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9)
EP.29 메인 퀘스트 이 지랄 # 8
“다들 제법 잘하고 있군. 명상법은 매일매일 지속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 하다 보면 마력을 다루는 감각이 늘어날 테니까. 그러다 보면 마력의 질과 양이 더 늘어날 것이다.”
이소라 교관의 설명이 귓가에 팍팍 들어온다.
“조금 숙련된다면 육체단련이나 전투 훈련을 하면서도 명상을 할 수가 있지. 헬스를 하면서 명상을 병행한다면 효율이 좋지 않겠나? 다들 그 경지를 목표로 달려 나가도록.”
“예!”
“알겠습니다!”
“네!”
아무튼 이것으로 난 마력 명상법을 익히게 되었다. 이소라 교관의 말대로 헬스를 조지면서 마력 명상을 할 수 있다면 아주 효율적이겠지.
뿐만이 아니라 수업 중에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럼 나도 금방 강해질 터!
“흐흐흐.”
자리에서 눈을 감고 바로 명상을 실시했다. 이거 마력이 움직이는 걸 느끼고 있으니 진짜 존나 재밌다. 캬. 어떻게 공부가 이렇게 재밌을 수가 있지?
학교에서 전교 1등 하던 애들이 다 이런 감각으로 공부를 하고 있었던 것인가?
참 비겁한 녀석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비겁함‘이 이제 내 것이다. 비겁해지고 나니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군.
“흐흐흐, 아 진짜 너무 좋은데 이거.”
“근철아. 그렇게 좋아?”
“그럼 당연히 좋지. 내가 벌써 이렇게나 ‘강한’ 초인이 되었는데.”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까지 자신감이 넘칠 수가 있는 걸까, 근철아.”
“니도 해보면 알아. 아무튼 명상해야 하니까 방해하지 마라.”
다시 명상을 실시하려던 그 순간.
“하.”
뒤에서 재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작 그 정도 수준으로 기고만장해하는 꼴이라니. 과연 탈레반 자식이로군.”
“이 새끼가? 지금 내 대단함이 안 보이는 거냐?”
“한심한 녀석다운 비참한 안목이다. 네놈은 전혀 대단치 않은 수준이야. 어째서 그걸 모르지?”
류천휘는 아주 아니꼽다는 듯한 얼굴로 날 보고 있었다.
“이런 터무니 없는 녀석이 어떻게 내게 깝칠 생각을 한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군. 실력 차이가 너무 크게 나기 때문에 체감을 못 하는 건가… 어이가 없군.”
“아니, 야. 그럼 닌 얼마나 잘하는데?”
“하! 들어줄 가치도 없는 질문이다! 내 수준은 네놈과는 차원이 다르니까!”
이 부잣집 도련님 말하는 뽄새 좀 보소!
이 새끼 분명 어릴 적부터 가문에서 그런 걸 수련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친구를 깔볼 수가 있는 것이겠지.
“야. 류천휘. 넌 집에서 배워왔겠지만 난 이제 처음 배우는 거라고. 그 차이를 모르는 거냐?”
“나는 처음 마력을 익힐 때부터 네놈과는 수준이 달랐다.”
“그렇다면 어디 한번 보여봐라! 네 실력을!”
“보고 놀라지나 마라!”
순간.
ㅡ고오오!
류천휘에게서 강력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엇…?!”
아니, 이렇게 내가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기운이라고?! 이 새끼 왜 이렇게 강해! 잠깐! 그렇다면 시후도 딱 이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건가!
“훗.”
그리 감탄하면서 보고 있으니 녀석이 씨익 웃었다.
“아무리 바보라도 느껴지는 모양이지. 이것이 바로 나와 네놈의 차이다. 이 탈레반 녀석.”
“칫… 분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군.”
인정할 건 인정 해야 한다.
“훗.”
나와의 차이를 확인한 게 퍽 좋은지 녀석이 기분 좋다는 티를 내면서 썩소를 지었다. 도저히 그냥 보고는 못 넘어가겠어! 이 새끼의 콧대를 꺾어주고 싶다는 충동이 일렁인다!
“근데 그래봤자 너는 콜라 하나도 제대로 못 먹는 녀석이지만.”
“뭣…! 닥쳐라, 이 허접스레기 녀석!”
그리 외친 류천휘가 몸을 돌려 맨 뒷자리로 가버렸다.
격퇴완료.
“마나 마스터 근철아. 천휘랑도 제법 친해진 것 같은데?”
“그러게. 저거 생각보다 나쁜 녀석은 아니란 말이지. 놀리는 맛이 있어.”
“흐흐흫. 아무리 그래도 류성 그룹 사람한테 그렇게 막 대할 수 있는 건 근철이뿐일 거야.”
