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269
열일하는 과금 기사 268화
키잉!
무의 극의(極意)라 불리는 심검이 튕겨나간다.
[턴 시작!] [자신의 최대 체력의 10%를 회복합니다.] [스트레스가 10% 감소합니다.]뿌득!
빈사였던 몸 상태가 어느 정도 회복되며 적어도 말을 할 만한 상태가 된다. 드디어 로그인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말이지만…… 나는 로그인 하는 대신 가만히 서서 히페리온을 잡아들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항마력이 44포인트 상승하였습니다!]연속해서 떠오르는 텍스트에 생각한다.
‘복합적인 상황이다.’
나는 두 가지 이상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현실적인 변화와.
게임적인 변화.
‘이거, 그래. 기억이 난다. 영웅의 기상…… 이거 분명.’
그러나 여유롭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은 없다.
웅!
다시 시간이 늘어진다 싶더니, 나를 향해 [검]이 날아든다.
그것은 물리세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것을 알 수 있었다.
키잉!
검이 튕겨나간다. 우주천마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진다.
“네놈!”
“흠.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칼로 나를 썰어 대고 있었군……?”
히페리온을 들어 올린다. 공간을 잡아 벼락처럼 돌진한다.
쩌엉–!
충돌과 동시에 굉음이 퍼져 나간다.
경지는 밀리지만 육체적인 능력은 내 쪽이 압도적으로 높으니, 제대로 합이 이루어지면 무조건 우주천마 쪽이 밀린다.
[턴 시작!] [자신의 최대 체력의 10%를 회복합니다.] [스트레스가 10% 감소합니다.]엉망이던 몸 상태가 조금 더 회복된다. 말이 안 되는 효율이다.
‘뭐지? 시스템이 다르게 적용되는 것 같은데.’
게임에서 생명력 10% 회복 정도야 흔해 빠졌다. 리벤지 사제들의 스킬들에도 생명력 50% 회복이라든가 완전 회복 따위의 회복 스킬이 널리고 널렸으니까.
그러나 그런 스킬 한방이면 내가 정말 완전히 회복되었던가?
아니다.
내 생명력 스텟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회복 스킬의 효율은 떨어졌다. 게임과 현실의 차이 때문에 벌어진 현상으로, 굳이 말하자면 높아진 피통이 원인이라 할 수 있으리라.
‘일반인의 생명력을 10% 회복시킬 수 있는 치유 능력으로 내 생명력 10%를 회복시킬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간단한 이야기이다. 고작 빈사의 일반인을 완치시킬 정도의 치유 능력 따위로는 우주선의 외부 장갑보다 튼튼한 내 피부 수 센티조차 복원하기 어려운 것!
[턴 시작!] [자신의 최대 체력의 10%를 회복합니다.] [스트레스가 10% 감소합니다.]그러나 지금. 내게 주어진 [버프]는 아르데니아에 대기하고 있는 신화 등급 사제 플레이어 다수가 쏟아 내는 힐링샤워보다 압도적인 성능으로 내 몸을 복구시키고 있다.
쩌엉–!
다시 충돌한다. 우주천마의 몸이 뒤로 밀린다.
[크아아아앙—–!]케르베로스의 가운데 머리에서 펜릴의 포효가 터져 나오자 우주천마가 방어하며 뒤로 물러난다. 어느새 내 옆으로 영민이 내려서 있다.
“뭔가 달라지셨군요. 괜찮으십니까?”
“……네.”
[턴 시작!] [자신의 최대 체력의 10%를 회복합니다.] [스트레스가 10% 감소합니다.]몸이 더 회복된다. 여전히 온몸이 넝마 같지만 이제는 움직임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
영민이 그 모습을 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파괴된 기가스의 파편과 살해당한 초월자들의 시체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
“충분한 죽음이 차올랐군요…… 심지어 죽음 중에서도 특별히 가치가 높은 초월자의 죽음이…….”
“영민 님?”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에 의문을 표하자 그가 나를 마주 본다.
“재연 씨. 저 칼잡이를 얼마나 잡아 두실 수 있죠?”
그의 말에 나를 향해 검을 겨누고 있는 우주천마를 바라본다.
“……얼마든지.”
“그렇다면, 맡기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허공을 박차 뛰어오른다.
그가 읊조리는 소리가 전술 통합망을 통해 내 귀로 전해진다.
“죽음을 움켜쥐고. 나타나라.”
고고고고—!
끔찍할 정도의 살기가 느껴진다. 절대로 물질이 아닌 그것이 허공에 뭉쳐, 역시나 물질이 아닌 죽음과 만나 형체를 이룬다.
영민이 말한다.
“하데스(Hades).”
——-!
언어화 되지 않은 외침과 함께 새까만 거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까지 봐 왔던 그 어떤 기가스와도 차원이 다른 압력이 느껴진다.
‘신급 기가스…….’
하기야 이상하긴 했다. 34지구에 포로로 잡힌 초월자들조차 인급 기가스를 타고 다니는데 34지구의 신이라 할 수 있는 게임 마스터 관대하의 친형 관영민이 왜 맨몸으로 우주전을 한단 말인가? 그가 나처럼 기가스 이상의 육체 능력을 가지고 있던 것도 아닌데.
