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74)
174화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174화
“······아.”
공연장 밖을 나온 릴리는 멍한 얼굴로 제자리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공연장을 나오는 사람들 모두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들 무언게 취한 듯,
자신이 뭘 봤는지도 모르는 듯,
무언가에 단단히 홀린 것만 같은 얼굴들이었다.
“내가 지금 뭘 보고 나온 거지?”
이것이 뮤지컬이라는 것인가.
지금까지 수많은 뮤지컬을 봐왔지만, 이 정도의 떨림을 주는 뮤지컬이 또 있었던가.
솔직히 말해서 스토리는 평범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파가니니의 인생을 보여 주는 것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주었던 건 역시 노래였다.
특히나 오프닝 곡은 인생 최고로 충격적인 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걸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그 동양인의 가창 능력은 상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었다.
“그 배우 이름이 뭐였지?”
릴리는 배우의 이름부터 찾아보았다.
그 경이로운 목소리를 들려 준 배우의 이름을 외워 놓기 위함이었다.
“처음에 무시해서 미안해요.”
공연이 끝난 뒤에야 배우들의 이름이 공개되었다.
샬롯 역할을 맡은 동양인 배우의 이름은 정윤아.
그녀의 이름을 똑똑히 외우며 공손하게 손까지 모으는 릴리였다.
같은 뮤지컬 배우로써, 자기가 아무리 윗사람이라고 해도 상대는 절로 겸손해지는 목소리를 갖추고 있지 않던가.
오늘 공연을 보고 릴리는 깨달았다.
이 정윤아라는 배우가, 이 악마의 연주자라는 작품이 뮤지컬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게 될 것임을 말이다.
* * *
[쏟아지는 호평과 찬사. 뮤지컬 악마의 연주자.] [SNS에 줄을 잇고 있는 호평.] [내 인생 최고의 뮤지컬. 역대급 찬사!] [뮤지컬은 보지 못 해도 첫 오프닝 곡은 반드시 들어봐야 한다.]성황리에 첫 공연이 끝난 뒤, 그날 공연에 초청 받았던 유명인들이 모두 SNS에 우리 뮤지컬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자기 인생의 그 정도로 놀라운 뮤지컬은 보지 못했다는 글이 가장 많았고, 우리 윤아에 대한 글도 굉장히 많았다.
-처음 동양인 여자가 샬롯 역할을 맡는 것을 보고 난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부르는 첫 곡을 들은 뒤 나는 외쳤다. Oh my Queen!
-동양인 여성이 샬롯 역할로 나오는 것을 굉장히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첫 곡을 듣자마자 단번에 이해했다.
-정윤아. 그녀는 노래의 신이다! 평생 그토록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난 오늘로써 확신했다. 뮤지컬 악마의 연주자를 보지 않은 사람은, 그것도 정윤아의 노래를 듣지 않은 사람은 자기가 뮤지컬을 봤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어지는 호평에 윤아는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헤헤. 다행이다. 난 첫 공연이라 실수하면 어쩌지 고민 엄청 했는데.”
“오빠가 말했잖아. 너 그날 엄청 잘했다고. 평소 연습했던 것보다 더 잘했어.”
그런데 전혀 다른 문제가 있었다.
“맞아. 윤아 네가 너무 잘해 준 덕분에 이렇게 큰 호평이 나오는 거야. 문제는 다른 배우들이지.”
윤아는 미국에 계속 남아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일주일에 딱 하루만 공연을 한다.
다른 날들은 전부 다른 배우들이 해야 한다는 건데,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사람들이 전부 윤아 너만 찾아. 처음부터 네 공연을 봤던 사람들은 도저히 다른 배우로는 공연을 볼 수가 없는 모양이야. 그래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윤아 공연날 티켓을 판매하면 몇 초도 안 돼서 순식간에 다 팔려 버려.”
윤아가 아직 미성년자이고, 한국에서 고등학교 수업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단 하루만 공연을 한다는 소식이 퍼지자마자 사람들은 미친 듯이 윤아가 공연하는 날짜의 티켓을 사들이고 있었다.
“그럼 다른 공연들은요? 그건 매진이 안 됐어요?”