그냥 딱히 신경이 안 쓰인다. 어떤 가문이니 뭐니 하는 게. 뭐 대단하다고는 하는데 체감도 안 되고… 그냥 사람 대하듯이 대하면 되는 거지.
“그런 것 치곤 너도 친구끼리 싸우면 안 된다면서 막아섰잖아.”
“그건 올바른 일이니까. 올바른 일에는 타협을 하면 안 돼.”
역시 시후는 좀 깐깐하긴 정의로운 성격.
“그래. 바로 그거라고. 따지고 보면 출신 같은 거 신경 안 쓰고 평범하게 대하는 것도 올바른 거 아니겠냐?”
“아.”
내 말에 시후가 잠깐 멈칫하더니.
“응. 맞아. 그런 거네.”
녀석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친구끼리는 출신이라던가. 그런 걸 신경 쓰면 안 되는 거지. 그리고 서, 성별 같은 것도…”
“뭐 당연한 소리를. 아무튼 명상이나 하자. 시후야.”
“응.”
그렇게 마력 명상을 시행하면서 내 안의 감각을 길렀다.
기량 좀 올라라.
*
*
*
점심은 대충 매점에 가서 때웠다.
류천휘에게 식권 뭉치를 받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낭비를 한다면 금방 다 써버리고 말 테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일주일에 한두개씩만 소모를 하기로 결정했다.
“흐흐흐, 굳이 나 따라서 매점 갈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미안하잖아.”
“매점 음식도 먹다 보니 맛있는데?”
“구라 치고 자빠졌네. 뻥 좀 치지마 임마. 어떻게 매점 음식이 뷔페보다 더 맛있어?”
“구라 아니거드은.”
미안하게도 시후는 그 멋진 뷔페를 거르고 날 따라와서 같이 매점빵을 먹어줬다. 착한 녀석 같으니라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교실로 돌아왔다.
“근데 이거 또 레 오나씨가 검사하러 오는 거 아닌가 몰라.”
“김근철이! 식사 안 하고 또 어디서 뭘 하고 온 거죠!”
“으악! 야! 수업 시작! 수업 시작이다! 자리 가서 앉아!”
“두고 보겠어요!”
아무튼.
점심시간 특유의 피곤함을 느끼고 있으니 수업이 시작되었다. 마이케스 교관의 이론 수업 시간. 앉아서 필기하면서 외우기만 하면 되는 시간이라 편하다.
“다들 점심들 잘 먹었습니까? 배부르면 졸리지요? 그래도 참고 공부를 해야 훌륭한 영웅이 될 수가 있습니다. 어서 다들 책 피세요.”
“네.”
바로 책을 펼쳤다.
“오늘 수업은… 그래. 괴수에 대한 수업이에요. 일단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괴수들의 등급을 한번 체크해 볼까요?”
괴수들의 등급이라?
흥미롭게 바라보니 마이케스 교관이 칠판에 글씨를 써 내려갔다. 이거야 뭐 위키로 좀 본 내용이지만 아무래도 교관의 수업이 더 정확할 것이다.
“우선 F 랭크 미만의 괴수들. 이들은 사실상 등급이 없어요. 안전하기 때문에 딱히 랭크를 붙이지도 않았죠. 얼마나 안전하냐면, 매니아들이 몰래 불법으로 포획해서 기르고 있는 경우가 있을 정도예요.”
완전 미친놈이네.
“그리고 정부의 허가를 받고 가축화가 된 것들도 있지요. 전혀 위험하지 않으니 영웅이나 헌터들이 신경 쓸 필요는 없고… F 등급. 괴수들 중 가장 많은 개체수를 차지하고 있는 등급이지요. 조금 위험하긴 해도 몽둥이를 든 일반인도 상대가 가능할 정도입니다.”
ㅡ슥슥슥.
마이케스 교관이 설명을 하면서 칠판에 글을 쭉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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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랭크 : 일반인도 제압 가능.
E 랭크 : 소총탄으로 제압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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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랭크나 E 랭크 괴수들은 솔직히 영웅이나 헌터가 나설 필요가 없습니다. 지역 방위군들이 출동하기만 해도 금방 제압이 되거든요. 방위군 한 개 소대가 화력 투사만 해도 쉽게 녹아내릴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들었다.
괴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저랭크 괴수들은 당연히 현대 병기로 제압이 가능하다. 소총만 쏴 갈겨도 픽픽 쓰러질 정도.
“하지만 D 랭크 괴수부터는 달라집니다. 이들에겐 디멘션 실드라고 불리는 일종의 차원 차단막 같은 것이 둘러져 있거든요. 현대 병기에 대한 강력한 내성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내성.
“D랭크 괴수를 제압하기 위해선 전차의 주포나 대전차 화기가 필요할 정도지요. 따라서 그 크기에 비해 제압하기가 아주 까다롭습니다. 그렇기에 영웅과 헌터가 필요한 겁니다. 디멘션 실드는 마력에 아주 취약하거든요.”
