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225
열일하는 과금 기사 224화
대기만성(大器晩成). 파천극광(破天克光).
내가 할 수 있는 최강의 일격을 때렸다.
퍽.
순간 아무런 공포도, 두려움도 없이 달려들던 몬스터들이 동시에 멈춰 선다.
[크억…… 이, 무슨…….]흑색의 기운을 폭포처럼 쏟아 내며 사루만이 주춤주춤 물러선다. 녀석은 자신의 코어를 더듬더듬 잡아 기운의 누수를 막으려 했지만 소용없다.
광란의 도가니였던 사냥터가 단박에 적막에 잠긴다.
쩍. 쩌적!
미친 듯 달려들던 엘더 스켈레톤의 머리가 수직으로 쪼개진다.
뒤의 녀석도, 또 뒤의 녀석도.
그 너머 데스 나이트도, 리치도, 진조급 뱀파이어도 엘더 머미도……
모두가 수직으로 쪼개진다.
‘370마리.’
망령룡 레플리의 양념딜, 물리&마법 저항력 50% 감소, 천검-백인참에 천지를 가르는 검, 히페리온의 물리&마력 계수, 적 공격 시 반경 5미터 안쪽의 적에게 동일한 데미지가 들어가는 스페이스 건틀렛의 [범위 증가]까지.
‘사실 이 모든 걸 감안하면 370마리는 너무 적지.’
다만 중요한 것은.
그 370마리 중에 죽어라 나를 공격하던 14마리의 엘리트 몬스터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르르! 촤라라랑!
두두두두!
머리가 쪼개진 몬스터들이 쓰러짐과 동시에 아이템이 비처럼 쏟아진다. 평소대로라면 당장 분류를 시작하겠지만 나는 아이템 대신 주위의 빈 공간을 살폈다.
이내 기다리던 것이 나타난다.
팟!
3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완전무장한 에드워드가 나타난다. 녀석은 단 한 마디의 말도 없이 작전 계획 대로 움직였다.
손에 들고 있던 귀환 주문서를 인벤토리에 넣은 후 커다란 열쇠를 꺼내 바닥에 던진 것이다.
[길드 레이드 준비 중입니다……]이는 길드 레이드 진행을 위한 [소환의 열쇠]이다. 최고급 목재, 철, 보석, 천, 가죽 1개씩과 100만 골드를 소모해 제작하는 아이템.
‘원래대로라면 못 쓰지만 여기 던전은 일종의 필드 개념이라 사용이 가능하지.’
정해진 자리가 아니기에 결국 소환에 실패하고 말지만……. 중요한 것은 그 사이의 과정.
소환의 열쇠가 사용되는 공간은 일정 시간 동안 [던전]의 영역에서 분리되며 해당 길드의 길드원들만 오갈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리벤지가 현실화 된 아르데니아에서는 시스템적인 보호가 먹히지 않지만……. 적어도 강기 한 번은 막을 수 있다는 게 실험으로 증명되었다.
팟! 팟! 팟! 팟!
동시에 수백 명의 플레이어가 모습을 드러낸다. 점령되지 않은 던전 진입 때 늘 그래 왔듯 랜덤한 위치에서의 등장.
당연하지만 그 모든 상황을 가정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등장과 동시에 주변을 살피고는 빠르게 끼리끼리 모이거나 소환의 열쇠를 사용했다.
[길드 레이드 준비 중입니다…….] [길드 레이드 준비 중입니다…….]플레이어들은 소환의 열쇠로 만들어진 방벽 안에서 등에 바리바리 메고 온 마법 물품을 설치했다. 전투에 필요한 산소 등을 보급하는 장비다.
혹 재수 없게 랜덤 등장이 몬스터 한가운데로 지정된다면?
찌익! 팟!
들어올 때부터 손에 들고 있던 귀환 스크롤을 찢어 바로 탈출한다.
‘좋아, 잘하고 있군.’
녀석들은 전초기지 삼아 점령해 둔 100킬로미터 위쪽의 도시로 날아갔다가 무리를 지어 다시 진입할 것이다.
[작전을 실행하겠습니다.]머릿속으로 울리는 텔레파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확인.] [충!]마침내 모든 플레이어가 죽음의 신전으로 들어왔다.
원래대로라면 사방에 흩어져 있는 신화급 몬스터에게 공격당했겠지만, 내가 30분 동안 난장을 친 덕분에 사냥터에 흩어져 있어야 할 모든 몬스터들이 한 장소에 집결해 있는 상태.
