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321
열일하는 과금 기사 320화
어떤 존재가 초월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당연하게도 그 존재가 소속된 단체, 국가, 문명에는 엄청난 격변이 일어나게 된다.
하위 문명에서는 기존의 권세, 군세, 세력 판도를 다 무시하는 신이 탄생한 것이고, 우주 문명에서도 본신(本身)의 능력만으로 세계적인 대기업에 버금가는 가치를 지닌 존재가 생겨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홀로 국가의, 문명의 운명을 뒤바꾸고 보통의 인간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생산성까지 지닌 존재.
하물며 그 존재가 중급 초월자. 그러니까 황제 클래스라면?
세력 판도가 우주적 규모로 뒤바뀐다. 우주의 군소 문명들을 묶어 제국을 만들 수도, 이미 있는 세력을 잡아먹을 수도 있는 게 바로 황제란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주로 떠났던 존재가 황제가 되어 돌아오면…… 사실 전 세계 대통령 다 모여서 오체투지를 하고 기다리고 있는 게 정상이지.’
그만큼이나 황제 클래스라는 강자는 기존의 시스템과 권력 지형에 대격변을 일으키는 존재.
황제 클래스가 탄생한다면 기존의 권력자들은 선택해야 한다.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온 문명의 힘을 긁어모아 저항하거나.
아니면 엎드려 자비를 구걸하거나.
그러니까 보통 문명이라면 그랬을 거라는 이야기다.
“와아아아-!”
“한재연! 한재연!”
“새로운 황제-!”
우주선에서 내리자 구름같이 모여든 인파가 환호성을 지른다. 농담이 아니라 수백만은 되어 보인다.
34지구의 방어 시스템 때문에 단번에 행성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목성 즈음에 도착. 30분도 안 되어 내려온 건데 그 사이에 이렇게 몰려든 것이다.
“무슨 행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귀환일 뿐인데 많이도 왔네.”
설사 황제 클래스라고 해도 무너트릴 수 없는 강건한 세력인 34지구는 공포도 두려움도 없이 나를 반기고 있다.
“황제 클래스잖아. 아마 한동안 온 세상이 너를 찾을 거야. 예능, 다큐, 영화…… 셀 수도 없겠지.”
그녀의 말대로 전 세계 모든 인간이 내게 관심을 가질 것이다. 나를 알고 싶어 하고,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것이다.
평화롭던 대우주가 몬스터들의 공격으로 혼란스러워진 지금은 더욱 그러하다.
“흠.”
잠시 고민했지만, 굳이 사람들 앞에서 삐딱하게 굴 필요는 없다. 게다가 인류제국의 황제인 내게 수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경험은 그리 드물지도 않다.
“에레보스.”
“^ㅡ^!”
새까만 기운을 풍기며 내 앞에 떠오른 여의보검을 잡아챈다.
에레보스는 암흑령 히페리온의 새 이름.
두 히페리온 모두 어둠의 대정령이 깃들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기에 각각 닉스와 에레보스라고 이름 지었다.
“관종인가? 시선 받는 거 좋아하네.”
피식 웃으며 여의보검을 잡는다. 그리고 그대로.
웅.
검강을 뿜었다.
“…….”
“…….”
“…….”
“아니, 이게…….”
시끌벅적하던 광장이 단숨에 정적에 빠져든다. 새파랗게 빛나는, 너비 수백, 길이 수 킬로미터짜리 검강에 모두가 압도된 것이다.
절대 고수가 검강을 쓸 수 있다 해도 이만한 규모의 검강을, 그것도 단번에 뽑아 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권능의 영역에 들어선 마나력으로 인해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내공량이 상상을 초월하고 그걸 허공에 뻗어 나간 마나의 맥이 잡아 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신맥(神脈)…… 그래도 권능이라고 쓸 만하군.’
사방이 쥐죽은 듯 고요하다.
집채만 한 호랑이가 자신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면 누구나 숨을 죽이듯, 초월적인 크기의 검강 앞에서 누구도 떠들어 대지 못한다.
실제로 지금 나는 여의보검을 좌에서 우로 휘두르는 간단한 동작만으로 여기에 모인 모든 존재를 학살할 수 있다.
그 후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도 기계화 사단 및 강철 특공 여단 등이 움직일 수는 있겠지만 피해 자체를 막을 수는 없으리라.
경찰이 초월자조차 체포해 갈 수 있는 34지구에서조차 온전히 통제할 수 없는 강자.
그게 바로 황제 클래스라는 존재다.
“히페리온.”
이제는 그 이름을 유일하게 가지게 된 태양신을 부르자 녀석이 퉁명스레 답한다.
[오냐.]위잉!
그 순간 아뮬렛이 빛으로 변해 내 몸을 뒤덮고.
