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111
열일하는 과금 기사 110화
나는 잠시 멍하니 월드 메시지를 바라만 보았다.
“아니, 뭐라고?”
이건 진짜 깜짝 놀랄 정보다.
“헤이즈가 썬더버드를 잡을 정도는 아닐 텐데?”
물론 헤이즈는 아르데니아에서는 전설로만 여겨지던 소드 마스터다. 인류제국의 두 번째 실력자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러나…… 말이 좋아서 두 번째지 그녀와 나의 전투력 차이는 너무나 막대하다. 혼자 쳐들어와 광신자의 머리를 박살 낸 나와는 급이 다르다.
‘헤이즈가 강하긴 해도 굳이 따지자면 영웅급일 뿐인데…… 전설 정예도, 전설 보스도 아닌 스페셜 보스를 잡았다고? 심지어 썬더버드는 비행형 몬스터인데?’
나는 길드 타워로 향하던 카심의 머리를 서문으로 향하게 한 뒤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전투는 거의 끝나 있다.
저 아래로 추락한 와이번의 명줄을 끊고 있는 기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와이번은 몸을 일으켜 저항했지만 쏟아지는 사격을 얻어맞은 데다 추락의 충격을 받은 몸으로는 기사의 공격을 이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차.”
나는 인벤토리를 열어 누가 보기 전에 장비를 교체했다. 어차피 볼 사람은 다 봤다 하더라도 굳이 이 복장으로 돌아다닐 필요까지는 없다.
카심이 서문에 도착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저 아래로 널브러져 있는 병사와 기사들, 그 사이를 바쁘게 뛰어다니는 힐러, 그리고 긴급히 동원된 노동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송편 가져올 수 있는 만큼 가져와! 기사님들한테 쓸 거라고 하고!”
“외과 수술은 실내에 들어가서 해! 상처에 먼지가 들어가잖아!”
“개인 포션이라도 써! 나중에 청구하면 1.5배로 보상해 준다!”
정신없는 분위기였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광경이다. 사방에서 터지는 신음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망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뜻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인력과 물자가 쌓여 있는 성 내부. 후속 조치가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매일 훈련만 시킨 보람이 있네.’
와일드 보어에서 끝없이 생산되는 멧돼지 고기, 몬스터에게서 드랍되는 일반 등급의 천옷과 가죽옷, 그리고 성을 건설할 때 함께 생겨나는 건물로 인해 인류제국은 국민의 의식주 모두를 완벽하게 책임질 수 있다.
즉, 인류제국의 국민은 지금까지 살아오며 경험한 가혹한 노동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존재가 되었다는 뜻.
하지만 마냥 편한 나라는 없는 법.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던 그들은.
이제 가혹한 훈련에 시달리게 되었다.
‘어서 유격장을 완성해야 하는데…… 인류제국의 국민이라면 1년에 한 달은 유격장에서 살게 해야 해…….’
지구에서 행했다면 쿠데타가 일어날 만한 계획이지만 이곳은 지구가 아니라 아르데니아가 아니던가?
나는 목적지에 도착해 카심의 소환을 취소했다.
탁.
땅에 내려서자 중갑주를 걸친 기사가 달려와 예를 표한다.
“충! 아이언 캐슬 1군단 서문 수문장 파이브입니다. 현재 전투 종료 후 뒤처리 중입니다.”
“피해는?”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 사망 87명, 중상 241명, 경상 458명입니다.”
“피해가 크군…….”
내 말에 전혀 동의하지 못하는 듯 서문 수문장의 눈이 동그래진다.
‘하긴.’
수만 마리가 넘는, 그것도 하나같이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강력한 이능을 발휘하는 몬스터를 전멸시키고 고작 87명의 사망자면 어마어마한 대승이라고 보는 게 정상이겠지.
‘하지만 상대는 리젠이 되는 몬스터다. 신화급 성도 있는데 피해는 더 적어야 해.’
그렇게 생각하며 부상자들에게로 이동한다.
그들의 한가운데에는 피부가 새카맣게 익어 버린 헤이즈가 있었다.
“왔어?”
“괜찮아?”
“괜찮지는 않지만……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아. 설마 내가 저 썬더버…… 콜록!”
송편을 꾸역꾸역 씹어 삼키고 있던 헤이즈의 몸이 들썩인다.