“뭐, 거의 다 매진이긴 해. 그건 윤성이 네 덕분이지. 네가 곡들을 기가 막히게 만들어 준 덕분에 우리 공연 인기가 지금 하늘을 찌르고 있거든.”
베르딘은 아주 기분이 좋다는 듯 웃고 있었다.
“아무튼 정윤아 페어를 좀 더 늘려 달라고 문의가 빗발치고 있어. 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렵다는 답변을 해놓았지.”
“그뿐만이 아니야. 윤아의 뮤지컬 팬들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몰라. 단기간에 이 정도로 큰 팬덤이 생기는 건 나도 처음 봐.”
사람들의 폭발적인 반응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SNS에 유명인들이 게재해 놓았듯, 윤아의 첫 오프닝 곡, Life of Paganini는 엄청난 충격을 주는 곡이다.
어디까지 올라가는지도 모를 고음을 자유자재로 구사해야 하며, 파도처럼 출렁이는 음정을 정확하게 맞춰야만 곡의 느낌이 확 살아난다.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곡의 난이도가 미쳤다는 생각이 절로 들 텐데, 그걸 눈앞에서 누군가가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것을 보면 그 광경이 경이로울 수밖에 없을 터.
그러니 사람들이 윤아를 좋아해 주는 것이었다.
“다음에 윤아를 중심으로 해서 콘서트라도 열어야 할 판이야. 너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지금 인기가 너무 많거든.”
베르딘과 아스몬드 교수가 싱글벙글 웃고 있는 것을 보니, 그만큼 공연이 잘 되고 있다는 뜻이리라.
“윤성이 너도 기대하는 게 좋을걸? 이 정도로 공연이 잘 되면 음악 작곡가인 너한테 떨어지는 돈도 많을 테니까.”
“아······. 네.”
“뭐야. 왜 이렇게 떨떠름해? 적어도 수십억은 떨어질 텐데? 아니지. 백억이 넘을지도 몰라.”
나는 그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억.
이제는 그 금액이 우습게 보인다면 내가 미친놈인 것일까?
* * *
서걱- 서걱-
“공연 잘 봤다.”
스테이크를 썰고 있던 양진석 대표의 말이었다.
나는 부드러운 소고기를 우물우물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셨어요?”
“그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티켓 한 장을 안 주냐?”
“보실 줄 몰랐어요.”
“뭐, 그래서 나도 오기 한번 부려서 안 보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하도 재밌다고 꼭 보라는 말이 너무 많아서 한번 가서 봤지.”
“어땠어요?”
“하. 미쳤더라. 근데 사람들 말로는 윤아가 더 잘한다던데? 대체 거기서 어떻게 더 잘할 수가 있는 거지? 아직도 의문이야.”
그러면서 양 대표는 내게 은근한 눈빛을 보냈다.
말은 하고 있지 않지만, 무슨 의미로 저런 눈동자를 보이는지 난 알고 있었다.
“알겠어요. 티켓 하나 드릴게요. 근데 저도 구하기가 엄청 힘들어서 좀 나중에 보셔야 할 거예요.”
“하하. 나도 알아. 지금 브로드웨이에서 윤아 공연 티켓 하나 구하려면 기존 가격에 최소 20배를 줘야 한다더라. 이게 말이 되냐?”
말이 안 되지만,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었다.
최근에는 경매에서 윤아가 나오는 뮤지컬 공연 티켓이 기존 가격보다 100배 비싸게 팔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런 티켓을 사는 사람들은 전부 윤아의 첫 번째 공연을 봤던 셀럽들이었다.
그들은 비싼 티켓값을 줘서라도 다시 한번 윤아의 공연을 보고 싶어 했던 것.
그로 인해 더 입소문을 타서 도대체 얼마나 정윤아의 실력이 뛰어나기에 전부 이러는 것이냐며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너 주식 들어가 있는 건 언제 뺄 생각이야? 지금 거기 천정부지로 가격 치솟고 있는 거 알지? 네가 샀을 때보다 5배나 올랐어. 무려 5배!”
양 대표의 목소리에 흥분감이 감돌았다.
3천억이 5배로 올랐다면 1조 5천억.
