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243
열일하는 과금 기사 242화
나는 그만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고 말았다.
“……어머.”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연기를 한다는 생각은 이미 날아간 지 오래로, 오히려 오버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정도다.
“아니, 어, 어떻게…….”
말까지 떨려 나온다. 어쩔 줄 모르는 내 모습에 오룡이들의 표정이 활짝 펴진다.
“휴! 다행히 정답이었네.”
“마음에 들어요?”
“이건…… 마음에 든다 수준이 아닌데.”
문자 그대로 상상도 못한 선물이다. 단순히 비싼 게 문제가 아니다. 내가 가장 간절히 바라고 소망하던 그것을 선물로 준 것!
다만 충격이 가시고 나니 이성이 돌아온다.
“아니……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줘도 되는 거야?”
지금 이 주식이 돈으로 얼마나 될지 제대로 가늠도 안 된다. 34지구 원툴이던 리벤지가 우주급 게임이 되면서 주식이 미친 듯 올랐을 게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뭐 큰돈이긴 해도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지!”
“그리 무리한 것도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마요.”
“널 위해서라면 뭐…… 후후.”
잘난 척하는 오룡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그나저나 언제부터 산 거야?”
“구매 자체는 예전부터 조금씩 했어요. 본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한 건 재연 씨가 전에 1조 3천억 원치를 판매했을 때죠.”
“그걸 너희가 받아간 거였냐…….”
사실 좀 이상하긴 했다. 그때 난 내 물량을 시세보다 10만 원 이상 높게 올렸는데 그게 너무 단시간에, 그것도 한 방에 매도되었던 것이다.
“이후에는 주로 블록딜로 거래했어요. 대주주 중에 이런저런 연이 있던 이들도 있고, 드래고니안이랑 연관된 사업을 하던 사람도 있어서.”
블록딜(Block Deal).
시간 외 대량 매매를 뜻한다. 지분을 쪼개 파는 대신 한꺼번에 넘기는 거래 행위로 주식이 장에 풀리지 않기에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스케줄 다니는 와중에 계속 매수자를 만났어! 솔직히 그냥 돈으로 주는 게 낫지 않을까 했는데 이게 웬걸! 주식이 미친 듯이 오르더라고!”
“재연 씨가 팔았을 때보다도 거의 3배 가깝게 올랐을 정도니까요.”
“……하하.”
기막힌 말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무슨 잡주도 아니고 2천만 원짜리 우량주인 네메시스의 주식이 단시간에 3배가 오르다니.
“아, 증여세도 이미 해결했어. 우리가 외계 세력이라 그런지 빼는 건 몰라도 넣는 거에는 크게 제약이 없더라고.”
“그대로 가지시면 돼요.”
“아…….”
나는 고개를 숙여 다시 주식증서를 확인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오룡이를 보았다.
그리고 말한다.
“로그인.”
아르데니아로 넘어가 생각한다.
‘올마스터 업데이트에 필요한 주식이 25%였지.’
돈으로 치면 120조이고 그 미쳐 버린 수치를 확인했기에 나는 거침없이 주식을 던져 버렸다. 아무리 내가 초월자라 해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단시간 동안 120조를 모으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초월자인 내 수입이 보통 사람과 비교할 바가 안 되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열심히 일하면 100억쯤도 벌 만했다. 미친 듯 일하면 1,000억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 단위는 다르다.
만 원짜리 식사를 대접한다면 1억 명을 대접할 수 있고 연봉 1억의 고소득자가 번 돈 전부를 고조선 때부터 저축해도 절반도 채울 수 없는 규모.
쉽게 조 단위를 말하지만…… 이 정도 단위의 돈은 그냥 일을 해서 벌 수 없다.
‘솔직히 내가 1조를 모았던 것도 주식이 올라서지.’
과금을 한 돈을 치면 더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치면 세금은 어떤가? 만약 과금을 안 했으면 과금액 이상으로 세금을 내야 했을 것이다.
내 소득은 최고 수준인 데다 투자금도 필요 없는 직업이기에 심하면 절반 가까이 뜯길 수 있다.
소유율 : 15.3%.
활용 가능 : 5,715,001.