D랭크 괴수들부터는 영웅과 헌터들이 처치하는 것이 권장된다.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에 D랭크 괴수가 나타났다고 생각해보자.
이걸 잡자고 전차의 주포나 대전차 화기를 난사한다면 시민들의 소중한 부동산이 아작날 것이다. 한국에서 그것은 너무나 치명적이다.
그러니 아파트 외벽을 쉽게 뛰어넘으며 신속하게 기동할 수 있는 영웅들이 필요하다. 이들은 별다른 무리 없이 괴수를 추적해 칼로 도륙을 낼 것이다.
당연히 재산 피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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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랭크 : 전차의 주포 또는 대전차 화기급 화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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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C 랭크 괴수. 이들을 처치하려면… 미사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실력이 좋은 영웅들이라면 칼 한 자루만으로 처치가 가능하지요. 물론 C랭크 괴수는 그만큼 강합니다. 단신으로 상대하려면 실력이 아주 좋아야 합니다. 어지간해선 협공을 해야지만 물리칠 수가 있는 것이지요. 보통 C 랭크 괴수가 출현하면 지역 영웅들과 헌터들에게 비상 소집령이 떨어집니다.”
C 랭크 괴수만 해도 미사일이 필요할 정도다.
그 위로 있는 S, A, B 랭크 괴수는 얼마나 강할지 원.
“흐음.”
그 설명을 제대로 들으면서 교과서를 보았다. 괴수들의 특징과 약점. 그리고 습성과 특유의 파장. 또는 전 세계적인 출현 빈도 등에 대해서 적혀 있다.
나는 교관의 수업을 들으면서 그것들을 필기했다.
*
*
*
방과 후.
“아오! 드디어 학교 끝났네! 시후야! 오늘은 헬스장 가냐?”
은근슬쩍 물어보니.
“흐흫.”
시후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오늘은 갈게.”
“아니 뭐? 진짜냐? 이야. 이 새끼 무슨 일이야? 헬스장을 가겠다니?”
“뭐어, 근철이가 열심히 하겠는데 매일 뺄 수는 없잖아? 오늘은 같이 가려고. 근철이의 헬스력을 좀 확인해야겠어.”
“그럼 끝나고 목욕탕 가실?”
“제발 내 알몸에 관심 좀 그만 가져줘! 이상한 의심 할지도 몰라!”
“아니! 미친놈아! 그런 거 아니라니까! 걍 친구끼리 목욕탕 좀 가자는 거지 뭘 그거 가지고 알몸 이 지랄 그러냐!”
“몰라, 근철아. 아무튼 헬스나 해. 이 목욕괴인근철.”
고개를 돌린 시후가 앞장서서 걸어 나갔다.
“이 새끼도 완전 레오나한테 물들었다니까.”
근데 시후 이거 진짜 목욕탕 혐오증이라도 있나?
대체 왜?
“…”
문득 어떤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쩌면… 시후는 제법 중성적이고, 어떻게 보면 여자라고 착각될 만한 모습을 하고 있긴 하다.
그게 콤플렉스가 되어서, 남들에게 몸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이쪽 화제는 안 건드리는 게 좋겠지만, 솔직히 난 친구로서 그런 거 좆도 신경 안 쓰고 그냥 같이 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친구끼리 뭐 그딴 걸 신경 쓴다고.
“근철아? 들어가자.”
“어. 그래.”
그리 생각을 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샌가 탈의실 앞에 도착했다. 바로 헬스복을 집어 들고 안으로 들어가 사물함 앞에 섰다.
ㅡ스윽.
내 옆으로 온 시후가 옷을 벗었다.
그런데 순간.
몹시 놀라운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 어어? 야! 이시후 너…!”
“응? 왜?”
놀랍게도!
“이 새끼 교복 안에 헬스복을 입고 있었어?!”
이시후 이거 교복 안에 헬스복을 입고 온 상태였다!
“그게 말이야. 공용으로 쓰는 옷을 입기가 조금 그렇달까, 그래서 내꺼 쓰려고 미리 입고 온거야. 하하하.”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하는 시후.
“그럼 가자, 근철아! 시작은 런닝부터지?”
“어… 그래. 가볍게 뛰고 시작해야지.”
역시.
자기 몸을 보이기 싫어한다는 건 잘 알겠다.
“…컴플렉스라.”
이쯤 되니 더욱 강하게 각오가 다져진다.
시후 이 새끼 콤플렉스를 박살 내 버리도록 하자. 여자처럼 생긴 게 뭐 문제라고. 친구 사이에 그딴 건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반드시 목욕탕에 끌고 가리라.
어차피 내일 같이 나가서 놀 건데 꼬셔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