하지만 내가 알기로 여기서 끝날 주가가 아니다.
“지금은 때가 아니에요.”
“진짜? 이거 거품이 확 빠질 수도 있는데.”
“조금은 빠지겠죠. 그러다 다시 오를 겁니다.”
“흐음. 그래? 네가 그렇게 확신을 한다면야······.”
“이제 따로 반박도 안 하시네요?”
“뭐, 지금까지 네가 틀린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냐? 그래서 네가 하는 말은 그냥 무조건 믿기로 했다. 그래서 정확히 어디까지 올라간다는 건데?”
나는 고기를 썰다 툭 내뱉듯 말했다.
“10배요.”
“······.”
양 대표는 뭔가 할 말이 많은 표정이었지만, 그 말을 꾹 삼켰다.
“그래. 네가 그런 거라면 그런 거겠지. 10배. 딱 기억하고 있을게.”
“네. 10배로 오르면 바로 다 처분하세요.”
“근데 네 말대로 진짜 10배가 되면 엄청난 거 아니야? 무려 30억 달러. 한국 돈으로 3조 원. 진짜 미친 금액인데? 네 나이에 3조 원이라니.”
“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하긴 한데······.”
“여기서 더 많은 돈이 필요해? 대체 어디다 쓰려고?”
나는 싱긋 웃으며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다음에 알려 드릴게요. 그리고 전 먼저 일어날게요.”
“아니. 스테이크는 거의 먹지도 않고 남겼네?”
“사실 오늘 다른 사람이랑 약속이 있어서요.”
“이거 섭섭한데? 나랑 만나는 날에 더블로 약속을 잡아놨어? 누군데? 어떤 놈이야? 여자면 내가 봐준다.”
“여자 맞아요.”
그 말에 잠시 벙찐 얼굴로 양 대표가 날 바라보다 이내 손을 휘휘 저었다.
“······젠장. 얼른 가라. 왠지 잘 차려입고 나왔다 했네.”
“네. 곧 다시 연락드릴게요.”
나는 후다닥 밖으로 나가며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했다.
그러고는 크게 심호흡도 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행동하면 되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떨리는 것 같았다.
* * *
“윤성아~ 여기······. 헉!”
예림이는 나를 보자마자 화들짝 놀란 기함을 터트렸다.
“왜?”
“아니······. 평소에도 멋있긴 했지만, 오늘은 더······.”
말을 다 잇지 못 하고 예림이는 마른침을 삼켰다.
내가 너무 과하게 힘을 주고 나왔나.
저번에 그 최악의 멘트를 날린 뒤, 나는 당연히 예림이가 거절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예림이는 그 자리에서 내 뜻을 받아 주었다.
원래는 그날 이후 바로 데이트라도 했어야 하는 건데, 뮤지컬 공개 때문에 바빠 그러지도 못하고 오늘에서야 첫 데이트를 하게 됐다.
“진짜 내가 어쩌다 이런 사람을 좋아하게 됐는지. 사귄 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이제야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하는 게 말이 돼?”
“미안. 그래도 네가 이해해 줘서 다행이야.”
“흥. 이해한다는 말 안 했거든?”
“이해해 줘서 고마워~”
우리는 웃으며 미리 예약한 레스토랑에 들어가 저녁 식사를 한 뒤, 그 이후에는 호텔에 있는 바에 들어가 와인을 마셨다.
술이 들어가서 그런가?
예림이는 더욱 말이 많아졌다.
하지만 딱히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가 그냥 예림이를 좋아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예림이의 대화 능력이 좋아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요즘 살 곳을 찾느라 고민이야. 맨해튼 집값이 조금 비싸야지. 어휴. 한 달에 월세가 기본 500만 원이라니. 그것도 조금만 시설 좋은 곳으로 가려고 하면 천만 원 단위야.”
그리고 문제는 나도 취기가 금방 올라온다는 점이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문득 말이 튀어 나가고 말았다.
“음.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빈방이 많은데. 여기 와서 살래?”
“······뭐?”
술을 먹어도 얼굴이 절대 빨개지지 않던 예림이의 얼굴이 새빨간 딸기처럼 변해 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