저게 바로 그 답이다.
‘……좋아. 저거라면 어느 정도는 상대할 수 있겠군. 머리 하나가 반파되기는 했지만 케르베로스도 무사하고.’
나는 히페리온을 들고 바로 몸을 쏘아냈다.
우주천마가 마음의 검을 일으켜 나를 베어 냈지만, 나는 마찬가지로 검을 만들어 쏘아내지는 못해도 마음의 성벽을 일으켜 그것을 튕겨 낼 수 있었다.
“네놈! 감히! 나를 발판으로 삼겠다고……!?”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를 내지른 우주천마가 히페리온을 뒤로 당긴다.
푸확!
마치 터져 나가듯 녀석의 검강이 확장된다. 그 길이는 무려 수 킬로미터 단위! 우주전에서야 ‘지척’이라고 부를 규모에 불과지만, 그 구성 요소가 검강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쩌엉!
온몸을 호신강기로 감싸고 히페리온에도 검강을 둘둘 둘렀음에도 충돌의 순간 전신 피부가 터져 나간다. 그나마 극강의 내구력을 지닌 나였으니 망정이지 다른 녀석이었다면 검강을 다룰 수 있다 해도 목숨을 보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찢어진 피부가 회복된다. 돌진하려는 순간 경고가 들려온다.
“CK77 행성에 접근 중! 다수의 위성과 암석군이 존재하니 충돌과 중력의 영향에 주의해!”
천현일 청장의 말대로 거대한 행성 하나가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의 전투가 우주를 가로지르며 진행되고 있었기에 벌어지는 일이었다.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군.’
사실이 그렇다. 블랙홀에 다이빙도 할 수 있는 내게 운석과 충돌하는 일 따위 문제가 될 리 없다.
[끄어어엉—–!]]하데스가 뭘 어떻게 한 건지는 몰라도 거대 괴수로부터 고통의 비명이 터져 나온다. 나는 주의를 돌려 상황을 확인하는 대신 정면의 우주천마에게 집중했다.
쩡! 쩡! 콰득!
검과 검이 충돌한다. 피가 튀고 살점이 뜯겨나간다.
‘여전히 밀리는군.’
그렇다. 밀린다.
우주천마는 여전히 끔찍하도록 강하다. 그가 휘두르는 강기는 그저 강하고 날카롭기만 한 내 강기와 달리 원소(元素), 신비(神祕), 현상(現像)을 통제하는 신묘한 공능을 보였다.
어디 그뿐인가?
우주천마가 휘두르는 일검일검에는 수많은 이치(理)가 녹아들어 있었다.
삶과 죽음.
시간과 공간.
자연과 우주.
어떤 이치에 한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도 했고, 어떤 이치는 그 정체조차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그의 무(武)는 내게 엄청난 영감을 주었다.
‘녀석이…… 가짜로 만들어진 공상의 존재라는 게 믿을 수 없을 정도군…….’
존경스럽기까지 한 무의 극치가 거기에 있다. 이제는 랜슬롯 마저 빠져 일대일로 싸우다 보니 더더욱 뼈저리게 그것이 느껴진다.
감히 검을 맞대고 있는 것이 황송할 정도의 절세 고수.
그러나 그럼에도.
그렇다 해도.
‘날 쓰러트릴 수는 없다.’
쩌엉!
검과 검이 충돌한다. 우주천마 녀석이 신묘한 기술로 페이크를 넣었지만 나는 그냥 몸으로 때우며 마주 때렸다.
“네놈! 이따위 얕은 수작으로……!”
“이게 얕은 수작이라면…… 떨치고 이겨 내면 되잖아?”
무학에 대한 우주천마의 이해는 그야말로 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치면 그와 나의 [스펙] 역시 격이 다르다.
그렇다.
우주천마의 스텟은 형편없다.
그의 스텟 중 권능의 영역에 들어선 것은 항마력 뿐. 초월의 영역에 들어선 스텟도 고작해야 마나와 마나력에 불과하다.
나머지 스텟은 수준 이하. 그나마 높은 마나 회복력조차 700스텟을 겨우 넘는 수준으로 짐작되니 그와 나의 스텟 차이는 어린아이와 어른 이상으로 막대하다.
그의 경지가 아무리 드높고 찬란해도 모든 스텟이 999스텟에 이르고 근력, 체력, 항마력이 권능의 영역에 도달한 나를 쉽사리 살해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그 모든 스텟 차이를 무시할 수 있는 강렬한 이적(異蹟). 심검이 있었지만.
키잉!
그마저도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쩍!
내게 범접하지 못하고 튕겨나간 심검에 주변에 떠 있던 운석이 통째로 잘려 나가는 모습에 우주천마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도대체 어떻게,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지? 그저 의지력만으로 마음의 검을 견딘다니.”
“조건이 좋았지.”
그저 내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미 내 항마력이 권능 스텟이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
이미 높던 항마력, 권능의 영역에 도달해 있는 심검을 몇 번이고 맞은 경험, 끝없이 준비되어 있던 부활 아이템, 그리고 거기에 달려 있던 스트레스라는 시스템.
