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110
열일하는 과금 기사 109화
계속 걷는다. 계속 쏟아진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는, 그렇게 한참이나 그치질 않았다.
“와.”
결국, 아이템은 무슨 산맥처럼 주욱 이어지는 형태로 쌓였다. 아무리 만 단위의 몬스터를 잡아도 말이 안 되는 규모였지만.
“행운템이 좋긴 좋네.”
나는 산처럼 쌓여 있는 아이템 중 투구 하나를 주워 들었다. 수많은 아이템 중 단 하나였지만 놀라운 동체 시력은 귀신처럼 그것을 잡아 낸 상태다.
가디언 헬멧(영웅)
방어력 +8
체력 +15
마나 회복 +15
재질 : 철
무게 : 1.2킬로그램
“와, 영웅템이 다 떨어지네.”
그러나 진짜 놀라운 건 공격 한 번에 영웅 아이템이 드랍 될 정도로 적을 쓸어 버리는 스킬 구성이다.
“이게 버그도 스킬 악용도 아니라니…….”
진짜 밸런스가 미쳐 돌아가는 스킬이다.
농담이 아니라 적당한 사냥터에서 제대로 터지면 한순간 사냥터가 텅 비어 버리는 상황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스킬.
‘아니,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라고 만든 스킬 구성이야.’
스킬이 영향을 끼치는 범위를 제한할 수가 없다.
천지를 가르는 검이 터지고 그렇게 사냥터에 있는 몬스터가 싹 쓸려 나가는 모습을 다른 플레이어가 보게 만들겠다는 강렬한 의도가 느껴진다.
‘그 결과는 경탄과 탄성일 수도, 질시와 분쟁일 수도 있겠지.’
그리고 그 두 가지 모두, 네메시스가 원하는 결과였다.
‘심지어, 검신이 신화 클래스 중에서 딱히 사기급도 아니란 말이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시스템 UI를 켰다.
그리고 그중 한 부분을 확인했다.
여신의 가호 : 1단계
은총 포인트 : 0.
“아! 가호 생각을 못했네. 템 손실 경 손실이 얼마야 이거…….”
경험치 획득량만큼 소모되는 가호는 몇만의 몬스터 학살을 견디지 못했다. 9999포인트까지 꽉 채워 놨음에도 이 지경.
나는 캐시숍에서 [용옥(30일)]을 구매했다. 은총 포인트가 200포인트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캐시 아이템이었다.
“겨우 5만 5천 원. 완전 가성비 아이템이네.”
그러나 이대로 멈추면 여신의 가호가 2단계에 고정된다는 걸 알고 있는 나는 추가로 가지고 있던 아이템들을 사용했다.
[가호의 성배를 사용하셨습니다! 여신의 가호 200->250] [가호의 성배를 사용하셨습니다! 여신의 가호 250->300]……
[가호의 성물을 사용하셨습니다! 여신의 가호 9800->9900] [가호의 성물을 사용하셨습니다! 여신의 가호 9900->9999]은총 포인트를 풀로 채운다.
여신의 가호가 3단계, 그러니까 경험치 획득률 700%. 아이템 획득률 500% 골드 획득률 300%가 유지된다는 뜻.
“좋아, 모든 준비 끝!”
나는 가뿐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템의 산을 가로질러 도착한 곳은 치명타에 휩쓸린 코끼리 마수의 시체 무더기 앞.
사망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먼지처럼 흩어지는 몬스터와 달리 온전히 아르데니아의 존재인 마수의 피와 살점은 사라지지 않고 주변을 적시고 있다.
번쩍!
쏘아지는 빛을, 난 가볍게 상체를 흔드는 것만으로 피해 냈다.
“너, 너, 네놈…… 헉헉…….”
시체 무더기 사이에서 에드워드가 몸을 일으킨다. 놀랍게도 그는 이번에도 살아남았다. 정말 끈질긴 생명력.
그러나…… 수만 명이 넘던 군세 중 생존자는 그 한 명뿐.
천신교의 군대는 그야말로 깔끔하게 전멸했다.
칭! 치잉! 촤앙!
에드워드의 몸에서 연신 빛이 터져 나온다. 다수의 힐링 스킬이 빈사 상태였던 육신을 복구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가 입은 타격은 너무 컸고.
나는 그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 줄 생각이 없었다.
“굳이 길게 이야기는 안 하겠어. 어차피 또 보게 될 텐데.”
그리고 그때의 에드워드는 지금 이 상황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자신과 자신의 군단이 이곳에 쳐들어갔다가 죽었다는 사실만 전달받겠지.
나는 토끼발 망치를 들어 올렸다.
“또 보자.”
“너……! 네놈! 기억해라! 내가 다시……!”
퍼억!
