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30)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130화
이재정 대표는 오늘도 어김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저번보다는 조금 널널한 편이었다.
왜냐하면 OST가 다 만들어져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괜찮을까요? 정윤성 그 사람은 가요랑 클래식 쪽을 많이 만들었잖아요.”
“그래도 드라마 OST도 만들지 않았어요? 그 뮤지컬 스타일로 말이에요.”
“맞아. 그걸로 크게 히트도 쳤었잖아.”
“근데 이건 유아용 영화잖아요. 그거에 잘 맞춰서 만들 수 있을지······.”
그 말에 이재정 대표가 말했다.
“유아용 영화라니. 물론, 타겟층에는 유아들도 있지만, 이건 엄연히 어른들도 다 같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애초에 그렇게 만들려고 노력했었고.”
“그렇긴 하지만······.”
직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재정 대표는 아이와 어른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외국 애니메이션 영화처럼 뛰어난 걸작을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들은 과연 그것이 한국에서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들의 마음처럼 사실 이재정 대표 역시 마음 한구석은 늘 그런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과연 이 한국 시장에서 모든 타겟층을 아우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특히 우리나라는 애니메이션 영화에 그리 달가운 편이 아니라서 다른 시장보다 좁은 건 사실이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더더욱 시장이 좁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영화는 영화관에서도 잘 내걸어 주지를 않을 정도.
그러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던가.
이재정 대표는 믿어 보기로 했다.
그날 그가 보았던 정윤성과 정윤아의 초롱 거리는 그 눈빛을 말이다.
그리고,
[안녕하세요, 대표님. 음원 보내 놓았습니다. 확인 부탁드리겠습니다.]정윤성에게서 문자가 한 통 왔다.
“······음?”
내가 뭘 잘못 본 건가?
음원을 보내 놓았다고?
“뭐야. 설마 벌써 다 완성을 했다고?”
이제 겨우 일주일 밖에 안 지나지 않았나?
보통 음원 제작은 한 달 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니면 그냥 샘플 음원만 보낸 것일까?
이재정 대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메일을 확인해 보았다.
그런데 샘플 음원이 아니었다.
심지어 원래는 10곡이면 충분하다고 봤는데, 무려 정윤성은 20곡에 달하는 곡을 보냈다.
“뭐, 뭐야 이거.”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안 나올 정도였다.
“일단 들어볼까?”
곡을 들으려고 하던 중, 첨부 파일에 함께 문서도 작성이 되어 있었다.
[1번 곡은 레나가 처음 어머니의 소식을 들었을 때 나오는 노래로, 장면을 최대한 어둡게 만들어 주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보내 주신 샘플 애니메이션 영상에서는 너무 푸르게 나오는 것 같아서요. 그에 맞춰서 곡을 어둡게 만들어 보았는데······.]각 곡을 어떤 식으로 만들었고, 또 어떤 장면을 상상하며 만들어졌는지, 거기에 피드백도 남겨 두었다.
[7번 곡은 레나가 망토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질주를 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에서는 전체적인 배경을······.]“허-”
이재정 대표는 헛웃음이 나왔다.
지금까지 만나본 OST 감독들은 그저 제작사가 건네준 가이드 라인에 따라 알아서 곡을 만들기만 할 뿐이었다.
제작사에서 준 시나리오는 거의 읽어 보지도 않고 대충 넘긴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정윤성이 남긴 피드백만 봐도 얼마나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작품을 깊이 파고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피드백에 남긴 글을 보면 각 캐릭터가 가진 특징과 성향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묻어 나왔다.
“이거야 원.”
그래서 이재정 대표가 헛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정윤성이 회사 대표인 자신보다 더욱더 작품에 몰입해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럼 들어나 볼까?”
이재정 대표는 오랜만에 헤드셋을 들었다.
과연 정윤성이라는 그 명성이 얼마나 통할지, 이번 곡에서 나올 것이다.
그리고,
“······!”
푸르게, 아름답게, 마음속에 스며드는 음악 소리에 이재정 대표의 눈가가 서서히 촉촉해지고 있었다.
* * *
“정윤성? 아니. 저, 정윤성 선배님? 여기까진 어쩐 일이세요?”
