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401
열일하는 과금 기사 400화
* * *
잠에서 깨어난다.
더 이상 수면이 필요 없는 나이지만 정신을 쉬게 한다는 점에서 수면은 대단히 뛰어난 효율을 자랑한다. 어떤 면에서는 명상이나 운기행공보다도 괜찮은 방법.
[전설 클래스 장비 한 개 드랍되었습니다. 영웅은 평균치 정도입니다.]내가 잠을 자는 사이 열심히 오토를 돌린 에드워드의 보고에 묻는다.
“무지개 문어의 다리는?”
[111개입니다.]“드랍률이 괜찮네.”
[추천 레벨 32레벨 사냥터이니 좋아야죠.]다수의 아이템이 업데이트되었고, 그중에는 신화급 [요리]도 존재한다.
아쉽게도 황제급 요리는 아직 없어 내가 쓰기에는 부족하지만, 현금가로도 백만 원이 훌쩍 넘는 요리 재료를 파밍하는 것만으로도 리벤지의 자동 사냥은 가치가 있다.
개같이 비싼 소모템의 등장에 울며 겨자 먹기로 그걸 사 먹어야 하는 리벤지의 플레이어들이 욕을 내뱉는 건 나와 아무 상관 없다.
나는 돈이 많으니까.
“주식은?”
[들어온 바 없습니다. 다만 구하고 있기는 한 모양이더군요.]녀석의 말에 주식 앱을 켰다.
[스파이크 앱 알림!]네메시스↑
최근 1년 중 최고가를 기록했어요. (221,042,874원)
한 주에 무려 2억 2천!
“와, 1억 7천에서 더 오르네.”
나름 필사적인 모양이니 어쩌면 개중 몇몇은 5퍼센트를 구해 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서둘러야겠지. 스트레스 블레이드가 꺼지지 않고 정신과 영혼을 갉아먹고 있을 테니.’
내가 작심하고 쏜 심검이니 떨쳐 내기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아는 신이 있고, 심지어 그 신이 관련 계통의 권능을 가지고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어디 그런 일이 흔하겠는가?
나는 에드워드의 옆구리를 두들겨 아이템들을 정리한 뒤 주문을 외웠다.
“블링크.”
1미터짜리 공간 이동으로 미궁 20층에 들어선다.
전투는 딱히 과정이랄 것도 없다.
무검식(武劍式). 연화공(戀華功).
연화만개(戀華滿開).
꽃봉오리가 펼쳐지며 해일 같은 꽃잎이 20층을 쓸어버린다.
[충분한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뒤로 세 발짝 걸으면 원 목적지로 이동합니다.]나갈 생각이 없었기에 창을 밀어 버리는 내 귀로 수군거림이 들린다.
“와. 진짜, 진짜로 한방에 다 쓸어버리네…….”
“일대일로도 쉽지 않더 마검왕이 무슨 삼류 낭인처럼 죽어 나가냐.”
“……무지막지하군. 이게 자연경의 고수인가.”
천 명도 넘을 초월자들이 아예 뒤로 물러나 전장을 구경한다. 개중 몇은 아예 자리를 펴고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어? 뭔가 꼬운데?’
순간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애초에 그들이 쉴 시간을 마련하기 위한 전투였기에 참는다.
현실에서도 아르데니아에서도 황제 대접을 받다 보니 뭔가 점점 꼰대가 되는 느낌. 괜히 꼴불견이 되지 않으려면 조심해야겠다.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 100분.]잠시 대기하고 있자 새로 들어온 탐험가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어? 왜 진형 안 맞추고 뒤로 빠져 있어?”
“저기 봐. 저거저거.”
“저거가 뭐…… 아. 저 꼬맹이가 바로 소문의?”
“그래. 자연경의 고수. 인황이다.”
“일검에 행성도 자른데.”
“우주경이 정말 있었다니…….”
[저거 사람 맞아? 내가 아는 사람하고 좀 다른 것 같은데.]초월급, 혹은 그에 살짝 못 미치는 20층의 탐험가들이 슬금슬금 이동해 성벽 아래쪽에 자리한다.
“저기 드래곤 씨! 우리 좀 들어가서 쉬면 안 돼?”
[이곳은 드래고니안의 중요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흠. 그러면 성벽을 좀 떼서…….”
[죽고 싶다고?]“거 도마뱀 놈들 쪼잔하긴…… 우리도 거주지를 만들든가 해야지.”
숙덕이는 탐험가들의 목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20층에 머문다.
웨이브 수로 치면 대략 100웨이브.
미궁 시간으로는 약 416일이지만, 현실에서는 고작 10분의 시간.
팟!
다시 니르바나로 돌아와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한다. 50분의 명상으로 미궁에서 쌓인 부하를 가라앉히고 그 후 다시 미궁으로 들어간다.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 100분.]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 100분.] [입장이…….]100웨이브를 막고 현실로 돌아온다.
다시 50분을 명상하고.
팟!
“한재연 왔다!”
