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402
열일하는 과금 기사 401화
* * *
초대형 이민선 니르바나가 34지구를 떠난 지 1개월이 지났다.
“여기서 정말 까마득히 오래 걸린 것 같은데 아직도 반년이 더 남았다니…….”
은하철도를 탔을 땐 며칠 안 걸려 왔던 거리인데 정말 토 나오게 멀다.
니르바나가 자연경의 경지에 이른 내 능력에 반쯤, 아니 솔직히 말해 90퍼센트 이상 기댄 구성으로 덩치에 안 맞는 초고속 비행을 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게 얼마나 까마득한 거리인지 알 수 있으리라.
물리 세계에서는 빛의 속도로 달려도 수백만 년도 더 걸릴 머나먼 공간.
[우주 여행이라는 게 원래 이런 거지. 너는 아스트랄 드라이브에 감사해야 해,]엘리스의 말도 틀린 건 아니다. 무려 1달이 지났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이 엄청난 거리를 이동했는데 고작 한 달인 것.
그러나.
“은하철도는 그냥 슉 가던데.”
투덜거리는 엘리스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며 함장실의 중앙으로 이동한다.
고오오오—!!
그곳에는 우주 함선에 어울리지 않은 제단이 마련되어 있고 어지간한 사람은 감히 들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거대한 검이 꽂혀 있다.
검날의 길이만 해도 2미터, 손잡이까지 치면 2.7미터나 되고 검폭도 1미터에 이르니 검이라기 보단 폭이 좀 좁은 문짝으로 보일 정도다.
“충전은?”
[98퍼센트니까 1분 내에 끝날 거야. 하지만…… 봐도 봐도 기가 막히네. 특대형 신급 메탈 하트, 축퇴로나 플레닛급 파워 플랜트의 에너지를 일개 인간이 생산해 낼 수 있다니…….]질린 기색이 가득한 말투대로다. 초거대 함선의 그 거대한 선체를 아스트랄(astral) 화(化) 한 후 호신강기로 감싸는 거로 모자라 그 엄청난 질량을 끊임없이 가속시키는.
화석 연료로 해결하려면 지구를 다 뜯어 내야 가능한 출력을 [개인]이 감당하고 있으니 내가 생각해 봐도 기가 막힌다.
“권능급 내공이지.”
[신 중에서도 마나량에 제한에 걸린 자들이 많은데…….]어이없어하는 목소리를 흘리고 말한다.
“가속 진행은?”
광속을 넘어서려면 어마어마한 저항에 부딪치는 물질계와 달리 끊임없는 가속이 가능한 아스트랄계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아무런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가속을 하는 데에도, 그 가속을 유지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들어가며 너무나 당연하게도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필요 에너지가 많아진다.
때문에 아스트랄 드라이브를 장착한 우주선도 ‘키치스타의 극한 가속’이라 이름 붙여진 속도를 100퍼센트 채우면 그 속도를 유지하기만 한다. 그게 효율적이기 때문.
그러나 나는 무진장의 내공을, 심지어 하나의 [세계]에서 끌어오는 존재다.
“그럼 점점 더 많이 주면 되지.”
여상한 대답에 잠시 엘리스가 침묵한다.
그리고 잠시 후 흥분한 목소리로 그녀가 물었다.
[너 우리 ‘공장’에 안 올래? 진짜 할 거 많은데.]우주적으로 유명한 리전의 생산 기지의 이름에 묻는다.
“너 돈 많아?”
[……돈벌레.]“……?”
엘리스와 잠시 농담 따먹기를 하는 사이 니르바나의 충전이 끝난다.
나는 전설의 검처럼 꽂혀 있던 무검을 마음속으로 회수하며 생각했다.
‘소비가 크긴 크군.’
회복 시간 없이 쓰기만 했더니 그 끝없어 보이던 무검의 내공도 바닥을 보여 간다.
물론 나는 마나 회복력 또한 권능의 영역에 도달해 있으니 금세 차오르겠지만…… 세상에 무한한 것은 없다.
신의 힘이라 하더라도 한계와 끝이 있는 게 대우주의 이치다.
“이거면 한동안은 문제없겠지?”
[그래. 소식이 돌았는지 해적들도 얼씬도 안 하고 있으니.]“아무리 모자란 놈들이라도 자기네들 목숨 걸린 일인데 영원히 당하겠어? 뒤따라오는 해적선이나 잘 관리해 주고.”
내 말에 엘리스가 답한다.
[그건 걱정 마. 거기 관제 인격들 다 친구로 만들었으니까.]‘친구라.’
리전의 무제한적인 해킹 능력.
아직 기계신이 없던 시절에도 리전이 온 우주의 적이었음에도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든 힘이다.
물론 지금이야 아이언 하트나 네임드급 관제 인격 등 대항할 수단도 많이 마련되었지만…….
그래 봐야 모든 승무원이 ‘제압’된 상황에서는 다 소용없는 이야기이다.
“다녀오지. 어차피 너한테는 별로 긴 시간도 아니겠지만.”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는다.
