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50)
EP.394 컨디션이 안 좋은 김근철이 # 1
“어우, 아니 왜 이래 이거.”
칼기상.
그러나 기분이 탐탁치 않다. 원래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몸에서 에너지가 넘쳤는데 잠을 설쳐서 그런가? 기운도 없고 컨디션도 안 좋다.
“왜 이렇게 꿈자리가 뒤숭숭하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영 좋지 않은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뭔가 잔 것 같지가 않아. 그 탓에 피로감이 느껴지고 있어.
이건 필시 그 파편을 사용한 부작용일 것이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 옛 기억이 부상한 탓에 멘탈적으로 손상을 입은 거겠지.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아니, 근데 맛있는 거 먹고 힘차게 운동도 했는데 영 회복이 안 되네. 말로만 그러는 게 아니라 진짜로 치료를 받아야 하나?
하지만 그 치료라는 게 소용이 있을지 의문이다. 무릇 정신을 건강하게 하려면 엔젤 레오나를 영접하면 될 뿐이지 않은가. 이건 한의학과 양의학 두 곳에서 전부 인정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레오나를 거의 매일 보는 내가 이런 상태라는 건… 됐다.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말자.
아무튼.
이 김근철이가 이런 상태에 빠지다니…!
“통탄할 일이로구나!”
ㅡ파앗!
이사장님이 준 도구를 이용해 방음역장을 생성하고 시원하게 사자후를 내질렀다.
“크아아아아아아아!”
그리 시원하게 함성을 갈겨준 다음 티비를 틀어 놓은 채 학교 갈 준비를 실시했다.
[충청도 일대 B 랭크 추정 괴수 출현… 레이드 실시… 이번 괴수 역시 이계종 ‘화이터’의 일종으로 추정 됨… 코드네임 ‘바라낙스’ 명명…]뉴스에선 연일 화이터 괴수들에 대한 보도가 나오고 있다. 거기에 파편 비슷한 게 발견되는 일도 계속 생긴다.
이거다.
아마 내가 미래를 대략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불안정한 상황을 접하고 더욱 신경을 쓰는 거겠지. 불안감이 구체화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 할 수 있는 건 힘을 기르는 것뿐.”
아니.
그것 말고도 할 게 많다. 위험하고 수상하지만 보이드 프린세스와 더욱 긴밀하게 공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상호 이익이 되는 일을 수행 거리를 좁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키티를 통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뭐 그렇게 등교를 실시했다.
“오우, 근철!”
“브라이언 이 새끼. 일찍 왔구만?”
코쟁이 녀석이 팔을 번쩍 치켜든 채 인사를 해온다.
“나이스트 미츄, 투!”
“아임 빠인 탱큐 앤 유?”
“근철, 뉴스 봤어요우?”
“어. 뭐 많던데.”
“심각한 일 같습니다. 위아… 저번에 같이 디멘션 표류하지 않았습니까? 그 일이 더 많이 일어나는 모양입니다.”
“그러게 말이다. 문제야. 문제.”
“솔저나 히-로들이 휩쓸리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돌아온 사람이 소수에 불과… 걱정 잇빠이 데스요. 나는 그것을 걱정하는 걸 좋아합니다.”
“이 새끼.”
얘가 싸이코 같긴 해도 속으로는 그런 걱정을 하고 있었구나. 다시 보게 되었다. 브라이언.
“그러니 그때 탈출했던 경험! 인터넷에 널리널리 퍼트리도록 합시다! 그 글을 본 사람들 얼라이브! 아유 오케이?”
“어? 인터넷에 그걸 올리자고?”
“예스!”
“좋지!”
아니, 이걸 왜 생각 못하고 있었지? 우리의 생존 경험을 적당히 각색해서 인터넷에 올려둔다면 사람들이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만간 해보자고.”
“오우우우우우우!”
근데 괜찮은 거 맞냐?
한국 인터넷에 딱히 규제가 없다지만, 뭔가 군사 정보 같은 걸 민간에 막 푸는 건 조심스럽게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류나한테 한번 이야기해볼까.
“…”
근데 저번에 마지막으로 보고 딱히 교류를 안 하는 중인데 말이지. 그래도 공익을 위해서 한번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꿇릴 거 없다.
좋은 일이니까.
쫄지 마라, 김근철.
“야, 브라이언. 좀 있다 켄이랑 문민 오면 한번 이야기해 보자고!”
“알겠어요우!”
모르긴 몰라도 브라이언 저 새끼 실력도 나름 괜찮고 사교성도 좋다. 딱 근철형 인재란 말이지.
