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397
열일하는 과금 기사 396화
뜻밖에도 히페리온은 그것과 아는 사이인 듯했다.
“아는 분이야?”
[클라우 솔라스. 투아하 데 다난(Tuatha Dé Danann)의 사대 비보 중 하나지. 광황 레온하르트가 누아다를 봉인하는 과정에서 레온하르트 제국에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분명히 기가스였는데 어쩌다 검이 된 겁니까?] [무기로는 쓰이지도 않고 아주 둥기둥기 모셔지고 난리라고 들었는데.] [어빌리티가 워낙 거지 같긴 했죠…… 결국 녹여서 검으로 만드셨나 보군요.]마구 떠드는데 전혀 대화가 안 된다.
‘아니, 이것들 자기 할 말만 하네.’
그뿐이 아니다.
“?(✪ ω ✪)?”
“o((>ω< ))o.”
“(⊙_⊙).”
에레보스는 에레보스 나름대로 두 검 주위를 빙빙 돌고 있다. 마치 친구를 만나 반가운 강아지같이 발랄한 분위기.
공중에 떠 있는 빛의 검과 어둠의 검, 그리고 황금빛 검을 보며 탐험가들이 수군거린다.
“강기와 심검, 거기에 이기어검까지 완전히 통달한 건가.”
“검들 하나하나가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습니다.”
“흑검이 워낙 강력해서 당연히 집중형 이기어검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나씩 늘어나다니…….”
자연경에 대한 정보가 꽤 풀려 있지만 정확하지는 않은지라 다들 상황을 오해하는 모습.
그러나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아니…… 정상적인 이기어검이 하나도 없지 않나?”
“아, 헌원 님.”
나는 어느새 곁에 다가와 있는 백발의 노인을 보며 웃었다. 아무래도 지금은 그가 20층을 담당하고 있던 모양이다.
“오랜만일세. 그런데 히페리온이 왜 저기에 들어가 있나?”
“어빌리티 유지에 소모가 커서요. 본체는 제 내면세계에 넣어 두고 이기어검으로 쓰고 있습니다.”
“……기가스를 그냥 내면세계에 잠깐도 아니고 늘 넣고 살아?”
아무리 황제급 차크라 능력자라지만. 하고 기막혀 하던 헌원은 허공에 떠서 티격태격하는 검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내가 여의주까지 써서 여의보검을 만들어 준 건 이기어검에 대한 깨달음을 돕기 위함일세.”
그러나 그의 바람과 다르게 여의보검은 암흑검 에레보스가 차지. 자신의 본체로 독립(?)했고 이제는 기가스 히페리온이 차지하게 되었다.
이기어검에 대한 깨달음?
‘솔직히 전혀 없지.’
검령을 내가 만들지 않고 이미 있던 걸 썼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기어검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이를 굳이 찾자면 암흑검으로 돌아간 에레보스 녀석일 것이다.
“하하. 당장 싸울 일이 많아서.”
“발밑만 봐서는 하늘의 별을 잊기 마련이라고 조언해 주고 싶은데…… 이거야 원.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니 그러지도 못하겠군. 이미 우주 최강자의 반열에 올라서 버렸으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그가 살짝 낮아진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황제급 서른. 배후가 있다는 사실 정도는 느끼고 있겠지?”
“이미 조지고 있지요.”
“그럴 거라 생각했네. 우리가 찾아낸 용의자 중 다섯이 갑자기 급사했다는 정보를 입수했거든. 그것도 심검으로 의심되는 공격으로…… 몽환의 미궁이 생기니 이제는 거리에 상관없이 암살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지.”
웅!
그가 가볍게 손가락을 흔들자 내게 한 덩이의 정보가 전달된다.
나를 향한 암살 작전. 그러니까 작전명 [영웅의 운명]을 진행한 자들에 대한 정보.
“아.”
그리고 나는 이제야 신검이 뜬금없이 나타난 이유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신검가…… 역시 음모가는 레온하르트 제국에도 있었군요.”
“제국에 난리가 났지. 공작이 사망. 혹은 그에 준하는 상태로 의심되는 데다 신검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신검도 사라졌으니.”
“아, 죽으면 안 되는데.”
걱정에 눈물이 날 듯하다.
‘레온하르트 제국의 공작 정도면 돈도 많을 텐데…… 주식 5%라도 주고 가지.’
