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04)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104화
“이건 엄마랑 아빠를 모델링해서 그린 거고~.”
“그래. 잘했네.”
“이건 오빠를 모델링해서 그린 거야.”
“자, 잘 그렸네.”
윤아는 싱글벙글 웃다 내 반응에 다시 차갑게 얼굴이 식어 버렸다.
“뭐야. 반응이 왜 그래?”
“왜? 잘 그렸다고 했잖아?”
“내가 오빠를 한두 번 봐? 그 미묘한 차이를 난 다 느낄 수 있어.”
나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말했다.
“······윤아야. 네가 내 소중한 동생이지만, 솔직히 너도 네가 잘 그렸는지, 못 그렸는지 정도는 알 수 있지 않니?”
“그래서 지금 못 그렸다는 거야?”
“응.”
“헉. 너무 솔직한데.”
윤아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을 했는데, 정말로 그렇게 살고 있어서 조금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이번에 윤아가 도전하고 있는 분야는 다름 아닌 그림이었다.
“두고 봐. 내가 그림 연습 열심히 해서 나중에 웹툰도 하나 그릴 거니깐.”
“흠······. 연습을 꽤 많이 해야겠는데?”
“이씨-! 아직 처음이라서 그래! 내가 진짜 꼭 보여 준다!”
윤아는 콧김을 강하게 내뿜으며 의지를 다졌다.
그런데 지금 실력으로 봤을 땐 좀 많이 힘들어 보이긴 했지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던가.
혹시 모른다.
이렇게 연습을 쭉쭉 하면 해낼 수도 있다는 것을.
‘물론 아우라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아우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무작정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
윤아가 하고 싶다고 하니, 나는 그냥 응원해 주기로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도 그림을 배워봐야 하나?
전호 예고에도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이 있으니, 그 학생들의 아우라를 받아 윤아에게 그 지식을 잘 알려준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아! 앨범 준비는 잘 하고 있어? 아빠가 요즘 오빠 너무 무리하는 거 같다고 걱정하던데.”
“응. 나쁘지 않아. 조만간 너한테도 들려 줄게. 가사도 써야 하고 너한테 멜로디가 잘 맞는지도 테스트를 해봐야 하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빠가 만든 거니까 분명 잘 맞겠지. 늘 그래 왔잖아? 내일 작업실 같이 가서 한번 들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그렇게 말하며 윤아는 펜을 내려 놓았다.
“휴. 다 그렸당~.”
그러고는 태블릿을 내 쪽으로 돌려 결과물을 보여 주었다.
“이건······.”
윤아가 예전에 SNS에다가 올리겠다고 나랑 같이 찍은 사진을 그림으로 옮겨 놓은 듯했다.
치킨집에서 막 치킨이 나왔을 때 찍은 사진이었는데, 나는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며 덤덤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윤아는 자기 왼쪽 볼을 쭉 늘어놓는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그냥 올리기는 밋밋했는지, 리본과 하트 스티커를 몇 개 추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을 고스란히 그림으로 그린 것이었다.
“이때 사진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네.”
“응! 내 표정만 봐도 딱 보이지 않아? 이때 엄청 배고팠는데, 마침 치킨을 먹으러 갔거든. 그게 얼마나 행복했는지.”
비록 아직은 미숙한 실력의 그림이었지만, 이 속에서 표현된 윤아의 얼굴만 봐도 알 것 같았다. 이때 당시 윤아가 얼마나 들 떠 있는지를 말이다.
처음에는 사진이 그냥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게 되니 나도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내 프로필 사진으로 저장해 둘까?
* * *
“우울증이라는 건 정말 한순간에 찾아온단다. 특히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많이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 그래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약물에 손을 대는 사람들도 정말 많아.”
전호 예고는 학기에 한번씩 이렇게 상담사 선생님이 와서 강의를 한다.
아무래도 예술 쪽은 우울증 발병률이 굉장히 높고, 무엇보다 학생들은 멘탈 케어가 중요하기 때문에 별도로 신청을 하면 비밀리에 정신과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등.
이런 쪽으로는 정말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혹시라도 나쁜 생각이 든다면 부담 갖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아. 원래 한번 우울증에 걸리고 무기력증에 빠져 버리면 혼자서 그걸 감당하기가 너무 어렵거든. 주변 도움이 꼭 필요하단다.”
오늘 상담을 위해 나오신 선생님은 우울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들을 하나씩 칠판에 적어 놓으셨다.
