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286
열일하는 과금 기사 285화
소향이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묻는다.
“도대체 어떤 어빌리티길래?”
그녀의 말에 아르데니아의 드워프들에 대해 생각한다.
양산 판타지 소설에 깊이 몰입한 사랑이 한 설정답게 아르데니아의 드워프들은 신들린 손재주와 비상한 공학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부족하던 것은 그저 지식.
내가 34지구에서 가져온 과학 문명을 끊임없이 풀어내고 [패치]나 [업데이트]를 이용해 신화급 성의 구성품을 뽑아 주자 맨땅에서도 화약 병기나 만들어 내던 그들은 그야말로 눈이 부신 발전을 이루어 냈다.
특히나 모든 드워프가 눈을 뒤집을 정도로 사랑하는 기가스의 경우는, 하나뿐이긴 하지만 무려 인급 기가스 제작에도 성공했을 정도다.
내 어빌리티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된 것도 그 기가스에 시승했을 때였다.
“만인(萬人)의 위대한.”
“……뭐야, 그 이름은. 처음 들어 보는 어빌리티인 걸 보니 유니크급인 모양인데…… 성능은 어떻게 돼?”
툭.
태연한 목소리로 물으며 브래지어를 테이블 위에 던져 둔다.
‘이렇게 갑자기?’
좀 뜬금없었지만 어차피 그 용무로 만난 것이었기에 나 역시 셔츠 단추를 풀며 답변한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대략 30종 좀 넘는 어빌리티 중 필요한 5종을 선택할 수 있는 어빌리티죠.”
“……?”
속옷을 늘씬한 다리 사이로 미끄러트리던 소향의 움직임이 멎는다.
나는 내 어빌리티에 대해 생각했다.
어빌리티, [만인의 위대한]의 기능은 다음과 같다.
1. 내게 [충성]하는 라이더가 [자의]로 어빌리티를 [진상]할 경우 그것을 선택지로 등록할 수 있다.
2. 등록 가능한 어빌리티는 5종, 숙련도는 초기화된다.
3. 등록과 동시에 해당 라이더의 어빌리티는 [삭제 처리]된다.
‘사실 그렇게 편리한 어빌리티는 아니지.’
일단 자신에게 충성하는 기가스 라이더를 구하는 것부터가 어려울 텐데 그가 자의로 어빌리티를 바치게 만들기는 또 얼마나 어렵겠는가?
심지어 빌려 준다는 개념도 아니고 아예 삭제 처리가 되는데.
만약 보통 사람이 이런 어빌리티를 얻는다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영원히 봉인해야 할지도 모른다.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지 못한 이상 [만인의 위대한]의 제약은 너무나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남들에게 그렇다는 말이다.
‘솔직히 제약도 아니지.’
대륙의 구원자.
인류제국의 등불.
실존하는 기적.
굳이 달라고 할 필요조차 없다. 황제인 내가 어빌리티를 필요로 한다는 정보만 흘려도 무수히 많은 이들이 그것을 바치러 올 정도이기 때문이다.
어빌리티 삭제? 역시나 아무 문제가 안 된다.
‘그만큼 보상해 주면 그만이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내 모습에 소향이 헛웃음을 흘린다.
“하하…… 말도 안 된다 진짜. 무슨 게임 마스터님이세요? 전생에 뭐였어야 그런 어빌리티를 가질 수 있는데?”
“어빌리티는 현생의 업적으로 얻을 수도 있다고 하잖아요.”
“아니, 물론 네가 어마어마한 입지를 마련한 건 사실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런 어빌리티가 생길 정도라고?”
기막혀 하는 소향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어느새 나체가 되어 버린 그녀의 몸은 실로 육감적이다. 헤이즈보다는 못하지만 그건 녀석이 수박 인간이라 그런 것이지 이 정도면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수준.
나는 그녀의 몸을 훌쩍 안아 침실로 향하며 말했다.
“생각보다 근육이 있네요. 새 몸이라 없을 줄 알았는데.”
“게임 마스터께서 만들 때 신경 써 주셨더라고. 몸에 열었던 차크라가 날아간 건 뼈아프지만…… 무량구층 자체는 남아 있으니 오래지 않아 복구할 수 있겠지.”
침대 위로 엎어진다. 위에서 그녀를 내려다보자 그녀가 지금 상황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묻는다.
