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73)
173화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173화
“진짜 진짜 완전 팬이에요.”
“어쩜 그렇게 노래를 잘해요? 혹시 따로 하고 있는 연습 방법이 있을까요?”
윤아는 뮤지컬 배우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것도 초짜 신인들이 아닌, 베테랑들로 구성된 배우들이라는 것이었다.
윤아가 부르는 ‘파가니니의 인생’을 한 번이라도 들은 배우라면 이 아이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아름답고 매혹적이며, 폭발적인 그 노래에 모두 흠뻑 빠져 버린 것인데, 특히 여배우들은 하나라도 더 윤아에게 배우고자 매일같이 붙어 다녔다.
덕분에 윤아는 나랑 놀 시간도 없이, 하루 종일 여배우들과 함께 있어야만 했다.
뭐, 이건 윤아에게도 아주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굳이 터치하진 않았다.
윤아도 충분히 즐거워하는 것 같으니까.
거기다,
“작곡가님의 노래와 연기를 봤을 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저의 뮤즈가 여기 있다는 것을.”
“그때 얼마나 많은 감동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그때 영상을 보며 연습하고 있긴 하지만, 절반의 절반도 따라갈 수 없는 제 실력이 안타깝더군요.”
윤아가 여배우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동안, 나는 남자 배우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저번에 Man & Devil 이라는 곡을 이들에게 보여 준 뒤부터 나를 대하는 행동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해야 할까.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내게 배우려고 하는 모습이 참 베테랑 배우다운 프로 정신이었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상대방의 경력도 상관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배울 것이 있으면 더욱 자세를 낮추는 이들의 모습이 놀랍기도 했다.
“그것이 이 바닥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걸 저들도 잘 아는 거지. 이 브로드웨이라는 것이 그래. 배우마다 팬덤이 존재하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폼이 떨어지거나 실력이 안 좋아지면 그 팬덤도 금방 돌아서거든. 그리고 계속 같은 모습을 보여도 아주 매정하게 외면해 버리지. 그래서 저들도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거야.”
아스몬드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인기 많은 대배우라고 해도 안일하게 있을 수가 없는 곳이 바로 여기 브로드웨이라는 거구나.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 작품이 잘 끝나고 나면 다시 자네도 앨범 준비를 해야지.”
설마 저런 말이 아스몬드 교수에게 나올 줄은 몰랐다.
“빌보드 순위에 올랐다고 해서 안일해져 있으면 안 돼. 자네는 분명히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어. 그럴 만한 잠재력이 있다는 걸 내 알고 있지. 그러니까 멈춰 서 있지 말게. 천천히 여유 있게 가겠다는 생각도 버려. 그러다 영영 때를 놓칠 수도 있으니.”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천천히, 여유 있게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인가.
뭔가 깨닫는 바가 많은 이야기였다.
“아무튼, 설교는 여기까지 하지. 나도 나이가 든 모양이야. 정작 나도 제대로 못 하고 있으면서 남에게 이런 말이나 하고 있으니. 하하.”
그러고는 아스몬드는 저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침 자네 여자친구가 왔군. 이제 그만 가보게. 뮤지컬 준비 때문에 한 달 동안 계속 나랑만 있지 않았나. 자네도 머리를 식혀야지.”
“네? 여자친구요?”
고개를 들어보니 저 입구에서 최예림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뮤지컬 준비는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돼. 자네가 노래를 기가 막히게 만들어 준 덕분에 나머지는 나와 베르딘이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언제까지 저리 아름다운 여자친구를 혼자 놀게 놔둘 생각인가?”
“······여자친구 아닌데.”
“응? 뭐라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 최예림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려 했다.
그때 아스몬드 교수가 내 등 뒤로 소리쳤다.
“오늘 내 말 잘 알아들었지? 천천히 가지 마. 기회가 있을 때 잡아.”
그러고는 한쪽 눈을 찡긋이며 엄지를 추켜들었다.
