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05)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105화
따라라란~!
연주를 마친 윤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이마에 흐르지도 않는 땀을 닦는 시늉을 했다.
그러고는 내 쪽을 바라보며 어깨를 쫙 폈다.
“어때?”
나는 휘파람을 불며 박수를 쳐주었다.
“이야. 잘 치네.”
“정말?”
“응. 진짜로.”
내 귀여운 여동생이라서 이러는 게 아니라, 정말로 잘 쳐서 칭찬을 해주는 것이었다.
“오빠가 언제 이런 걸로 거짓말한 적 있니?”
“하긴. 오빤 원래 이런 건 엄청 냉정하잖아.”
다른 건 몰라도, 이상하게 음악에 있어서는 늘 냉정한 평가를 하는 나였다.
만약 윤아의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이렇게 칭찬하진 않았을 것 같다.
“어려운 곡이라서 나는 끝까지 못 칠 줄 알았어.”
“헤헤. 이 정도는 이제 쉽지. 나도 전호 예고 학생이라구. 그것도 이제 곧 2학년이야!”
위대한 작곡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쇼팽의 에튀드 op25-11번.
흔히 겨울 바람이라고 알려진 곡이다.
시작 부분은 굉장히 느릿하지만, 약 20초 이후부터 상당한 빠르기로 곡이 이어지며 그 격정적인 연주는 마치 휘몰아치는 혹한을 느끼게 해 준다.
연주자는 홀로 그 건반 위에서 혹한을 날카롭게 베어내듯이 연주를 해야만 이 곡의 진정한 맛이 살아난다.
그래서 단순히 다 외우고 칠 줄 안다고 해서 이 곡을 잘 친다고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끈기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깐.’
윤아가 이것저것 건드리는 게 많다고 해서, 쉽게 질리거나 포기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한번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 있다면 진짜 끝을 볼 때까지 하는 성격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재능이 전혀 없는 부분도 어떻게든 노력으로 채우려 노력한다.
“오빠는 네 그런 점이 좋더라.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거. 이것도 솔직히 오빠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 해냈잖아?”
“헤헤. 내가 좀 악착같긴 하지?”
“그런데 공부는 왜······.”
“······.”
잠시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윤아가 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오빠는 왜 이상한 소리를 해서 초를 쳐!”
“그래. 이상한 소리긴 하지. 그렇게 노력을 하는데 성적은 제자리걸음이니까.”
“이씨!”
그렇게 윤아와 티격태격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근데 교수님은 아까부터 뭘 하고 계시는 거지?”
윤아는 컴퓨터 앞에 앉아 헤드셋으로 무언가를 유심히 듣고 있던 이장원 교수님을 가리켰다. 우리 두 사람이 레슨실에 오면 하루 종일 곁에서 자리를 떠나질 않는 분인데, 평소와는 다르게 굉장히 집중한 모습이었다.
“그러게. 뭘 열심히 듣고 계시네.”
“흐음~ 뭐하고 계시는지 한번 슬쩍 보기만 해볼까?”
“음- 그럴까?”
우린 슬금슬금 이장원 교수의 뒤로 다가가 보았다.
우리가 다가오고 있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교수님은 어떤 악보를 프로그램으로 돌려가며 연주를 듣고 있었다.
윤아는 그런 이장원 교수의 어깨 위에 천천히 손을 올리며 말했다.
“교수님~”
“으허헉!”
그러자 이장원 교수님은 화들짝 놀라며 하마터면 의자 위로 튕겨 올라갈 뻔했다.
저 큰 덩치로 저러시니, 나와 윤아도 덩달아 놀랐다.
“어후. 깜짝이야. 교수님.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요.”
“아니. 네가 먼저 날 놀래켰잖아.”
“뭘 그렇게 집중해서 보고 계세요? 저랑 오빠가 왔는데 거들떠보지도 않고. 힝.”
“하하. 내, 내가 그랬나? 미안. 중요한 걸 하나 보고 있어서.”
“중요한 거? 어떤 건데요?”
“마침 잘 됐다. 너희도 한번 볼래?”
교수님은 헤드셋을 벗은 뒤 스피커로 소리를 돌려놓았다.
“교수님 같은 음악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이 모이는 작은 커뮤니티 사이트가 하나 있어. 그런데 거기서 무슨 악보를 하나 언급하더라고. 그 외국 어느 악보 사이트에서 나온 곡인데, 이게 외국에서 꽤 논란이 많은 악보인가 봐. 그래서 호기심에 한번 봤다가 지금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곡을 뜯어 보고 있었다니깐?”
