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greatest Russian crown prince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7)
#007 (모힐라 아카데미)
키예프로 가는 중간, 글루호프(Glukhov).
“세상에! 소문을 들었을 때는 믿지 않았는데, 정말 이곳까지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나를 본 헤트만 이반의 첫마디였다.
1715년, 대제의 임명을 받은 그는 친러시아파 카자크들의 대표 주자였다. 특히나 몇 년 전 자기 딸을 톨스토이의 아들과 결혼시키기도 했다.
덕분에 사돈인 톨스토이를 통해 나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나를 아주 대대적으로 환영해주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폴타바에서 온···”
“저는 카마얀스케에서···”
헤트만 이반의 환영연회에는 멀리서 나를 보기 위해 모였다는 카자크들이 잔뜩 있었다.
카자크들은 사투리 같은 우크라이나어를 쓰고 있었다.
그 때문에 가끔은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도 왕왕 섞여 있었지만, 그래도 대화를 나누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아무래도 폴란드의 치하에서 그들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긴, 키예프 공국이 무너진 것이 벌써 400년이 넘었으니···.”
같은 루테니아로 묶여 있기는 하지만, 드네프르강 쪽으로 남하할수록 차이가 컸다.
그래도 대부분의 인사들은 황태자인 내가 변방인 이곳까지 왔다는 사실 자체에 매우 감격한 눈치였다.
덕분에 연회의 분위기는 연신 화기애애했다.
“황태자 전하께서 직접 키예프까지 가신다니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확실히 같은 루스라 그런지···.”
폴란드 치하에 있을 때와는 대우부터가 다르다며 기뻐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였을까.
연회가 이어지고, 슬슬 사람들의 입에 술이 들어가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를 환영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니 헤트만 이반처럼 친러시아 성향일 텐데도 그들 사이에는 이런저런 불만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차르께서는 어떠신지 모르겠으나 그 밑의 관리들은 우리를 너무 무시합니다.”
“맞습니다. 꽉 틀어 막힌 놈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무슨 노예처럼 여기는데. 이래서야 같은 민족은 무슨. 차라리 폴란드 치하가 더 나았다는 놈들도 많습니다.”
“곡물의 공출도 너무 합니다. 전쟁으로 징병해 간 인원도 많은데 말이죠.”
“전쟁이 끝나고 나니 이번엔 도시 건설을 해야 한다고 난리고···.”
그들의 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다, 실제로도 다 맞는 소리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하는 데 동원된 이들의 처우가 참혹했다는 이야기는 나도 대강 알고 있네.”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킨 보그단 흐멜니츠키의 코사크 헤트만 국이 러시아 제국 아래 들어온 것은 같은 민족이니 더 나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러시아 제국은 그들을 수탈하고 가혹하게 부렸다.
드네프르강 유역의 흑토 지대는 러시아 제국에서 가장 비옥한 곡창지대였고, 현재 러시아의 최대 수출품은 다름 아닌 곡식이었다.
또한 카자크들은 정예 기병대로 스웨덴과의 전쟁은 물론이고, 시베리아 지방의 개척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인재들이었다.
“공과에 비해 대우가 너무 박하다 이거구만.”
“단지 그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관료들은 우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때문에 카자크들은 상당히 불만이 많았고, 이런 불만들이 오랜 기간 쌓이고 쌓여 결국은 현대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작업하기에도 좋지.’
로만초프처럼 대제에게 푹 빠져 충성을 다하는 이들이라면 굳이 내가 내민 손을 잡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는 불만에 싸인 카자크들은 달랐다.
“그래서 내가 온 것이 아닌가. 그대들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가족들까지 모조리 데리고 왔단 말일세.”
내 말에 불만을 토로하던 이들의 입이 닫혔다. 물론 소설처럼 나를 향해 경배하는 이들이 나타나진 않았다.
‘정말일까?’
‘들리는 말엔 쫓겨난 거란 소리도 있던데···’
‘보아하니 백면서생 같은 것이···’
‘일단은 두고 보자고.’
‘뭐, 그러지. 어쩌나 한번 보자고.’
다들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카자크들의 기대와 의심을 한 몸에 받으며 난 키예프를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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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호프를 떠나 며칠 더 남하한 끝이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기가 그 유명한 모힐라군.”
