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12)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112화
두둥-!
비트에 맞춰 연습생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느리게 진행되다가, 중간 부분부터는 박자가 빨라지더니, 마지막 부분 클라이맥스에서 정점을 찍는다.
“후아-!”
“으헉-”
그렇게 몇 곡을 이어서 추다 보면 연습생들은 탈진하여 자리에 누워 버리게 된다.
나는 그런 연습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번 생에서도 매니저 생활을 하면서 연습생들을 지켜보기도 하고, 때론 감시를 한 적도 있었다.
숙소 생활을 하는 연습생들이 탈선하는 건 아닌지, 혹은 회사의 규정을 어기고 야식을 먹는 건 아닌지 등등.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사사건건 간섭하며 그들을 통제한다.
그런 숨 막히는 통제와 감시를 결국 견디지 못하고 나가는 이들이 태반이었으며, 그중에서 끝까지 버틴다고 한들 데뷔를 하게 될지는 의문이었다.
“아! 윤성아. 왔어?”
“네. 누나. 연습은 잘 돼 가고 있어요?”
“뭐~ 항상 똑같지.”
연습생들의 춤을 교육하고 있던 하채린은 이곳 업계에서는 베테랑으로 꼽히는 사람이었다.
이제까지 수많은 연습생을 교육해 왔고, 그중에서 걸출한 아이돌을 배출해 내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쪽 점검하러 와 준 거야?”
“마음에 내키지 않으시면 그냥 이대로 진행해도 괜찮아요.”
“어휴. 아니야. 윤성이 네가 완전 이런 건 도사잖아, 도사.”
하채린처럼 연습생 발굴에 아예 매진하지는 못해도 이렇게 가끔씩 지하로 내려와 저들을 살펴보는 것이 내 일이었다.
누가 정해준 것이 아닌, 그냥 내가 스스로 하는 일이라고 해야 하나.
당연히 처음에는 사람들도 거부 반응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오히려 언제 오는 거냐고 닦달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선택한 연습생들을 꾸려서 아이돌로 데뷔시키거나, 혹은 싱글 가수나 배우로 올려놓으면 모두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회사가 망하는 걸 두고 볼 순 없지.’
아버지는 이 회사를 사랑하신다.
그렇기에 나는 이 회사가 잘 됐으면 좋겠다.
우리 아버지가 더욱 활짝 웃으실 수 있게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 마이다스 정윤성의 픽은 누구야?”
나는 숨을 몰아쉬며 연습에 임하고 있던 연습생들을 쭉 살펴보았다.
그러고는 명단에 이름을 하나씩 체크했다.
“오! 벌써 다 골랐어?”
“네. 제가 드린 명단을 잘 보고 판단해 보세요. 누굴 데뷔시키면 좋을지.”
“그거야 당연히 네가 고른 대로겠지. 그리고 내가 마음속으로 이미 고르던 아이들이 대다수 여기에 들어가 있긴 하네. 대체 넌 이런 걸 어떻게 바로바로 알 수 있는 거야? 난 오랫동안 봐왔으니 안다고 하지만, 넌 무슨 신들렸니?”
뭔가 대단한 분석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신들린 것도 당연히 아니다.
딱히 대단할 건 없다.
그냥 상대방의 아우라만 꿰뚫어 보았을 뿐.
아니. 이게 사실은 엄청 대단한 거라고 해야 하나?
“안녕하세요~! 선배님!!”
하채린과 이야기를 나눈 뒤 연습실을 나서자 나를 기다리고 있는 팀이 있었다.
바로 걸그룹 ‘마쉬멜로’였다.
“아, 네. 안녕하세요.”
“우와~ 선배님 얼굴 여기서 보는 건 처음이야.”
“저희 데뷔 준비할 때는 가끔씩 와 주시더니.”
“맞아요. 데뷔하고 나서는 왜 한 번도 안 오세요?”
마쉬멜로 그룹은 내가 직접 뽑은 연습생들로 구성한 걸그룹이다.
물론, 컨셉부터 앨범 수록곡까지 내가 깊이 관여한 것은 없었다.
그냥 몇 가지 조언만 해줬을 뿐.
하지만 이들이 첫 앨범부터 탑 10위에 오르고, 음악 방송 무대에서 첫 1위 달성을 했을 때 내 이름이 거론됐었다.
여기 마쉬멜로의 리더인 ‘리나’가 내 이름을 직접적으로 인터뷰에서 언급했었기 때문이다.
내가 많은 도움을 줘서 성공했다던데······.
사실 난 별로 한 게 없다.
“선배님이 저희를 직접 뽑아 주시고 또 이것저것 조언을 해주셔서 저희가 이번에 일등도 했어요!”
“이번 2집 앨범에서는 직접 노래를 만들어 주실 거죠?”