전호 예고는 동아리 활동을 적극 권장한다.
그리고 지원금도 아끼지 않고 팍팍 쓸 정도로 진심이었다.
왜냐하면 배운 것을 마음껏 써먹을 수 있는 활동이 바로 동아리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호 예고는 모든 학생이 각자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으며, 자유롭게 여러 동아리를 돌아다니면서 활동할 수도 있었다.
오늘 내가 온 곳은 바로 재즈 동아리였다.
“아. 그냥 한번 구경하러 온 거야. 혹시 방해가 된다면······. 나갈까?”
“어휴. 그럴 리가요. 여기 앉으세요.”
여기 동아리부는 3학년이 한 명도 없었다.
1학년과 2학년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게 신기했다.
“재즈가 원래 인기가 많진 않아서요. 그래서 3학년 선배들도 다 나간 지 오래에요.”
재즈는 참 아이러니한 장르다.
19세기 후반에 미국에서부터 유행한 재즈붐은 한국에까지 전파됐는데, 점점 그 명맥이 끊기면서 지금은 재즈를 거의 하지 않는 추세였다.
하지만 재즈라는 분야가 실용음악에 묶여 있어서 음악 대학, 그것도 클래식이 아닌 실용음악에 들어가려면 재즈를 반드시 공부해야만 한다.
그러나 정작 대학에 들어가서는 재즈를 아예 배우지도 않고 연주하지도 않으니, 무언가 이상한 구조가 되어 버렸다.
즉, 실용음악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재즈를 시켜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긴 하나, 막상 커리큘럼으로 들어가면 재즈를 배우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동이라에서도 인기가 없었다.
그냥 재즈는 음악 대학 시험 볼 때 잠깐 연습하는 곡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변질한 것이었다.
“그런 것 치고는 여기 재즈에 필요한 악기는 다 있네.”
재즈의 풀세트라고 할 수 있는 피아노, 트럼펫, 섹소폰, 콘트라 베이스, 심지어 한국에서는 그 연주자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브라스까지 있었다.
“그쵸? 저희가 그래도 꽤 진심이라서요.”
이 동아리의 실질적인 리더로 보이는 이 학생의 이름은 바로 유지호.
사실 오늘 재즈 동아리를 찾을 생각은 없었다.
그냥 한량처럼 돌아다니다 윤아를 만나 놀 생각이었는데, 교실 밖까지 삐져나오는 아우라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기에 들어와 본 것이었다.
과연 그 아우라는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고 있는 유지호에게서 나오는 중이었다.
“한번 연주하는 거 구경해 봐도 될까?”
“아······.”
그 말에 유지호를 비롯한 다른 학생들이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좋아요. 근데 못 해도 너무 뭐라 하진 말아 주세요.”
그래도 싫다는 말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다들 들뜬 표정으로 연주를 시작했다.
그들이 연주하기 시작한 노래는 바로 재즈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가수 프랭크의 ‘뉴욕’이었다.
빰빠라밤~!
드럼 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트럼펫, 이어지는 금관악기들.
그들이 만들어 내는 전형적인 재즈 음악의 향연이 터져 나왔다.
이 ‘뉴욕’이라는 곡은 말 그대로 미국 도시 뉴욕을 위한 곡이다.
가수가 뉴욕의 이름을 연신 외치며 그 도시의 거대함을,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뉴욕~ 뉴욕~”
유지호는 피아노를 치면서 같이 노래도 부르고 있었다.
금관악기들이 표현하는 뉴욕의 웅장함에 이어 그것을 칭송하는 유지호의 목소리까지.
재즈 특유의 그 신명남이 내 기분을 들뜨게 만들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아쉽긴 하네.’
유지호가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아하니, 아직 이곳에 싱어가 없는 듯했다.
만약 여기에 정식 싱어까지 있었다면 참 좋았을 거 같은데.
“New~ York~!”
이 노래는 노래 절반 이상이 뉴욕. 이 두 글자만 나온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서울특별시~ 라고 크게 부르는 급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노래 마지막도 뉴욕이란 도시 이름을 크게 외치며 끝날 때였다.