[축하합니다! 한 길드가 광신자를 해치웠습니다!] [최고 기여도. 한재연.]월드 메시지와 함께 하늘에서 수백 개의 아이템이 쏟아진다.
[광신자의 공훈 상자(전설)]. [영광의 홀(전설)]. [지엄한 명령(전설)]. [섬광의 창(영웅)]. [신성방패(영웅)]. [가디언 아머 제작 레시피(영웅)]. [빛의 목걸이(희귀)]……나는 빠르게 아이템 목록을 확인했다.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은총 포인트를 채운 보람이 있다.
“크! 전설템이 두 개나 떨어지네.”
그뿐이 아니다. 나는 새로이 생겨난 아이템 더미에서 [광신자의 공훈 상자(전설)]를 찾아 열었다.
[롱기누스(전설). 지엄한 명령 제작 레시피(전설). 샤이닝 소드 제작 레시피(영웅). 빛의 목걸이(희귀). 명예 코인 4500개를 획득하셨습니다!]전과 다르게 이번엔 상자에서도 전설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전설템 3개와 전설 레시피 1개가 나온 셈이다.
“흠, 조만간 기사들을 영웅템으로 무장시키고 가신들에게 전설템을 줄 수도 있겠는데…….”
지금까지는 어림없는 이야기였는데 요번 전투의 드랍 템들을 보니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그게 아니면 성마다 전설 무기 하나씩 비치시켜서 그 성에서 가장 강한 플레이어가 그 장비를 영구 대여 받는 방식도 괜찮겠지…… 그 장비를 소지하고 있는 동안은 그 성을 지켜야 하는 식이면…….”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사이 남문이 열리고 병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싸우기 위함은 아니다. 그 증거로 그들은 무장을 갖추기보다 마차나 수레 등을 끌고 있다.
[엄청…… 많다…….]랜드웜은 산처럼 쌓여 있는 아이템을 보고 있다. 눈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녀석은 그중에서도 갑주나 무기 같은 금속류에 특히 관심이 많아 보였다.
[이거…… 먹어도…… 돼……?]“당연히 안 되지.”
내 즉답에 거대한 랜드웜의 몸이 움찔한다.
[치사해…….]“점프 한 번에 황금 1.5톤을 달라는 쪽이 더 치사해.”
그렇게 대답하며 아이언 캐슬을 본다. 조금이라도 위험하면 쏘아 올리라 했던 신호탄이 터지지 않는 걸 보아하니 다들 잘 막고 있는 모양이다.
‘썬더버드가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건가?’
의아해 하고 있을 때 랜드웜이 슬쩍 몸을 움직였다.
쿠구궁!
워낙 큰 녀석이라 고개를 모로 꼬는 것만으로도 땅이 흔들리고 산처럼 쌓여 있던 아이템의 산이 무너져 내린다.
녀석이 그 집채만 한 머리를 슥 내밀며 말한다.
[큰일났다! 이거 쏟아져! 역시 너무 많다!]느릿느릿하던 말투가 빨라진다. 나는 녀석이 군침을 삼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개를 흔들었다.
“너무 많긴. 네가 먹으면 두세 입이면 끝날 거야.”
[그러니 두세 입이 아니라 한 입만…….]진짜 양심 없는 소리. 결국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됐고. 돌아가!”
팟!
순간 빌딩처럼 서 있던 랜드웜의 모습이 사라진다.
“천만다행히도 소환 취소는 되네.”
이게 안 되면 여러모로 큰일이었을 것이다.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강해진 나지만 신화급 펫은 솔직히 장담이 어려웠다.
“충성! 아이언 캐슬 1군단…….”
“아아. 그래. 다 실어서 창고에 옮겨놔.”
“충!”
나는 병사들의 아이템을 종류별로 분류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았다. 녀석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황제 폐하께서 강하신 거야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혼자서 다 쓸어 버리실 줄이야…….”
“만인지적(萬人之敵). 아니, 이 정도면 그조차도 한참 뛰어넘어.”
“알림창 좀 봐. 대륙의 모든 인간이 폐하의 이름을 부르고 있을 거야.”
“세상에 알림창이 세 페이지도 넘어…… 최고의 사냥팀도 알림창에 이름을 올리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데…….”
녀석들의 중얼거림에 나는 알림창을 확인했다.
<아이언 캐슬에서 한재연 님이 가디언 헬멧(영웅)을 획득하였습니다!>
<아이언 캐슬에서 한재연 님이 티르빙(영웅)을 획득하였습니다!>
<아이언 캐슬에서 한재연 님이 광전사의 검(희귀)을 획득하였습니다!>
<아이언 캐슬에서 한재연 님이 퍼플 소드(희귀)를 획득하였습니다!>
<아이언 캐슬에서…… >
월드 메시지가 빼곡히 쌓여 있다.