그 모든 게 아우러진 결과가 바로 지금이었다.
티끌의, 말도 안 되는 확률을 모아 만든 현 상황.
물론 심검을 제외한다 해도 여전히 강력한 우주천마는 계속해서 날 상처 입혔지만.
[턴 시작!] [자신의 최대 체력의 10%를 회복합니다.] [스트레스가 10% 감소합니다.]상처 입는 것보다 빠르게 부상이 회복된다.
정신은 놀라울 정도로 또렷해서, 치열한 전투 속에서도 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흔들림이 없다.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스트레스감소 효과가 정신을 끊임없이 환기시키고 있다.
‘신기하군.’
다른 게임의 시스템에 영향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내가 몇 번이나 고통 받았던 스트레스(stress) 시스템이 바로 그것 아니던가?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너무 강력해.’
이제는 로그인을 할 필요조차 없다. 우주천마와 내 전투는 내가 일방적인 쳐 맞는 쪽에 가까움에도 점점 초조해지는 건 내가 아닌 우주천마 쪽.
이미 너무 많은 힘을 사용한, 더불어 한 팔을 잃기까지 한 녀석은 분명하게 지쳐 가고 있다. 체력이 권능의 영역에 도달한 나와는 상황이 다르다.
“큭.”
결국 우주천마 녀석은 다시 몸을 빼려 들었다.
내가 기다리던 타이밍이다.
대기만성(大器晩成).
파천극광(克光).
전력으로 쏘아진다. 빛을 넘어서는 쾌속!
그러나.
무당검파(武當劍派).
태극혜검(太極慧劍).
아주 짧은 순간 시야가 어그러진다. 어느새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내가 대지(大地)에 쳐 박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콰득!
쿠구구구—–!
엄청난 압력과 충격으로 거대한 지각이 과자처럼 부서져 수백 킬로미터 이상 솟구치고 터져 나간 맨틀에서 증발된 용암이 사방을 휩쓴다.
‘아, 이런 몸을 세우지 못했어.’
빛을 초월한 속도를 낼 때는 무조건 그 여력을 차원으로 흘리거나 일점으로 집중에 적에게 쏟아 내는 편인데 전혀 예상치 못한 반격에 그러지 못하고 무방비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어디 박혀 있는지도 모를 행성에 생겨난 거대한 지각 변동.
‘……조심해야지. 조금만 잘못하면 아르데니아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퐁.
인벤토리에서 포션 하나를 꺼내서 마신다.
회복을 위해서는 아니다.
회복은커녕…… 그 포션을 마시는 순간 어마어마한 박탈감이 밀려온다. 마치 영혼 한가운데 구멍이 뚫린 것 같은 공허함!
[턴 시작!] [자신의 최대 체력의 10%를 회복합니다.] [스트레스가 10% 감소합니다.]뜻밖의 낙하로 입은 육체적인 타격과 포션의 효과로 입은 정신적인 효과가 어느 정도 감소하는 걸 느끼며 쓰게 웃는다.
“와…… 진짜 사기 버프.”
푸확!
그때 암석 증기를 갈라 버리며 우주천마의 몸이 내리꽂힌다.
그의 히페리온에 어마어마한 기운이 모여 있다.
우주천마가 말한다.
“죽어.”
느릿해지는 시간 속에서 나는 그의 [검]을 보았다.
마음의 검이 현실의 검과 겹쳐진 검은 그대로—
천마검결(天魔劍訣).
신살(神殺).
검을 막아서는 내 오른손을 관통해 심장에 꽂힌다.
“하하! 하하하! 괴물 같은 놈! 하지만! 신마저 죽이는 것이 바로 천마의 검이다! 나는…….”
미친 듯 웃음을 터트리던 우주천마의 말이 멈춘다.
“……뭐?”
자세는 여전하다. 펄펄 끓는 용암 속에서, 나는 바닥에 쓰러져 있고 그는 내 심장에 검을 박은 채로 서 있다.
그러나 현실은 보이는 것과 다르다.
주르륵……
우주천마의 입가에서 피가 흐른다. 그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 내 검이…….”
“마음의 검을. 쿨럭!”
터져 나간 심장과 찢어진 폐 때문에 기침을 토하면서도 웃는다.
“그렇게 함부로 휘두르면 위험하지.”
“…….”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러나 그렇다고 [깨어진 검]이 원래대로 돌아올 수는 없는 법.
“이, 괴, 물…….”
신음과 함께 우주천마의 몸이 허물어지고-
스르륵.
이내 그의 시체가 사라진다. 지금까지의 치열한 전투를 생각하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허망한 최후였다.
“큭큭…… 아, 죽겠네. 진짜. 흐흐.”
펄펄 끓는 용암 속에서 나는 웃었다. 정신이 아찔하고 몸 상태도 최악이었지만, 그럼에도 웃음이 나온다.
그럴 수밖에 없다.
“득…… 템.”
내 심장에 박힌 검이.
여전히 남아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