목적지는, 키예프의 모힐라 아카데미였다.
“전하, 그런데 굳이 이 촌구석의 학교까지 올 필요가 있습니까?”
“아니지. 이래 봬도 이곳이야말로 루테니아를 끌어안기 위한 핵심이라네.”
내 말에 키킨은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
“저기 저 학생들이 모두 이곳 루테니아의 지도층이 될 사람들이라 이걸세.”
그도 그럴 것이 모힐라 아카데미는 1632년에 설립된 이래 루테니아 지방의 가장 영향력 있는 아카데미였다.
폴타바 전투에서 대제에게 반기를 들었던 전대 헤트만인 마제파는 물론, 지금의 헤트만인 이반과 그의 뒤를 이어받을 파블로까지 역대 헤트만들은 대개 모힐라의 졸업생이었다.
“대제께서 곳곳에 학교를 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시골 학교 따위는···.”
“하하, 키킨 자넨 선구안이 없군 그래.”
지금까지야 명문 소리를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 나가겠냐는 키킨의 말에 난 고개를 흔들었다.
대제는 서구식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군사학교 설립을 비롯한 교육제도 개혁에도 열정적이었다.
그러나 그 개혁 속에서도 모힐라는 꿋꿋하게 살아남아 현대까지 명맥을 이어나간다.
“70년이 넘은 역사를 무시하지 말게나.”
“뭐, 그건 대단하긴 합니다만.”
신분에 상관없이 능력만 있으면 입학을 허가한 아카데미는 각종 외국어와 문학, 음악 같은 예술 분야는 물론이고 농업과 경제학 등 다양한 교과목을 가르쳤다.
무엇보다 내가 이 모힐라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따로 있었다.
많은 졸업생은 더 깊은 지식을 얻기 위해 카톨릭으로 개종하면서까지 서유럽으로 유학을 다녀온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서유럽 각지로 넘어간 졸업생들은 그곳에 정착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되돌아오는 이들도 있었다.
‘금의환향은 동서고금의 목표 아니겠어?’
모힐라는 그렇게 서유럽의 발전된 문물과 기술을 받아들이는 창구였다. 물론, 이 시대의 창문들이 그렇듯 좀 좁고 허술하지만.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있다는 게.’
나의 계획엔 그 창이 꼭 필요했다.
물론, 이 먼 곳까지 온 데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한때 잘 나가는 다큐 감독이었을 때, 나의 전문분야는 역사였고 그 중엔 농업에 관한 것도 있었다.
“일단 땅부터 한 번 보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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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농사가 시작되려는 어느 봄날, 키예프 지방의 어느 마을에선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네에? 하지만···.”
“우리를 다 굶겨 죽이시려고 그런답니까?”
촌장의 말에 모여든 마을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그들도 저 멀리서 온 높으신 분이 자신들이 소작하는 땅의 새 주인이 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땅을 보겠다며 찾아왔다는 소리에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나름 촌락에서 예쁘장한 아이들을 준비시켜두었다.
그런데 걔들에게는 관심도 보이지 않더니 한다는 소리가···.
“콩요?”
“그래, 종자는 내가 구해다 주겠네. 그리고 저쪽 휴경지에는···.”
클로버와 순무라니.
동물들이나 먹는 것을 기르라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지시였다.
그러나 이내 촌장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허나 그것들은 모두 다 식량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래서 자네들에게 선택권을 주려고 한다네.”
“서, 선택권이요?”
알렉세이의 말에 촌장은 두 눈을 끔벅였다.
“그래, 선택. 하나는 말 내가 시키는 대로 농사를 짓는 것.”
“···다, 다른 하나는요?”
“다른 하나는 그게 싫다면 떠나면 되는 걸세. 아직은 자네에게 선택의 기회가 있네.”
“그, 그렇지만···”
농노라고는 하나, 아직까지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는 반쯤은 자유민에 가까운 이들이었다.
때문에 지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떠나면 될 일이기는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촌장의 고민은 끝이났다.
“시키는 대로 농사를 지으면 결과와 상관없이 수익을 보장해 주겠네”
알렉세이의 마지막 한마디가 결정적이었다.