의식이 빛보다 빠르게 확장돼 니르바나 전부를 넘어 아스트랄계에 광대하게 뿌려진다.
감지되는 위험은 없다. 그 어떤 문제도 없는 평화로운 우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단 말이지.”
허탈하게 웃으며 주문을 외운다.
그러고 보면 일반적인 미궁의 입장 방법은 수면이라는데 나는 그런 경우가 없다시피하다.
“블링크.”
20층으로 들어서자 웅성거리는 목소리들이 나를 반긴다.
“리벤지 던전 가실 대마법사나 성직 찾습니다. 망령룡 레플리가 보스에 언데드 몬스터들이 주로 나오니 신성술, 안 되어도 빛 계열 주문을 잘 다루면 좋겠습니다.”
“던전&던전 같이 가실 분~ 전투 능력은 좀 떨어져도 상관없지만 반숙 이상이어야 합니다! 기억력, 판단력 중요하고요. 더불어 연기력도 좋은 분으로~!”
“대규모 전투가 가능한 능력자 모집. 전쟁하러 가자.”
20층의 모습은 평소와 다르다. 웨이브를 막기 위해 탐험가들이 천 단위로 서 있곤 했었는데 지금 보이는 탐험가의 수는 백 명이 채 안 되는 수준.
“뭐야. 20층이 왜 이리 변했지? 웨이브는? 저 건물들은 뭐야?”
아무래도 오랜만에 미궁에 온 듯 당황하는 이들도 보인다.
‘선잠만 자도 끌려오는 곳이 미궁인데…… 잠을 안 자는 종족이거나 그럴 수 있는 능력을 수련한 모양이군.’
팟.
근력으로 몸을 띄운 난 수백 미터 상공에서 20층을 내려다보았다.
반경 수천 킬로미터의 드넓은 공간에 수십, 수백 개의 건축물이 생겨나 있다.
나는 그것들 중 하나를 바라보았다.
[망령룡의 둥지]뼈로 만들어진 3세제곱미터의 건축물에는 딸랑 저 한 줄만이 쓰여 있다.
그러나 잠시 바라보자 새로운 텍스트가 떠오른다.
[망령룡의 둥지]등급 : 신화 (22레벨)
참여 인원 : 최대 4명
출신 : 리벤지
비축 에너지 : 챌린지 토큰×11, 마스터 토큰×97 등.
던전 폭주까지 : 21일 14시간 57분 42초.
던전 상승까지 : 13시간 27분 11초.
과하게 느껴질 정도로 친절한 이 설명은 미궁이 제공하는 것이다. 미궁의 존재 자체가 몬스터를 막고 해치우기 위함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
문제는, 미궁이 해 줄 수 있는 일이 딱 여기까지라는 점이다.
우우웅!!
“이런! 하나 나간다.”
“……제길. 이젠 들어가 봐야 늦었어.”
“아, 저거 그 공포 게임이지? 밀릴 만하네…….”
탐험가들이 웅성거리는 사이 흉물스러운 생명체처럼 맥동하던 건축물. 던전이 울렁거리더니 하늘로 솟구친다.
솟구치는 던전을 보자 텍스트가 보인다.
던전 상승까지 : 4초.
텍스트는 초 단위로 변한다. 3초, 2초, 1초.
그리고.
파앗!!
던전이 사라져 버린다. 미궁을 탈출한 것이다.
“골치 아프군…….”
쓰게 웃는다. 저걸 막을 수는 없다. 물론 내가 들어간다면 너무나 쉽게 클리어할 수 있겠지만…… 나는 저런 던전에 묶여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런 던전이 있기 때문이다.
[구원의 방주]등급 : 궁극 (32레벨)
참여인원 : 최대 8명
출신 : 엘더 오리진
비축 에너지 : 챌린지 토큰×611 등.
던전 폭주까지 : 130일 11시간 1분 9초.
던전 승급까지 : 1일 17시간 14분 52초.
“……하.”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 던전은 황제 클래스급 강자가 아니면 클리어가 불가능하다.
내가 20레벨대 던전을 돌고 있으면 이런 던전들이 현실로 나가 버린다는 뜻이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현실에서 이런 등급의 던전을 클리어 할 수 있는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더 보고 있을 시간도 없네.”
끼익.
가볍게 문을 밀고 들어서자 텍스트가 떠오른다.
진입과 동시에 웅장한 음악이 울려 퍼진다. 도착한 곳은 산소가 존재하지 않는 우주 공간.
굳이 말하자면 [달]이다.
쿵!!
진입과 동시에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무검을 뽑아 든다.
콰콰콰!!
쾅!!
다 때려 부수기 시작한다.
“뭐, 뭐야!?”
“침입자다! 막아서!!”
땅이 열리며 온갖 모습의 미소녀들이 쏟아져 나온다. 원래의 [전개]대로라면 달 안쪽으로 들어가는 기나긴 통로를 따라 걸을 때 그 앞을 막아서는 적들이지만 그냥 대놓고 달을 부수려는 듯 난동을 피우니 나올 수밖에 없다.