역시나 싱어 가수가 제대로 하나 정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 있던 중.
똑똑-
누군가가 조심스레 문을 두드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다름 아닌 윤아였다.
“정윤아?”
“역시 오빠 맞구나. 창문으로 보니까 여기 있는 거 같더라.”
노래를 마친 재즈 밴드부 학생들은 윤아를 보고 다 같이 기함을 터트렸다.
“헉.”
“저, 정윤아다.”
“왜 이런 누추한 곳에 귀한 분이······.”
거의 다 남학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벌벌 몸까지 떨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었다.
같은 학교를 다니는데도 불구하고 윤아를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했다.
하긴. 나라도 윤아와 남남이었으면 저 미모에 눈길부터 피했을 거 같긴 하다.
“아니. 오빠가 지금 어디 있나 찾던 김에 둘러 보고 있었는데, 여기 내가 좋아하는 재즈 음악이 나오는 거야. 그래서 슬쩍 구경하려고 창문을 봤는데, 오빠가 여기 있는 거 있지?”
그때 나는 문득 좋은 생각이 들었다.
“윤아야.”
“어?”
“너 저번에 재즈 한번 해 보고 싶다고 했지?”
요즘 한국에서 누가 재즈를 듣냐고 한다지만, 윤아는 듣는다.
그것도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 때 유독 많이 듣는다.
아무래도 재즈와 캐롤이 섞인 게 많다 보니, 좋아하는 것 같았다.
“헤헤. 내가 재즈를 좋아하긴 하지.”
그 말에 재즈 밴드부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내가 저분과 서로 좋아하는 것이 같다니······! 라는 표정을 보는 것만 같았다.
“저 공연은 잘 봤어. 솔직히 말해서 기대했던 것 이상이라서 많이 놀랐어.”
학생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너희 싱어가 없구나? 여기 지호가 피아노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거 보니까.”
“아-. 제가 너무 티가 났죠? 싱어가 아닌 게.”
“음. 솔직히 말하면 그건 그래. 피아노는 정말 잘 치던데.”
“윽. 맞아요. 제가 노래는 못 불러서······. 그리고 싱어는 원래 있었는데, 나가 버렸어요. 그리고 원래 저는 피아노가 아니라 여기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거든요. 근데 싱어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피아노를 치는 거였고요.”
난 재즈의 꽃이 피아노, 그다음이 콘트라 베이스라고 생각한다.
줄을 튕기며 묵직한 베이스 음으로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아주는 것이 무척 듣기 좋기 때문이다. 또한 콘트라 베이스를 손가라긍로 튕기면서 연주하는 모습이 얼마나 멋있는지, 직접 본 사람만 알 것이다.
그런데 마침 이곳에 피아노 연주자 하나와 싱어가 비어 있었다.
이런 걸 운명이라고 하는 것일까.
“윤아야.”
“어?”
“너 어디 동아리 들어간 곳 있니?”
“아니. 없어. 스케줄 때문에 동아리를 잘 못 했으니까.”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몇 번 동아리를 돌아다니긴 했지만, 딱 한 곳을 정착하진 않았다.
“잘 됐네. 그럼 나랑 윤아도 여기 재즈 동아리에 들어왔으면 하는데. 괜찮을까?”
“네에-!?”
유지호와 학생들이 놀란 눈으로 우리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물론, 나도 3학년이고, 윤아도 가수 활동 때문에 동아리를 오래 하진 못할 거야. 대신, 하는 동안에는 내가 피아노를 치고 윤아가 노래를 열심히 불러 줄게. 어때?”
“다, 당연히 돼죠! 저희야 너무 황송해서······.”
“황송할 것까지야. 우리도 배우는 입장이니까, 잘 알려줘. 아! 가르쳐 주는 김에 나 콘트라베이스 치는 법도 좀 알려 줄래?”
“물론! 물론 됩니다!”
그러자 윤아도 내 옆으로 총총 뛰어와 유지호의 명찰을 확인한 뒤 웃으며 손을 건넸다.
“나랑 같은 학년이지? 앞으로 잘 부탁해, 지호야.”
그 손을 맞잡은 유지호는 붉은 얼굴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