*
*
*
수업 시간이 되었다.
평소와 같이 교관님께 전술 훈련을 받고 요즘 나타나는 화이터 괴수들에 대한 이론 수업을 듣고 나니 어느덧 점심 시간이 가까워졌다.
“그, 그럼 우유리? 그날은 같이 노는 걸로 하죠.”
“크크크, 그러자고. 뭐 항상 다 같이 노는 게 좋지 않겠어?”
“그, 그럼요! 그게 좋지요! 호호호!”
자율 수련을 하고 있으니 레오나랑 유리가 뭐라 쑥덕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근데 뭔가 미묘하게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아.
“살려줘, 제발.”
저번에 황금 사과 이야기를 한 뒤로 둘 다 계속 저런 분위기다…! 춤으로 경쟁할 때 이상으로 경쟁을 하고 있어서 옛날이 그리워질 지경이야!
애써 시선을 돌리며 검에 집중하고 있던 그 순간이었다.
ㅡ터억.
갑자기 누가 내 앞에 와서 섰다.
“이 탈레반놈.”
“음?”
그 이름도 유명한 류씨.
“류씨 뭔데?”
녀석이 뭔가 불만스러운 듯한 얼굴로 날 응시하더니 그대로 날 휙 지나치며 말했다.
“쳇. 네 저열한 품격에 걸맞는 죽상이로군. 하긴. 탈레반 같은 녀석이라면 매일 안 좋은 일이 있을 수밖에 없겠지.”
“뭐라는겨?”
“그렇지만 네놈이 학생들 위에 서는 부회장이라면 언제나 당당한 표정을 지으란 말이다! 이 탈레반 녀석! 늘 그렇듯이 기본도 못 하는군! 그러니까 네놈이 아직도 허접인 것이다!”
뭔 급발진?!
“야 임마!”
아니, 이 새끼 뜬금없이 다가와서 뭔 소릴 하고 가는겨!
뭐라 붙잡으려고 했지만 녀석은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그대로 교실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갑자기 공격 당했다…!”
무슨 교통사고를 당한 기분!
갑자기 뭔 소리를 하고 간 거냐? 뜬금없는 갈굼에 투지가 불타오른다. 오늘 방과후 반드시 결투를 신청하리라.
“근철아.”
그리 투지를 불태우고 있으니 시후가 다가왔다.
“어, 아! 시후야! 내 얘기 좀 들어 봐!”
이 억울한 감정을 친구에게 공감받고 싶구나!
“방금 류씨 저놈이!”
“으, 으응? 류씨가 뭐 했어?”
“그렇다니까! 방금 슥 지나가면서 나한테 뭐라뭐라 했다고!”
“그거 매일 있는 일 아냐?”
시후가 그게 뭐 별일이라는 듯한 투로 말했지만 오늘은 너무나도 뜬금없는 일이었단 말이다.
“아니, 그래도 좀 그렇지. 매일 그런다고 매일 당할 순 없다고.”
“매일 당해도 별로 특별하단 생각은 안 드는데…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
“나보고 죽상이니 뭐니 막 그러던데.”
“죽상…? 아.”
“음?”
뭐라고 말하려던 시후가 갑자기 입을 닫고는 자기 턱을 쓸었다. 그리고는 살짝 자세를 낮춘 채 작게 말했다.
“근철아. 혹시 요즘 무슨 힘든 일이나 고민 같은 거 있어?”
“뭐? 고민?”
그런 건 없는데.
“아이 뭐 그런 게 있어. 나처럼 에너지 넘치는 놈이 어디 있다고. 딱히 그런 건 없는데?”
“으응… 그래? 뭐랄까, 근철이 너 요즘 묘하게 다운된 것 같아서. 저번에 자면서 소리친 것도 있고. 뭔가 좀 그런 것 같아서 물어본 거야.”
“아.”
그런 거였냐?
“…”
확실히.
고민 있냐는 말에 반사적으로 없다고 대답하긴 했는데, 일단 그런 게 있기는 있다. 잠자리가 뒤숭숭한 거랑 느껴지는 불안감.
아.
설마 류씨 임마도 뭔가 그런 걸 눈치챈 건가? 그래서 방금 그런 말을 하면서 지나친 거고? 이 새끼… 생각보다 징그러운 놈이라니까.
아무튼.
시후가 이렇게 말한 걸 보면 확실히 지금 내 상태가 영 아닌 것 같긴 하다.