저 양반, 일부러 못 들은 척한 거였구나.
그런데 윤아도 그렇고, 아스몬드 교수도 그렇고,
다들 하는 말이 비슷하다.
내가 정말 여유를 부리는 것일까?
“우리 왠지 오랜만에 보는 거 같지 않아?”
“음. 3일 만에 보는 거긴 하지?”
“헐~ 뭐야. 그 반응은. 난 3일 만에 보니까 엄청 좋은데.”
“그래. 사실 나도 오랜만에 보는 거 같네. 배고프지? 뭐 먹을래?”
“오늘 내가 뭐 먹을지 벌써 다 계획을 짜놨어. 여기 엄청난 맛집이 하나 있더라고. 거기 가보자.”
보통 여자들은 뭐 먹을래? 하면 특정 메뉴가 바로바로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최예림은 다르다.
항상 뭘 먹을지 물어보면 모르겠다는 말보다는 메뉴가 툭 튀어나온다.
그래서 같이 밥 먹기에는 무척 편했다.
나는 최예림과 함께 멕시칸 레스토랑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집에서 내게 잔소리를 퍼붓던 윤아와 답답했는지 가서 기회를 잡으라며 소리치는 아스몬드 교수의 얼굴이 교차로 떠올랐다.
“그래서 오늘 내가 교수님한테 직접 물어봤는데, 아니. 글쎄 그게······.”
예림이와 같은 대학교를 다니며 전보다 훨씬 친해지자 알게 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예림이도 친해지면 말이 정말 많아진다는 것이다.
“예림아.”
“응?”
이 아이가 정말 날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 좋아하는 게 맞겠지?
사실 그냥 내 착각이면?
하지만 윤아가 무조건이라고 했는데.
근데 윤아가 틀린 거라면?
그렇다면 나는?
난 이 아이를 얼마나 좋아하는 것일까.
둘 다 좋아하는 거라면 내가 먼저 말을 꺼내는 것이 맞겠지?
그럼 뭐라고 말을 꺼내야지?
“······.”
나는 예림이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예림이의 얼굴이 조금씩 붉어졌다.
“왜, 왜 그렇게 보고 그래?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나는 길게 심호흡하며 물었다.
“······우리 사귈까?”
최악의 멘트였다.
* * *
웅성웅성-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큰 공연장에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모여들었다.
기자들은 물론, 각 유명 평론가들과 배우들, 그리고 재계와 정계 사람들까지.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리를 찾고 있었다.
“릴리. 너도 왔네?”
“응. 대체 얼마나 대단한 공연이기에 날 퇴짜 놓은 건가 싶어서.”
“오우.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릴리, 너 정도면 엘레네랑 업계에서 탑 3안에 드는 배우 아니야? 근데 널 거절했다고?”
“응. 심지어 엘레나는 오디션까지 봐서 간신히 들어갔다던데?”
뮤지컬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누구나 기다릴 법한 베르딘과 아스몬드 콤비의 뮤지컬 작품, ‘악마의 연주자’가 드디어 대중 앞에 첫 공개 되는 날이었다.
오늘 공연에 초청을 받은 뮤지컬 배우, 릴리는 잔뜩 심보가 나 있는 상태였다.
평소 그녀와 친하게 지내던 뮤지컬 평론가 레지나는 흥미롭게 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 엘레나가? 희안하네. 엘레나도 자존심이 엄청 세서 오디션은 절대 안 볼 줄 알았는데.”
“그러니까. 나도 의외였다니깐? 근데 뭘 보고 그렇게 꽂힌 건지, 요즘 연습에만 매진하더라고.”
“그렇다는 건 작품이 잘 만들어졌다는 건가?”
“흥. 별로 기대는 안 해. 소문으로 들어 보니까, 무슨 생초짜 신인을 데려다가 주연으로 올려놓았다던데?”
“엥? 에이. 설마. 베르딘이랑 아스몬드의 이름값이 있지. 진짜 초짜 신인을 데려다가 썼겠어?”
