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4)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24화
“나도 달 안에서 네 얼굴이 보여.”
라일린은 은은하게 흘러 나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2년 전 자신이 만든 노래, ‘달’.
그 노래가 지금 저 남자애 손에 새롭게 불리고 있었다.
“······.”
벌써 몇 번이나 돌려봤는지 모르겠다.
단순히 이 두 사람이 노래를 잘 부르기 때문이 아니다.
마치 답가처럼 불리는 이 노래가 자신의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이걸 이렇게도 부를 수 있구나.”
이 노래가 유명하긴 했어도 누군가가 편곡을 하진 않았다.
이미 원곡 자체가 좋았기 때문에 굳이 건드릴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 나오는 남매는 이 곡을 듀엣으로 승화시켰다.
그저 일방적인 사랑 노래였던 ‘달’을 연인이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로 새롭게 바꿔 놓은 것이다.
“거기다 목소리도 좋아.”
비주얼도 완벽하고 편곡도 좋은데, 목소리까지 심금을 울릴 정도로 좋았다.
원곡이 어땠는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보통 원곡보다 좋은 편곡이 나오면 원작자로서 질투가 날 만도 하다.
하지만,
“이건 질투를 할 수가 없잖아?”
질투를 하기에는 이 남매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둘이 합을 이루며 감미롭게 노래를 풀어 가는 것도 그렇고, 오빠의 연주에 따라 밝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저 여자아이의 얼굴도 너무 행복해 보였다.
“나도 저랬던 적이 있었을까?”
저 두 사람의 해맑고 순수한 얼굴을 보며 라일린은 가수로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의 스스로를 떠올렸다.
그땐 그저 노래 부르는 것이 좋았다.
음악을 하는 것이 좋았다.
무대 위에 서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래로 감동을 주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행복이 사라졌다.
모든 것이 일이고, 돈으로 여기는 순간부터 음악을 하는 즐거움이 변질된 것이었다.
“나도 이렇게 다시 노래 부르고 싶다.”
순수했던 그 시절로, 음악만을 사랑하고 열정을 불태우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 아이들처럼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
“······.”
그녀는 저 옆에 장식처럼 놓여 있는 기타를 바라보았다.
처음 데뷔했을 땐, 저 기타를 붙잡고 시작했었다.
저 기타와 함께 새로운 노래를 만들었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다.
한때 자신의 분신으로 여겼던 기타였지만, 지금은 방구석에 처박힌 고물 신세였다.
“오랜만이네.”
꽤 오랫동안 건들지도 않아서 먼지가 가득 쌓여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하나도 안 쌓였잖아?”
기타의 상태는 아주 깨끗했다.
“엄마가 계속 관리를 해줬구나.”
낡은 기타줄도 어느새 새 걸로 교체가 되어 있었다.
엄마는 언젠가 딸이 다시 이 기타를 잡을 거라 믿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도 참-.”
왠지 코끝이 찡하게 올라온다.
그녀는 침대로 돌아오기 전 옛날에 작곡을 위해 종종 썼었던 오래된 노트와 펜을 꺼냈다.
“흠흠.”
침대에 앉아 노트를 앞에 두고 기타를 잡으니, 느낌이 이상했다.
그리우면서 어색한 이 기분, 이 촉감.
하지만 그것도 기타줄을 몇 번 튕기고 나니,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치니까 손가락 아프네.”
그러나 아픈 건 아무렴 상관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상쾌한 기운이 몸 전체에 퍼졌다.
무미건조하게 말라가던 감정이 꽃을 피우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기타줄을 튕기면서 라일린은 노트에 음표를 받아 적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훌쩍 지나가 버렸다.
“벌써 시간이······.”
무언가에 이렇게 몰입하는 것이 얼마만인지.
라일린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미로에서 길을 헤매다 드디어 출구를 찾은 듯한 기분이다.
“아참.”
밤이 늦었으니, 이제 그만 기타를 내려놓고 잠에 들려는데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그녀는 아까 봤던 동영상을 다시 켰다.
“아직 조회수가 별로 없잖아?”
이런 사랑스러운 남매의 영상 조회수가 고작 수천 밖에 안 되다니.
거기다 홍대 버스킹에서 엄청 유명했었다며?
설마 거기에 따로 홍보를 안 했던 건가?
“쓰읍. 아무리 그래도 내 노래를 불렀는데, 이렇게 묻히는 건 용납할 수 없지.”
물론 그녀 도움 없이도 알아서 금방 사람들 눈에 띄게 될 영상이다.
하지만 확 떠 버리기 전에 라일린이 누구보다도 제일 먼저 언급을 해주고 싶었다.
그녀는 매니저가 관리해 주고 있는 SNS 계정에 들어가 직접 글을 남겼다.
[제 노래를 이렇게 아름답게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오랫동안 잊어 버린 걸 다시 되찾은 것만 같아요. 여러분도 한번 들어보세요.]그 밖에도 쓸 말이 많았지만, SNS는 최대한 간결하게 써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말을 매니지먼트에게 귀에 못 박히도록 들은 터라 적당히 끊었다.
“이거면 되겠지.”
이게 얼마나 홍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어둠만 가득하던 세상이 분홍빛으로 변하는 달콤한 꿈을.
* * *
“그러니까 이제 메타가 바뀌었으니, 새로운 챔피언을 해야 된다는 거죠?”
재원이는 오늘도 쫄래쫄래 내 뒤를 따라와 조언을 구했다.
