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68)
168화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168화
“뮤지컬은 오랜 세월 동안 발달해 온 인간의 역사적인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극, 인형극 같은 것들이 서서히 발전하면서 1920년대에는 뮤지컬 영화가 최초로 개봉하기도 했지요. 그때부터 뮤지컬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면서 전 세계로 퍼지게 되었습니다.”
오늘 강의는 바로 현대 뮤지컬이었다.
교수님은 뮤지컬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계시지만, 당연히 여긴 뮤지컬 역사를 알려 주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었다.
그저 이건 간단한 설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는 극명합니다. 오페라는 음악 장르가 고정되어 있는 반면, 뮤지컬은 재즈, 힙합, 락, R&B 등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추구하지요. 또한 각국을 대표하는 전통적인 음악을 섞어 무대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것이 뮤지컬의 최대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줄리어드 대학에서 뮤지컬 작곡을 가르치고 계시는 이 교수님의 이름은 아스몬드.
뮤지컬 작곡 쪽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인물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젊은 나이 때부터 오페라와 뮤지컬을 작곡하며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브로드웨이에서는 아스몬드 교수의 작품이 걸려 있으며, 한국에서도 그가 만든 작품을 매년 공연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뮤지컬은 진부할 수 있는 공연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며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머릿속에 떠올리게 만들어 주는 마법 같은 힘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안에 들어가는 노래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가장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특히 뮤지컬 노래는 외부에 잘 공개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한 번 더 듣기 위해 공연을 재관람하는 사람들도 참 많지요.”
뮤지컬의 매력이 바로 그것이다.
그곳에서 나오는 음악에 한 번 빠지게 되면 몇 번이고 그 뮤지컬을 다시 보게 된다.
왜냐하면 오래된 뮤지컬이 아닐수록 그곳에 나오는 노래들은 외부에 공개가 거의 되지 않기 때문이다.
“폐쇄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제 막 나온 뮤지컬 음악을 CD로 팔아 버리면 뮤지컬을 보러 올 사람들은 당연히 적어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물론 명작으로 손꼽히는 것들은 따로 음반을 내서 팔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도 거의 10년이란 세월 동안 음원을 풀지 않고 있다가 끝에 내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 여러분이 배울 것은 바로 이 뮤지컬이란 세상입니다. 시장은 한정적이며, 노래를 잘 만들어도 음원 시장에 당장 내놓을 수도 없어요. 뮤지컬을 보기 위해 티켓을 산 관람객들에게만 그 노래를 들려줄 수 있습니다. 오직 라이브로 말이지요. 좀 이상하게 들리진 모르겠지만, 저는 그것이 꽤나 특별하게 느껴지더군요.”
아스몬드는 힐끗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에게는 많은 길이 열려 있습니다. 아직 신입생이기에 당장 방향을 정하지 않아도 좋아요. 그러니 기회가 있을 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하여 많은 것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때 아스몬드 교수의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우연인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것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거장인 이유가 있었구나.’
아스몬드 교수의 아우라는 특별했다.
지금까지 여기 대학교에서 봐온 교수님들은 뭔가 정형화된, 그러니까 뭔가 딱딱한 느낌의 아우라였다면, 저 교수님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한 아우라를 가지고 있었다.
어찌 보면 뮤지컬이랑 제일 잘 어울리는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뮤지컬도 장르에 구속받지 않는 자유분방한 공연을 추구하지 않던가.
“자. 여기 노트르담 드 파리부터 한번 분석을 해볼까요? 물론 무대 구성과 스토리도 중요하겠지만, 오늘 우리는 뮤지컬 넘버들에만 집중을 할 겁니다.”
교수님은 유명한 뮤지컬을 하나씩 가지고 와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곡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곡의 구성이 어떤지, 왜 이런 멜로디를 채택했는지, 그리고 다른 곡과의 멜로디 라인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꼼꼼하게 살폈다.
“뮤지컬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한 가지 멜로디 라인으로 이어진 공연입니다. 최대한 관객들에게 자연스러운 곡을 전달하고자 비슷한 멜로디 라인을 만들 수밖에 없지요. 멜로디 라인이 하나로 국한되어 있으니, 어찌 보면 곡을 만드는 난이도가 쉬울 거라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더 어렵습니다. 같은 것에서 색다른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지요.”
무조건 한 가지 멜로디 라인으로 곡을 다 만들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관객들이 갑자기 확 바뀌어 버린 멜로디에 거부감을 드러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비슷한 멜로디 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비슷한 구조 속에서 새로운 것을 여러 개나 만들어야 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아스몬드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많은 것을 설명해 주고 알려 주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다른 교수님들의 수업은 졸음이 쏟아졌는데, 아스몬드 교수의 강의는 그의 아우라만큼이나 남달랐다.
덕분에 집중해서 수업을 들을 수가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수업이 한 시간 남았네요. 쉬는 시간 동안 제가 여러분에게 이 남은 시간을 어떻게 써드려야 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뮤지컬 작곡 수업이니, 당연히 작곡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
학생들의 놀란 숨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아스몬드 교수.
뛰어난 강의 실력으로 인기가 많지만, 돌발적으로 내주는 과제 때문에 늘 학생들이 절규한다고 한다.
아니. 내가 볼 땐 그냥 줄리어드 학교에 있는 교수들 대다수가 학생들에게 어떤 과제를 내줘야 괴로워할지 매번 연구해서 논문이라도 내는 것 같았다.
