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29)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129화
유레카 스튜디오라는 곳에서 보내 준 시나리오였다.
시나리오와 현재 작업 중인 아트워크, 그리고 애니메이션도 함께 동봉해 보내 주었다.
“움······ 그러니까 레나라는 아이가 하늘을 날아 다닐 수 있는 망토로 갑자기 사라진 애완동물을 찾아 다닌다는 얘기지?”
윤아는 찬찬히 시나리오를 살펴 읽었다.
나 역시 윤아에게 주기 전에 다 읽은 상태였다.
“응. 보면 토끼라고 되어 있네. 아까 애니메이션 보니까 토끼가 꽤 귀엽게 나와.”
“와아. 정말? 나도 한번 보여 줘.”
생각 외로 윤아는 이 애니메이션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하지만,
‘너무 딥해.’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회사인 재브리처럼 뭔가 깊은 교훈을 담은 거 같긴 한데, 아이들이 보기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았다.
너무 의미를 부여해서 만든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어른들이 본다면 조금 감동을 할지도 모르겠다.
“시나리오를 보면 알겠지만, 레나는 엄마와 혼자 살다가 나중에 엄마가 죽고 나서도 자기 집을 벗어나지 못 해. 그러다 자기가 제일 아끼던 토끼가 사라지니깐, 그 흔적을 쫓아서 밖으로 나가게 되는 거고.”
한 마디로 제작사가 이 영화에 부여 하고 싶은 건, 단순히 레나가 토끼를 찾는 내용이 아니었다.
집이라는 감옥에 갇혀 한정된 삶을 살다가 밖으로 나가면서부터 새로운 탐험을 하게 되고 거기서 삶을 배우게 되면서 성장하는 내용이었다.
새장 속에만 갇혀 있던 레나가 토끼를 찾으면서 함께 되찾은 자유.
아무래도 제작사는 그것을 보여 주려는 것 같았다.
‘뭐 교훈은 좋다만-.’
아이들 영화에 깊은 교훈을 심을 필요가 있는 것일까.
거기다 중요한 건,
‘내 기억 속에 이 영화가 없다는 거야.’
다른 외국 유명 애니메이션 영화처럼 흥행을 했다면 내 기억 속에 조금이라도 남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결코 외국처럼 흥행한 적이 없었다.
내가 매니저 생활을 하면서도 대한민국 회사가 만들어 세계적으로 성공한 애니메이션 영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즉, 이건 정말 아이들 보라고 만들어져서 별 흥행 없이 사라진다는 것을 뜻했다.
‘그런데 어른들이나 좀 알아 들을 법한 교훈까지 있단 말이지.’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 영화는 하지 말자.
그런데,
“우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도 기술이 엄청 발전했구나. 이런 게 있었는지 몰랐네.”
윤아가 관심을 보였다.
이것이 윤아의 특이한 점이라고 해야 할까.
윤아가 똥손인 건지, 아니면 운 좋게 취향이 맞는 건지, 윤아가 관심을 드러내는 작품들은 전부 미래 흥행 성적이 좋지 않은 것들이다.
하지만 윤아가 그 작품에 들어가서 실패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왜? 재밌어 보여?”
“응! 애니메이션 좀 봐봐, 오빠. 너무 귀엽지 않아? 아기자기하게 잘 만든 거 같고. 그림체도 깔끔하고. 무엇보다 여기서 어떤 노래가 나올지도 궁금해. 오빠라면 엄청 귀엽게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
“여기 혹시 노래 부르는 것도 들어가면 내가 부르게 해주면 안 돼? 나 진짜 잘 부를 수 있는데. 헤헤.”
윤아는 이 작품에 꽂힌 것처럼 보였다.
여기서 내가 안 하겠다고 하면······.
“아니. 오빠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 부담 갖지 않아도 돼.”
말은 그렇게 하지만, 윤아는 자꾸만 시나리오와 아트워크를 쭉 살펴보고 있었다.
눈을 반짝이고 있는 그 모습에 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마음에 들었어?”
“귀엽고 재밌어 보여서.”
“그래. 그럼 하자.”
“어? 지, 진짜? 오빠. 나 때문에 하는 거면 안 해도 돼.”