“그래요? 우리 교수님이 그렇게 관심을 보일 정도라면······. 엄청 유명한 작곡가가 만들었나 봐요.”
“응? 아니. 오히려 반대야. 대체 이 곡을 만든 사람이 누군지 아직 정체가 안 밝혀졌거든. 이 곡을 올린 놈이 잠수를 타버리는 바람에 지금 완전 다들 패닉 상태야. 그래서 무슨 의도와 해석을 담아서 이 곡을 만들었는지 무한 토론만 이어지고 있지.”
“와. 궁금하다. 대체 무슨 곡이길래.”
윤아도 흥미를 드러냈다.
나 역시 궁금한 건 마찬가지였다.
대체 뭘 얼마나 대단한 곡을 만들었기에 외국에서 저리 난리가 나고 이장원 교수님이 알고 있을 만큼 국내에서도 논란이 있는 것일까?
“한번 너희도 들어 봐. 내가 일단 악보를 프로그램으로 돌려서 최대한 오케스트라처럼 들리게 만들었거든?”
이 레슨실에도 수억 원이 넘는 장비들이 쫙 깔려 있어 이곳에서 실제 오케스트라처럼 악보 하나 재생시키는 건 일도 아니었다.
단지, 그 악보를 하나씩 파트별로 나눠서 따 놓은 다음 그에 걸맞게 편집을 하는 것이 번거로울 뿐.
그 소리는 진짜 오케스트라와 분간이 어려울 정도였다.
빠바바밤-!!
시작은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처럼 도입부가 강렬하게 시작됐다.
그리고 이어지는 곡은 활발하고 어지러워 마치 혼돈의 도가니를 보는 것만 같은······.
‘아니. 잠깐만. 이거 내가 만든 곡이잖아?’
그냥 별다른 의도나, 생각 없이 툭 던져 버리듯 사이트에 올려놓았던 곡, .
그게 곡이 왜 갑자기 여기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분명 올린 지 얼마 안 됐을 땐 저 밑바닥에 파묻혀 있었는데?’
곡을 올린 뒤에 이틀 정도 지났을 때, 나는 잠깐 확인을 해보았다.
그때만 하더라도 조회수가 그리 높지 않고 이미 다른 곡들에 묻혀서 전혀 관심을 못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장원 교수님의 말을 들어 보자면 이 곡이 꽤 사람들의 관심을 끌은 거 같은데······.
그 사이에 뭔 일이라도 있었나?
“크. 어떠냐? 내가 며칠 동안 작업해서 따온 곡이야. 4마디 깊고 날카로운 소리. 거기에 이어지는 성난 파도 같은 격정적인 표현까지. 진짜 혼돈의 소용돌이에 갇혀서 허우적대는 것처럼 느껴진다니깐? 특히 여기 마지막 부분. 여기가 중요 포인트야. 탁했던 음이 서서히 밝아지잖아. 혼돈의 끝에 빛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부분이라는 거지.”
“······.”
나는 가만히 침묵을 지켰다.
“어떠냐, 윤아야. 곡이 정말 좋지?”
“우와. 제가 이런 쪽은 잘 모르겠는데, 진짜 곡 이름대로 혼돈이 느껴져요.”
“후후. 이걸 나중에 피아노로 편곡해서 쳐도 진짜 예술일 거다.”
그러면서 이장원 교수님은 내 쪽을 바라보며 헛기침을 뱉었다.
“흠흠. 윤성아. 이게 바로 프로의 세계라는 거다. 아직도 세상은 넓고 괴물들이 많다는 게 느껴지지? 이런 엄청난 걸 작곡할 줄 아는 사람도 이 세계에 있다는 걸 알아두렴.”
“아······. 네.”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하지.
이장원 교수님이 너무 심취해 있어서 이게 사실은 내 곡이라고 말하기도 조금 그랬다.
그냥 이대로 모른 척을 해야 하나······.
“그런데 오빠.”
“응?”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했는데, 저번에 오빠가 작업하던 그 오케스트라 곡 아니야?”
그 말에 이장원 교수님의 게슴츠레한 눈이 커졌다.
“뭐,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윤성이가 작업하던 곡?”
“네. 이거 저번에 오빠가 작업했던 곡이랑 무척 비슷하게 들렸는데. 내 착각인가?”
윤아한테 직접 들려준 적은 없다. 그냥 간간이 작업만 했을 뿐인데, 그때 들었던 걸 기억하는 모양이다.
“오빠 곡 맞지?”