[새로운…… 침입자…… ] [저 녀석들은 또 뭐야!?]물론 초월적인 감각을 가진 신화급 몬스터들은 플레이어의 등장을 감지했지만…… 당장 눈앞에서 자신들을 도륙하고 있는 내가 있는데 뒤돌아서 몸을 뺄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칭! 치잉! 차르릉!
모여서 군진(軍陣)을 이룬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연신 빛이 번쩍인다. 250명의 전설급 플레이어.
당연하지만 전설급 플레이어들은 싸우러 오지 않았다. 엘더 스켈레톤이 신화급 치고는 약하다지만 명색에 준초월인데 고작 전설급이 어찌 전투에 나설 수 있겠는가?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신성의 빛!] [이터널 라이프(Eternal Life)!] [인챈트 라이트(Enchant Light)!] [포스 실드(Force Shield)!]신화급 플레이어들에게 온갖 보조 스킬들을 사용한다.
그뿐이 아니다.
[턴 언데드(Turn Undead)!] [슬로우(Slow)!] [스티그마(Stigma)!] [캔슬(Cancel)!] [컨퓨즈(Confuse)!]온갖 디버프가 그들을 향해 달려들던 신화급 몬스터에게 쏟아진다. 몬스터들의 속도가 느려지고, 저항력이 떨어지고 능력이 취소된다.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격하(格下)의 존재는 초월의 존재에게 간섭하기 어렵다. 저주나 디버프를 수백 수천 번 날려도 마찬가지.
이것은 격(格)의 차이니 양(量)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을 향해 돌을 천만 개쯤 던진다고 하나쯤 날아가 달을 맞출 수는 없는 일 아니던가?
‘하지만 스킬은 다르지.’
아무리 캐릭터 간의 격차가 크다 해도 무방비로 맞으면 적어도 ‘1’ 데미지는 들어간다.
신화급 몬스터라고 해도 디버프에 안 걸리는 게 아니다. 게임 시스템상 빨리 풀릴 뿐이니, 적어도 0.1초는 디버프가 유지된다는 말.
그리고 그렇게 디버프가 걸리면.
[검강(劍剛) 간다!]벼락처럼 달려든 헤이즈가 엘더 스켈레톤의 골통을 쪼갠다.
그녀는 초월자가 아니지만…… 상관없다.
신화급 클래스라면 신화급 스킬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전력을 맞추기 위해 신화 스킬 북을 30개나 사야 했다.
‘뼈아픈 소비지만…… 돈 값을 하는군.’
이러니저러니 해도 신화는 신화.
본인의 깨달음으로 완성한 것이 아니기에 크기를 늘리지도, 변화시키지도 못하지만, 신화 스킬이 만든 검강은 틀림없이 진짜다.
마법도 마찬가지.
[혼돈의 이름으로 짓누르라! 어비스 핸드(Abyss Hand)!] [짓누르고 억압하는 공간! 그라비티(Gravity)!]궁극 마법이 줄줄이 터져 나온다.
던전에 들어오기 전, 마나 영약과 마법 버프 음식을 먹고 버프 스킬까지 두르고 왔기에 위력은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주문의 구조조차 파악하지 못하지만 상관없다.
스킬은 쓰면 나가기 때문이다.
[큭! 저 버러지 같은 놈들이……!]“어디 보니?”
콰득!
신경이 분산된 데몬 리치 사루만의 머리통을 쪼개 버린다.
‘좋아, 작전대로다!’
무지막지하게 몰려들던 다구리가 단번에 약화된다. 후방에 플레이어 군단이 나타났으니 내게 전력을 집중하기 불가능한 것!
심지어 그뿐이 아니다.
[크아아앙!] [크하하! 몽땅 불타라! 잿가루로 만들어 주마!] [끼루루룩!]신화급 펫들이 대거 등장해 전투에 합류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제 주인보다 세면 세지 절대 약하지 않은 녀석들이다.
“로그아웃.”
현실로 돌아온다.
“주화입마다. 운기조식에 들어가겠다.”
“으아 근육이 끊어졌어! 이게 말이 되나!?”
오룡이들이 호들갑을 떨며 내 몸에 포션을 끼얹고 입 안에 영약을 흘려 넣는다.
“리커버리(Recovery).”
치유 마법은 이제 자연스러운 흐름.
나는 플라워의 품에 안겨 생각한다.
‘24시간은커녕…… 20시간이면 가능하다.’
천원의 특이성 때문일까? 엘더 스켈레톤은 신화급 주제에 리젠에 6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엘리트급 정도 되면 그나마 24시간.
예전에는 이 24시간도 지나치다 생각했지만…… 지금이라면 엘리트 녀석들이 리젠되기 전에 스페셜 보스 레플리의 목을 따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어때 재연아? 수련은 잘될 거 같아?”
