
“그걸 근철이 오빠보고 치우라고 했어. 전언은 여기서 끝.”
“뭐, 뭐? 키티야 잠깐만. 나보고 뭘 치우라고?”
치워?
느낌상 쓰레기 같은 걸 치우라는 속 편한 일은 아닐 것이 분명하다.
설마… 이거 괴수인가?
“키티야. 이 오빠 느낌상 그 치우라는 게 쓰레기는 아닌 것 같은데. 무슨 괴인이나 괴수 같은 거냐?”
“키티도 몰라. 자세한 이야기는 못 들었으니까.”
고개를 젓는 키티.
진짜 모르는 모양이다.
“흠.”
아니 근데 그걸 나보고 치우라고? 딱 봐도 위험한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근데 보이드 프린세스가 직접 안 하고 나한테 짬 때린 거면… 위험한 일이라기보다는 귀찮은 일일까?
“안 하면 어떻게 되는데? 키티 네가 해주면 안 돼?”
“글쎄?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어. 근철이 오빠.”
“뭐여?”
“근철이 오빠가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언니가 많이 화를 낼 거라는 사실.”
“아.”
화내면 안 되지.
“오케이. 뭔지 모르겠지만 까라면 까야지.”
이 상황에서 뻗댈 수는 없다.
보이드 프린세스는 강자다. S 랭크 괴인이란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싸워왔고, 한국 정부에 여러 번 엿을 먹인 강력한 괴인.
그런 녀석을 상대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나? 한 방 먹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등한 입장도 아니다. 애초에 내 목숨줄을 쥔 것은 그쪽이다.
까라면 까야지.
“자세한 일정과 위치는?”
“다음에 알려줄게.”
“아니… 근데 키티야. 이건 그, 너네 언니가 나한테 일을 시키는 거잖아?”
“그렇지?”
“그럼 뭐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 키티야. 이 오빠가 위험해질 수도 있잖아.”
“으음.”
그 말에 키티가 손가락으로 입술을 쓸더니 말했다.
“싫어. 근철이 오빠가 위험해지는 건.”
“그래! 그러니까 뭐 없냐는 거지!”
바로 손가락으로 OK 자를 만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뭐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게 있다는 소리다. 땡전 같은 게 있어야 일할 맛도 나고 어? 그러는 거지.
괴인과 결탁하는 건 찜찜하지만 어쩌겠나.
그런 것을.
“뭔가 필요할까?”
“당연히 필요하지… 게다가 내가 뜬금없이 뭘 처리하러 가면 여간 수상한 게 아니니까. 키티 네가 좀 도와줘야겠는데.”
처음엔 무서운 녀석이었지만 키티는 이제 편한 존재가 되었다. 당연히 이런 딜 정도는 가능하다.
“알았어, 근철이 오빠. 그럼 키티가 최대한 도와줄게. 됐지?”
“그래. 좀 안심이 된다, 키티야. 오빠 잘 지켜 줘야 한다?”
“그렇게 할게.”
좋아.
이러면 안심이지.
“아무튼 이걸로 전달할 내용은 끝이야. 근철이 오빠.”
“그래.”
“언니가 화나지 않도록 잘 해줘.”
“그, 그건 좀 열심히 해보마.”
“그렇게 해줘. 그럼 다음에 놀자.”
“잘 가.”
그 말을 끝으로 키티가 게이트를 닫아버렸다.
“덩그러니.”
현장에 남은 것은 나뿐이다.
“후우.”
나는 수건을 치우고 샤워를 마저 실시했다. 보이드 프린세스. 보이드 프린세스라… 절로 숨이 터져 나온다. 이 미친년이 누굴 지 부하로 알어?
일단 분석을 해보자.
나한테 뭔가를 시킨다는 것은, 바꿔말해 본인이 하기엔 귀찮지만 이 김근철이가 할 수 있는 수준의 일이라서 그런 걸까? 그게 아니라면 이걸 이용해서 뭔가를 알아볼 생각일지도 모르지.
가능성은 그 두 가지로 좁혀진다. 만약 날 제거하려고 한다면 다른 좋은 방법이 더 많으니까. 아무튼. 이 수작질에 따라주고 싶진 않지만 어쩌겠나? 보프 누나는 나보다 강한 존재인 것을. 까라면 까야지.
그럼 이건 제대로 하는 걸로 결론 내자.
위험한 일일 가능성은 높지만, 나라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고 키티에게 도와달라고 말한 거니까.
“좋아.”
이 일을 끝낸다면 보이드 프린세스한테도 한마디 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땐 덜덜 떠느라고 별말 못했지만, 내가 지 심부름 해줬겠다. 키티를 통해서 한마디 정도는 전할 수 있겠지.
그것만 믿는다.
ㅡ스윽.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몸을 닦는다.
“보상.”
일을 시켰으면 보상이 있어야 한다.
근데 이건 대충 생각해둔 것이 있다. 키티가 나를 위해 만들어둔 던전. 거기서 코인파밍을 쏠쏠하게 했지.
시후랑 같이 살게 되어서 반쯤 유기된 곳이지만, 아예 시후까지 끌어들이면 어떨까? 적당한 곳에 날 떨어뜨려달라고 하는 거다. 그것도 근처에 시후가 있을 때 말이다.
그럼 시후는 나를 구하기 위해 나와 함께 던전으로 떨어질 것이고, 그렇게 둘이서 함께 던전에 들어가 같이 싸우면 좋을 것 같지 않나?
