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374
열일하는 과금 기사 373화
나는 내게 배정된 호화스러운 방에서 생각에 잠겼다.
“온갖, 권능이라…….”
방심을 조심하라는 이야기였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당하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온갖 권능이 있다지만…… 지금의 나를 어찌할 수 있는 권능은 극히 드물고, 심지어 있다 하더라도 권능무력체 한 방이면 모조리 무효화되기 때문이다.
게임 시스템이라는 형태로 존재하는 [그녀]의 권능마저 무효화하는 권능무력체를 뚫고 들어올 권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평소에 권능무력체를 작동시키지는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한 번에 적용이 끝나는 권능이나, 아니면 신급 존재가 나서야만 뭐가 잘못될 거야.’
황제 클래스쯤 되면 우주 최강급의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위의 존재는 당연히 존재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34지구를 지배하는 게임의 신 관대하만 해도 최상급 신이고, 연합의 주적 중 하나던 리전을 우방이 되게 만들어 버린 기계의 신 아담도 있지 않은가?
마법의 신 염룡(炎龍) 카인이나 무의 신 풍호(風虎) 다크 같은 대신격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뿐이 아니지.’
구원자(救援者), 윤회자(輪迴者), 투전승불(鬪戰勝佛), 옥황상제, 킹(King)…….
언뜻 생각나는 최상급만 해도 이 정도고 상급은 더 많이 존재한다. 그로테스크의 퀸, 최초의 리전 이브, 황금용신과 암흑용신, 레온하르트의 황금사자신…….
거기에 되도록 물질계에 간섭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안 하는 것도 아닌 신계의 신들까지.
“……정말 쓸데없는 고민이네.”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털어 낸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가능성까지 걱정하며 살면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명(使命)을 가지고 있고 운명에 간섭하는 데 제약이 있는 신들은 그리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애초에 게임 마스터처럼 물질계에 자기 영토를 만들고 직접 활동하는 신적 존재는 대우주 역사를 뒤져 봐도 드문 케이스였다.
배정 받은 방에서 잠시간 쉰 후에 다시 일정을 시작한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문화부 장관을 맡고 있는 터민 백작입니다.”
나는 자동 사냥을 돌리고 있는 하양이와 함께 레온하르트의 곳곳을 누볐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아니, 그렇다고 직접 오실 것까지는…… 헉!?”
나는 네메시스 소프트의 공동대표로서 이런저런 계약을 체결했다.
편법, 불법적인 요구를 하며 온갖 태클을 걸고 있던 레온하르트 제국의 권력자와 공무원들이었지만, 온갖 임무를 진행하며 레온하르트 제국에 그 위명을 쟁쟁하게 떨치고 있는 황제 클래스 앞에서 똑같은 짓을 하기는 어렵다.
굳이 폭력을 휘두를 필요조차 없다. 그저 만나서 눈 한 번 마주치면 끝.
다만 항의가 있었다.
“저, 저기 재연 님.”
“왜?”
“영압(靈壓)은 연합법상 불법인데…….”
퍼퓸의 말대로 존재를 초월한 상위 존재는 기세를 갈무리하지 않고 뿜어내는 것만으로도 불법이다.
‘왜냐하면 하위의 존재는 상위의 존재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영압을 받게 되니까.’
이 영압이라는 건 상당히 위험한 현상이라 그저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위압되고 그 정도가 심해지면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를 추앙(推仰)하고, 신앙(信仰)하게 될 정도.
정신력이 강하다면 저항할 수도 있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고, 가능하다 해도 정신적 충격을 받을 정도.
괜히 연합에서 그 위험성을 강조하는 게 아니지만.
“그럼 신고해.”
“…….”
원래 세상은 법대로 안 굴러 가는 법. 하물며 이조차도 내게는 실망스러운 결과다.
‘아쉽게도 심검 쓸 일이 없네. 하긴 게임 서비스시키는 걸 태클 거는 걸로 초월자를 움직이긴 뭐하겠지. 대놓고 시비 거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세간에 ‘가장 문명에 순응하는 황제’로 알려진 나지만, 그게 있는 힘을 놀린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다.
나로 말할 거 같으면 법도 규칙도 없던 야만의 중세랜드에서도 잘 적응해 살던 존재인데 불리한 입장도 아니고 유리한 입장에서 절절 맬 이유가 없다.
“안내 고마웠어. 그럼 안녕히.”
“저, 저기 잠.”
팟!
손을 내미는 퍼퓸을 무시하고 역으로 향한다.
딱 일주일 만에 돌아온 역에는 하모니와 앨리스가 기다리고 있다.
“콘서트는 잘 끝났어?”