“나도 들은 얘기야. 근데 그게 사실이라면, 대배우를 일부러 뽑지 않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였던 거지. 자기들 작품이 별로라는 걸 들킬까 봐 일부러 초짜한테 시켜 놓고 사실은 배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려는 거야.”
그러지 않고서야 자신을 퇴짜 놓을 리 없다.
그리고 그 점은 레지나도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다.
흥행 보증 수표라 불리는 배우들을 캐스팅하지 않고 100% 오디션을 보다니.
그 기이한 행보에 업계에서는 이번 작품이 너무 이상하게 뽑혀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건 이제 곧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근데······. 배우들이 누군지는 왜 안 나오는 거야? 무슨 역할만 있다고 나오고.”
“그러게. 그건 좀 이상하네?”
보통 팸플릿을 보면 어떤 배우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나오게 된다.
그런데 여긴 그런 것이 없었다.
이상한 일이 아닌가.
어떤 배우가 나올지 미리 알 수가 없다니.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오늘 모인 사람들도 죄다 SNS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이 한 마디씩 부정적인 멘트를 SNS에 던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악마의 연주자는 공연을 걸기도 전에 내려야 할지 모른다.
그만큼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곧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모든 기이한 행동이 정말 실수인지, 아니면 의도된 것인지는 직접 공연을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이윽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무대의 막이 올라가고, 앙상블들이 나와 합창을 부르면서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그 뒤에 나오는 여자 배우 한 명.
멀리서 봐도 그 실루엣이 무척 아름다웠다.
또한 눈을 사로잡는 각선미와 미모의 얼굴.
그 누가 봐도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동양인?”
“음?”
“뭐지?”
관객들이 작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저 여자가 이 작품의 여주인공 샬롯 같은데,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동양인이었다.
예전과 다르게 백인과 흑인의 차별이 꽤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동양인이 백인의 역할을 맡는 건 브로드웨이에서 아직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관객들이 당황하는 것이었다.
“관객들에게 충격을 선사해 주려 했던 거라면 성공했네.”
릴리는 그럼 그렇지 하고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의 예상대로 그 두 늙은이가 작품의 부족함을 숨기기 위해 신인 배우를, 그것도 동양인 배우를 데려다 놓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The Life of Paganini~]작고 감미롭게 울리던 저 동양인 배우의 목소리가 차츰 공연장에 크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방금 전까지 웅성거리며 이 이상한 상황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던 관객들은 말도 안 되게 높아지는 저 여인의 압도적인 목소리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뭐, 뭐야. 이 노래는.”
그 높이의 끝을 알 수 없으며, 수시로 낮아졌다가 높아지는 음정.
웬만한 테크닉으로는 절대 소화할 수 없는 노래가 연속으로 튀어나오자 릴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 웅장하고 압도적이며, 괴랄하기까지 한 이 노래를 어쩜 저리도 아름답게 소화할 수 있는 것일까.
릴리는 만약 자신이라면 저 노래를 잘 소화해 낼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금방 결론이 나왔다.
자기는 아무리 노력해도 저 정도로 이 노래를 잘 부를 자신이 없었다.
“······.”
저 노래가 얼마나 대단한지, 얼마나 굉장한 스킬을 요구하는지 굳이 전문가가 나서서 설명할 이유가 없었다.
그냥 듣기만 해도 엄청난 노래라는 것쯤은 오늘 모인 관객들 모두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멍하니 저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 동양인 배우, 정윤아를 쳐다만 보고 있는 것이었다.
[Even the Devil fell in love~]악마의 연주자라는 뮤지컬 제목답게 이 악랄한 곡을 우아하게 부르고 있는 정윤아의 목소리가 끝나자,
“······우, 우와.”
관객들은 하나둘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우와아아아!!”
“브라보!!”
그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쏟아지며 벌써부터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그 엄청난 열기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