어느새 내 품에 쏙 안겨 든 루비가 묻는다.
흑요가 슬그머니 내 오른쪽으로 붙고 스노우가 풍만한 가슴으로 왼팔을 꾹꾹 누른다.
‘아…… 이거 훈련 맞나? 왠지 호사의 느낌이.’
“잘되고 있어. 이대로라면…… 충분히 가능할 듯 해.”
“한 단계 더 성장할 거라고? 솔직히 지금도 좀 지나치게 강한 편인데.”
“맞습니다. 30년도 못 살았으면서 엔간한 웜급보다 강할 정도니…….”
“하지만 요번 훈련 끝나면 저희랑 14박 15일로 놀러 간다는 약속도 잊으면 안 돼요!”
칭얼거리는 오룡이들을 달랜 난 그녀들과 노닥거리며 휴식했다.
그러다 몸 상태가 회복되면.
“로그인.”
죽어라 언데드들을 썰어 죽이고.
“로그아웃.”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
언제나 그랬듯 반복이다. 평소와 다른 점은 휴식을 취하는 장소 정도.
‘아르데니아에서 1시간 싸우면 지구에서 하루가 훌쩍 지나 버리는군…….’
덕분에 한동안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노동 없이 보내는 시간에 약간의 초조함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버리는 시간은 아니다.
아르데니아에서의 격한 전투를 소화시켜 줄 최고의 교사들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무공 하나하나를 익혀 봐라. 가능하면 심법도.”
흑요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초식이면 몰라도 심법을 어떻게 여러 개 익혀?”
한 번에 익힐 수 있는 심법은 대체로 하나다. 심법이란 육신과 정신, 심지어 영혼과도 연관되기에 여러 개를 같이 익히거나 함부로 갈아치우다가는 폐인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
‘만약 그렇지 않다면 모든 무인이 쾌진공을 익혀 이류의 경지에 오른 뒤 다른 심법으로 갈아탔겠지.’
그런데 흑요가 뜻밖의 말을 한다.
“보통은 불가능하지만 너는 가능해. 이 생체기관…… 그러니까 대기, 혹은 대해라 부를 수 있는 이건…… 절대 보통이 아니니까.”
흑요는 24시간 내내 내 곁에 붙어 내 무공을 손봐 주었다.
그녀는 절대 고수 중에서도 극에 이른 존재.
그녀의 말 한 마디, 보조 잠깐이 초월지경 치고는 부실한 내 무공에 살을 입혀 나간다.
도움을 주는 건 그녀뿐이 아니다.
“차크라 술식을 만들어 왔어! 지금 전투법을 들어 보니까 차크라를 거의 안 쓰더라고. 무공하고 동시 개방을 해서…….”
“마법을 받아들이는 데 특화한 요소는 어떨까요? 이게 될지 모르는데 우리가 보조한다면…….”
오룡이들과의 사이가 점점 깊어진다. 그 전에도 그랬지만 일 때문에, 용병 출장 때문에 얼굴도 보기 힘들던 지금까지와 달리 24시간 내내 계속 붙어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로그인.”
[죽음의 면역자. 피의 인도자 앞에서 예를 취하라! 내가 바로 드라클리아니라!]“로그아웃.”
“변신을 해 보자! 지금 네 생체력의 용량이 꽤 남아돌아. 아니 남아도는 정도가 아니라 대기 말고는 적용된 진화가 거의 없잖아? 전투 형태를 지정해 완성시키면…….”
“로그인.”
[훌륭한 후손들이군…… 만나서 반갑다. 내 이름은 샤인라이트.]“로그아웃.”
일주일이 지난다. 열흘이, 보름이 지난다.
[……왔나?]아르데니아에서 나는 마침내 죽음의 신전을 관통해 최심부에 도달해 아르데니아 최강의 몬스터인 망령룡 레플리를 만났고.
지구에서의 나는.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다가오는 리벤지 서비스 15주년! 마침내 그 업데이트가 예정되었다고 하죠?] [네, 그렇습니다! 완전 가상현실로 유명한 리벤지가 마침내 선보이는 새로운 세상!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그뿐이 아니죠! 세컨드 라이프. 그러니까 리벤지 파트 2가 실행되며 대규모 업데이트 또한 진행되게 되는데요!] [오! 설마 그건가요?] [네! 바로 그겁니다!]지구의 나는 조용히 디스플레이를 보았다.
“이걸, 참 공교로운 타이밍이라고 해야 하나.”
화면 속의 미녀 리포터와 MC가 우렁차게 외친다.
[한 차원 다른 격! 우주적인 강자로 거듭나는 존재!]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리벤지의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르는, 유일의 황제 클래스!] [올 마스터(All maste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