윤아가 좋다면야 나도 오케이였다.
그리고 윤아가 이 귀여운 애니메이션 속에서 OST 가수로 등장하는 것도 썩 기대가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오빠가 시나리오랑 애니메이션 쭉 살펴 보면서 대충 어떤 노래가 들어가면 좋겠구나 생각했던 것들이 있어.”
“벌써? 와. 역시 오빠 대단하다. 진짜 오빠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쇼팽이 환생한 거 아니야? 어떻게 그걸 보자마자 다 생각해 놨어?”
“뭐······ 오빠 직업이니까. 그냥 직업병에 걸린 거지. 특별한 건 아니야.”
이 작품을 맡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어떤 부분에서는 어떤 형태의 노래가 들어가면 좋을지 벌써 머릿속으로는 계산이 끝난 상태였다.
이게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이 맞을 것이다.
* * *
“이, 이렇게 흔쾌히 받아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유레카 스튜디오는 신생인만큼 규모도 작았다.
직원들 숫자도 그리 많지 않아서 사장이 직접 발로 뛰며 제작에도 함께 참여하는 등, 몸이 세 개라도 부족한 지경인 상태였다.
‘이런 것도 인연인 건가.’
윤아가 하는 작품마다 다 신생인 거 같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네. 저희 동생이 작품을 워낙 마음에 들어해서요.”
“아~ 그러셨군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윤아 씨.”
“헤헤. 재밌게 만들어 주세요, 작품.”
“어휴. 그럼요. 몸이 부셔져라 만들어서 결코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슬슬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저기 그런데······ 금액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계신지요? 저희가 사실 두분께 문의를 드리면서도 거의 기대를 안 하고 있었습니다. 워낙 몸값이 비싸신 분들인데다가 저희는 그 정도의 금액을 다 맞춰 드릴 수가 없으니까요.”
혹시 사기꾼 회사는 아닌지 이미 사전 조사는 마친 상태였다.
다행히 여기 회사는 열정 넘치는 사람들로 똘똘 뭉친 곳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열정으로만 되는 곳이던가.
나는 눈을 부릅 뜨고 이들의 아우라를 체크했다.
‘다들 준수하네.’
직원들의 아우라는 크게 이상이 없었다.
딱 적당한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근데 그게 문제였다.
적당.
비범함을 넘어 천재적인 아우라를 드러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긴 했으나-.
‘여긴 사장이 메인이구나.’
이들의 아우라는 그저 그랬지만, 이재정 대표의 아우라는 달랐다.
활활 타오르는 열정을 대변하듯, 붉은 아우라가 그의 몸 밖으로 마구 솟구쳐 나온다.
거기에 예술의 혼을 불태우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흥행하지 못 했다는 건······.’
아우라가 뛰어나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 주는 것만 같았다.
“음. 그럼 이렇게 하죠. OST 수익은 전부 제가 갖는 걸로. 그 대신 별도의 비용은 받지 않겠습니다.”
“저, 정말이요?”
“네. 그럼 될까요?”
“아휴. 무조건 됩니다. 그런데 너무 연욱 씨에게 불리한 조건이 아닐지······.”
“괜찮습니다. OST가 사람들에게 길이 길이 회자가 될 만큼 잘 만들어 볼 생각이거든요. 왜냐하면······.”
나는 윤아 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제 동생이 불러야 하는 거니까요.”
그러자 이재정 대표도 같이 웃으며 말했다.
“역시 두 분 사이가 소문대로 엄청 좋으시군요. 하하. 볼 때마다 부럽습니다.”
그때 윤아가 이재정 대표에게 슬며시 물어 보았다.
“저기 그런데 대표님.”
“아, 네. 윤아 씨.”
“보내 주신 애니메이션을 보니까 아직 성우 녹음이 다 안 되어 있는 것 같던데.”
“아! 네. 그것도 이제 구하는 중입니다. 여주인공 성우를 누구로 할지도 고민이고요. 그래서 잘 맞는 사람이 없을까 다방면으로 알아보는 중이긴 한데······.”
그 말에 윤아가 번쩍 손을 들었다.
“그럼 제가 해 보는 건 어떨까요?”