나는 그녀의 입에서 튀어 나간 송편 조각을 잡아채 그녀의 입에 집어넣었다.
버프 음식은 한 조각만 흘려도 그 효과가 작동하지 않는다.
“천천히 먹어.”
“당장 죽을 거 같으니 마음이 급해지네…… 헥헥!”
그녀는 기어코 송편을 다 씹어 삼킨 뒤 포션을 마셔 그것을 넘겼다.
영웅급 송편의 효과가 발동하자 새카맣게 타 버렸던 피부가 떨어져 나가고 그 아래로 새살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본 헤이즈가 혀를 내두른다.
“와, 예전에 이런 상처를 입었으면 죽거나 불구가 되었을 텐데.”
이번 추석에 미친 듯이 쟁여 놓은 추석 송편의 이득은 나보다 내 병사들이 톡톡히 보고 있다.
당장 오늘만 해도 송편이 없었다면 훨씬 많은 사망자가 나왔을 것이다.
“그나저나 운이 좋았어.”
나는 헤이즈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가부좌를 취하고 있는 스틸스톤이 있었다.
“정말…….”
포션을 몸에 뿌리며 헤이즈가 말했다.
“정말로 썬더버드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뜻밖에도 헤이즈의 표정에서는 온갖 감정이 스쳐 지나간다. 후련함, 슬픔, 허탈함 등등…….
나는 이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싸워 본 적 있나 보네.”
“싸웠다고 할 수 있으려나. 쫓기고, 동료를 잃고, 삶의 터전을 파괴당하고, 하늘에서 천둥이 치면 그림자로 숨고…….”
힘없이 말하며 성벽에 등을 기댄다.
다 파괴된 갑옷 때문에 눈 둘 데가 없는지라 인벤토리에서 로브 하나를 꺼내 덮어 주었다.
“고마워.”
헤이즈는 피식 웃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로 운이 좋았어. 재앙급, 그러니까 스페셜 보스라 불리는 녀석을 다 만나 보진 못했지만 적어도 천둥새. 아, 계속 용어가 엉키네.”
헤이즈가 짜증을 부렸다.
“회귀 전에는 그렇게 부른 모양이지?”
“그래. 그때는 지금처럼 괴물들의 머리 위에 글자도 쓰여 있지 않았고 클래스라든가 하는 것도 없었어. 녀석들도 죽으면 시체를 남겼고 부활 같은 걸 하는 일도 없었지.”
헤이즈가 말하는 것은 리벤지의 [시나리오]이다.
게임에서야 아이템이 드랍되고 경험치를 얻어 레벨이 오르지만 그건 사실, 플레이어를 위한 시스템일 뿐.
게임 시나리오 자체에서 [레벨], [아이템 드랍] 등의 요소를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 게임도 있겠지만 적어도 리벤지는 아니었다.
아마 헤이즈가 살다 온 세상은 지금보다 조금 더 현실적인 곳이었을 것이다.
“하여튼.”
헤이즈가 고개를 흔들더니 다시 말했다.
“운이 좋았어. 나는 적어도 썬더버드와 에드워드 그 미치광이 새끼의 습성이나 성향을 잘 알고 있었거든. 거기에 이 성이 주는 어드벤티지도 어마어마했지. 쏟아지는 총격은 내가 봐도 살벌한 정도였고 결계가 원거리 공격을 다 차단해 버리니 썬더버드 녀석이 땅에 내려올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거기까지 말하고 고개를 돌린다.
사람들이 모두 비켜선 자리에 가부좌를 취하고 앉아 있는 스틸스톤의 모습이 보인다.
“진짜…… 운이 좋았어. 설마 그 타이밍에…….”
고오오오…….
스틸스톤의 몸에 은은한 금빛이 맴돌았다.
역근세수경이 10성에 이르렀다는 증거.
심법의 완성이다.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는 녀석이 나올 줄이야.”
“후우…….”
스틸스톤이 날숨을 내뱉는다. 그 호흡이 얼마나 깊은지 주변에서 흙먼지가 일 정도. 녀석은 그렇게 몇 번 더 호흡을 고르더니 그대로 눈을 떴다.
“……아.”
멍한 표정을 보며 웃는다.
“축하한다.”
“감사…… 감사합니다. 폐하.”
그렇게 말하고 옆으로 넘어지는 스틸스톤을 부축한다.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강철 방패의 기사 중 하나에게 넘긴다.
