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403
열일하는 과금 기사 402화
절로 욕이 나온다.
오랫동안 몬스터를 막고 있던…… 미궁이 뚫리고 있다.
* * *
일어난다. 미궁에 들어와 며칠이고 미궁을 클리어하다가 금낭과 교대, 잠시간 쉬며 [통신 중계소]를 운영한다.
현실로 나가 니르바나에 내공을 충전하고 미궁으로 들어가 짧게는 며칠, 길게는 일주일 정도 미궁을 처리한다.
금낭과 교대 후 니르바나로 돌아가 가볍게 식사를 하고 다시 미궁에 들어간다.
던전을 돈다. 돌고 또 돌고 현실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던전을 돌고 또 돈다.
문제는 많다.
우웅!
우우웅–!
슈우우–!
온갖 모양새의 던전들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아래서부터 쭉 올라와 결국 20층에서도 처리되지 않은 던전들이다.
“아니, 던전이 너무 많이 올라오는 거 아냐?”
“몬스터들 올라오던 숫자 생각해 보면 이상한 수준은 아니지만…… 야단났군. 하나를 깨면 두 개가 올라오는 상황이니.”
초월급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온 탐험가들이 신음한다. 실제로 그들이 감당 불가능할 정도로 던전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
하늘로 솟구치는 던전을 보며 토끼 머리 초월자가 중얼거린다.
“한동안 평화로웠는데…… 우주가 다시 개판이 되겠네.”
그녀의 말 대로였다.
“또 난리네. 평화롭게 게임이나 팔고 싶은데.”
“……뉴스는 뭐야?”
“내가 구현했어! 물론 구현만으로는 아무것도 안 되지만 통신기로 정보를 받으니 이런 것도 가능하더라고.”
내면세계. 그중에서도 외부와 연결되어 있는 [통신 중계소]에 들어서자 뉴스를 보고 있던 사랑이 나를 반긴다.
자주 보니 좋긴 한데 일을 다 여기서 해도 괜찮나 싶다.
“아. 뉴스에는 안 나왔지만, 현실에 나온 던전들로 실험하고 있나 봐.”
“무슨 실험?”
“파괴 실험. 들어 보니 15렙 던전까지는 핵무기를 연거푸 떨어트리는 걸로도 파괴되는 모양이더라고.”
왜 하필 핵무기냐는 질문은 굳이 할 필요도 없다.
하위 문명에서 발휘할 수 있는 가장 파괴적인 물리력의 기준점이 바로 핵무기였기 때문이다.
“확실히. 20레벨 던전도 강기로 계속 내리치다 보면 파괴되더라고.”
다만 그건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던전의 내구는 너무나도 높아서, 내공이 무지막지한 절대 고수 열이 탈진할 때까지 공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나도, 정신력도 다 날아가서 열흘 넘게 정양해야 할 정도니 그 힘으로 던전을 클리어하는 게 차라리 경제적이다.
“폭주는?”
“아, 그건 뉴스에도 나왔었어. 34지구에서는 벌어지지 않은 일이지만 정보 수집은 어렵지 않지.”
그렇게 말하며 채널을 돌린다.
[크르륵! 시간이…… 시간이 다 되었어! 던전이 폭주한다!] [일단 물러서! 공격을 동시에 쏟아부어서…….]화면 속에서는 다수의 공룡족과 오우거, 오크 같은 그린 스킨들이 뼈로 이루어진 던전을 포위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쩍!
던전에 거대한 균열이 생기고–.
쩌저적!
쾅!
폭음과 함께 새까만 어둠이 터져 나온다.
그것은 단순한 어둠이 아닌, 죽음과 공포가 깃든 어둠.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마치 풍선이 부풀어 오르듯 던전보다도 거대한 망령룡(亡靈龍)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하…… 진짜 봐도봐도 미친 것 같아.”
그리고 그 광경을 보며 사랑이 쓴웃음을 짓는다.
“내가 직접 설정하고 디자인한 몬스터들이…… 사람들을 공격하는 모습이라니.”
던전에서 쏟아져 나온 건 레플리뿐이 아니다.
그랜드 데스나이트 샤인라이트, 아크 리치 밝은 눈, 엘더 뱀파이어 드라클리아, 그리고 언데드 파라오 하트셉트.
‘사천왕…… 오랜만에 보네.’
녀석들이 각각의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해일처럼 쏟아져 나온다.
변화는 그뿐이 아니다.
[크륵! 따, 땅이……!] [뒤로 물러섯!]던전이 터지는 순간 반경 수 킬로미터나 되는 영역이 던전에 잠식된다.
짐작이지만…… 어쩌면 저 영역 안에서 몬스터들이 ‘리젠’될 지도 모른다.
“난리 났군…….”
신계가 개입하면서 어느 정도 평화를 되찾았던 대우주에 다시 몬스터가 닥치는 상황.
문제는 그걸 뻔히 알아도 막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던전이 많이 밀리는 모양이네.”