“정말 무슨 일없지? 솔직히 요즘 전투도 많이 했으니까. 그런 것 때문에 조금 지친 거 아냐?”
“뭐… 그럴 수도 있긴 한데. 뭐 별거라고. 그냥 요즘 뉴스 보니까 사고가 많이 터져서 그래. 그거 때문에 걱정이 좀 있긴 해.”
“그런 거야?”
“어. 요즘 좀 그래.”
“이거 참.”
살짝 심각한 얼굴이 된 시후가 말을 이었다.
“그 근철이가 힘들어하다니. 확실히 심각하네.”
“그런가?”
“그래도 근철아. 네 옆에는 항상 우리, 아니. 내가 있으니까. 그렇게 막 걱정이 되기 시작하면 나한테 말해. 같이 있어 줄 테니까.”
“흐흐흐, 이시후 이 새끼.”
그래도 나 걱정해 주는구만.
“고맙다. 그렇게 하마. 아니, 근데 방금 이야기 좀 하니까 괜찮아졌어.”
“흐흫. 그럼 다행이고.”
확실히 괜찮아졌다.
“아무튼 너무 다운되어 있지 마. 알겠지? 근철이 네가 다운되어 있으면 그게 근철이야? 잡철이지.”
“아니 뭔 잡철 이지랄… 아무튼 그래. 그래야지. 부회장이 다운되어 있으면 쓰겠나.”
친구들과 함께라면 무슨 일이든 다 이겨낼 수 있다.
마음 다 잡자, 김근철이!
*
*
*
‘크으, 우유리랑 신경전 한다고 김근철이랑 말도 잘 못했네요…!’
자율 수업 시간.
원래 이런 시간에는 김근철이랑 붙어서 뭔가를 같이 하는 게 정석이지만, 오늘은 그러질 못했다.
어쩌다 보니 오늘도 또 우유리랑만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다. 서로 한 일은 같이 수련하면서 우애를 다진 것이었지만, 사실상 신경전에 가까운 일이었다.
‘함부로 보낼 수가 없네요!’
서로가 서로의 접근을 차단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요즘 그런 상황이다.
뭐랄까, 이젠 우유리가 김근철이 근처에 가기만 해도 크게 경계가 된다. 물론 그건 저쪽도 마찬가지겠지.
‘그래도 뭐… 우유리랑 함께 노는 것도 나쁘진 않아요.’
어찌 됐든 친구인 만큼 같이 있으면 그 마음이 신경 쓰이면서도 즐겁다. 돌이켜보니 같이 떠들면서 재밌게 논 것 같다.
그런데.
저율 수업이 끝날 무렵, 우유리가 잠깐 나갔다. 그 틈에 김근철이 쪽을 살짝 보니까 이시후랑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바로 그 순간.
“으응?”
슬쩍 들려오는 말이 레오나의 기감을 강하게 사로잡았다.
“아무튼 너무 다운되어 있지 마.”
이시후가 김근철이에게 다운되어 있지 말라면서 어깨를 만져주고 있다. 가만 있어 봐. 한 번씩 잊을뻔하지만 이시후 역시 여자다. 그것도 김근철이에게 흑심이 있을 가능성이 큰 여자.
‘아니, 그런데 뭐라구요? 다운?’
김근철이에게 다운되어 있지 말라며 위로하는 이시후.
그것을 인식한 순간 레오나의 머릿속에 최근 김근철이의 모습이 휘몰아쳤다.
‘허억…!’
요즘 묘하게 기운이 가라앉아 있는 듯한 낌새가 있긴 했다. 단순히 우유리와 자신이 신경전을 벌이는 상태라서 곤란해하는 것으로 여겼지만, 이시후의 위로를 듣고 나니 다른 생각이 든다.
‘서, 설마?! 저랑 우유리가 사이좋게 지내지 않아서… 그래서 다운된 건가요?! 친구끼리 막 싸우는 것 같아서! 그래서 걱정을…! 정말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런!’
레오나는 경악했다.
‘안 돼요!’
아이의 앞에서 부모가 싸우면 안 된다. 새삼 그 당연한 육아원칙이 생각났다. 물론 김근철이는 아이가 아니고 자신은 부모가 아닐 수도 있지만, 김근철이의 앞에서 우유리와 사이가 나쁜 모습을 보여주는 건 분명 좋은 일이 아닐 것이었다.
‘김근철이를 쓸쓸하게 해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리고 불안한 마음이 그곳을 채우기 시작한다. 모성애가 자극된 레오나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어서 위로해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