“우와~ 그럼 진짜 영광일 거 같아요, 선배님.”
여섯 명의 걸그룹 멤버가 내 주변을 애워싸고 있으니, 왠지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 윤성아!”
“어? 윤성이 여기 있었네?”
“그렇지 않아도 너 찾고 있었어.”
PD들도 내려와 내 쪽으로 다가왔고, 회사 임원들도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있는 곳으로 부리나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 * *
“윤성아!”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회사에서도 그렇고 학교에서도 나는 단 1초도 혼자 있지를 못한다.
급식을 먹는 점심시간.
내가 자리를 잡고 앉자 여학생들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내 주변을 가득 채워 앉았다.
대체 어디서 이런 스피드가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짜증을 부릴 순 없기에 나는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어떤 건데?”
“너 이번에 바르샤바로 간다며?”
“쇼팽 콩쿨이라니. 너무 부럽다.”
“우리 학교에서도 너 포함해서 딱 7명이 됐대.”
과연 전호 예고인가.
전 세계에서 까다로운 심사로 예선 참가자를 딱 160명 뽑는 콩쿨인데, 그중에서 7명이 우리 학교에서 나오다니.
참 대단한 곳이긴 하다.
“난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구경은 갈 생각이거든.”
“마침 우리 방학 때 콩쿨을 하잖아? 나도 갈 거야!”
“비행기 표는 구했지? 그럼 언제 가는 비행기인지 알려 주면 안 돼?”
“맞아! 우리 같이 가자!”
“윤성이는 당연히 퍼스트 클래스 끊었을 텐데······?”
“퍼스트 클래스면 자리가 얼마 없지 않나?”
그들은 서로 따갑게 눈빛을 교환했다.
너나 할 것 없이 내가 몇 시 비행기라고 말하면 당장 핸드폰을 꺼내 해당 시간으로 예약을 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아. 맞다.’
내가 비행기표를 아직 안 구했다는 것이다.
‘미친. 자리 없는 거 아니야?’
쇼팽 콩쿨에 맞춰서 바르샤바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도 꽤 많을 텐데.
그렇게 되면 비행기를 못 타서 콩쿨에 참석하지 못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집에 가서 알아봐야겠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윤성아. 말해 줘.”
“어디 비행기야? 응?”
“진짜 내가 방해 안 할게.”
학생들은 얼른 비행기 시간을 알려 달라며 성화였다.
그 혼란 속에 갇혀 있는 것도 잠시.
“오빠~!”
멀리서 들리는 청명한 목소리에 여학생들이 화들짝 놀라며 어깨를 들썩였다.
“미친.”
“왔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친구의 몸쯤은 가볍게 엉덩이로 밀쳐 냈던 학생들이 갑자기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흠흠. 이따가 꼭 말해 줘.”
“나도.”
“기다리고 있을게.”
그러고는 슬금슬금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아닌가.
윤아는 싱글벙글 웃으며 내 앞으로 다가와 앉았다.
“응? 언니들 다 어디 가세요? 같이 먹어도 돼요.”
“아, 아니야.”
“너희 둘이랑 같이 있으면 우리가 괜히 작아지는 거 같아.”
“네?”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뒤 학생들이 떠나갔다.
윤아는 영문을 모르겠다고 중얼거리며 크게 밥을 한술 뜬 뒤 입에 앙 집어넣었다.
야무지게 고기반찬과 김치를 함께 집어넣자, 두 볼이 땡땡하게 불어 올랐다.
“이마시느걸 왜 안무디?”
학생들이 식사를 남기는 것을 보고 왜 이 맛있는 걸 안 먹는 거냐며 탄식을 터트리는 윤아였다.
“윤아야. 오빠가 항상 말하지. 밥을 먹을 때는······.”
윤아는 우적우적 빠르게 음식물을 씹어 삼킨 뒤 말했다.
“다 먹고 말을 한다~! 다 알고 있죠. 호호.”
나는 헤실헤실 웃고 있는 윤아의 얼굴에 같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학생들은 그런 우리를 곁눈질로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이렇게 같이 앉아서 밥을 먹고 있으면 누구도 함부로 다가오지를 못한다.
한번은 친구에게 물어보니, 두 사람 모두 너무 예쁘고 잘생겨서 같이 있으면 비교를 당하는 것 같아 부담이 된다나 뭐라나.
그래서 내가 급식 시간을 제일 좋아하기도 했다.
이 시간 동안만큼은 주변에 몰려드는 사람들 없이 조용히 윤아와 식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참 많이 변했네.’
저번 생에서는 내 주변으로 오는 사람이 없어 쓸쓸함을 느꼈다면, 이번에는 너무 많이 몰려오는 것 같아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이 인기 있는 연예인의 삶이라는 것이겠지.