번쩍!
하늘 높이 솟아올랐던 검강이 빛과 함께 터져 나가며 온 세상을 휘감는 수백 수천만 개의 깃털로 변했다.
“……와.”
“깃털…….”
하늘에서부터 빛의 깃털이 쏟아진다.
공격성을 배제한 검강이 너무나 포근하게 사람들 위로 쏟아지자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그것을 잡아든다.
그 힘의 격이 격이니만큼 사람이 그걸 가지고 소중히 여긴다면 반영구적으로 유지될 것이다.
“와아아–!”
“대단해!”
“한재연! 한재연!”
사람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입국심사장으로 들어간다. 문자 그대로 난데없는 귀환이었기에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
물론 내가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고 대기 시간 따위도 있을 수 없다.
“귀환을 환영합니다. 재연 씨.”
“오랜만입니다. 천종명 대통령님.”
“저번에 만나고 얼마 지나지도 않은 거 같은데…… 허허. 정말 믿을 수 없는 성장이로군요.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안 나올 이야기입니다.”
하기야 내가 출연했던 [교수 지망생]만 해도 주인공의 최종 경지는 초월자에 불과했고, 목표는 우로보로스 교수다. 영능학에 대해 잘 알려진 34지구이기에 오히려 상상력에 제한이 걸리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공상이 사람들이 잘 아는 영역에서 행해지면, 그것은 재미나 흥미가 아니라 그저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게요. 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지요.”
천종명 대통령은 내 시간을 많이 빼앗지 않았다. 내게 필요한 몇 가지 행정 처리 업무에 대해 알려 준 후 이야기를 끝낸 것.
다만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이야기가 있었다.
“재연 씨의 모친은 정부에서 잘 모시고 있습니다. 절대 고수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도 그랬지만…… 황제 클래스가 된 이상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녀석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흠. 정부에서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는 않겠죠?”
심각한 이야기를 툭 꺼냈지만 천종명 대통령은 그저 웃는다.
“그럴지도 모르니 언제 한 번 만나러 오십시오. 너무 높이 올라가면 과거가 하찮아질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핏줄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모든 절차가 끝난다. 다른 방에 있던 보람이 내 옆으로 온다.
“에휴. 국장님이랑 아는 PD들 다 난리 났네. 오래 쉬어서 한동안 엄청 바쁘겠다.”
“명색이 국민 MC니까.”
내 말에 보람이 어깨를 으쓱인다.
“됐고 너는 어쩔 생각이야? 계속 용병 일을 할 생각이야? 아니면 방송?”
왠지 모르게 반짝이는 보람의 눈동자를 보며 웃는다.
답은 정해져 있다.
“게임.”
* * *
인기 있는 게임 특.
매주 업데이트 함.
“아니…… 뭐가 이렇게 많이 바뀌었어?”
휘우우웅-!
수십 대의 기가스가 하늘을 가로지른다. 그들 전부가 인급이고 맨 앞에는 성급 기가스가 있다.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
‘아. 전에 케로베로스 전투에서 보긴 했구나.’
아스트랄계에서 빠져나오고 나서부터 리벤지 접속에 어려움이 있었다. 중계기야 설치했지만 중계기가 완전히 자리 잡고 플랫폼이 작동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리벤지를 쉬었기 때문일까?
리벤지의 모습이 너무나 다르다.
“너의~ 과분한 사랑을 받기에~ 나는~”
[일성전자] 성의 중앙 광장에서 기타를 멘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수십 명의 사람들이 멈추어 그 노래를 감상하고 있다.
“텐더링 행성이 몬스터의 습격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도움이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노동법 개정에 서명해 주세요! 마나 구슬로 인한 노동 환경 변화에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니, 이거 리벤지 맞나?”
서번트 캐릭터. 킬리언스를 자동 사냥 모드로 던져 두고 성으로 돌아온 난 예전의 모습을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달라진 리벤지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일단 플레이어의 수가 어마어마하게 늘었고, 어디까지나 사냥이 중심이었던 과거의 리벤지와 달리 인게임 내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아무리 성 안이라 해도 게임과 상관없는 복장을 한 인원이 80%가 넘는 상황인 것!
그뿐이 아니다.
[우주로 뻗어가는 단 하나의 별.] [일성] [새로운 세상을 구현하는 네메시스 소프트 채용 공고] [월드 설계 전문 마법사.] [6클래스 이상 우대.]고층 건물들, 또는 허공에 이런저런 광고가 떠다니고 있다.
나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
“아니, 이게 자동 사냥 게임 맞나? 무슨 소셜 게임 같은데…….”
황당해하며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은 난 시스템 UI를 조작해 업데이트 내용을 확인했다.