“사악한 적! 내가 백우 언니를 지키겠어!!”
훤칠한 키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래 봐야 여리여리 가녀린 체구를 가진. 육중해 보이는 건 그저 가슴밖에 없는 여인이 그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중갑주를 걸치고 우주 공간을 날아온다.
그녀의 접근과 동시에 내 옆으로 [TIP]이라는 글자가 떠오른다.
[강철의 베히모스에게는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아요, 약점 공격을 공격해 가드 브레이크를…… ]“흥.”
가볍게 무시하고 벼락처럼 휘둘러지는 거검을 잡아챈다.
끼이이이익—!!
“큭!?”
단숨에 거검이 휘어지자 대경한 베히모스라는 이름의 미소녀가 강철 부츠를 입은 다리로 나를 후려찬다.
무시하고 근력을 발휘. 그녀의 목을 꺾어 버렸다.
뿌득!
“이, 무슨, 괴물…….”
강철의 베히모스가 숨을 거두자 달의 지하에서 엄청난 경고음과 비명들이 터져 나온다. 일종의 중간 보스인 베히모스가 죽으며 지역 락이 해금되었다는 뜻.
나는 그대로 무검을 휘둘렀다.
무검식(武劍式). 연화공(戀華功).
달의 표면 위로 거대한 꽃잎이 피어난다.
우주 제일의 거대기공(巨大氣功)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권능기가 새까만 우주를 배경으로 활짝 펼쳐졌다가 찰나간에 수축하고—
콰드드드득!!
달을 부수고 들어간다. 증식 강기는 쓰지 않는다. 아무리 소환계라 해도 황제급 전력을 가진 보스가 두고 볼 리 없기 때문이다.
“꺄아아아악!!”
“이게, 이게 무슨?!”
여기저기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육감적인, 귀여운, 지적인, 애교가 넘치는 온갖 종류의 미녀들이 갑자기 찾아온 천지재변(天災地變) 앞에 뭘 어쩌지도 못하고 쓸려 나간다.
최후의 던전에 걸맞은 온갖 기믹, 설정, 스토리가 있는 장소였지만 낭비할 시간이 없다.
나는 단숨에 달의 절반을 박살 내 버린 후 달의 중심부로 몸을 날렸다.
그러나 온갖 적들이 막아서고 박살 난 달이 원래의 모습으로 복구되려 한다.
콰드드득!!
콰광!!
그 모든 것을 힘으로 뚫어 낸다. 몇 번 해 봐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공략으로는 아무리 빨라도 12시간은 걸린다는 것을.
“이게 무슨!! 이 괴물!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 구원의 방주를 다 파괴해 버리다니!!”
무지막지한 영기가 터져 나옴과 동시에 청룡을 몸에 두른 절세 미녀가 모습을 드러낸다.
차원문의 수호자, 백우
차르릉!
사슴뿔의 여인, 백우가 허공에 손을 휘두르자 온갖 소녀의 모습이 그려진 백수십 장의 카드가 소환된다.
번쩍!
각각의 카드에서 강렬한 황금빛이 터지며 온갖 스타일의 미소녀 군단이 소환된다. 자신의 키를 훌쩍 넘기는 지팡이의 대마법사, 짧은 청바지와 탱크탑으로 전신의 근육을 강조하는 생체력 능력자, 안대로 눈을 가린 기모노의 차크라 능력자, 무기라기보다 장식품에 가까운 디자인의 대태도(大太刀)를 들고 있는 절대 고수.
어지간한 문명조차 쉽사리 밀어 버릴 초월자 군단이었지만.
지금은 굳이 그들을 다 죽일 필요조차 없다.
대기만성(大器晩成). 악심(惡心).
푸확!
뭘 해 볼 틈도 없이 백우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다. 스펙에서 한참 앞서는 내가 우주 제일의 암살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심검을 휘두르는 데 병력이 아무리 많아 봐야 소용없기 때문이다.
“아, 안 돼! 백우 언니!!”
“이럴 수가……!!”
“어떻게……!?”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을 무시하고 텍스트를 확인한다.
[던전 클리어!] [신기록 갱신!] [나의 클리어 타임 : 32분 11초.]“이런.”
그러나 얼굴이 찡그려진다. 말도 안 되는 폭거를 저지르며 밀어냈거늘, 그럼에도 공략에 30분이 넘게 걸렸기 때문이다.
팟!!
[구원의 방주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챌린지 토큰×611 외 특수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20층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한숨 돌릴 여유조차 없다.
우우웅!!
우우웅!!
우우웅!!
반경 수십 킬로미터의 바닥이 들썩거린다. 19층에 있던 던전들이 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뜻이다.
그뿐이 아니다.
우웅!!
20층에 있던 미궁 중 대여섯 개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것들은 솟구쳐 그대로 물질계로 이동할 것이다.
“아, 시발.”
절로 욕이 나온다.
오랫동안 몬스터를 막고 있던…… 미궁이 뚫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