“아~ 곧 있으면 방학이라니. 너무 아쉽다.”
“넌 학교 다니는 게 좋아?”
“웅. 난 좋아. 특히 오빠랑 같이 다녀서 더 좋은 거 같아. 혼자 다녔으면 외로웠을 듯.”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긴 했다.
“근데 우리 외국은 언제 나가? 오빠 콩쿨 때문에 나가야 되잖아.”
윤아와 부모님은 나를 따라 바르샤바로 가기로 결정했다.
날 응원하는 김에 관광도 함께 즐길 생각이신 것 같았다.
“안 그래도 비행기표를 알아보긴 해야 되는데······.”
나는 핸드폰을 꺼내 항공 어플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이장원 교수님의 문자 메시지가 열 통이 넘게 와 있는 것을 보고 그것부터 먼저 눌러 보았다.
[윤성아…..연락 잠깐 되니….?] [다른 건 아니고……얘기해 줄 게 있어서…..] [아….아직 학교겠구나….끝나고 연락 주렴…]전형적인 아저씨다운 문자였다.
이상하게 뒤에 점을 많이 붙인달까.
근데 나도 저번 생에서 30이 넘으니까 이상하게 말할 때 뒤에 점을 붙이게 되긴 하더라.
“교수님한테 연락이 와 있었네.”
“무슨 일로?”
“몰라. 문자는 열 통이나 왔는데, 정작 무슨 일 때문인지는 말씀을 안 하셨어.”
“교수님답네.”
“그러게. 전화 한번 해봐야겠다.”
혹시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 나는 빨리 전화를 걸어 보았다.
[아~! 그래. 윤성아. 통화돼?]목소리를 들어 보니 뭔가 안 좋은 일 때문에 연락을 한 건 아닌 듯 보였다.
“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아아. 다름이 아니라······. 그 내가 너 저번에 야상곡 치는 걸 녹화했었잖아.]“네? 아, 네.”
그것도 일주일 전 이야기였다.
근데 갑자기 그게 왜?
[내가 너한테 허락 맡고 뉴튜브에 영상 올린 것도 기억하지?]그날 난 처음으로 교수님에게 뉴튜브 채널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설마 교수님이 뉴튜브 채널을 운영할 줄은 몰라서 꽤 강렬한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네, 그랬죠.”
음악에 대한 지식, 역사, 그리고 피아노 스킬 등등.
다양한 정보가 들어 있는 채널이었으나, 구독자 수도 그렇고 조회수도 그리 높진 않았다.
[내가 거기 네 영상을 올렸었거든. 야상곡은 이렇게 치는 거다! 라는 걸 보여 주고 싶어서 말이야.]“그런데요?”
[아니 글쎄 그게 그······. 알고리즘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거기에 선택을 받기라도 한 건지······. 일단 내가 링크 하나 보내볼게. 한번 봐봐.]대체 어쨌길래 저렇게 흥분을 하신 건지 모르겠다.
“왜 오빠? 무슨 일인데?”
윤아는 어느새 식판을 깨끗히 비운 뒤 내 옆으로 왔다.
나는 교수님이 보내 준 링크를 따라 들어가 보았다.
그곳에는 한글과 영어로 이라고 되어 있었다.
“우와. 조회수 왜 이래? 350만?!”
그리고 고작 7일 만에 조회수가 350만을 돌파해 있었다.
5분도 안 되는 연주 영상에 말이다.
나는 눈을 껌뻑이며 댓글창을 살펴보았다.
한글 댓글도 간간이 보였지만, 대부분이 영어와 그 외 다른 나라의 언어들이었다.
-요즘 이것만 무한 반복해서 듣고 있어요. 들을 때마다 눈물 나네요.
-잘 때 들으면 진짜 최고!
-너무 감동적입니다. 쇼팽이 살아 돌아온다면 이렇게 연주하지 않았을까요?
-이번에 쇼팽 콩쿨이 열리는데, 꼭 참여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최고네요!
-내 생전 이렇게 아름다운 야상곡은 처음 들어봅니다. 이제까지 들었던 건 다 가짜처럼 느껴져요.
윤아는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녹턴 야상곡 영상이 이렇게 많은데, 오빠 나오는 영상 조회수가 제일 높아. 그리고 이거 들으면 잠이 그렇게 잘 온대.”
그러고는 좋아요를 꾹 눌렀다.
“나도 잠들 때 한번 켜봐야지~.”
“······윤아야. 근데 구독은 안 되어 있네?”
“헉.”
좋아요만 쏙 누른 것을 보니, 교수님 채널을 구독할 생각은 없는 듯보였다.
“교수님한테 들키지 마라.”
그러자 윤아는 헤헤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