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26
열일하는 과금 기사 25화
병사들이 도열해 있다.
천여 명이었던 영지민의 숫자는 상당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전쟁 이후에도 늘어나 최종적으로 1천 700명이 되었다. 그중 전투에 참여할 수 없는 여성, 그리고 노약자의 숫자가 오백을 약간 넘고 나머지는 1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까지의 남성이다.
‘가뜩이나 기울어져 있던 성비가 아예 미쳐 버린 수준으로 기울었군. 여자 한 명에 남자 네 명인 수준이다.’
우리 영지야, 산적부터 시작해 용병단, 영지 테크를 타 원래 성비가 좀 기울어 있었지만 레드 엑스 영지는 왜 이 지경이란 말인가?
그 이유는 피난민들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으앙! 그 괴물 놈들이 우리 엄마를 잡아갔어요!
-내, 내 딸이…… 크흑!’
특이하게도 고블린 놈들이 여성을 죽이지 않고 납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뒤늦게 확인해 보니 그것은 우리 영지에서도 마찬가지로 벌어진 일이다. 남자는 이유 불문하고 쳐 죽이는 오크 놈들이 여성은 죽이지 않고 납치했다고 한다.
‘아, 느낌이 쎄한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스틸스톤에게 물었다.
“병사의 숫자는?”
“신병을 포함해 981명입니다.”
“정예병은?”
“최종적으로 314명이 시험을 합격했습니다.”
거의 3분의 1에 가까운 숫자. 다른 영지에서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할 비율이다. 심지어 우리 영지가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더욱 빡세게 본다는 것을 생각하면 거의 백작급 영지나 가질 법한 무력이었다.
“병종은?”
“방패병이 58명. 검방병이 55명. 창병이 161명. 그리고 궁병 40명입니다.”
방패병은 가죽 방패(일반) 세 개를 모아 크기를 키운 뒤 거기에 철판을 박아 만든 대형방패를 든,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성벽이다.
병사들 중에서도 특별히 덩치가 크고 체중이 나가는 녀석들을 뽑아 구성했는데 강철 흉갑과 강철 부츠까지 장비하고 그 위에 머리까지 덮는 가죽 코트를 둘러 빈틈이 거의 없는 녀석들이다.
워낙 걸친 게 많아 움직임이 굼뜨고 공격 능력이 없다시피 하지만 방어력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
검방병은 가죽 방패(일반)과 뼈 장검(일반)으로 무장한 녀석들이다. 강철 흉갑과 강철 부츠를 장비했지만 상대적으로 무장이 가벼워 공격력과 방어력이 조화로워 공격도, 방어도, 단독 전투도 가능한 녀석들.
창병은 2.5미터가 넘는 장창으로 무장한 병종이다. 방패병이나 검방병이 되기에는 덩치나 검술이 부족한 이들이지만, 이들 역시 정예병 시험을 통과한 녀석들이기에 예사롭지 않은 전투 능력을 가지고 있다,
궁병은 궁술 시험을 통과한 녀석들로 구성한 병종이다. 아직은 활도 숏보우뿐이고 궁술의 숙련도도 아직 부족하지만, 원거리 공격은 반드시 필요하기에 육성하고 있다.
‘뭐, 지금 이대로는 다 반쪽짜리지만.’
가죽 방패에 가죽을 덧대고 철판까지 박은 대형방패는 너무 무거워서 덩치가 큰 녀석들로 가려 뽑은 방패병들도 100미터만 전진해도 땀을 비 오듯이 흘린다. 훈련이야 어떻게든 한다지만 이 상태로 실전을 한다는 건 그야말로 미친 짓.
검방병도 강철 흉갑과 강철 부츠의 무게를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이니 이대로 전쟁을 벌였다가는 동급의 적에게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물론.
당연히 이대로 전쟁할 생각은 없다.
“좋아.”
나는 도열한 병사들에게 다가갔다. 그들 중 맨 앞에 있는 병사는 내게도 눈에 익은 녀석이다.
“소드맨.”
“충! 영주님을 뵙습니다.”
소드맨은 탈영병 출신으로 내가 막 산적 두목이었던 시절 내 밑으로 들어온 녀석이다.
‘부하 대부분이 화전민이었을 때 선물 같이 나타났었지.’
소드맨은 이후 산적-> 용병-> 병사로 전직하며 부하들을 지휘해 왔다.