[네! 다행히 다들 좋아해 주었어요. 사람도 많이 왔고요.]“결국 한 번을 안 오시더군요. 얼마나 좋은 무대였는데!”
“……엘리스 님은 뭔가 캐릭터 바뀐 거 아닙니까?”
대화를 나누며 마법진 위에 올라선다.
레온하르트 제국을 떠난다. 내 발을 잡으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나는 바쁜 몸이기 때문이다.
“어서 오십시오, 황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호, 혹시 더 도와주실 수는 없나요? 제 몸이라도 드릴 테니…….”
“과연 황제 클래스. 무시무시하군.”
이런저런 임무를 수행한다. 나는 밀린 임무를 빠르게 수행하고 시간이 남으면, 또 페이가 맞으면 추가적인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밥 먹을 시간도, 잠 잘 시간도 없다.
그저 ‘임무하는 기계다.’라는 생각으로 흘러가는 한 달.
그리고 그 결과.
자유 저축 예탁금(G-뱅크 1173-5511)
841,761,133,886,120원.
“……좋군.”
힘들고 피곤해도 은행 잔고만 보면 힘이 절로 난다. 굳이 나뿐이 아니라 누구라도 이 정도 잔고를 보면 그렇게 될 것이다.
이 압도적인 금융 치료!
흥행력도 많이 성장해서 리벤지에 황제급 아이템과 펫이 업데이트 되면 단숨에 그것들을 업데이트하고 수하들에게 하나씩 분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마나 코인을 70% 이상 회수했다는 거지’
현재의 마나 코인 생산은 과도하다. 34지구에 인챈터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리벤지를 플레이하는, 더불어 몽환의 미궁에서, 혹은 엘리스와 접촉한 수많은 문명에서 생산하는 코인을 모조리 소모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즉 자연적으로는 그 가치가 떨어져야 정상이지. 이미 엄청 낮게 책정되어 있지만…… 다른 문명들은 외화라는 걸 얻을 수가 없는 상황이니까.’
다만 이 상황에서 나는 마나 코인을 지속적으로 회수하고 있다. 마나 코인이 지나치게 남아돌아 그 가치가 폭락하면 마나 코인이 새로운 대우주의 화폐로서 자리 잡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화폐란 결국 가치를 저장하고 기준이 되는 존재.
황제인 내가 이렇게 열심히 뛰는 것만으로 마나 코인은 충분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최후의 최후에는 은총화폐로서의 기능이라도 남기 때문!
혹 가치가 폭등하게 된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대량의 마나코인을 풀면 그만이다.
‘뭔가 아르데니아에서 골드로 하던 일과 비슷하네.’
[다음 역은 98지구입니다. 다음 역에서 내리실 분들께서는 오른쪽 문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안내해 드립니다. 58분 51초 후 98지구에 도착합니다.]들려오는 방송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양아.”
[크릉.]벌떡 일어나는 스마트 펫을 안는다. 역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98지구에 내리기 위해서는 자유 하차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군용 펫은 내구성이 뛰어난 제품이지만 괜히 부하를 줄 필요는 없다.
[마지막 임무로군요.]하모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너도 마지막 콘서트고. 일정대로면…… 5일 정도 후에 만나서 34지구로 돌아가게 되겠네.”
[흠…… 그런데 98지구 임무가 그러게 오래 걸리시나요? 행성도 한 방에 날리실 수 있으신데.]하모니의 말에 웃었다.
“98지구에서 증식 강기를 쓸 수는 없어.”
[왜요?]“거기는 성계신이 있으니까. 지표면을 쓸어버리는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행성을 박살 낼 정도의 깽판은 두고 보지 않거든.”
성계신은 우주에 무수히 많지만 그렇다고 모든 행성에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계신은 문명과 함께 탄생하는 존재.
실제로 34태양계에도 성계신은 지구에만 존재한다. 수성, 금성, 화성 등등에 수백만에서 수억 명의 인구가 거주해도 상황은 마찬가지.
[문명이 아예 멸망했는데도 성계신이 남아 있을까요?]“그로테스크 감염이나 몬스터 침략이 지성체를 멸망시키기에는 충분해도 상급 신을 어쩔 정도는 아닐 테지. 뭐 임무 겸 확인해 보고 오지.”
그렇게 말하며 자세를 잡자 하모니가 꾸벅 고개를 숙인다.
[5일 후에 뵈어요.]“그래.”
당연하지만 이번 역시 자유 하차 장치 없이 내린다.
[워프를 시작합니다. 3. 2. 1…….]쿵!
묵직한 충격이 덮쳐 왔지만 이제 와서 이딴 건 조금의 부담도 아닌 상황.