다시 한번 소유율을 확인한다. 25%에서 한참 모자란 수치.
그러나 소유율은 단지 비율일 뿐이다. 모든 게 소유율로 정해진다면 소유율 100%인 멀린은 마음대로 업데이트를 진행했겠지.
‘퍼센트는 25%였지만…… 그 포인트는 345만이었어.’
그리고 현재 수치는 571만 포인트다. 아무래도 대규모 업데이트를 한 리벤지가 우주로 진출하면서 흥행력 자체가 대폭 늘어난 모양이다.
즉.
“올 마스터.”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업데이트.”
뚝.
순간 세상이 어두워졌다.
‘……?’
입을 벌려 보았지만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집무실에 있던 나는 어느새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에 홀로 서 있었다.
퉁!
묵직한 소리와 함께 내 머리 위로 빛이 떨어졌다.
‘……스포트라이트?’
의아해하는 내 눈에 어둠 속에 묻혀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저건 플라워군. 에드워드에 하모니. 스틸스톤, 헌드레드까지…….’
약 100여 미터의 거리에서 당황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고 있는 것은 신화급 클래스를 보유한 내 측근들이었다. 고개를 휙 돌려보니 내 뒤편까지 둥글게 둘러싸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그 뒤로는 전설급.’
로즈리안, 지성, 런닝맨, 붉은 송곳니, 헬라임…….
당연하지만 신화급 플레이어보다 더 많은 인원. 그러나 그 뒤의 인원과는 비교조차 안 된다.
웅성웅성.
소곤소곤.
만 단위의 인물들이 잘 들리지도 않는 소리로 수군거리고 있다. 태반이 모르는 얼굴이었지만 개중에는 아는 얼굴도 있다.
‘영웅급 플레이어…… 그 뒤는 희귀급, 그 뒤는 고급…….’
나는 그제야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플레이어.’
그것도 아르데니아에 존재하는 모든 플레이어다. 수백만이 넘는 플레이어들 한가운데에서 나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푹.
그때 하늘에서 기다란 장검 하나가 떨어져 박힌다. 들여다 보니 넓은 검신을 가진 그레이트 소드다.
그게 시작이었다.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단검, 장검, 대검, 단창, 장창, 방패, 클로, 망치.
마법서, 스태프, 오브, 완드, 석궁, 대궁, 단궁, 총, 대포…….
온갖 무기들이 내 주변으로 떨어져 박힌다.
어느새 내 주위로 수십 개가 넘는 장비들이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늘어서 있는 상황.
[기나긴 투쟁. 오롯한 깨달음. 수많은 역사를 건너…….]노래하듯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든 내 앞에는 백색의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서 있다.
‘운명의 여신.’
카드를 뽑을 때마다 얼굴을 비춰 아르데니아의 오대신(五大神. 천신, 마신, 문명의 신, 자연의 신, 운명의 여신)중 가장 많이 얼굴을 보게 되는 존재.
[역사와 존재를 뛰어넘은 우주의 지배자가 왔노라. 신화의 존재를 뛰어넘을 궁극의 하나가 왔노라. 지배하고, 경배 받고, 모두를 이끌 신화 그 이상의 존재가 왔노라.]평소의 장난스러운 태도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표정으로.
운명의 여신은 엄숙히 선언했다.
[여기에, 황제가 왔다.]번쩍!
스포트라이트가 점점 광량을 늘리더니 삽시간에 온 세상이 빛으로 가득 찼다.
그 순간, 어느새 나는 집무실로 돌아와 있었다.
[모두 축복하십시오! 유일하고 위대한 황제가 등장했습니다!] [모두 축복하십시오! 유일하고 위대한 황제가 등장했습니다!] [지금 이 시각부로 24시간 동안 모든 사냥터에 경험치 1,000퍼센트 버프가 주어집니다.] [지금 이 시각부로 24시간 동안 모든 사냥터에 드랍률 200퍼센트 버프가 주어집니다.]시야 위쪽에 줄줄이 떠오르는 전체 공지와 별개로.
내 눈앞으로 새로운 화면이 떠오르고 있다.