“아무래도 그렇지. 지금까지는 나를 비롯한 황제 클래스들이 적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는데 이젠 그게 안 되니까.”
“우주를 지키는 광야의 초인이란 말이지. 네가 인황(人皇)이라 불리게 된 게 그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니까.”
사실 저게 내 명성의 근원이기도 하다. 올 마스터도, 무황도 마도황녀도 나타나지 않는 미궁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드러냈기 때문.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황제 클래스가 적을 뿐이지.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금낭 녀석의 활약이 훨씬 크기도 하고.”
“그럼 결국 문제가 뭐야?”
“초월자가 모자라.”
요새 발이 차이도록 보이는 게 초월자라지만, 사실 초월자는 그리 흔한 존재가 아니다.
많아도 수십억분의 1. 적으면 수백억분의 1의 확률로 등장하는 게 초월자!
심지어…… 그렇게 나온 초월자들이 적극적으로 미궁 탐사를 하는 것도 아니다.
‘멀리 갈 것 없이 사랑이만 해도 그렇지.’
그녀는 회사생활에 바빠 미궁 활동은 최소한으로 하고 있고 날 암살하려 들었던 음모자들 역시 초월자인 주제에 미궁의 저층에서만 활동했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신계는 상태창과 특성으로 탐험가들을 유혹했지만, 그럼에도 모든 초월자가 거기에 참여하는 건 아니다.
“흠. 나도 미궁을 더 돌아야 할까?”
“무리는 마. 각각의 자리에서 자기 일을 하는 거지.”
초월자라고 해도 내게 있어 사랑이는 네메시스 대표로서 일을 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그녀만이 아니다.
소유율 : 65.8%.
활용 가능 : 41,988,981.
‘그래.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지.’
내 암살을 의뢰했던 음모자 중 8명 중 최종적으로 5명이 살아남았다.
놀랍게도 녀석들이 주식을 꽤 구해 온 것이다!
‘크. 암살 모의도 당할 만하네.’
절로 웃음이 날 정도의 이득. 당할 때는 분노했지만, 돌아보면 놈들은 사악한 적 따위가 아니다.
고객인 것이다.
‘업데이트할 게 너무 많아 고민이군.’
물론 여전히 황제급 펫을 구현하기는 모자람이 있지만…… 전체 주식 중 절반을 훨씬 넘는 주식을 들고 있게 되었으니 선택지가 훨씬 넓어졌다.
초월자 양산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하위 문명은 어때?”
“그나마 낫다고 해. 성계신의 방어로 초월급 던전은 안 생기는 모양이거든. 다만 그 아래 던전들을 못 막아 허덕이는 문명들도 많지.”
하기야 하위 문명에서는 소드 마스터가 나오는 던전만 해도 막기 쉽지 않을 것이다.
뭉뚱그려 하위문명이라고 부르지만, 하위문명 사이에도 격차가 어마어마하다.
“그것들을 못 막는 문명들은?”
“그들은…… 종말을 향해 가겠지. 종말 프로젝트를 맞이했던 우리 34지구처럼.”
그녀의 말처럼 종말은 우주적인 규모로 찾아오고 있다.
이미 파괴된, 전멸한 문명이 셀 수 없이 많으며, 잠시간의 평화가 무색하게도 그 공격이 재개된 상황이다.
무서운 점은.
이토록 온 우주를 몰아붙이고 있는 [적]이 우리를 적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녀]에게 우주의 모든 지성체를 전멸시킬 생각은 전혀 없다.’
아무런 악의도 없는 그녀의 장난과 시도에…… 천문학적인 숫자의 생명이 스러지고 있다.
‘이토록 강해졌는데도.’
나는 우주적인 강자다.
홀로 우주 문명을 파괴할 수도, 정복할 수도 있고, 다수의 권능과 절대권능을 보유한, 신이 아니고서는 누구도 상대할 수 없는 괴물 중의 괴물.
그러나 그럼에도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신조차도 한계와 끝이 있는 게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아, 슬슬 가야겠다.”
“벌써?”
“말했다시피…… 던전이 줄줄 새고 있으니까.”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사랑이 호다닥 달려와 안아 준다.
내면세계라 감각이 그리 생생하지는 않지만 그녀의 사랑과 애정이 느껴진다.
“무리하지 마.”
“이 정도는 무리도 아니지. 지금까지 해 온 게 있는데.”
피식 웃으며 다시 일정을 시작한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일 주, 이 주, 삼 주, 사 주.
마침내 한 달.
사랑에게 말했던 대로 어려울 건 없다. 그저 반복 노가다에 불과한 일.
그러나 세상에는.
“아.”
그 반복 노가다를 할 수 없는 사람이 있었다.
“난 그만하련다.”
두 손을 드는 멀린의 모습에 깜짝 놀란다.
“엥? 멀린은 겨우 10년 좀 더 했잖아요!”