그러나 이내 잡념을 떨친다. 냉정히 생각해 볼 때, 신화시대의 신검은 주식 5% 따위보다 압도적으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용사여.]그때 클라우 솔라스가 내 앞으로 내려온다.
[아주 오랜 시간…… 너와 같은 자를 기다리고 있었다.]“o((>ω< ))o.”
[이제 나와 함께…….]“(♥.♥).”
진지하게 말하는 클라우 솔라스의 주위로 에레보스가 빙글빙글 돈다.
결국 참지 못한 클라우 솔라스가 번쩍하고 빛난다.
[아…… 치대지 말고 좀 꺼져!]“⊙o⊙!?”
“ㅠ.ㅠ.”
클라우 솔라스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신나서 주변을 돌던 에레보스가 가을 낙엽처럼 휘적휘적 떨어져 내린다.
결국 준비한 대사를 다 읊지 못한 클라우 솔라스가 기막혀한다.
[아니, 이 녀석 대체 뭐야? 가진 힘은 커 보이는데…….]“자, 진정진정. 그래서 용건이 뭔데?”
내가 끼어들자 클라우 솔라스가 말한다.
[용사여…….]“그거 그만하고.”
[……후. 산통이 다 깨졌군요.]깊이 한숨을 쉰 클라우 솔라스가 말한다.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위대한 전사. 상황이 이렇게 되었지만, 당신 같은 존재를 기다린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왜?”
“옛 주인이라면…… 은 팔의 누아다로군.”
누아다 아르게틀람(Nuada Airgetlám).
신화적으로 너무 유명해서 되물을 필요도 없는 네임드다. 투하데 다난의 주신으로 신들의 왕이라 불리었던 자.
그러나 지금은 영락하여 과거의 영광은 찾아볼 수 없는 괴물이기도 하다.
[네. 저는 그분의 완전한 타락을 막기 위해 레온하르트 제국에 투신했었지요. 광황이 종적을 감추면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었지만요.]“흐음. 언터쳐블급 적인가.”
지금의 나와도 차원이 다른 강적이다. 문자 그대로 신. 문명을 창조하고 은하계를 파괴할 괴물 중의 괴물.
[……안 두려워하는군요.]“뭐.”
강대한 적이지만 공포가 느껴지느냐 하면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언젠가 부딪혀 보고 싶은 상대이기까지 하다.
물론 그 모든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득]이 되어야 한다.
“내가 얻을 이득은?”
[당신은 황제 클래스에서도 상급의 힘을 지닌 것으로 보입니다. 맞습니까?]“그렇지.”
[그렇다면 그분을 쓰러트림으로써 신성을 강탈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위대한 업적 또한 달성할 수 있겠지요.]신성에 권능.
[더불어 저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상위급 초월 병기.
‘황제급 강자가 [위]를 노린다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군.’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거기에 목숨을 거는 건 미련한 짓이었기에 묻는다.
“시간은 얼마나 남았지?”
[봉인의 힘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지척이지요.]“아, 그럼 위험한데.”
[고작 300년밖에……!]“……?”
다급하게 하는 말에 멈칫한다.
“몇 년?”
[죄송하지만 그리 오래 봉인할 수 없습니다. 300년이 지나면…….]“아 뭐야 300년?”
어이가 없어 웃는다.
“아니 너무 널널한 거 아니야?”
[……네?]황당해하는 클라우 솔라스의 모습에 가만히 지켜만 보던 헌원이 끼어든다.
“자네가 이해하게. 서른 살 황제 클래스니까.”
[무슨 말을 하시는 거죠? 인간이 30년을 살고 황제 클래스가 되었다고요?]“그래.”
[서른? 서른? 서른 살에 중급 초월자? 인간이?]백색의 검이 가볍게 몸을 떨다 딱 하고 고정된다. 그리고 이제야 알겠다는 듯 말한다.
[……신족이셨군요.]“인간이라고. 그리고 300년이라니. 그 정도 시간이면 상급 초월자도 찍겠다.”
“아니, 그건 아니지.”
십만 년도 넘게 황제 클래스인 응룡 헌원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 즈음.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울린다.
-아아. 내 말 들려?
-왜 아무 반응이 없지? 역시 실패인가?
-1000배의 시간 배율이 있으니 조정을 해야 하는 거 같기도 하고.
내 귀로 넓은 지혜와 엘리스의 목소리가 들린다.
“원 목표를 잊고 있었네.”
나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 내게 연결된 링크를 활성화시켰다.
그리고 동시에.
-들리십니까?