규칙적인 운동, 식사, 생활 패턴 등등.
그러면서 마지막에 한 가지를 더 덧붙이셨다.
“버킷 리스트 같은 걸 만들어서 목표를 천천히 이뤄 나가는 것도 도움이 많이 돼. 꼭 크고 장황하게 할 필요는 없어. 평소에 내가 하고 싶었던 걸 공책이나 다이어리에 적는 거지.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것들 말이야. 선생님은 상담할 때 꼭 이걸 해보라고 추천을 해준단다. 아마 다른 선생님들도 같을 거야.”
그러면서 선생님은 우리에게 작은 목표라도 괜찮으니, 꼭 이루고 싶은 것들을 써보라고 주문했다.
다행히 여기에는 우울증에 빠진 아이들이 없는지,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공책에다 자신들이 살면서 꼭 한번 이뤄 보고 싶은 것들을 쭉 나열해 썼다.
다들 실실 웃는 것을 보아 하니, 자신들의 망상을 아낌없이 적어 놓는 듯했다.
‘내 버킷리스트?’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 첫 번째 줄에 ‘일일 남매 빌보드 1위’라고 적어 보았다.
그리고 두 번째에는 로또 1등 당첨이라고 써 보았다.
로또 1등 당첨금보다 지금 가진 돈이 많지만, 이건 그냥 저번 생부터 꼭 한번 이뤄보고 싶은 개인적인 소망이었다.
당첨 됐을 때의 그 짜릿함과, 당첨금을 찾으러 갈 때의 긴장감을 한번 느껴보고 싶었기 떄문이다.
그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네.’
내가 이렇게 하고 싶은 것이 없는 놈이었나.
뭔가 지금 하는 건 많은데, 정작 내가 하고 싶은 건 이거 밖에 없다라.
‘윤아는 버킷리스트가 정말 많은 거 같은데.’
개인 방송에, 지금은 웹툰을 그린다고 열심히 그림 공부를 하고 있지 않던가.
나중에 윤아한테 가서 살짝 보여 주면 안 되냐고 물어봐야 할 처지였다.
그런데 잠깐.
‘윤아는 왜 갑자기 버킷리스트 같은 걸 만들었던 거지?’
혹시 전호 예고에 와서 오늘처럼 상담사 선생님 얘기를 듣고 만든 건가?
그런 것치고는 꽤 옛날부터 만들었던 것 같은데?
‘뭐, 책 같은 걸 읽고 감명 받아서 만든 거겠지.’
자기계발서를 조금만 읽어 봐도 이런 내용은 종종 나오니 말이다.
나는 그리 생각하며 세 번째 소원에 꽤 거창한 소망을 적어 보았다.
‘윤아와 함께 월드투어.’
빌보드 1위를 기록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가 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 * *
이름 그대로 세계 전역에 있는 음유시인들이 모이는 사이트였다.
수많은 작곡가들이 악보를 올리고 서로 평가를 하는 곳이지만, 아무래도 넷상이다 보니 신랄한 비판이 쏟아지는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자신감을 가지고 악보를 올렸다가 쏟아지는 혹평에 상처를 받고 악보를 내리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물론, 이곳에서도 인기 있는 작곡가들이 있었다.
추천수를 많이 받는 작곡가들이 진짜 현실에서도 작곡가로 일하면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넷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생각보다 저명한 지휘가나 작곡가들이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일이 많았다.
그들은 꽤나 진지하게 토론을 하고, 곡의 의미를 부여하며 피드백을 주는 등.
날선 비판을 받으면 기분이 상해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동시에 얻는 것이기에 여전히 사이트는 회원들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 악보 들어본 사람?]-일주일 전에 올라온 악보인데, 이걸 한번 잘못 손 대는 바람에 지금 일주일 내내 이 악보에 갇혀 지내고 있어. 나 좀 살려줘!
회원 활동 경력도 높고, 이 사이트에서는 냉정한 평가가로도 알려져 있던 한 회원이 올린 글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일주일 전에 올라온 한 악보.
하지만 워낙 올라오는 악보들이 많아 금세 저 밑으로 묻혀 버린 그저 그런 악보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대체 이 사람은 이걸 어떻게 발굴한 것인지, 한번 들어보고는 일주일 동안 다른 걸 전혀 할 수 없었다고 글을 남겼다.
-대체 뭐길래 그래?
