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280
열일하는 과금 기사 279화
한숨까지 섞인 말에 내심 생각한다.
‘확실히…… 3명이라고 안심할 상황이 아니긴 하지.’
나도 [인자]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너무 위험하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다. 능력에 어떤 리스크가 있거나 대가를 요구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없기에 문제가 된다.
‘들어가는 인풋에 비해 아웃풋이 지나치게 강력해.’
‘쥐어 짜인다.’라는 말은 결코 농담이 아니다. [거대한 절망]이라 불리는 초월경의 벽을 뚫어 주는 인자의 힘은 온 우주를 전쟁의 화마에 밀어 넣어도 이상할 게 없는 보물.
검황을 끼고 있던 색황조차도 온갖 세력과 충돌했던 걸 생각해 보면, 최상급 신의 비호를 받고 있는 내 상황이 얼마나 좋은 건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언제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잠이 드는 그 순간까지 항상 은혜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지랄은…… 어쨌든. 잠자리 말고도 인자를 넘길 방법이 있지? 아마 소모가 더 클 테지만…… 감수하고 만들어. 2개까지는 내 앞으로 달아 놔도 된다.]“아, 그건 좀…….”
멈칫하고 만다. 왜냐하면 굳이 저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그 대상이 [남자]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0킬로그램의 근손실과 별개로 전달 자체는 그저 하루 밤 잠자리를 가지는 것으로 끝나는 여성과 달리 남성의 경우는 뼈와 살을 깎아 인자를 방출해야만 한다.
시간도 거의 10시간 가깝게 걸리고 무엇보다 큰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그렇게 받아먹어 놓고 거절할 생각은 아닐 거라고 믿는다.]“……이거 실시간이에요?”
기가 막혀 묻는다. 분명 ‘전언’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왜 대화를 나누고 있단 말인가?
대하가 코웃음 친다.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대충 ‘아는’ 거지. 대상은 알렉스와 소향이다. 소향은 뭐…… 코스트가 적은 방식으로 해도 좋다. 보람이도 3명에 들어가긴 하지만 꼭 할 필요는 없어. 녀석이 주는 대가로 보고 고민해 보든가.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네가 감당해야 할 소모가 크더라도 감수하고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인자를 퍼트려야 한다는 거야.]“…….”
대하의 말에 대답하지도 항의하지도 않는다. 너무나 불합리한 말이지만, 대하가 그저 ‘이득’을 위해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도 짐작하겠지만 네 인자는 정상이 아니야. 솔직히 말해 색황보다도 효율이 좋지. 아마도…… 코스트를 대신 내는 존재가 있어 보여. 정확히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뜯기고 있다고 해야겠지만.]“아.”
무심코 신음을 내뱉는다. 주어가 빠진 이야기지만 내가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렇군. 그런 식이었나…….’
생각지 못했던 문제. 그러나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무리를 해서라도 인자를 생산하는 게 맞다.
“알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그럼.]통화, 아니 전언이 끝난다.
지니의 간단한 인사를 끝으로 연결이 끊어지고, 나는 잠시 자리에서 생각을 정리했다.
‘인자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도를 넘어서면 안 돼. 정확히는…… 그게 알려지면 안 된다.’
솔직히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수십 명에게도 인자를 넘겨줄 수 있다. 심각하다 못해 파괴적인 근손실이 날 테고 그걸 복구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시간을 써야 할 테지만, 그 모든 과정을 아르데니아에서 진행한다면 그 모든 것이 숨 쉬듯 간단하게 보이겠지.
그러나 만약 정말 그렇게 하면, 현실의 사람들은 그걸 기본으로 잡고 내게 요구하게 될 것이다.
‘한 달에 하나. 무리해도 보름에 하나 하는 식으로 해결해야겠다.’
즉, 대다수의 인자 생산은 아르데니아에서 이뤄져야 한다.
“저기, 재연아.”
내 앞에 앉아 있었기에 대하의 전언을 모두 들은 사랑이 입을 연다.
“……괜찮은 거야?”
대하의 뜻에 의문을 표하지는 못한다. 34지구에서 그의 입지가 예수나 부처를 넘어서기 때문이기도 했고, 게임 마스터가 최상급 권능, 전지(全知)의 소유자여서이기도 하다.