“신화, 전설, 영웅 클래스 대거 추가…… 길드 시스템 개편. 컬렉션, 수호령, 펫 추가. 하우징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아바타 시스템 대규모 업데이트…….”
그야말로 눈이 팽팽 돌아갈 정도다. 리벤지를 못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라는 것은 네메시스 소프트가 물 들어올 때 노를 미친 듯이 젓고 있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역시 따로 있었다.
“신대륙.”
현재 리벤지의 성들은 그야말로 포화 상태다. 온 우주에서 모여드는 신규 플레이어의 규모가 날이 갈수록 마구 늘어나는 상황!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아이템, 새로운 몬스터가 있는 신대륙을 개척한다면 막대한 부와 강함, 그리고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새로운 [성]을 차지할 수 있게 되었으니, 상위 플레이어들은 그 신대륙을 향해 미친 듯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들 정신없겠네.”
대충 상황을 파악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한동안 게임을 못했지만 그 때문에 뒤떨어질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는다.
애초에 이 게임은.
리벤지라는 게임은.
무작정 시간을 갈아 넣는다고 강해지는 그런 게임이 아니다.
‘무작정 돈을 써서 강해지는 게임이지.’
쿵! 쿵! 콰릉!
“음? 뭐야 왜 먹구름이…….”
“뭐지?”
난데없이 하늘이 흐려지자 도시를 바쁘게 오가던 사람들이 당황하는 모습이 보인다.
심지어 몇몇은 그 광경을 두려운 표정으로 지켜본다. 이 상황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뜻이다.
팟! 팟! 팟! 팟! 팟! 팟!
도시로 플레이어들이 공간 이동해 나타나기 시작한다. 리벤지에 풀 다이브 하는 대신 자동 사냥을 돌리고 있던 플레이어들이다.
뛰뛰빵빵 : 이거! 이거 신화 뽑기 맞죠?
방탄중녀 : 요새 잘 없었는데 오랜만에 보네.
일성의노예 : 회장님이신가?
뎅…… 뎅…… 뎅……!
웅장한 종소리와 함께 먹구름이 갈라지며 도시에 빛이 쏟아진다.
-마침내 초월의 경지에 올라 인간의 몸으로 하늘에 오르나니.
-신이여. 용서하소서.
점점 더 강해지는 빛과 함께 먹구름이 모조리 사라져 간다.
[모두 칭송하십시오. 9번째 신화가 그 격을 새로이 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킬리언스.] [지금 이 시간부로 24시간 동안 모든 사냥터에 경험치 100퍼센트 버프가 주어집니다.] [다시 한번 안내 드립니다. 9번째 신화가 그 격을 새로이 했습니다.]“뭐? 이게 뭐야? 9번째 신화?”
“아! 나, 이거 알아! 이게 그 신화 뽑기……!”
“아니, 이렇게 웅장하다니 내가 뽑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웅성거리거나 말거나.
계속 뽑는다.
[신화의 위대한 조각이 완성되었나니.] [이는 세상과 맞먹을 위상(位相)이라.] [킬리언스 님께서 한손검. 극진멸참(신화)+9을 완성하셨습니다!] [빛과 함께 일어나 어둠과 함께 잠드나니.] [그대의 안식은 아직 찾아오지 아니하였도다.] [역광화(逆光華).]장비를 뽑는다. 펫을 뽑는다. 수호령을 뽑는다.
다시 클래스를 뽑는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탄환은 충분하니까.
[지금 이 시간부로 24시간 동안 모든 사냥터에 경험치 200퍼센트 버프가 주어집니다.] [지금 이 시간부로 24시간 동안 모든 사냥터에 경험치 300퍼센트 버프가 주어집니다.]……
[지금 이 시간부로 24시간 동안 모든 사냥터에 경험치 800퍼센트 버프가 주어집니다.] [지금 이 시간부로 24시간 동안 모든 사냥터에 경험치 900퍼센트 버프가 주어집니다.]암거나 해 : 와! 이걸 다시 보게 되네. 허허. 뉴스로 보긴 했는데.
도곡동여신 : 아. 다시 시작되었어…… 그분이 오셨어……
감탄하는 사람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휙하고샤삭 : 아니 이게 뭐예요? 왜 이래죠? 이거 오류 아닌가요?
스위치라이트 : 이거 뭐임? 진짜 과금하는 거? 이거 말이 되나? 수백억 아님?
도곡동여신 : 수백억 쯤이야. 천억도 될 수 있지.
스위치라이트 : 님 진심? 천억을 과금을 한다고요?
“저기, 이거 진짜 돈 쓰는 거예요? 정말로?”
“말도 안 돼. 저게 돈이면 대체 얼마란 말이에요? 말이 안 되는 거 같은데.”
채팅으로도, 그냥 대화로도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성의노예 : 황제가 돌아왔다……
과금을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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