“……허세 맞지? 그렇지? 고유 어빌리티를 다섯 개나 가진 놈도 말로만 들었는데 그걸 골라서 가질 수 있단 건 말이 안 돼.”
“어차피 기가스에는 타지도 않는데 몸값 올릴 것도 아니고 무슨 허세를.”
“……아니 그럼 그게 진짜라고? 그런 어빌리티가 있는데 기가스에 안 타고…… 어떻게…… 으힛!?”
몸에 무게를 싣자 소향이 파르르 떨었다.
“괜찮아요?”
“야, 내, 내가 나이가 몇인데 그런 걱정을 해? 그보다 그 서른 개 넘는 어빌리티가 뭐뭐인데? 같은 게 여러 개 있는 거지? 관통, 관통, 방어, 방어 이런 식으로.”
내 아래 깔려 행위가 시작되었음에도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기가스 라이더답게 어빌리티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었다.
“30개가 아니라 30종이라고 했습니다만.”
[플레이어]가 되면 누구든 랜덤으로 1개의 어빌리티를 받는다.사냥에는 쓸 수 없는 특성이지만 네메시스 소프트는 굳이 그런 기능을 넣어 두었다.
적어도 공성전에서는 쓸 수 있기 때문인데, 황당하게도 어빌리티는 일종의 [미니 게임] 능력 주제에 등급도 있다.
일반, 고급, 희귀, 영웅, 전설.
‘악독하지 악독해.’
당연하지만 99%가 일반, 고급 등급이며 무작위로 얻은 어빌리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작위 변경권]을 구매해야 했다.
100다이아.
‘단 한 번 시도에 만 원이지.’
실로 살벌한 일이다. 희귀급만 해도 등장 확률이 0.9%이니, 사냥에는 별 쓸모도 없는 특성에 수백만, 어쩌면 수천만 이상도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과금에 너그러운 리벤지 플레이어들도 학을 떼는 요소라 운 좋게 고등급 어빌리티가 걸린 플레이어 나 기가스에 타곤 했다.
‘뭐, 덕분에 아르데니아에서 잘 쓰고 있지만.’
모두가 어빌리티를 가졌다고 모두가 기가스 라이더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확률]로 주어지는 어빌리티와 달리 동조율과 조종술은 스스로의 재능과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운 좋게 좋은 어빌리티를 받은 제국민이 아이언 하트에 동조하지 못하거나 조종술을 습득하지 못하는 상황은 생각보다 흔한 일.
어차피 쓸데도 없는 어빌리티라면 별문제 없이 넘길 수 있다는 말이다.
“30종 어빌리티가 뭐뭐인데?”
“대충 봐서 기억이 잘…… [관통], [방어], [점멸], [저격] 뭐 이런 것도 있었고. [차원벽]이나 [유체화]. 아, 그러고 보니 [궤적 재생]도 있었죠.”
태연한 말에 소향이 기겁한다.
“뭐? [궤적 재생]!? 그거 흑거미 놈의 어빌리티잖아! 30종이 넘는 선택지에 그런 게 있다고?”
웃기지 말라는 듯 다그치지만 그렇다고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네.”
“아니, 말도 안 되잖아. 흑거미 본인도 고유 어빌리티는 [궤적 재생] 하나인데 거기에 네 개를 더 고를 수 있다고? 게다가 흑거미는 그걸로 기간트 마스터가 되었는데?”
“아, 당연하지만 초월급은 아니에요.”
어빌리티가 처음부터 완성형인 것은 당연히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왜 기가스 라이더들이 죽어라 어빌리티를 연마하겠는가?
소향의 [백수의 왕]도 초반에는 그저 다수의 기가스를 조종할 수 있을 뿐, 지금처럼 각각의 기가스가 어빌리티를 활용하고 조종 능력까지 공유하게 된 것은 고작 15년 전 일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읏!?”
흥분해 뭐라 떠들려고 하던 소향의 허리가 크게 휘었다. 아주 느린 속도였지만 멈추지 않고 행위를 이어 나가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어, 어, 이게 뭐야. 땀이…….”
소향은 그제야 제 상태를 확인하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스름한 조명 속에서도 거의 빛난다 싶던 그녀의 피부는 이미 벌겋게 상기되어 있다.
침대에 걸린 주문이 쏟아지는 땀을 걷어 내는 모습에 그녀가 당황했다.
“어, 어라? 엥? 아? 흐앗!?”