전지하고 심지어 전능에 가깝기까지 한 최상급 신의 말이 틀렸다고 말한다?
객관적으로든 주관적으로든 쉽지 않은 일이다.
“뭐, 좀 무리하긴 할 테고 상황도 복잡해질 테지만…… 괜찮아.”
“그럼 있잖아.”
그때 사랑이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꺼낸다.
“그, 인자라는 게 작용하는 게 최초의 한 번뿐이라면 그 후에는 어떻게 되는 거야? 인자 전달은 실패하고 몸도 축나는 방식?”
“아니 그렇지는 않아.”
영문을 몰라 하면서도 순순히 대답한다.
“에, 뭐냐. 그냥 평범한 행위가 되겠지.”
“그렇지? 평범하지?”
“……?”
잠시 말을 이해 못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상기된 얼굴로 사랑이 말했다.
“그럼, 지금 그걸 하면 무슨 힘을 욕심내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 평범한 행위가 되는 거잖아?”
“…….”
나는 사랑의 얼굴을 보았다. 표정을 굳히면 세상 차가운 도시적인 미녀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발을 콩콩 찍고 있다.
‘아, 이 녀석이 일흔 살에 초월자이기까지 하다니…….’
너무 어이없을 정도로 귀여운 모습에 피식하고 웃는다.
“그렇지. 아주 평범한…… 친애의 행위 같은 거지.”
그렇게 말하며 윤기 나는 흑발을 쓰다듬자 사랑이 온몸을 파르르 떤다.
아무 이득도 변화도 없는.
친애의 행위를 할 시간이다.
* * *
몬스터들이 [군단]을 이루고 난 후 드래고니아가 입은 피해는 그야말로 끔찍하다.
“확인된 피해만 벌써 400명인가.”
400명.
몬스터 사태에 휩쓸린 다른 문명들이 들으면 그게 뭐 대단한 숫자라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하위종 400이 죽는 것과 용종 400이 죽는 것은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일이다.
그들 하나하나가 초월자라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거기에 진짜 문제는 이 상황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칸은 시종장을 돌아봤다.
“귀환 명령은?”
“순조로이 진행 중입니다만 워프 게이트의 부하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드래고니아에서 멀리 떨어진 동족들은 제대로 손도 못 쓰고 있지요.”
많은 드래곤이 드래고니아에 거주하지만 그게 전부는 당연히 아니다.
이 광활한 우주.
아직도 많은 드래곤들이 우주 곳곳에 흩어진 자신의 왕국에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고, 범우주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드래고니아라고 해도 그들을 불러 모으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그마저도 일정거리 내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어느 선을 넘어가는 거리는 불러들이기보다 주변의 용종들과 집결시켜 무리를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다.
“산티우리 은하 시바 공 외 용신족 열한 명. 은하철도에 탑승 성공했습니다.”
“불꽃수레바퀴 은하 하울리온 백작 외 용황족 넷. 워프 게이트 작동을 완료했습니다. 도착 지점이 준비가 되면 출발한다고 합니다.”
“전룡단! 큰게 은하에서 황제 클래스 몬스터와 충돌! 코드명 천마!”
“은하철도로 향하고 있던 이주 선단이 황제 클래스 몬스터에게 공격당했습니다! 코드명 공허포식자!”
칸은 전용 함선 크로매틱을 타고 우주를 종횡하는 상황이었다. 사실 그녀 정도의 위치라면 드래고니안에서 지휘만 해야 하는 게 정상이겠지만 드래고니안이 총력전(總力戰)을 하는 상황에서는 그럴 수 없다.
하위 문명의 황제나 왕, 대통령 따위와 황제 클래스는 전혀 다른 존재다. 그들은 가장 존귀한 존재인 동시에 해당 문명의 가장 강력한 무력.
해당 문명이 총력을 기울인다면, 당연히 가장 앞서서 움직여야 한다.
“좌표.”
“하지만 폐하…… 오늘만 네 번이나 출동하셨습니다.”
조용히 할 일을 하고 있던 시녀장이 나직한 목소리로 그녀를 만류한다.
왜냐하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상이 아직 완치되지 않으셨는데…….”