“그 10년이 너무 길다고!”
현실에서야 고작 1개월이 지났을 뿐이지만 미궁 속에서는 1000개월, 즉 8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물론 정말 이 시간을 다 보낸 건 아니다. 각자의 일정이 있었기에 교대로 현실로 가서 쉬었던 것.
그런데 그 시간이 가장 짧은 멀린이 가장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이게 뭐야? 재미도 이득도 없는 반복 노가다라니. 토큰이 벌린다지만…… 아무리 토큰이 많아도 무한대로 성장할 수는 없어. 신의 권능이라 해도 그들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다고.”
실제로 나 역시 특성 레벨을 올린 지 아주 오래되었다.
가면 갈수록 필요한 토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기 때문.
놀란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금낭이 멀린을 만류한다.
“형님, 현실에 황제급 미궁이 열리면, 아무도 못 막아요. 던전이 폭주해 몬스터가 쏟아지면…… 대학살이 벌어질 겁니다.”
“그래서.”
하아. 하고 멀린이 한숨 쉰다.
“온 우주를 위해 백 년이고 천 년이고 희생해라?”
“…….”
“…….”
나와 금낭은 잠시 침묵했다. 그건 틀림없이 옳은 일이지만, 그걸 강요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
멀린은 말했다.
“하여튼 난 여기까지야. 너희도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해.”
그 말을 끝으로 멀린은 미궁을 떠났다.
20층을 가득 메울 듯 무수히 자리한 던전들 사이에서 나와 금낭은 깊이 한숨 쉬었다.
“아, 지금도 새고 있는데…….”
나와 금낭은 20층에 황제급 던전이 나오는 대로 클리어했지만 아무리 클리어 타임을 줄여도 1웨이브.
그러니까 100분의 시간 동안 2회 이상 클리어할 순 없었다.
‘솔직히 말해 나 혼자 막아야 했다면 결국 실패해 물질계로 황제급 던전이 튀어 나갔겠지.’
금낭은 나와 번갈아서, 혹은 함께 던전을 클리어하고 있었고, 그러다 문제가 생겨 20층에 황제급 던전이 밀리면 가끔 멀린이 와서 밀린 던전을 정리하던 상황.
그러나 바꿔 말하면.
딱 그 정도가 한계다.
혼자서 20층의 웨이브를 쓸어버렸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던전 2개를 클리어하는 게 전부로, 멀린의 권능 주문 생성기도 무용지물이 된 상황이니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던전 공략에 익숙한 아르데니아의 초월자를 대거 투입해도 던전이 줄줄 새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멀린의 말도 이해 못 할 건 아니다.
“사실 십몇 년도 길긴 하지.”
군생활을 3년만 하라 해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게 사람인데, 십몇 년을 던전 뺑뺑이만 돌렸으니 지치는 것도 당연.
그러나 금낭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보통 사람 기준이잖아요.”
“그건 그래.”
나나 금낭이 미궁에서 보낸 시간이 수백 년이 넘는다. 보통 사람이라면 제정신으로 할 수 없는 짓이겠지만.
우린 했다.
이 정도도 못할 거라면 자연경에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휴. 멀린 형님은 여러모로 대단하신데 끈기가 영…….”
금낭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투덜거렸지만, 나는 멀린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왜냐하면 나도 슬슬 의문이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다는 건 이유가 안 된다.
‘왜’ 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뭐, 언제고 닥칠 일이긴 했지.”
“……형님?”
나는 당황하는 금낭을 보며 말했다.
“우리가 온 우주를 지켜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렇다. 그게 문제다.
우주의 [황제]라 해도 내가 정말 그들을 이끄는 입장인 것도 아니지 않은가?
무엇보다…… 이렇게 던전 뺑뺑이나 도는 건 황제의 일이 아니다.
노예의 일이지.
“그건…… 하아. 그렇긴 하지만요.”
한탄과 별개로 던전은 계속해서 클리어해 나간다.
황제 클래스의 미궁은 [구원의 방주]와 [복수의 여신]으로 둘뿐이었기에 노가다를 한다는 느낌으로 공략을 반복한 것.
그러나 당연히 한계가 찾아온다.
나도, 금낭도 미궁에만 붙어 있을 수 있는 몸이 아니다.
내 경우, 니르바나에 마나를 충전하고 일정 시간 [통신]을 연결할 필요가 있었으며, 금낭 역시 자신을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새는’시간이 밀리자.
삭제
우웅!
“……결국 이렇게 되나.”
미궁을 클리어 하고 나온 난 하늘로 솟구치고 있는 [구원의 방주]를 보았다.
그리고 결국 황제 클래스의 던전이 현실로 솟구친 날.
[수련자 시스템이 업데이트됩니다.] [삼라만상 시스템이 업데이트됩니다…….]마침내 신계 역시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할당량이 추가됩니다.]마침내 몽환의 미궁이, 당근을 넘어 채찍을 들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