“여러분의 실력을 한번 보고 싶군요. 시간은 한 시간 드리겠습니다. 그 안에 뮤지컬 곡 하나를 쓰도록 하세요.”
“하, 한 시간 안에요?”
“예. 시놉시스는 최대한 간결하게 쓰도록 하십시오.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물론, 가사를 완성 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그 정도로 빡빡하게 과제를 내주고 싶진 않으니까요.”
이미 충분히 빡빡하고도 넘치는 과제였다.
학생들은 우왕좌왕하며 오선지를 펼쳤다.
하지만 누구도 선뜻 시작할 수가 없었다.
한 시간.
이 짧은 시간에 일반 가요도 아니고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 뮤지컬 곡을 만들라니.
나는 펜으로 톡톡 오선지 위를 두드렸다.
그러자,
스르르르-
아스몬드 교수 주변에 머물던 아우라가 내 쪽으로 밀려오기 시작했다.
* * *
‘예상했던 대로군.’
매년 똑같은 풍경이다.
신입생들에게 갑작스러운 과제를 주게 되면 이런 반응을 보이게 된다.
사실 그건 다른 학년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가끔씩, 그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때에 아스몬드 교수는 뮤지컬 곡을 작곡하라며 과제를 던져 준다.
제한 시간은 60분.
그리고 늘 비슷한 풍경을 보였다.
학년이 높다고 해서 귀신같이 그 안에 곡을 하나 뚝딱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었다.
일반 가요라면 5분 안에도 가능하겠지만, 이건 뮤지컬이라는 서사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서걱- 서걱-
모두 끙끙 앓는 소리만 내고 있던 중에, 오직 한 사람만 빠르게 펜을 움직이며 오선지를 채워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바로,
‘정윤성인가.’
현재 대학교에서 가장 핫한 인물, 정윤성이었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휘갈겨 보는 건가?’
언뜻 보기에는 그리 보일 수밖에 없었다.
정윤성이 오선지를 채우는 속도가 너무나도 빨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되는 대로 휘갈겨 쓰는 건 줄로만 알았다.
‘일단 지켜볼까.’
궁금증에 정윤성 자리로 슬쩍 가서 살펴볼까 싶었지만, 그는 꾹 참고 제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시간이 20분쯤 흘렀을까.
탁-
정윤성이 펜을 내려놓고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선지 몇 장을 아스몬드 교수에게 건넸다.
“다 끝낸 학생은 이만 나가도 되겠습니까, 교수님?”
당황한 아스몬드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게 하세요. 피드백은 어차피 다음 수업에 할 예정이었으니까.”
“예. 그럼 다음 수업 때 뵙겠습니다.”
정윤성은 만족한 얼굴로 먼저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아스몬드 교수와 학생들은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뭐지? 그 짧은 시간 동안 벌써 이 정도나 만들었다고?’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정윤성이 너무 수업을 우습게 보고 마구 휘갈겨 쓴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음-’
아스몬드 교수는 오선지를 들춰 보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지만, 예정된 수업 시간이 끝날 때까지 인내했다.
그리고 시간이 되자마자,
“모두 제출하도록 하세요.”
그는 빠르게 학생들에게서 오선지를 받아 챙겼다.
그들은 한숨만 푹푹 내쉬며 강의실을 나섰다.
드디어 아스몬드 교수 혼자 남게 되었다.
“흠-”
그는 재빠른 손놀림으로 가장 밑에 있는 정윤성의 오선지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만약 정말 대충한 거라면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응?”
하지만 그의 다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오선지에 빈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음표들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게 뭐야?”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낙서처럼 보일 수도 있는 음표들.
하지만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달랐다.
이건 대충 휘갈겨 쓴 것이 아니다.
일정한 규칙과 법칙에 의거하여 만들어낸 정윤성의 곡이었다.
그것도 매우 수준 높은 곡.
이 괴랄하고 연주자가 비명을 지르게 만드는 이 악랄한 곡은 마치-
“리스트? 아니. 파가니니라고 해야 할까?”
마치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연주자들에게는 애증의 존재일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을 합쳐 놓은 결과물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곡은 ‘파가니니’라는 연주자를 떠올리며 만든 곡입니다. 교수님께서 만드신 위대한 모자르트라는 뮤지컬처럼, 악마의 연주자, 파가니니라는 뮤지컬을 만들면 이런 곡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만들게 되었습니다.]더욱 놀라운 점은, 정윤성이 그 20분 동안 단순히 곡만 만든 것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가사를 넣어 놓고, 또한 그 안에 스토리까지 집어넣어 놓았다는 것이다.
간결하면서도 핵심만을 정리한 스토리.
그리고 이 괴랄하고 악랄한 곡에 가사까지 들어가 있었다.
“이걸 연주하라고? 아니. 심지어 이걸 노래로 부르기까지 해야 돼?”
헛웃음이 나왔다.
정말 대책 없는 젊은이이지 않은가.
이것이 젊은 혈기라는 것이겠지.
마치 예전 아스몬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도 이처럼 도전적이고 악랄한 곡들을 만들어 얼마나 많은 배우들과 연주자들을 괴롭혔던가. 하지만 그것을 듣는 관객들의 만족도는 늘 최상이었다.
그리고 만일 이 곡을 진짜 연주하고, 또 누군가가 노래로 불러 준다면-.
“아······.”
아스몬드는 객석에 앉아 경악과 감탄 섞인 얼굴을 하고 있을 관객들의 얼굴이 저절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