단일 개체이던 칸이 왜 오룡이 되었는가? 용을 잡아먹고 사는 용들의 천적(天敵)이자 대적(大敵), 삼족오 흑번에게 갈기갈기 찢어지는 수모를 당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멀쩡해 보이는 그녀이지만 온전한 힘을 낼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고, 하루에 일정 시간은 반드시 오룡으로 분리해야만 한다.
무리한다면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그녀에게 계속해서 피해가 누적되게 된다.
“할 만하니 한다. 좌표.”
“……네. 폐하.”
좌표를 받은 칸이 공간을 잡아챈다.
우웅—!
단숨에 수천 광년의 거리를 넘어서며, 칸은 조금 전 받은 보고에 대해 생각했다.
전쟁에 관한 것이 아닌, 그녀의 연인에 대한 정보였다.
‘결국 알려졌군…… 아무리 그래도 초월자를 만들 수 있을지는 몰랐지만.’
칸은 재연에 대해 생각했다.
그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 스스로의 감정이 뭔지도 몰랐기에 발생했던 혼란.
더 예쁘고 싶어서 옷을 수백 번도 넘게 갈아입은 경험, 성격에 안 맞게 방긋방긋 웃고 그의 관심거리를 연구하던 시간.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전전긍긍하던 나날.
그에게 무학을, 마법을, 차크라에 대해 논하던 시간, 함께 보낸 시간, 밤새는 줄 모르던 속삭임, 이벤트를 준비하던 시간. 즐거운 여행.
그리고 꿈같은 하룻밤.
‘아, 하룻밤이 아니었지.’
전투를 앞두고 돌처럼 굳어 있던 칸의 얼굴이 살짝 풀린다. 창백하던 피부에 생기가 돈다.
“정말이지…….”
그녀는 몰랐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수십만 년이라는 까마득한 시간을 살아오면서도, 그녀는 자신이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반지가 무색하게도…… 날파리들이 어마어마하게 꼬이겠네.”
솔직히 화가 난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돌아가 다 쳐 내고 싶다. 재연을 잡아 와 그 누구도 손댈 수 없게, 오직 자신만 볼 수 있도록 가둬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재연이는……. 그렇게 살 수 있는 녀석이 아냐. 그건 녀석을 죽이는 짓이나 다름없겠지.’
칸은 재연에게 그 무엇도 약속해 줄 수 없었다. 온 우주의 용들을 이끄는 그녀가 그와 정식으로 연을 맺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꼭꼭 숨겨 둔다면 그 작은 낙원에서 그와 함께할 수 있겠지만, 그는 절대 그런 삶을 행복해하지 않으리라.
그리고 무엇보다.
‘임신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나는 은거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 경우 재연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으니, 드래고니아조차 휘청거릴 정도로 거세진 몬스터 사태였다.
쾅!
공간을 넘어 공허 포식자와 충돌한다.
[끼에에엑!]비명이 터져 나온다. 동시에 환호성도 터져 나온다.
[용황님! 용황님이아!] [칸 님이 오셨다!] [세상에! 직접 행차하시다니!]채널을 어지럽히는 메시지 스펠들을 무시한 채 현신한다.
푸확!
훤칠하긴 해도 어디까지나 늘씬한 인간 여성에 불과했던 칸의 몸이 터지듯 확장된다.
쿠구궁!
활짝 펴지면 어지간한 우주선의 날개보다도 거대한 날개가 오색으로 반짝인다. 어지간한 성룡의 열 배도 넘는 거대한 체고, 각기 다른 색을 가진 다섯 개의 머리.
그것이야말로 수십만 년 동안 용종을 이끌어온 용의 황제.
오두룡(五頭龍), 크로매틱 드래곤(Chromatic Dragon).
[끄아아앙—–]전투는 30분도 이어지지 않았다. 공허의 포식자는 칸과 같은 황제 클래스였지만…… 이제 갓 황제클래스에 들어선 존재와 황제 클래스의 극한에 이르러 다음 단계를 넘보기까지 했던 칸과의 격차는 자잘한 변수로 어떻게 될 수준이 아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용황님이 직접 오시다니 이런 영광이…… ]‘아.’
오만하고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용들의 그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의 호들갑.
그러나 칸은.
‘보고 싶다.’
그저 한 사람만을 생각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