속이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이대로만 한다면 시후도 실전 경험을 팍 늘릴 수가 있으니까. 그것도 성장이다.
어디까지나 그냥 휘말린 척을 하면서 대놓고 던전에서 파밍을 하는 것이지.
그걸 말해봐야겠다.
* * *
이후로는 딱히 특별한 일이 없었다. 학기말 시험이랑 평가도 다 끝났겠다, 그냥 평범하게 수업하면서 방학을 기다릴 뿐이다.
그런 일상을 보내고 있으니.
ㅡ쑤욱!
“헉!”
샤워하고 있을 때 키티가 또 나타났다!
“후후후 근철이 오빠. 요즘 만날 때마다 알몸인 것 같아. 곤란해.”
“니가 이때 오는 것뿐이잖아!”
바로 몸을 가리면서 소리쳤다.
이게 진짜 버릇이 없어!
“근철이 오빠. 안 부끄러워?”
아주 그냥 즐거워 죽겠다는 듯이 반응하는 키티.
“뭐… 그렇게 부끄럽진 않아. 키티 너는 애니까.”
애는 뭐 부끄러울 게 없지.
“애?”
순간 키티의 표정이 차가워졌, 앗!
ㅡ스으윽!
바로 키티의 몸이 성장한다!
“그럼 이러면?”
“야, 야! 부끄럽게 뭐 하는 거야!”
“이러니까 부끄러워? 응?”
“제발!”
이제 부끄럽지!
애는 그냥 애지만 이렇게 커져서야 여자가 아닌가!
“후후후, 근철이 오빠 부끄러워? 같이 샤워할까?”
“아나, 이 꼬맹이가 진짜! 야! 너 진짜 뒤지게 혼날래!”
“혼나는 건 싫어…”
ㅡ스으윽.
손바닥을 치켜들면서 위협하자 그제서야 돌아온 키티. 진짜 십 년 가슴했다, 아니. 감수했다. 이 건방진 녀석아.
“아무튼 근철이 오빠? 내일 토요일이지?”
“어.”
내일은 봉사 가는 날인데.
“내일 정오. 위치는 문자로 보냈어. 그곳에 가서 일을 해결하면 돼.”
“아, 그거 알려주려고 왔구만.”
“응. 잘해줘. 언니가 화나면 무서우니까.”
“…”
말을 마친 키티가 돌아갔다.
“하필 내일이냐.”
레오나랑 봉사 약속은 취소해야겠다.
* * *
멈칫.
샤워실로 들어간 이시후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잠깐 멈칫했다.
“…이상해.”
기묘한 기운이 느껴진다.
‘이게 뭐였지?’
감각을 돌이켜본다.
그래, 그때.
근철이를 덮치고 있던 괴인여성. 그녀가 게이트를 만들어 도망쳤을 때 풍기던 기운… 그것이 살짝 느껴진다. 그것을 깨달은 이시후의 동공이 커졌다.
‘침입했어.’
녀석이 이곳에 침입했다.
우리가 없을 때?
언제였지?
‘뭔가 하고 있는 건가? 뭐, 아무것도 안 할 거라곤 생각 안 했어. 계속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겠지.’
경계심이 피어오르면서 투지가 들끓는다. 그것이 근철이를 노리고 있다. 그것도 자기가 지키고 있는 집에 몰래 다시 침입해서… 뭔가를 했다.
용서할 수 없다.
‘바보 같은 근철이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나는 못 속여. 분명 우리가 없을 때 한번 침입한 거야… 무엇을 위해? 근철이를 납치하려고 밑준비를 하는 건가?’
그리 생각하던 이시후는 불현듯 불안함을 느꼈다.
‘아니면… 이미 근철이랑 몰래 접촉해서 협박을 했을까? 그랬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해.’
거기까지 생각한 이시후는 앞으로 근철이의 행동을 더욱 유심히 살펴보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씻고 나온 근철이가 말했다.
“시후야.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오늘은 집에 있어라.”
“응. 봉사 가는 거지?”
봉사를 가는 거면 레오나가 있을 테니 안심이다. 그런데 근철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것이 아니었다.
“아니. 오늘은 봉사 아녀.”
“뭐라고?”
“그 뭐냐. 저번에 고아원 친구를 우연히 만났거든? 걔가 만나자고 하네? 걱정마라. 사람 많은 곳으로 다닐 테니까. 오늘은 너도 쉬어.”
“…”
직감.
이시후는 무언가 직감 비슷한 것을 느꼈다.
근철이의 얼굴.
묘하게 긴장한 듯한 모습이다.
“그래? 뭐… 혼자 있는 것도 아니고. 큰길로 다닌다면 딱히 문제없겠지. 그 괴인이 게이트를 대놓고 사용할 수도 없을 테니까.”
그런 능력이 노출된다면 바로 국가 비상사태일 것이다. 괴인이 머리가 있다면 함부로 쓰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그럼 갔다 와. 한 번씩 문자 주고.”
“오케이. 나 갔다 온다?”
“응.”
뭐가 됐든 수상하다.
ㅡ끼익.
그렇게 근철이가 바깥으로 나갔고, 이시후 역시 외출을 준비했다.
‘몰래 쫓아가 보자.’
어쩌면 그 괴인이 근철이를 협박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물론 만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지만, 이시후는 직감을 믿기로 했다.
‘미행은 좋지 않지만… 근철이를 지키기 위한 일이야. 뭐 어때. 어차피 근철이는 바보라서 눈치챌 일도 없어.’
일종의 호신용 우렁각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