★☆전직 완료☆★
검신 => 올 마스터
[중급 신성에 돌입합니다.] [황제급 특성. 올 마스터(All master)가 작동합니다.] [보너스 포인트 초기화] [컬렉션 능력치가 컬렉션 포인트로 재조정됩니다.]“스텟 적용 방식을 완전히 재조정하는 건가……?”
의아해하며 스텟창을 확인한다.
아이디 : 한재연
클래스 : 올 마스터(황제)
칭호 : 신규 모험가(일반)
레벨 : 92
근력 : 999 체력 : 999
생명력 : 999 민첩 : 999
마나 : 999 마나력 : 999 항마력 : 999
회복력 : 999 마나 회복력 : 999 운 : 999
“역시 이렇게 되는군.”
특성, 올마스터의 효과다. 소유하고 있는 모든 직업의 패시브 스킬이 동시에 작동하는 것!
직업 패시브 스킬 중에는 체력+50, 민첩+50 같은 식으로 작동하는 능력들이 많은데 그것들이 모두 더해지니 이런 미친 스텟이 나오는 것!
심지어 특이 클래스(운명의 사제, 별의 도박사, 치명적 투사 등)의 패시브 스킬로 인해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행운조차 한계 스텟에 도달해 있다.
‘다만 직업 패시브 만으로는 1,000스텟에 도달할 수 없는 모양이군.’
하기야 리벤지에 클래스가 몇 개고 직업 스킬은 또 몇 개던가? 패시브 스킬로 올라가는 스텟에 제한이 없다면 보너스 포인트에 의미가 없어 질 것이다. 올 1,099스텟도 가능할 테니까.
‘아마 다른 식으로 1,000스텟을 찍을 수 있겠지.’
올 999스텟이라고 1,000스텟을 못 찍을 리는 없다.
권능 스텟은 황제 클래스의 상징.
[황제] 특성의 존재는 한계 스텟(999)을 해제해 권능 스텟(1,000)에 들어서게 하는 데 의의가 있다.보너스 포인트 : 720 포인트
컬렉션 포인트 : 1,412 포인트
스텟창 아래 있는 포인트
‘수치는 이렇게 되는군…….’
1포인트당 1스텟이면 스텟이 남아돌겠지만 당연히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내 스텟 포인트와 컬렉션 포인트는 리벤지 플레이어 중 최고 수준이지만, 올 마스터를 얻을 정도의 플레이어라면 당연히 이 정도의 스텟은 찍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힘.”
나는 힘에 1포인트를 찍었다.
[한계 스텟입니다!] [권능(權能), 거신의 완력을 획득하시겠습니까?] [1,000포인트가 필요합니다.]“개방에 엄청난 포인트가 필요하다…… 1,000스텟을 여러 개 찍게 하지는 않겠다는 말이네.”
권능 스텟을 개방하는 데에 내가 가진 포인트의 절반이 필요하다. 하기야 권능 스텟을 찍어야 하는 데 권능의 존재는 필수적이리라.
나는 리벤지에서 봤던 공지를 떠올렸다.
-황제 클래스에서도 스텟 초기화 포션은 여전히 사용 가능합니다.
굳이 공지에 그런 이야기가 쓰여 있던 걸 보면 스텟을 되돌리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으리라.
“획득.”
[권능(權能), 거신의 완력을 획득합니다!] [근력이 권능 스텟에 도달합니다!]텍스트가 떠오르는 순간.
쩍.
내 몸을 중심으로 균열이 발생한다. 어깨와 등 뒤, 허리와 엉덩이, 팔과 다리 주변의 [공간]이 무언가가 잡아 뜯기라도 한 듯 일그러진 것이다.
내가 딛고 있는 바닥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보-! 경보-! 길드 타워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길드 타워가 손상되었습니다!]후웅!
시끄러운 경보에 공간을 딛고 길드 타워 밖으로 뛰쳐나온다.
꾸드드득!
육체가 뒤틀린다. 근육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그것은 내 육신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쩌적! 쩌저적!
콰득!
내 몸을 중심으로 차원이 일그러진다.
과도하게 집중된 힘이, 너무나도 거대한 [근력]이 차원을 억압하고 있다.