촌장이 알렉세이에게 설득당했듯, 마을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수익을 보장한다는 마을 사람들은 구시렁거리면서도 새 주인의 지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 지시한 대로 농사를 짓기로 했다는 이야기에 난 웃음을 지었다.
“잘된 이야기로군.”
“그런데 전하, 대체 클로버나 순무를 키우는 것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키킨의 시의적절한 질문에 난 웃으며 대답했다.
“며칠 전에 아카데미에서 들은 말이 있어서.”
“네?”
“영국에서 그렇게 한다더라고.”
“···”
황당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키킨에게 난 설명을 이어나갔다.
“진짜 효과가 있는지도 궁금하고. 또 영국이랑 이곳은 여러 가지가 다르니까. 정말로 효과가 있다면···”
휴경지가 줄어든다는 것은 생산력이 올라간다는 소리였다.
화학비료도 없는 이 시기, 서양은 동양의 쌀과 달리 지력을 많이 소모하는 작물을 주로 키우고 있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력 회복을 위해 휴경지를 두어야 했다.
그러나 18세기 초반, 영국의 노퍽지방에서 만들어진 노퍽농법, 일명 윤작제는 농업에 있어 혁명을 가져온다.
휴경지에 순무나 클로버 같은 사료작물 키우는 것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윤작.
클로버, 귀리, 밀, 순무 등 각기 땅에서 흡수하는 영양소가 다른 작물을 돌려가면서 심기 때문에 휴경 없이도 더 효과적으로 지력을 회복시킬 수 있었다.
‘더불어 사료로 가축도 더 살찌울 수 있지.’
방목도 좋지만, 가둬놓고 잘 먹이면 살이 더 잘 오르는 법이었다.
그리고 말이 사료지, 급할 때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것이 순무였다.
‘클로버는 무리지만. 대신 걔는 농사라고 할 것도 없는 거니까.’
가축 사료의 쓰임새에 대한 것까지 들은 키킨은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야 예전의 영명하신 모습으로 돌아오셨군요. 늘 말씀드렸지만, 전하께는 전하만의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다른 이들이라면 그저 흘려 지나친 정보를 가져다 쓸모있는 방향으로 써먹는 것이 대단하다며 나를 치켜세웠다.
워낙 이 몸의 아비인 표트르 대제가 규격 외의 인물이다 보니 비교를 당해서 그렇지, 알렉세이도 영 모자란 놈은 아니었다.
다만, 대제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와 알렉세이가 좋아하는 분야가 달랐고 성격도 반대다 보니 서로 맞지 않았을 뿐이었다.
물론 아카데미를 핑계로 댄 것은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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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들었는가?”
“아, 그 모스크바에서 온 나리가 영 해괴한 짓을···”
“그러게나 말일세.”
“듣기론 그 아카데미의 학자들이 이야기 한 거라던데.”
“정말 그 영국에선 그리 농사를 짓는가?”
안 그래도 수도에서 내려온 황태자의 행동은 사람들의 관심사였다.
물론 모두가 그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었다.
‘학생도 교수도 아니면서 아카데미엔 대체 왜 왔대?’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다니는데···. 원, 할 일도 없나?’
‘거기에 자기 땅이라고는 하지만 요오상한 짓을 한다던데요?’
‘쯧쯧. 대체 이 나라가 어찌 되려고.’
처음엔 먹지도 못하는 잡초를 일부러 키운다는 소리에 비웃음을 날리던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상황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졸지에 지역의 중심지에서 국경의 변경도시가 되었다지만, 키예프는 오랜 역사를 지닌 대도시였다.
오가는 상인들이 있었고, 모힐라 아카데미 출신으로 외국물을 먹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덕분에 실제로 영국과 네덜란드 등지에서 신농법이 알음알음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아래와 같은 이야기도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차르도 그렇게 서유럽의 문물에 환장을 한다던데?’
‘그래?’
‘신기술이라고 하면 눈을 반짝이며 들어 둔대.’
자연스럽게 키예프에 있는 내 저택에도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조선 시대 부잣집에는 늘상 밥을 얻어먹는 식객들이 넘쳐났다고 했던가.
내가 머무는 키예프의 저택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 자. 어서들 오라고. 내가 팍팍 굴려줄 테니!!’
스노우볼처럼 굴러간 소문은 어느새 불곰국의 변화에 첫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