-오! 성공했군! 들립니까? 여기는 캔딜러 성운! 밝은 귀입니다!
새로운 채널이 열린다. 다수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리는 게 서로의 목소리가 연결된 방을 판 느낌이다.
-오! 성공이야! 아니 근데 딜레이가 전혀 없는데?
-한재연 님! 부하. 부하는 어떠십니까? 머리가 아프거나 상단전에 무리가 간다거나 하는……
-뭐지? 여러 목소리가 들립니다. 설마 다수의 존재가 대화에 참여한 겁니까?
-이거 무리 아닌가요? 자연경의 고수라 해도 무리가 좀 갈 텐데.
-아! 이럴 때가 아니라 퍼지기 전에 데이터 수집을……!
머릿속이 시끌시끌하다. 까마득히 먼 거리로 메시지 한 줄 보내기 어려운 존재의 실시간 대화.
“흠. 부하가 걸린다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상태를 살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팟!
내면세계로 들어간다.
“여기가 외부세계. 소문대로 엄청난 압력이에요.”
“정신 바짝 차리고 이동해! 마차 밖으로 튕겨 나가면 시체도 못 찾으니까. 거기 너! 밖으로 손 내밀지 마!”
커다란 마차 한 대가 잘 닦인 길을 달리고 있다. 슬쩍 시선을 돌려보니 왼쪽에 위치한 [아르데니아]와 그 옆에 있는 [레드 후크]. 그리고 더 떨어진 위치의 [98지구]가 보인다.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내면세계인 만큼 길은 깨끗하고 마차의 속도는 시속 수백 킬로그램이 넘는다.
아르데니아와 레드후크의 덩치가 있어 아무리 빨라도 10시간은 걸리지만…… 다른 세상으로 가는데 저 정도면 쾌적한 편이다.
“헉! 대장! 밖에 사람이 있어요!”
“호들갑 떨지 마! 초월자라면 외부세계로도 나갈 수 있으니 사람이 있어도 이상할 건 없. 헉!? 황제 폐하다!”
“추, 충성!”
“세상에! 나, 나 처음 봐! 황제 폐하 만세!”
마차 안에서 시끌시끌한 녀석들을 잠시 바라보다 가볍게 손을 흔들어 준다.
“황제 폐하께서 날 보셨어! 날 쳐다보셨어!”
“마차를 보신 거야.”
“내 눈을 똑바로 보시면서 축복해 주셨어!”
“그냥 목적지를 가리키신 거야!”
“아니. 날 선택하셨어! 나는 초월자가 된다! 오오오!”
시끌시끌한 마차를 보며 웃는다.
“……소란스러운 녀석들이네.”
그리고 소란스러운 건 녀석들뿐이 아니었다.
-통신 상태 매우 양호! 이건 기대 이상인데?
-데이터 전송도 해 보겠습니다. 통신 유지해 주세요.
-아니 이거 용량이 너무 넉넉한 거 아니야? 정신체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는데?
-상정한 것보다 통신 성능이 지나치게 좋다. 아무리 자연경의 고수라 해도 이건.
리전과 캔딜러족이 혼란스러워하는 게 느껴진다.
‘흠. 아무래도 상단전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내 내면세계를 사용하나 보네.’
하기야 무학의 상단전과 차크라의 내면세계를 완전히 구분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둘 모두 정신과 영혼에 아주 밀접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웅!
가볍게 손을 젓는 것만으로 거대한 건물이 생겨난다. 아르데니아나 레드후크로 가져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안에서는 문제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
나는 만약의 사태를 위해 창문도 문도 없이 만들어진 3층짜리 건물에 들어선 후 차크라를 발현했다.
그리고.
훅!
“이상해! 이렇게 완벽하게 정보 전달이 가능하다는 건…… 어? 어어?”
[……강제 이동! 어떻게?]“1종 전투태세. 긴급장비…… 소환 실패. 확인…… 여기는 현실이 아닙니다.”
[그렇군. 마치 진짜 같지만…… 지금 우리는 정신세계로 끌려온 거야.]혼란스러운 표정의 엘리스와 그 옆에서 빛나고 있는 넓은 지혜.
그리고 그 맞은편에서 자세를 낮춘 채 나를 경계하는 육감적인 몸매의 리전과 또다른 캔딜러족을 보며 생각한다.
‘이게 되네.’
그렇다.
통신기에 연결되어 있던 이들이…… 내 내면세계로 들어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