“와, 이게 무슨…….”
허공에 서서 전신으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힘에 전율한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나의 [근력]이 시간과 공간에 간섭할 수 있음을 알았다.
[권능 스텟 개방, 근력] [대상 : 한재연]전체 공지가 뜨는 순간 고개를 든다.
쩍.
등 뒤 차원이 일그러진다. 이제는 허리를 숙이거나 다리를 웅크릴 필요조차 없다. 이제 나의 [근력]은 그런 과정조차 필요가 없을 [신성]의 영역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마치 번개가 치듯 내 등 뒤로 차원이 찌그러진다. 뻗어 나간 차원의 균열이 거대한 날개의 형상을 취하고-
와장창!
단 한 번에 아르데니아의 [천장]을 부수고 뛰쳐나온다.
“윽……!”
가슴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신음한다. 내 내면에 위치한 아르데니아가 손상되며 타격이 온 것이다.
“아이고, 오버했네…….”
나는 내면세계에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휘오오오—!
찢어진 아르데니아의 구멍이 서서히 닫히는 모습이 보인다. 아르데니아의 손상에 차크라와 정신력에 타격이 좀 있었지만 10층의 차크라 용량은 금세 그것을 회복시켰다.
“……와.”
잠시 그 모습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린다.
“미쳤는데?”
절로 헛웃음이 나온다. 근력 스텟이 딱 1포인트 올랐다고는 믿을 수 없는 격의 차이가 느껴진다.
“로그아웃.”
현실로 돌아간다.
“헤헤. 그렇게 감동이야? 하기야 우리가…… 어?”
“후후 뭐 그렇게…… 음?”
“재연 님……?”
“아니, 갑자기 무슨. 재연 씨?”
“아…….”
내 앞에서 재잘대던 오룡이가 동시에 멈칫하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그녀들을 보며 두 손을 펼쳐 보았다.
고오오오오——!
당연한 말이지만 현실에서는 게임에서처럼 권능 스텟이 개방되었다는 메시지 따위가 떠오를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나의 [근력]은 세상에 영향을 끼쳤다. 황제 클래스 이상의 관측 능력이라면 우주 반대편에서도 이 막대한 정보의 파도를 느낄 수 있을 정도.
그리고 당연하지만.
우주의 그 누구보다 내 앞에 있는 오룡이들이 그걸 가장 잘 느끼고 있으리라.
“와! 와. 와? 와아아아!?”
“아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돼는…….”
“어떻게, 단번에?”
“저만큼의 주식을 받으면 뭔가 달라질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아니, 이게 진짜야? 이런 게 가능하다고?”
“거짓말.”
오룡이들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팔을 뻗어 그녀들을 안았다.
“앗…….”
“재연아……? 갑자기 무슨…….”
쩍!
그녀들이 당혹스러워 하거나 말거나 그대로 날아오른다. 우리는 단번에 수백 킬로미터를 날아 궁전에 내려앉았다.
나는 오룡이들 전부를 든 채로 성큼성큼 성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저기, 재연아? 재연아? 재연 씨?”
“무, 무섭게 왜 그러나. 무슨 말이라도 해라.”
“재연 님 왜 그러시죠? 무슨 문제라도…….”
오룡이들이 당황해 버둥거리거나 말거나 침실로 들어간다. 나는 들고 있던 그녀들을 작은 축구장만큼이나 거대한 침대 위에 던져 버렸다.
“꺄-!?”
“꺅!”
“엑, 어? 어엉? 이거, 이거?”
오룡이들이 당혹스러운 말투로 신음한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큰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표정과 별개로…… 그녀들의 호흡은 거칠어지고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다.
퍼엉!
단지 근육을 부풀리는 것만으로 입고 있던 옷이 전부 터져 나간다. 오룡이들이 황급히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지만, 그거로는 그녀들의 새빨개진 얼굴도, 초롱초롱한 눈동자도 가리지 못했다.
“너네.”
그리고 그런 그녀들을 보며 으르렁거리듯 말한다.
“오늘 다 죽었어.”
오늘 이 자리에서…… 드래곤 슬레이어가 탄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