-그냥 어그로 끄는 거 아니야?
-저 사람, 그럴 사람이 아닌데. 진짜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사람이잖아.
-그러네? 나도 한번 들어볼까?
궁금증에 사람들이 하나 둘 악보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악보를 다운 받고 살펴보게 되었다.
그리고 점점 그에 대한 글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방금 나도 라는 곡, 듣고 왔어.]-이거 곡이 진짜 미쳤는데? 들어본 사람 없으면 한번씩 꼭 들어봐. 뭔가 평소에 듣던 오케스트라 곡이랑 정말 많이 달라. 신세계를 경험하는 기분이야.
-아니. 진짜 그 정도라고?
-샘플만 봤을 때는 잘 모르겠던데.
-그냥 닥치고 들어 보라고!
[나도 방금 듣고 왔다.]-추천해 준 사람 고맙다. 진짜 이런 곡은 또 처음이네. 하이퍼 팝이 처음 나왔을 때 작곡가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생소하면서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이상한 곡이야.
-나도 듣고 왔는데, 클래식계의 하이퍼 팝이라는 게 맞는 거 같아. 뭔가 기괴하면서 정말 잘 만들어진 곡이야.
하이퍼 팝.
작곡가들에게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되어 왔던 장르다.
불협화음처럼 들리면서 이상하게 귀에 찰싹 달라 붙으며 중독성이 있는 곡.
기본적은 가요 음악의 틀을 바꿔 버린 분야가 바로 하이퍼 팝이다.
그래서 여전히 하이퍼 팝은 쓰레기라며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하이퍼 팝은 최신 트렌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이 정체불명의 작곡가에 의해 탄생한 라는 곡 역시, 그와 마찬가지였다.
-제목부터 혼돈이잖아. 딱 제목에 걸맞는 노래야.
-평소 같았으면 화성학의 기본도 안 배운 놈이 이딴 곡을 만들었다고 욕했을 텐데, 제목이랑 잘 어울려. 그리고 노래도 정말 좋아. 화성학을 못 배운 사람이 아니라, 음악을 진짜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이렇게 만든 거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이건 일부러 구조를 뒤죽박죽 이상하게 만든 거야. 자세히 뜯어 보면 진짜 복잡한 계산이 들어간 곡인 건 확실해. 대체 이걸 누가 만든 거지? 네임드 작곡가가 아니면 이런 치밀한 곡을 만들 수 없을 거 같은데?
여러 간증글이 쏟아지면서 순식간에 악보는 이 사이트에서 최고의 관심사가 되었다.
제목 그대로 이 곡 하나 때문에 사이트가 혼돈의 도가니에 빠졌다고 해야 할까.
단 한번도 활동을 한 적이 없는 회원이 무심하게 툭 던져 놓고 간 악보 하나.
이 작곡가가 누구인지, 또 무슨 의도로 이런 곡을 만들었는지 등등.
정말 다양한 해석들이 오고 가기 시작했다.
[이거 오케스트라로 연주해 볼 사람?]-악보 구성을 보면 쉽지 않을 거 같긴 한데, 한번 해볼 사람 있어?
-정식으로 구인 글 올려. 나도 참여해 보고 싶다.
-참여는 못 하지만, 후원은 해줄게. 이거 실제로 연주하는 걸 보고 싶어.
-근데 이게 오케스트라로 연주가 가능해? 악보고 너무 괴랄한데?
-아마 힘들지 않을까? 실력 있는 오케스트라 단원을 모으지 않는 한······.
그러면서 자연스레 이 곡을 실제 오케스트라를 모아서 연주해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사이트에 활동하고 있는 회원 중에서는 정말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는 지휘자부터 시작해 여러 연주자도 섞여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어쩌면 이 곡을 만든 사람은 이런 혼돈을 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사실은 이렇게 곡을 던져 놓고 아직까지 등장조차 하지 않을 것을 보면, 여기까지가 그 사람의 설계인 거지.
-소름
-진짜 그럴 수도 있겠다.
-이것마저도 의도된 예술적 행위라고 해야 하나?
해당 곡 때문에 사이트는 난리가 났는데, 정작 곡을 만든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잠잠하니 더욱 사람들은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 회원에게 쪽지와 후원금을 보내면서 제발 한 마디만 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지만-.
“쿨······.”
자신이 악보를 사이트에 올렸다는 것조차 까먹고 있던 정윤성은 깊은 꿀잠을 자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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