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166
열일하는 과금 기사 165화
두근.
그 간절한 일심(一心)에 따라.
육체가 진화를 시작한다.
두근!
바닥에 떨어진 살점 가운데에서 심장이 떠오른다. 한껏 메말라 있던 심장은 확정된 진화의 방향성을 향해 지체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두근!
거센 박동과 함께 방 전체에 흩뿌려져 있던 핏물이 끌려온다.
그렇게 심장에 피가 들어가자, 네 명의 대마법사가 일주일 동안 짜서 올린 술식이 작동한다.
우우웅-!
박동할 때마다 재연의 영혼과 육신을 연결하는 차원 송곳 심장(Dimensional awl heart)의 힘이 중구난방으로 뿜어지던 영겁태양의 힘을 통제했다.
일주일 동안 열심히 주문을 짰던 대마법사들조차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효과다.
하기야 누가 예상할 수 있겠는가?
만일 그들이 자신의 수술을 받은 대상이 영혼 상태에서 초월급의 영약을 먹게 되고, 그래서 연결되지 않는 영혼과 육신을 강제로 연결하는 주문이 거꾸로 폭주하는 진기를 유도하는 효과를 발휘하게 되리라 예측했다면, 그것은 놀라운 통찰력이 아닌 망상병 초기 증상에 불과하리라.
두근! 두근–!
또다시 심장이 박동하자 마치 거대한 북을 친 둣 묵직한 울림이 퍼져 나간다.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영겁태양의 힘은 너무나 강대해, 차원 송곳 심장에 의해 통제됨에도 물질계에 현상을 강제할 정도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을 통해 쏟아진 막대한 진기가 단전으로 쏟아진다. 정확히 말하면 쏟아져야 하지만…… 지금 재연에게는 단전이 없었다.
어디 없는 게 단전뿐이랴?
지금의 그에겐 단전도, 팔다리도, 심지어 머리조차 없었다. 있는 것은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심장뿐!
그러나 단전이란 원래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기관.
무공 사용자들은 평생 단전의 존재를 느끼고 활용하며 그곳을 자신의 생명 다음으로 소중히 여기지만, 실제로 그들의 복부를 개방해 봐야 나오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보통 사람과 똑같은 내장 기관이 있을 뿐.
하지만 바로 그 가상의 기관을 재연은 상상했다.
계속 갈망해 왔다.
이 순간에도 그가 계속 되새기는 온갖 무학, 온갖 심득, 온갖 경험은 바로 그것을 만들 충분한 데이터.
생체인자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꾸득! 끼이익!
대형 공장에서나 들릴 법한 굉음과 함께 살점이 얽힌다. 수증기가 되었던 핏물이 다시 뭉쳐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자 성인 남성의 주먹만 한 크기의 내장 기관이 살아 있는 것처럼 맥동했다.
인간의 것이 아닌 것을 넘어 생명체의 것이 아닌, 마치 항공기의 엔진이나 기가스의 아이언 하트와 같은 그야말로 전무후무할 [물리적인 단전].
그리고 그곳에.
두근-! 쿵!
차원 송곳 심장에서 뿜어진 초월적인 내공이 쏟아져 들어차기 시작한다.
두근! 쿵–! 두근–! 쿵! 쿵! 쿵! 쿵!
퍼져 나가는 파동에 온갖 방어 주문이 걸려 있는 룸 타워조차 버티지 못하고 삐걱거린다. 당연히 룸 타워에 있는 다름 사람들 역시 놀라 밖으로 뛰쳐 나온다.
“으아악! 뭐야! 건물이 흔들려!?”
“무슨 일이야!? 진짜 초월급 몬스터가!?”
[경보! 경보!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모든 시민분께서는…… ] [20레벨 영능 재해 경고! 20레벨 영능 재해 경고! 모든 시민분께서는…….]경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홀로그램 광고판은 물론 일반인들이 데리고 다니는 스마트 펫들까지 입을 모아 내는 경보에 한 번도 이런 일을 겪어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당황한다.