[아.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되었나? 그럼 나도 나가서 쉬어야지.]“나는 좀 있으면서 구경이나 해야겠어. 여기 아니면 자연경을 어디에서 보겠어?”
“하긴 우주를 다 뒤져도 다섯이 될까 말까라던데.”
“……다섯이나 돼? 여기에는 인황뿐이잖아.”
“몰라, 안 와.”
“아. 온 우주의 강자가 다 모이는 여기면 그 올마스터인가 뭔가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로그인&로그아웃은 하지 않는다.
‘그랬다간 니르바나에서의 7개월이 수백 년이 될 수도 있으니까.’
게다가 미궁 방어도 꽤 체계적으로 시간 분배가 이루어져 나 혼자 무리하며 버틸 필요가 없다.
1시간 중 30분은 금낭이 버티고, 응룡 헌원도 5분에서 15분까지 버틴다. 헌원의 경우 적극적으로 싸우기보다 권능 주문을 한두 방 갈겨 주는 정도였지만 20층에 머무는 탐험가의 수가 최소 1,000명에서 최대 3,000명에 도달한 상황이기에 멀린의 자동 주문과 내게 하청(?)을 받은 심인의 힘까지 더해지면 별 어려움 없이 웨이브를 막아 낼 수 있다.
나, 금낭, 헌원 등이 끼지 않는 전투에서 사상자가 꾸준히 나오지만 전투의 규모가 큰 데다 상대편에도 황제 클래스가 둘이나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 100분.]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 100분.] [입장이…….]웨이브를 막아 낸다. 니르바나로 돌아와 명상을 취하거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통신기를 통해 사랑이와도 자주 잡담을 나누었다. 리벤지는 여전히 잘나가고 있다.
“주식 가격 미쳤나 봐. 이미 좀 뻥튀기된 거 같은데, 아직도 오르고…… 심지어 요새는 외계 자본까지 막 들어온다니까?”
“그만큼 우주적인 게임이 되었다는 거지.”
“대체 외계인 놈들이 네메시스 주식을 사서 뭘 하려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미궁 때문에 우주가 좁아졌다지만 그걸로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을 텐데.”
내 내면세계에 설치된 공유 설치물, 속칭 [통신 중계소] 역시 성황이다.
리전, 캔딜러, 34지구에 더해 드래고니안 역시 통신기를 구입해 건물을 4층으로 늘렸고 프라야나 헤븐과 대우주 최고의 학문 기관인 우로보로스, 34지구의 혈맹으로 알려진 레온하르트 제국까지 문의가 들어왔다.
“와. 그럼 여기가 온 우주의 외교 전장이 되는 건가?”
“나야 돈만 받으면 상관없지. 월세를, 그것도 게럴트로 낸다고 하니.”
심지어 문의가 들어온 건 그들뿐이 아니다.
“재연, 영계(靈界)에서 요청이 들어왔어.”
엘로힘에서도 참여를 희망했으며.
[흠. 한재연 님.]“아, 넓은 지혜님.”
[명계(冥界)에서도 한 층 필요하다고…… ]“……어디요?”
[저승이요.]심지어 망자들의 세계에서도 요청이 들어왔다.
“……이거 생각보다 바쁜데?”
[그러게요. 장거리 우주 여행은 좀 더 적막하다고 들었는데.]하루가 지난다. 일주일이, 한 달이 지났다.
시간은 물 흐르듯 흐르고 니르바나는 빛살처럼 우주를 가로지른다.
물론 간혹 발목을 잡는 녀석들이 있다.
[침몰되고 싶지 않으면 속도를 줄여라. 너희는 완전히 포위되었고 그 큰 덩치로는 절대 우리를 떨쳐 낼 수 없을…….]“잠깐. 너 옆에 좀 볼래?”
[하하하! 이 어린놈이 함장이라고? 객기 부리지 말고…… 응? 칼?] [어, 어어?! 함장님! 조심…… 크아악!!]“엘리스, 챙겨 줘.”
[아니, 뭔 해적선 컬렉터도 아니고…….]“지들이 와서 막아서니 어떻게 하겠어. 니르바나가 많이 먹음직스러웠던 모양인데.”
물론 니르바나는 어마어마한 덩치를 가진 주제에 외부 무장은 하나도 없고, 아이언 하트조차 장착하고 있지 않다.
어디 그뿐인가? 탐지를 피하는 은폐 결계나 클로킹 기능도 없고 방위를 위한 기가스는커녕 전투기 한 척 없다.
그야말로 우주의 호구!
무의 극에 이른 자연경의 고수가 타고 있지 않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평화롭네.”
함장실에 가부좌를 취하고 앉아 의식을 확장한다. 빛살처럼 쏘아진 의식이 삽시간에 거대한 니르바나를 넘어 우주로 뻗어 나간다.
고오오오—-.
아스트랄계는 언제나 그랬듯 혼탁스럽다.
물질계와 너무도 가깝지만 동시에 명계나 신계 등의 외계와 연결된 영적인 공간.