“레플리.”
조용한 부름에 어둠 속에서 망령의 용이 모습을 드러낸다.
녀석은 별다른 명령 없이도 나를 머리 위로 올렸다.
‘점점 더 고분고분해지는군.’
리벤지의 펫을 다루는 데에는 본인의 격(格) 역시 매우 중요하다. 펫의 격이 주인과 비슷하거나 높다면 펫이 바라는 것이 점점 많아지고 심지어 명령을 듣지 않는 경우까지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처음으로 소환했던 신화급 펫, 완전체 랜드 웜은 스킬을 쓰라는 명령을 거부했다. 굳이 시키려면 황금을 2톤 정도 바치라고도 했었고.
그러나 최근에는?
레플리든 랜드 웜이든 내 명령을 아무런 불만 없이 따른다. 통제력이 완벽하다는 이야기다.
[도착했다.]그때 고속으로 우주를 가로지르던 레플리가 속도를 줄인다.
나는 녀석의 머리 위에서 98지구를 보았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틈만 나면 이야기했었던, 갑작스럽게 밀려 온 종말을 이겨 내지 못하고 허무하게 잃어버린 그들의 고향.
“짐작대로 많군.”
나는 98지구 곳곳에 위치한 몬스터들을 보며 서서히 속도를 붙였다.
다행히 숫자는 많지 않다. 최대로 잡아도 1억. 그러나 거기에 걸린 돈은 지금까지의 임무 중 가장 많다. 성계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는 가진 문명을 다 포기하더라도 성계신의 보호를 받는 편이 나을 테니까.’
그 과정이 그리 어렵지도 않을 것이다. 가진 재산을 처분해 물자를 구한 후 3문명 미만의 설비들을 가지고 98지구에 정착한다면 높은 확률로 [보호]가 시작되리라.
‘뭐, 그래 봐야 나처럼 존재 자체가 문명을 초월한 존재들에게는 관련 없는 소리지만.’
피식 웃으며 낙하(落下)한다.
일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 * *
[이상할 정도로 순조롭군.] [그렇소. 많은 제물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간단하게…… 정말 황제 클래스가 맞는 거요?] [……그걸 지금 질문이라고 하오? 그의 전투 장면은 모두가 전달받았을 텐데.] [하지만 황제라고 하기에 운(運)이 너무 낮은 듯한데.] [확실히 이상하긴 하오. 초월자조차 두터운 운명의 흐름을 두르고 있는데 황제씩이나 되는 존재가…….] [황제가 될 정도라면 재능도 중요하지만 그만한 운명을 타고났을 텐데.]몽환의 미궁을 이용한 통신 채널, 몽환경(夢幻鏡)에서 십수 명의 그림자들이 떠들고 있다.
그들은 어느 한 세력이 아닌 대우주 곳곳에 있는 세력들의 수장들이었다. 어느 행성의 지배자, 어느 제국의 공작, 어느 종족의 족장 등등.
그들은 막대한 재화와 보물, 인력을 동원해 이 혼란의 시기를 이겨 낼 강대한 무기를 얻고자 했다.
그렇다. 그들은 원했다.
황제라는 이름의 검을.
[그만.]그때 묵직한 목소리가 어수선하던 사람들을 진정시킨다.
[나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오. 어쩌면 그의 운(運)이 스스로 위기와 역경을 불러오는 것일지도 모르니.] [스스로 운명과 역경을 불러오는 운명이기에 오히려 대법이 더욱 잘 먹혔다…….] [기묘한 이야기구려. 아무리 화제가 될 재능이 있다 해도 그건.] [뭐. 어쨌든 다중권능(多重權能)은 다 적용되었고 대법 역시 성공했소. 이제 우리의 유도대로 그가 죽기만 하면 그만이오.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소?] [그래. 극의지체라는 그 육신의 죽음은 아쉽지만…… 우리는 결국 황제의 혼(魂)을 얻게 되겠지.] [황제의 혼! 그것도 황제 중에서도 특별히 강한 녀석의 혼이라!] [자연경의 경지만 유지시킬 수 있어도 그 전력은 상상을 초월할 거요!]사람들의 목소리에 점점 흥분이 담기기 시작한다.
그들은 몰랐다.
한재연이 운이 낮기는커녕 너무 높아 권능의 영역에 도달해 있으며.
그들의 작전이 성공한 것은 그저 [운명의 주인]이라는 권능이 재운(財運)으로 몰려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러나 이유가 어찌 되었든 그들의 작전은 성공했고.
“아니…… 이게 말이 되나?”
한재연은 마주하게 되었다.
서른 명의.
황제급 몬스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