“아니, 이게 무슨 미친 소리야…… 대피라니. 여기만큼 안전한 곳이 어디 있다고…….”
“아니 그보다 20레벨 영능 재해라면…… 초월급 아니야?”
대피는커녕 다들 그냥 제자리에 서 있다.
당연한 일이다.
가히 절대에 가까운 평화만 있는 34지구 사람 중 누가 긴급 상황 따위에 익숙하겠는가? 심지어 개중 몇은 이게 몰래카메라 같은 게 아닐까 의심하며 주변을 살피기도 했다.
물론 그 오해는 길지 않았다.
쿵! 쿵! 쿵! 쿵! 쿵!
다섯 기의 거인이 광장에 내려섰기 때문이다.
“와! 이거 인급 기가스 맞지?”
“저 기종은…… 척준경(拓俊京)이다!”
“저것 봐. 김구(金九)야, 김구!”
“곽재우(郭再祐)! 와! 화면으로만 보던 걸……!”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며 기가스들이 손을 내젓는다.
[긴급 상황입니다! 모두 대피해 주세요!] [물러나세요!]그들은 적당히 사람들을 밀어낸 후 영자력을 퍼트렸다.
기이이잉–!
결계가 펼쳐지며 광화문 광장 서쪽에 위치한 고층 건물, 룸 타워를 뒤덮는다.
[모두 대기! 뭐가 나올지 모른다!] [아니, 뜬금없이 20레벨이 무슨 소리야? 통행이 보고된 초월자도 없는데!] [이거 예능에 나왔던 그거 아닙니까? 초월급 몬스터? 와! 드디어 초월급 하고 싸워 보나?] [저런…… 뒤지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 아무리 인급 기가스에 탔다지만 초월자한테 버틸 정도는 아니야!]기가스 라이더들이 그렇게 건물을 둘러싼 사이. 룸 타워 안에서 움직이는 이가 있었다.
“아니, 이게 대체 뭐야! 이런 개진상 이웃사촌은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알알알! 알알알! 알알알알!”
“써쓰야, 조용! 엄마 바빠!”
소드 마스터급 전투 경찰 송하나는 손발이 다 떨리는 내공의 격류 속에서도 매뉴얼대로 움직였다.
굉음이 터져 나오는 원룸 입구로 달려가 4개의 정을 박아 넣은 것이다.
“아, 괜히 화 돋우는 거 아냐? 아직 순직하기엔 너무 어린데…… 에라, 모르겠다! 이탈!”
팟!
삽시간에 공기의 질감이 변한다.
마도법구의 힘으로 그녀와 그녀가 지정한 공간이 현실의 반대편인 이면세계(異面世界)로 이동한 것이다.
“먹혔나? 아, 먹히기에 등급이 좀 높아 보이긴 했는데.”
다행히 곧 그녀가 바라던 반응이 있었다.
두근–! 쿵!
“됐다!”
룸 타워 밖에 있던 기가스 파일럿들은 즉시 상황을 파악했다.
“벌써 대응했다고? 사건 터지고 이제 1분 30초째인데? 와. 요새 경찰 빠릿빠릿하네.”
“마침 사고 지점에 전투 경찰이 거주하고 있었답니다.”
“방식은 뭐야? 폐쇄? 봉인?”
“이탈입니다. 이면세계로 보냈다던데.”
“그걸 당해 준다고? 20레벨이?”
“이렇게 되면 테러나 몬스터 사태는 아니라는 말인데…….”
“일단 넘어갑시다!”
팟! 팟! 팟! 팟! 팟!
다섯의 기가스가 현실의 광화문 광장에서 이면세계의 광화문 광장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 순간.
두근-! 쿵! 두근-! 쿵!
거세게 심장 소리가 공간을 울리고.
쩌저적! 쾅!