“잠든 거니 숙소에 데려다 놔.”
“네, 네. 폐하! 충성!”
까무잡잡한 피부에 훤칠한 키가 인상적인 여기사가 냉큼 달려와 스틸스톤을 부축해 사라진다. 왜인지 스틸스톤을 부축해 사라지는 여기사의 얼굴이 희희낙락해 보이지만 기분 탓이겠지.
“뭐, 잘됐군.”
내 손으로 썬더버드를 잡지 못한 건 아쉬운 일이다. 아무래도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데다 전설급 행운템으로 도배한 나와 가호조차 2단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일반 유저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드랍률의 차이가 있으니까.
그러나.
‘그래도, 잘되었다.’
내 도움 없이 넓은 영역을 차지한 전설급 스페셜 보스를 잡았다는 건 대단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내 기사와 병사들은 내 도움이 없어도 스페셜 보스를 잡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성벽에 설치된 포대와 기가스 군단까지 사용한다면 더더욱 편해질 거야. 그래도 남용하면 안 되겠지만.’
똑같이 공성 오브젝트라 해도 총기와 다르게 포격과 기가스 소환은 경험치를 주지 않는다. 나와 달리 수호령을 성장시키거나 콜렉션을 완성하기 어려운 병사들의 현실을 생각해 보면 아주 큰 피해가 예상될 때만 쓰는 게 최선이리라.
“후. 이제야 좀 살겠다.”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회복된 헤이즈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요번 전투 중 보인 활약이 보통이 아닌 듯 병사들이 경외감 섞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모습이 보인다.
“흠. 그나저나 이제 마스터가 둘인가…….”
내심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보고! 보고입니다!”
외침에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서 말을 탄 병사가 맹렬하게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입고 있는 제복과 들고 있는 깃발을 보니 연락병.
내 앞까지 달려온 그는 말에서 내려 예를 취했다.
“충! 빠른매 연대 클라우드 소위입니다!”
“그래. 클라우드 소위. 무슨 일이지?”
“공격입니다! 뇌속성 몬스터들에게 와일드캣 성이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와일드캣 성의 위치는 Q-19. 이곳 아이언 캐슬에서 300킬로미터 북쪽에 있는 대륙의 최북단.
“공격 시기는?”
내 차분한 태도에 흥분한 상태였던 소위가 호흡을 고르곤 답했다.
“약 3시간 전에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수성 중입니다.”
“적의 숫자는?”
“삼천가량이었습니다.”
3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3시간 만에 이곳까지 왔다는 건 녀석이 텔레포트 스크롤을 사용했다는 뜻이다.
‘아니, 텔레포트 스크롤을 쓴 것치고는 너무 늦은 거 아닌가?’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텔레포트 스크롤은 성에 하나씩밖에 없다. 예비품이 없는 물건이니 함부로 쓰기 어려웠을 것이다. 일단은 자신들의 힘으로 막아 보자는 생각도 있었을 테고.
그럼에도 결국 왔다는 건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다는 말이겠지.
“보고! 보고입니다!”
그때 새로운 병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충! 빠른매 연대 모닝스타 소위입니다!”
“공격인가. 어디지?”
“푸른망치성에 삼천가량의 천신 군단이 공격해 들어왔습니다! 방어가 어렵습니다!”
심지어 이것도 끝이 아니었다.
“보고! 보고입니다!”
“헉헉! 큰 송곳니 성이……!”
속속 들어 도착하는 연락병들의 모습에 눈을 가늘게 뜬다.
“하, 이것들이.”
동시 공격이다.
만약 아이언 캐슬이 공격당하고 있을 때였다면 이런 소식을 들었어도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소식을 받지도 못했을지도 모르지.
“죽을 자리를 찾아왔네.”
그러나 상황은 그들의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었다. 아이언 캐슬에 쳐들어왔던 병력은 빠르게 몰살당했기 때문이다.
“소식을 전하느라 수고했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테니 숙소로 가서 쉬어라.”
“예? 하지만 전쟁인데…….”
“걱정할 필요 없다.”
그렇다. 걱정이 없다. 인류제국은 최후, 최강의 수단을 쓸 생각이니까.
“내가 직접 나서겠다.”
카심을 소환하며 생각한다.
오늘이 가기 전에 천지를 가르는 검 10번을 더 쓰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