아스트랄 드라이브가 없었다면 나조차 육체를 가지고는 오래 머물 수 없는 신비의 영역이다.
[@#$퍼센트&※퍼센트$#] [※&퍼센트*$#퍼센트※※※] [&*^퍼센트$※퍼센트#@※]의식을 집중하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온갖 노이즈가 스쳐 지나간다.
죽어서 명계로 날아가는 망자의 의식.
승천(昇天)에 실패해 신계로 입성하는 데 실패한 초월자의 의식.
온갖 세계에서 버려진 마법적인 부산물.
크나큰 충격, 특별한 사건 등으로 세계에 흩뿌려진 온갖 잔영들이 아스트랄계를 휘돌고 있다.
그것들은 난폭하게, 또는 광기에 휩싸여 니르바나에 다가오려 하지만 기술 4문명의 총아라 할 수 있는 아스트랄 드라이브의 와류(渦流)에 휩쓸려 오히려 그 가속을 도와줄 뿐이다.
“평화로워…….”
계속해서 시간이 지난다.
미궁에서 몬스터를 쓸어 버리고 사랑이와 리벤지의 업데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스트랄 서버 한정이라지만 킬리언스 캐릭터를 끊임없이 굴려 파밍을 진행하고 해적선을 잡았다.
문제가 생긴 것은 그즈음이었다.
“아, 폐하.”
막 노래를 마친 것인지 마이크를 아공간에 집어넣던 하모니가 나를 보며 반색한다.
그녀 말고도 10명이 넘는 심인들이 20층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지금 웨이브에 싸우던 녀석들은 전부 급이 낮은 녀석들이었던지라 멀찍이에서 우리 모습을 훔쳐 볼 뿐이다.
“너도…… 참 순조롭게 강해지는군.”
“후후. 이래 봬도 차세대 스페이스 스타니까요.”
고양이 가수로 인간은 물론이고 프라야나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하모니와 노닥거린다.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 100분.]“아, 슬슬 시간이네.”
은은히 빛나는 엔젤링을 피해 하모니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가 나서자 다른 탐험가들은 굳이 일어나지도 않은 채 구경만 하고 있는 상황.
웅! 웅! 웅!
그리고 그렇게 19층의 문들이 열리고.
“……음?”
[……뭐지?]태연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탐험가들 사이에서 의문이 흘러나온다. 열린 문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웅.
설상가상으로 시간이 지나자 문들이 그대로 사라져 버린다.
“아, 이런. 몬스터 놈들 오래 당해 주더니 이제 다른 방법 쓰나 본데?”
“흠. 사실 모두가 걱정하던 상황이긴 하지. 이렇게 웨이브로 오지 않고 한 번에 몰려오는…… 이렇게 무방비로 당할 거면 왜 안 하냐고 하던 방법이긴 했어.”
[……이거 위험한 거 아닌가? 아무리 우리한테 인황이랑 챔피언 엠퍼러가 있다 해도 황제급 몬스터가 열이나 스물씩 와 버리면.]불안해하는 탐험가들을 보며 생각한다.
‘……이제 와서?’
물론 지금 방식이 몬스터들에게 너무나 미련하고, 멍청한 공격 방식이긴 했다.
왜 굳이 몬스터들을 드문드문 흩어서 보내는가? 10 vs 10이면 승자 쪽도 피해가 막심하지만 1 vs 10이 열 번 반복이면 10명 쪽은 피해가 전혀 없는 게 세상의 법칙인데.
‘이상해. 그걸 할 수 있었으면……. 진작 했을 것이다.’
“잠시 확인하겠습니다!”
팟!
탐험가 중 몇 명이 뒤로 물러서 사라진다. 몬스터 한 마리 안 잡고 후퇴했으니 19층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 100분.]문이 열리고 그들이 돌아온다. 뭔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내게 와 보고했다.
“19층에도…… 몬스터가 없습니다.”
“뭐라고요?”
그뿐이 아니다.
“18층에도 몬스터가 없습니다!”
“17층에도 몬스터가 없습니다!”
“16층에도…….”
층을 역행해 내려갔던 탐험가들이 복귀한다. 그 속도가 너무나 빠른 걸 보니 층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특성, [미궁의 사다리]를 찍은 이들인 모양이다.
“뭐지?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몬스터 사태가 끝난 건가?]“어라, 이거…… 좋은 건가?”
[나 토큰 더 벌어야 하는데…… ]인간은 물론이고 엘프 드워프 같은 요정족. 공룡족이나 오크, 오거 등의 비인(非人), 드래곤이나 프라야나 등의 초월종들 모두가 혼란스러워 한다.
그만큼이나 온 우주를 신음하게 했던 몬스터의 향방은 중대한 문제.
그리고 마침내.
[인, 아니 한재연 님.]빛으로 이루어진 덩어리. 그러니까 캔딜러족 탐험가가 내게로 다가와 보고한다.
[미궁의 1층부터 5층까지…… 이상한 건축물이 생겨나고 있습니다.]“건축물?”
새로운 변화.
던전 러쉬(Dungeon Rush)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