룸 타워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 […….] […….] [……와. 타이밍.]곽재우(郭再祐)의 파일럿. 신동규 중장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 전투 경찰이 누구라고? 이건 진급시켜야겠는데. 하마터면 대참사가…….]쿠구궁!
마침내 룸 타워가 완전히 무너지고 그 위에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다. 헛웃음 짓고 있던 신동규 중장의 얼굴이 굳는다.
[모두 전투 준비!] [주무장 가동시켜!] [스펠 레지스트리 확인하십쇼! 제가 먼저 출발…….] [잠깐! 잠깐 모두 멈춰!]신동규 중장의 외침에 각자 무장을 꺼내 들던 인급 기가스들이 멈칫한다.
[왜 그러십니까, 선배님? 상대는 초월자입니다! 적어도 억제라도 해 두지 않으면.] [멈추라면 멈춰. 하, 나 이거 참.]그는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미친개, 저놈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 *
“꺄아아악—! 뜨거워!”
재연은 새된 비명 소리에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들어 보니 드레스에 불이 붙은 꼬맹이가 발버둥 치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 머리 위로.
하늘을 불태우는 거대한 빛.
위(僞). 영겁태양(永劫太陽).
신적인 존재들도 무기 같은 거나 만들지 감히 복용할 엄두를 못 낼 지고의 보물.
“아…….”
“살려 줘! 죽는다! 나 죽어! 악!”
“시끄러워…….”
“야! 저거 뭐야? 왜 자꾸 이상한 걸 들고 와? 악! 탄다……! 타 버려……!”
발버둥 치는 히페리온의 모습에 재연은 가만히 내면세계를 둘러보았다.
그가 구현한 집도, 바둑판도 몽땅 타 버리고 심지어 무량구층에 수납해 두었던 요소들까지 잿더미가 되어 있다.
남은 건 마검 히페리온뿐. 그마저도 죽는소리 하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몰라! 뜨거워! 저거 어떻게 좀 해 봐!”
“시간.”
“10분? 15분? 정도야! 악! 탄다! 내가 타 버린다!”
“일단…… 나가 있어.”
팟.
재연은 히페리온을 추방한 후 아무것도 없는 내면세계에서 가부좌를 취했다.
‘참을성이 없네……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격통이 느껴진다. 그야말로 온몸이 타오르는 듯한 작열통(灼熱痛).
그러나 괜찮다.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 같던 허무감에 비하면 차라리 고통이 반가웠다.
‘역시…… 무공이 해법이었군.’
눈을 감으면 태양의 열기가 하늘이 아닌 배 속에서 느껴진다.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의 모습은 그저 이미지일 뿐이라는 말이다.
‘운기해야 한다.’
몸에 들어온 영겁태양이 영혼과 정신을 불태우려 들고 있다.
“아…… 제길. 태양신공(太陽神功)이나 초열신공(焦熱神功) 같은 것도 외워 둘걸…….”
그러나 수많은 무공을 숙지하고 있는 재연이라 해도 그런 것까지 손을 대지는 않았다.
속성 무공은 특수한 재능을 타고났거나 특수한 환경, 특수한 영약의 도움이 없으면 성장시키기 극히 어려운 무학이었으니까.
없는 걸 아쉬워할 시간이 없었다. 있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
고고고…….
시간이 얼마나 흐르는지도 모른 채 내면세계 한가운데에서 끝없이 운기행공(運氣行功)한다.
정공(正功), 사공(邪功), 마공(魔功).
그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구결을 동원해 태양의 힘을 단전에 몰아넣는다.
‘아…….’
그 과정은 순조롭다. 조금씩이지만 태양의 기운이 단전에 끌려 들어가는 게 느껴진다.
문제는 고통이었다.
‘아프다…….’
작열통이 끊이질 않는다. 재연의 의지력은 그야말로 초인의 그것이지만, 의지로 이겨 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계산도 못 할 긴 시간 동안 계속 열기에 타오르니 미칠 지경.