윤아의 확인 사살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 곡 맞아. 근데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을 곡이었나······.”
그러자 이정원 교수님은,
“뭐, 뭐라고?!”
눈과 입이 더는 커질 수 없을 만큼 벌려진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하- 이거 미치겠네. 원작자의 허락을 받으면서 동시에 이 곡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해석을 꼭 한번 들어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그러게. 대체 누구야? 진짜 거기 사람들 말대로 곡만 올려놓고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관음하면서 즐기고 있는 거 아니야?”
“어허. 그게 예술의 한 부분일 수도 있지. 그 작곡가님이 그럴 의도로 만든 곡이라면 당연히 존중해야 하지 않겠어? 어떤 분인 줄 알고.”
“크흡-!”
이장원 교수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음악 교수들의 말을 듣다 하마터면 마시고 있던 커피를 다 뱉어낼 뻔했다.
그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런 이장원 교수에게 한마디씩 했다.
“뭐 하는 짓이야, 이 교수?”
“내가 그 당 좀 줄이라고 했지?”
“그놈의 카페 모카는 엄청 좋아해요.”
그들이 뭐라고 하든 이장원 교수는 일절 타격을 받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이들이 모르고 있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들 그 에 관심이 참 많네?”
“당연하지. 그걸 보고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있겠어?”
“내가 평생 커뮤니티라는 걸 해본 적이 없는데, 그것 때문에 생판 모르던 외국 사이트까지 가입해서 늘 확인하고 있다니깐?”
“대체 원작자는 언제 나타나는 거야? 그래야 우리도 뭔가를 좀 해보지.”
이들이 이토록 애가 타는 이유는, 의 원작자가 여전히 어떠한 코멘트도 없고 사이트에 나타나지도 않기 때문이다.
원작자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을 하고, 그에 따른 피드백을 받은 뒤에, 이 곡을 진짜 오케스트라를 꾸려 연주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원작자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이었고, 이들은 결국 원작자의 피드백 없이 자신들만의 해석을 담아 곡을 연주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 중이었다.
“어차피 악보 결제한 순간, 오케스트라 연주는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그것도 말이 많던데. 원작자의 허락 없이 오케스트라를 만들어서 연주하는 건 안 된다고.”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럼 내가 베토벤 곡 연주할 때 무덤으로 찾아가서 허락을 받아야 하나?”
그런 열띤 토론을 이어 가고 있을 동안, 이장원 교수는 여유롭게 웃으며 카페 모카를 추가로 주문해 가져와 마셨다.
역시 카페 모카는 핫을 먼저 마신 뒤, 마지막을 아이스로 마무리해야 그 진한 맛을 느낄 수가 있다.
“이 교수는 아주 태평하네?”
“저번에는 제일 열정 넘치지 않았나? 대학교에 있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모아서 제대로 연주해 볼 거라고 하더니. 누가 보면 원작자를 만난 줄 알겠어. 아니면 그냥 흥미가 식은 건가?”
동료들의 말에 이장원 교수는 잔잔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틀린 말은 아니야.”
“응? 그 말은 진짜 흥미가 식은 거야? 이렇게 벌써? 언제는 자기가 근 5년간 들었던 오케스트라 곡 중에 제일 좋다고 했잖아.”
그러자 이장원 교수가 들고 있던 잔을 내려 놓으며 대답했다.
“흥미가 식은 게 아니라, 내가 원하던 걸 찾았다는 뜻이지.”
그 말에 교수들은 잠시 눈을 껌뻑였다.
이장원 교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하는 데에 잠시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곧 입을 쩍 벌리며 물었다.
“뭐야. 서, 설마 찾은 거야? 원작자가 누군지? 아니지. 이 곡 원작자는 아직 나타났다는 말이 없던데?”
“어디서 순 뻥을 치고 있어!”
그들의 격렬한 반응에도 이장원 교수는 여유가 넘쳐 흘렀다.
“뭐, 정 그리 듣기 싫으면 어쩔 수 없고. 원작자는 그냥 나 혼자만 만나면 되니까.”
그 말만을 남기고 이장원 교수가 일어나려고 하자 그들은 얼른 그를 붙잡았다.
“아하하. 이 교수. 그런 뜻으로 말하는 게 아니잖아.”
“어휴. 우리가 믿음이 부족했네. 죄송합니다, 이장원 교수님.”
“크흠!”
그런 그들의 깎듯한 모습에 이장원 교수는 크게 헛기침을 뱉었다.
아주 잘난 제자 한 명 덕분에 앞으로 이들 앞에서 어깨를 쫙 펴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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