드랍률이 극악하기로 유명한 리벤지의 시스템이었지만 몇만이 넘는 적을 행운 장비로 도배하고 쓸어버리니 희귀급 이상의 아이템이 잔뜩 드랍된 것이다.
“자기 PR 어마어마하게 했네.”
플레이어가 아니어도 월드 메시지는 볼 수 있으니 사실상 온 대륙이 내 이름을 읽은 상황이다. 심지어 난 신화급 클래스, 수호령, 펫마저 뽑지 않았던가?
신화급의 그 요란스럽고 그 심상치 않은 문구를 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는 안 봐도 뻔하다.
“그나저나.”
나는 걸음을 옮겨 평원 한가운데 생긴 거대한 구멍을 내려다보았다.
“역시 남는군…….”
리벤지에서는 랜드웜을 타고 도시를 가로질러도 가로등 하나 넘어지지 않는다. 빌딩만 한 사이즈의 덩치가 구불구불 대지를 헤집어도 주변 환경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
당연한 말이지만.
‘게임적 허용이지.’
설정에 그런 내용은 없지만 게임 플레이상에서는 그렇게 적용된다.
아무리 신화급 펫이라도 단지 이동하는 것만으로 건물을 파괴하고 지형을 변화시키면 다른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어떻게 하겠는가?
반면 아르데니아의 상황은 다르다.
게임적 허용이란 건 없다.
“깊고…….”
랜드웜이 올라왔던 구멍으로 들어간다.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던 경사는 수십 미터쯤 내려왔을 때 완만하게 변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막다른 길은.
“……넓네.”
대형 강당 정도 되는 넓이에 신음한다.
‘랜드웜 녀석이 그냥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이만한 공간이 생기다니.’
놀라운 것을 그것만이 아니다.
쿵!
벽을 가볍게 때리자 넓은 공간 전체가 울렸지만 그럼에도 무너질 기미가 없다.
“그렇군. 그냥 땅을 판 게 아니야. 땅의 속성력을 이용했어.”
놀랍게도 랜드웜은 자신을 가로막는 토양을 사방으로 [압축]시키며 전진했다.
그렇게 압축된 벽은 주변 토양보다 더 단단해지니, 녀석이 사라진 후에도 터널이 무너지지 않는다.
팟!
지상으로 올라오며 생각한다.
‘이 녀석…… 잘만 구슬리면 혼자서 지하도도 만들 수 있겠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펫 창을 열었다.
가장 위에 있는 랜드웜을 패스하고 카심을 소환했다.
펄럭!
내가 등에 올라타자 카심이 허리를 확 숙였다가, 그대로 뛰었다.
쾅!
하늘로 날아오른 카심이 포효한다.
“크아앙–!”
“그래그래, 착하다. 랜드웜 녀석도 너처럼 말 잘 들으면 참 좋을 텐데.”
카심의 등을 토닥였지만 대단한 반응은 없다.
어느 정도의 상호 작용은 가능하지만 펫들의 반응 체계는 기본적으로 알고리즘의 형태를 벗어나지 않는다.
명령에 곧잘 따르고 똑똑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어떤 행동 원리 위에서 정해진 대로만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리라.
‘굳이 말하자면…… 게임 속 펫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면에서 지성을 가진 랜드웜은 대단히 예외적인 사례였다.
‘설마 신화 펫들은 다 이런 건가? 이거야 원. 얻은 신화급 펫이 에드워드였으면 꽤 난감했을지도 모르겠…….’
번쩍!
그때 서문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온다.
“뭐야! 설마 썬더버드가 아직도 있는 건가!? 아니 왜 신호탄을 안 쏴!?”
신호탄이 터지면 바로 썬더버드를 잡으러 가기로 했던 내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의문은 곧 해결되었다.
[축하합니다! 한 길드가 썬더버드를 해치웠습니다!] [최고 기여도. 헤이즈 스타라이트.]“아니…….”
<아이언 캐슬에서 헤이즈 스타라이트 님이 천둥검(전설)을 획득하였습니다!>
<아이언 캐슬에서 헤이즈 스타라이트 님이 썬더버드의 공훈 상자(전설)을 획득하였습니다!>
<아이언 캐슬에서 스틸스톤 님이 썬더 블래스터(영웅)를 획득하였습니다!>
<아이언 캐슬에서 스틸스톤 님이 라이트닝 보우(희귀)를 획득하였습니다!>
<아이언 캐슬 헌드레드 실버소드 님이 마나의 미스릴 셔츠(희귀)를 획득하셨습니다!>
<아이언 캐슬에서…… >
나는 잠시 멍하니 월드 메시지를 바라만 보았다.
“아니,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