잠깐 참는 거야 문제가 없지만, 운기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아무런 기약이 없다.
‘좋게 생각하자…… 그래도 운이 좋았어.’
차크라 경지가 구 층에 도달하며 얻어 낸 이 광활한 내면세계가 없었다면 그의 영혼과 정신은 작열통에 시달리는 게 아니라 그냥 불타 죽었을 것이다.
‘게다가 마나력을 900포인트…… 이거 안 찍었으면 끝장이었다.’
마나가 에너지라면 마나력은 그것을 통제하는 힘이다. 초월 스텟에 도달한 마나력이 아니었다면 재연의 의지력과 상관없이 진기가 폭주했을 것이다.
“후…….”
재연은 호흡을 골랐다. 끝없는 작열통에 정신이 나갈 지경이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좋게 생각하자…… 좋게…… 귀족이라고 으스대던 잡것들한테 고문당할 때 보다는 낫다…… 이겨만 내면 적어도 10갑자…… 어쩌면 그 이상의 내공…… 그것만 있으면 검강 뿜뿜…… 호신강기로 레이저 포격도 막고…… 10억, 아니 100억, 1,000억을 벌어서 과금하고…… 주식도 사서 패치도 하고…… 9강화 장비들 컬렉션도 다 채우고…… 클래스 각성이랑 명성 개방도 하고…….”
재연은 긍정적인 생각을 떠올리며 자꾸만 날아가려는 정신을 붙잡는다. 온갖 무공들의 구결을 읊고, 죽고 죽이던 치열한 전투의 순간을 떠올렸다.
그러나 동시에 생각했다.
뜨겁다고. 차가운 기운이 있으면 좋겠다고.
그 염원에 차크라가 작동한다.
쿵!
바둑판이 내려선다.
팟!
그리고 우상화점, 얼음 여왕의 낙원이 빛난다.
쩌저저적!
냉기가 뿜어진다. 고통에 일그러져 있던 재연의 얼굴이 한결 평온해진다.
그는 몰랐지만.
현실의 그의 육신, 정확히는 그의 피에 냉기가 깃들었다.
여기까지는 그의 염원대로였지만…… 아르데니아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일단 물꼬가 트여 버리자 자연스레 다른 화점들 역시 반응했다.
팟!
좌변화점, 대지성이 빛난다.
묵직한 기운이 현실에 만들어진 뼈대에 스며든다. 안 그래도 어지간한 합금 이상으로 단단하던 뼈가 더욱 단단하고 무거워진다.
좌상화점. 만독성이 빛난다.
그의 간에 독기가 스며든다. 물리적인 단전에서 그러했듯 만 가지 독을 해독하고 또 만들어 낼 수 있는 생체 기관이 만들어진다.
좌하화점, 불꽃성이 빛난다.
후끈한 화기가 근육에 깃들자 그의 몸을 휘도는 냉기와 충돌해 연신 수증기가 피워 올린다.
우하화점, 세계수의 성이 빛난다.
나무의 기운이 피부가 되어 뼈와 살을 뒤덮는다.
고오오—
바람의 기운이 폐에 깃든다. 번개의 기운이 신경에 깃든다. 빛의 기운이 두 눈에 깃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두 눈이 떠진다.
번쩍!
한순간 칙칙하던 이면세계가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진다.
“와, 미친 지금 눈 번쩍인 거 봤어?”
“세상에…….”
수군거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재연은 멍하니 서 있었다. 내디디고 있는 땅이, 주변을 둘러싼 수많은 사람이, 흘러가는 바람이, 그리고 그들이 나누고 있는 대화나 차고 있는 시계의 디스플레이가 한 번에 인식된다.
누가 설명해 주지 않았음에도, 나는 상당히 긴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추석이 지나 버렸네.”
가만히 탄식한다.
“내 송편…….”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고, 짐작하지 못한 방식으로.
초월의 육체가 만들어진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