“······네?”
“제가 마침 오빠가 만드는 OST 노래도 부르잖아요. 그럼 성우 목소리와 괴리감도 없을 테고. 잘 어울리지 않을까요?”
“그, 그렇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성우는 전문적인 훈련도 필요하긴 해서······.”
“그건 제가 녹음날까지 정말 열심히 배워 볼게요!”
윤아의 눈이 환하게 반짝 거렸다.
난 저 눈동자가 가진 힘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윤아가 저런 모습을 보일 때면 나를 포함해 사람들은 어김 없이,
“뜻이 그러시다면야······.”
절대 거절을 하지 못 한다.
* * *
정식으로 OST 계약을 하게 되면서 나는 주인공이 부를 노래를 작곡했다.
이미 계약을 하기 전부터 생각해 놓은 것들이라, 크게 작곡이 어렵진 않았다.
다만, 가사도 그렇고 윤아가 어떤 식으로 불러야 더 애니메이션이 잘 나올지 고민이 됐다.
아직 녹음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작자 측에서도 해당 장면에 나올 애니메이션을 그리지 못 하고 있는 상황.
거기다 시일도 촉박해서 나도 나름 빠르게 작곡을 진행했다.
“윤아야. MR은 다 들었지?”
“웅. 다 들었어.”
“가사는?”
윤아는 A4 용지를 팔랑 거리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여기 있지.”
난 아직 윤아가 어떤 가사로 부르는지 보지 못했다.
그건 직접 듣고 보면서 알아갈 예정이었다.
“좋아. 그럼 한번 불러볼까?”
“웅!”
윤아는 녹음실에 들어가 헤드셋을 끼고 마이크 앞에 섰다.
목을 가다듬고 있는 사이, 내가 작곡한 MR이 재생되었다.
제목은 .
주인공인 레나가 용기를 내고 집 밖으로 나서면서 부르게 되는 노래였다.
[난 모든 게 두려웠어.]윤아는 잔잔한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했다.
[새로움을 배우는 순간들이.]나 몰래 연습을 혼자 많이 한 것인지, 도입부부터 음정이 흔들리지 않았다.
윤아는 벌써부터 노래에 몰입한 듯 눈을 감고 깊은 목소리로 노래를 이어갔다.
[그래서 나 이제 용기를 내보려고 해.]난 중단 시키지 않고 윤아의 노래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러자,
[이 두려운 문턱을 넘어 내가 알지 못 하는 세계로 떠날 거야~.]잔잔했던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으며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 푸른 망토를 걸치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 볼래!]얇은 목소리가 굵어지면서 파워풀한 윤아의 노랫소리가 스피커를 뚫고 나왔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 하지 않아. 난 이제 자유니까.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 세상을 볼 거야~!]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스피커를 두들기고 내 고막을 흔들어 놓는 윤아의 파도 같은 목소리에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한계는 무너지고, 내겐 새로움만이 가득해.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을 놓치지 않을 거야~.]1절에 이어 2절까지 가사와 노래가 균형을 이루었다.
이 영화에 정말 잘 어울리는 가사라고 해야 할까.
자유를 찾아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있는 레나의 삶을 관통하는 그런 노래처럼 들렸다.
하지만 나는 왜인지,
윤아가 영화 속 레나를 생각하며 부르는 것 같지가 않았다.
마치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들리는 건 단순히 내 기분 탓일까.
어쩌면 저 아이의 전생을 기억하고 있는 나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환상일지도 모르겠다.
[이 자유 속에서~!]피날레 부분에서 윤아의 고음이 천장을 뚫을 것처럼 올라갔다.
내가 윤아의 목을 생각해 만들어뒀던 음정보다 훨씬 더 높이 말이다.
그러면서 두 팔을 활짝 펴고 환하게 웃는 윤아의 모습은 푸른 하늘을 날고 있는 자유인이었다.
“······.”
나는 잠시 멍하니 윤아를 바라보다 눈이 마주쳤다.
윤아는 곧 내게 ‘어때?’ 하면서 귀엽게 애교를 부렸다.
난 그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윤아를 자유롭게 날게 해주는 푸른 망토인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내가 바랐던 삶을 잘 살고 있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