허둥지둥 몸을 일으키려다 꾹 눌러 주자 온몸을 파르르 떨며 자지러진다.
어빌리티 문제로 완전히 날아가 있던 정신과 다르게.
몸은 솔직하다.
“아니, 이거 왜 이러지. 이럴 리가 없는데…… 모, 몸이 새 걸로 바뀌어서 그런가?”
“뭐 별문제는 없죠. 아! 그러고 보니 어빌리티 중에 그것도 있군요.”
리벤지의 어빌리티는 완전한 창작이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것들을 베껴 만들었다.
당연하게도 34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어빌리티가 빠질 리 없다.
“하…… 흐윽, 무, 무슨…….”
몰려드는 쾌락에 점점 무너져 내리는 소향에게 말한다.
“백수의 왕.”
“뭐, 뭐어!? 그게 말이 되는…… 읏!”
벌떡 일어서려는 소향을 다시 꾹 눌러준다.
새롭게 만들어진 그녀의 육신은 제법 근육질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게 저항할 정도는 아니다.
“쉿.”
파르르 떠는 그녀의 귀에 속삭인다.
“일단은 집중.”
밤은 이제 시작이었다.
* * *
34지구에 새로운 초월자가 탄생했다.
내 입장에서는 신기한 일이었다. 알렉스처럼 환골탈태를 한 것도, 사랑이처럼 육신을 진화시킨 것도 아닌, 그저 육신이 [완성]되는 것만으로 초월지경에 올랐기 때문이다.
‘육체 능력이 거의 필요 없어서 정신만을 단련해 왔다고 했지…… 부족한 게 채워졌다는 건가? 아니면 다른 이유?’
물론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다. 내가 세 명의 초월자를 만들었다 해서 무슨 초월 전문가가 된 것은 아니니까.
다만 기대하는 바는 있었다.
“어빌리티는 어때요? 기가스에 안 타도 확인 가능하려나.”
내 물음에 소향은 옷을 입을 생각도 못한 채 침대 위에서 명상에 잠겼다.
원래 어빌리티를 확인하는 것은 기가스에 탑승해야 가능한 일이지만, [기가스]와 [조종술] 요소를 지문(地門)까지 연 그녀라면 이야기가 다를 것이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소향이 눈을 뜬다.
그녀의 표정이 진지하다.
“너, 이걸 유도했구나?”
“확신은 없었지만요.”
내가 왜 그녀와 밤을 보내는 상황에서 어빌리티에 대해 떠들었겠는가? 혹시 모를 가능성을 노리기 위함이다.
물론 그녀에게는 어빌리티를 복구하겠다는 충분하다 못해 간절한 [소망]이 있었지만, 이미 몇 번이고 초월인자를 사용해 온 난 소망의 매개체가 나라면 당연히 내가 가진 어빌리티 쪽이 더 낮은 코스트로 구현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만인의…… 위대한. 이게 정말 실존하는 어빌리티라니.”
“선택지가 보입니까?”
“그건 아냐. 그 서른 개의 선택지는 없지. 다만…… 이미 선택된 다섯 개는 있군. [궤적 재생], [백수의 왕], [만병지왕], [공허의 문], [무념무상]…… 아니 미친. 유명한 어빌리티는 다 들어 있네…….”
당연하지만 아주 예전 기가스에 탔을 때 내가 적당히 골라 놓은 녀석들이다. 어차피 기가스에는 안 탈 거라 별의미 없이 유명한 것들로 채워서 구성이라든가 연계라든가 하는 고민이 전혀 없지만.
‘뭐, 알아서 쓰겠지.’
이미 그중 한 어빌리티만으로도 기간트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던 소향에게는 아무 문제없을 것이다.
“맘에 들어요?”
“……맘에 드냐고?”
내 물음에 소향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날 바라보는 두 눈이 형형하다.
“널 당장 씹어 삼키고 싶을 정도로 맘에 들어.”
“죄송하지만 일정이 밀려서…….”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소향이 입술을 내밀었다.
“와. 사자여왕 체면이 말이 아니다 진짜. 나 좋다는 사람 줄 세우면 지상에서 달까지 연결할 정도인데.”
“하하.”
적당히 웃어 주고 옷을 입는다. 간신히 복구했던 근육이 다시 날아간 덕에 헐렁하다.
‘아, 배고파.’
게임 클리어고 뭐고 일단 배를 채울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