녀석은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부하들도 잘 통솔하고 이름답게 검도 잘 썼다. 짬도 그렇고 나이도 그렇고 여러모로 스틸스톤과 비슷한 녀석.
‘다만 재능이 모자라다.’
내가 외우고 있던 심법들을 아무리 가르쳐도 그는 오러를 깨우치지 못했다. 사실 그걸로 그를 ‘재능이 모자란’ 인간이라고 말하는 건 너무도 잔인한 일이리라.
‘그냥 평범한 거니까.’
마나의 재능을 타고나는 인간은 귀하고 귀하다. 지구처럼 [강제 각성]을 시킬 설비가 있는 게 아닌 이상 아무리 노력해도 이능의 영역에 들어설 수 없는 게 정상이다.
‘여러모로 스틸스톤의 하위 호환 같은 녀석이지. 한계가 명확했지만…… 이제는 다를 것이다.’
그 증거가 바로 나다. 녀석이 아무리 재능이 없더라도 [폐급 마나 적성]을 가진 나보다 없을 리는 없다.
클래스 카드의 보정으로 마나와 마나력이 증가한다면 오러를 깨우칠지도 모르고, 그게 아니더라도 스킬의 힘으로 영능의 영역을 넘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시간부로 너를 늑대 연대(Regiment)의 최고선임 병사이자 천인장으로 임명한다. 너에게 희귀 클래스 하이랜더(Highland)와 배틀 크라이 비전서. 그리고 투사의 양손검을 하사하니 언제나 물러서지 않는 투지로 자신의 사명을 다 하라.”
그렇게 말하며 한 장의 카드와 책을 녀석에게 건네주었다. 녀석이 그것을 받아 드는 순간.
번쩍!
희귀 등급을 뜻하는 푸른색이 터져 나오자 도열 해 있던 모든 병사들이 동경과 부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지난 보름의 시간 동안 클래스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풀었다. 심지어 이미 직업을 가지고 레벨 업을 경험한 이들도 있었기에 병사들이 정예병에 들어가기 위해 이를 악물고 훈련을 했던 것이다.
번쩍!
이번에는 녹색의 빛이 터진다. 전사 공용 스킬. 배틀 크라이(고급)(액티브)를 습득한 것이다.
[배틀 크라이(고급)(액티브)]전투 함성을 내질러 정신과 육체 능력을 고양시킨다. 최대 마나의 10%를 소모하여 소모한 마나만큼의 근력, 체력, 생명력 스텟을 상승시킨다.
공용 스킬이지만 그리 인기 있는 스킬 북은 아니다. 몇 가지 하자가 존재해 얻으면 바로 갈아 버리는, 흔히 [분해용 스킬 북]이라 불리는 물건.
최대 마나의 10%를 소모하여 그 수치만큼 스텟 증가.
즉 마나가 많을수록 스킬의 위력이 높아진다는 것인데 문제는 이것이 [전체 공용]스킬이 아니라 [전사 공용]스킬이라는 것이다.
‘이걸 술사가 쓸 수 있으면 적어도 영웅 등급이었겠지. 한순간 스텟을 뻥튀기해서 근접 전투까지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전사 계열은 근력, 민첩, 체력, 생명력에 투자하기에도 스텟 포인트가 모자라기에 마나와 마나력이 높지 않다. 즉, 효율이 떨어진다는 말.
뿐인가? 자가 버프 스킬은 대체로 중첩이 안 되기 때문에 상위 스킬을 얻으면 이렇게 애매한 스킬은 바로 버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킬이 하나도 없는 것과 하나 있는 건 그야말로 천지차이지. 심지어 클래스 효과로 마나가 생겼음에도 그걸 다루지 못하는 녀석들에게는 더더욱.’
내가 킬리언스 산맥에서 사냥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당장 병사들에게 나눠 주기에 가장 범용성이 높은 스킬이 배틀 크라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장비.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투사의 양손검(고급)+6을 들고 소드맨이 검례를 취한다.
[투사의 양손검(고급)+6]무기 데미지 +16(+6)
근력+1(+3), 체력(+3)
재질 : 철
무게 : 3.7킬로그램
이건 그냥 거래소에서 샀다. 기본 몇 만 원이 넘는 희귀급 장비들과 다르게 고급 등급의 장비들은 그 가격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거래소에 올릴 수 있는 최소 가격인 10다이아니 현금으로 쳐도 천 원 정도에 불과하다.
“하드록. 이 시간부로 너를 백인대장에 임명한다.”
“빅 맨. 이 시간부로 너를 백인대장에 임명한다.”
“헌터. 이 시간부로 너를 백인대장에 임명한다.”
나는 천만 원의 월급으로 추가적인 패키지와 클래스 카드를 구입했다. 사실 하려고만 한다면 모든 영지민들에게 클래스를 부여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
인간은 쉽게 얻은 것을 쉽게 생각하는 동물이다. 나에게 클래스를 받으면 강건해진 육신에 당연히 고마워하겠지만, 모두가 받게 된다면 그것을 당연한 일로 여길 것이다.
‘거기에……. 직업 그 자체는 크게 의미가 없어.’
직업 자체의 스텟 보정도 물론 대단하지만 클래스 카드의 진짜 효과는 대상을 리벤지의 시스템에 편입시키는 데에 있다.
무엇보다 레벨 업.
제대로 싸우지도 못할 이에게 직업을 부여한다는 것은 직업을 내다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리라.
“스틱. 이 시간부로 너를 십인대장에 임명한다.”
그렇게 클래스를 배분했다.
천인대장에게는 희귀급 직업과 고급 스킬 북. +6강의 고급 장비.
백인대장에게는 고급 직업과 스킬 북. 노강의 고급 장비.
십인대장에게는 고급 직업.
정예병에게는 일반 직업.
나는 일반 병사까지 일일이 얼굴을 마주하고 이름을 불러 주며 직업을 부여했다. 당연히 시간이 많이 소모되었지만 필요한 일이었다. 그들은 긴 시간 동안 오늘을 기억하리라.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는. 정예병을 중심으로 오백을 추려. 출진이다.”
“충!”
모든 병사들에게 클래스를 부여하고 출정식을 마치자 목이 터져라 경례를 한 병사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병사들은 멧돼지 가죽으로 만든 군장을 메고 장검, 장창, 방패 등으로 무장했다.
번거롭고 힘든 과정이지만 그들의 얼굴은 흥분으로 벌겋게 상기되어 있다.
“세상에. 칼이 새털 같다 새털.”
“그 무겁던 방패가 이렇게 가벼워지다니…….”
“힘이 넘쳐! 진짜 대단하다!”
“심지어 이 힘…… 클래스는 괴물을 죽일 때마다 성장한다고 했지.”
“아, 내가 미쳤나 보다. 전쟁이 기대가 돼.”
어린아이의 스텟은 보통 한 자리 대이며 성인 여성의 경우 20포인트 정도라고 한다.
신체 건강한 180센티의 성인 남성의 스텟이 30포인트. 40포인트가 넘을 정도면 극한으로 단련된 운동 선수급 스텟이다.
‘근력이 40포인트 정도 되면 3대 400을 칠 수 있는 수준이지.’
그리고.
원래 근력이 40포인트였다면 80포인트가 된다는 말이고.
3대 400을 치던 녀석이 3대 800을 칠 수 있을 정도로 신체 능력이 강화된다는 말이다.
‘이 막대한 강화가 어떤 느낌일지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알지.’
“방패를 들고 갈 필요 없다! 인벤토리에 넣어!”
“저, 저기 어떻게 하는지 잘…….”
“방패 들고 그 화면에 넣으라고!”
병사들은 새로운 시스템에 많이 헤맸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결국 익숙해질 수 있었다.
애초에 게임이다.
게임 인터페이스는 긴 시간 동안 점점 더 쉬운 방향으로 발전되어 왔다. 일종의 시뮬레이션인 <대전쟁>이나, <리얼 스테이지>와 달리 리벤지의 인터페이스는 직장인들이 한번 들여다보기만 해도 바로 플레하고 과금할 수 있도록 머리를 싸맨 결과물. 진지하게 임하는 이상 중세 사람들도 적응 못 할 이유가 없다.
“인벤토리…… 대단해. 50킬로그램까지 들어가는군.”
“앗! 군장은 안 들어간다!”
“[아이템]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야만 넣을 수 있는 모양이야.”
“방패는 안 들어가…… 오! 줄을 제거하니까 들어가진다. 아이템들을 모아 만든 물건이어야 하는구나.”
병사들이 시끌시끌 떠들며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지자 지나칠 정도였던 개인 무장들의 부피가 줄어들었다.
‘좋아. 잘 받아들이는군.’
그러나 이제 시작.
녀석들이 받아들여야 시스템은 인벤토리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