나는 재원이의 아우라를 흡수해 지금 이 아이에게 뭐가 필요한지 금방 파악했다.
“뭐, 네가 주로 하는 챔피언을 바꾸라는 게 아니라 연습을 해두라는 거지. 그래야 전방위적으로 대처가 가능하니깐.”
“아······.”
“그리고 넌 라인전을 무척 잘하잖아? 그러니까 차라리 네 라인에만 매달려 있지 말고 위아래를 돌아다니면서 게임 전체를 네가 주도하라는 거지.”
“오. 형 말씀은 그러니까 탑, 바텀을 로밍 다니면서 게임을 터트리라는 거네요?”
“맞아. 그렇게 하려면 새로운 챔피언을 연습해야겠지? 네 강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챔피언.”
그렇게 내가 게임 속 챔피언 몇 개를 추천하자 재원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연습해 볼게요.”
“응. 넌 잘할 수 있을 거야.”
정말 학교 끝나면 집에 돌아가서 게임만 하는 건지, 재원이의 아우라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실딱이에 불과한 초보였지만, 이 아이가 가진 아우라를 받는 순간 랭커나 다름 없는 실력자가 되었다.
“형. 고마워요. 이제 저 곧 있으면 프로 데뷔할 거 같아요.”
“오. 진짜?”
“네. 다음 시즌부터 절 주전으로 쓰겠다고 감독님이 그러셨어요. 물론, 주전이 되고 나서 잘해야겠지만.”
“넌 잘할 거라니깐? 형 말 믿어. 아마 프로 중에서도 널 이길 사람은 얼마 없을걸?”
물론 이건 그냥 내 응원에 불과하다.
다른 프로들의 아우라를 만져본 적이 없으니, 재원이가 그들보다 얼마나 잘할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아우라에서도 느껴지는 재원이의 열정만큼은 일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네. 꼭 훌륭한 프로가 돼서 우승컵 따올게요.”
“하하. 그래. 기대할게.”
내게 조언을 구하는 건 재원이 뿐만이 아니었다.
저번 날 나한테 잘못 덤볐다가 박살이 난 김태영도 있었다.
“태영아. 넌 힘이 좋잖아. 그러니까 상대를 붙잡았으면 뺴지 말고 힘으로 밀어 붙여. 괜히 붙잡고 늘어져 있을 시간을 주면 너한테 위험해. 넌 체력이 약하니까.”
사실 난 이 시간을 좋아했다.
왜냐하면 이 덩치 좋은 김태영의 아우라를 받는 순간 헐크가 된 것처럼 온몸에 힘이 끓어 넘치기 때문이다.
나는 나보다 두 배는 커 보이는 이 덩치를 붙잡아 그대로 번쩍 들어 바닥에 엎어 버렸다.
“으헉-!”
물론 마지막에 힘을 빼서 최대한 충격을 덜 받게 했다.
하지만 김태영의 얼굴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었다.
“괜찮아? 아팠냐?”
“아, 아니. 아프진 않은데······ 넌 어떻게 날 쉽게 넘기는 거야? 우리 관장님도 이건 못 하던데.”
김태영의 꿈은 무려 격투기 선수였다.
이 떡대와 덩치를 봐라.
때가 난세였다면 당차게 일어나 장군이 되었을 것이다.
잘만 키우면 정말 크게 될 거 같았다.
“뭐, 덩치와 힘은 비례하는 게 아니니까.”
김태영의 아우라가 없으면 엄청 약해 빠진 몸이긴 했다.
그래서 지금 매일 운동하면서 키우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넌 운동해 볼 생각 없어? 이 정도면 같은 체급은 다 씹어 먹을 거 같은데.”
“나? 어후. 싫어. 너나 열심히 해서 선수해.”
내가 아무리 격투기, 유도 같은 걸 오랫동안 했어도 프로까지 돼서 하긴 싫었다.
그냥 남에게 맞는 것도 싫고, 내가 상대를 쓰러뜨리려고 때리는 것도 싫었기 때문이다.
“아. 너무 아까운데.”
“아깝긴. 그러다 내가 정말 데뷔해서 네 경쟁 상대가 되면 어쩌려고?”
“뭐······ 그럼 난 2위로 만족해야지. 몇 번을 생각해 봐도 내가 넌 못 이길 거 같거든.”
“그냥 내가 안 나갈 테니까, 네가 1위 해라.”
저번 일로 계속 쭉 서먹한 사이가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먼저 김태영이 내게 먼저 말을 걸면서 친해졌다.
그때부터 가끔 이렇게 격투기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다.
저번 생에서부터 내가 관심 있게 했던 거라 그런지 거부감은 없었다.
우우웅-!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계속 울리고 있었다.
확인을 해보니, 윤아에게서 벌써 문자가 10통이 넘게 온 상태였다.
“무슨 일이 있나?”
얼른 메시지 온 것을 켜보니,
-오빠
-오빠!!
-아아. 정윤성 나와라. 오바.
-╰། ᵒ̌ д ᵒ̌ །╯
-와 끝까지 안 보네.
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답장을 보냈다.
-왜?
-뭐야. 쉬는 시간 다 끝나가니까 보네.
-무슨 일 있어?
-아니. 오빠 우리 채널 영상 봤어?
-응? 아니?
-그럼 빨리 가서 봐봐.
우리 채널이라면 뉴튜브를 말하는 건가?
그게 왜?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뉴튜브로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어? 조회수가······.”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조회수 1,2천을 간신히 넘기고 있던 영상이 지금 20만을 넘어섰다.
“갑자기?”
아직 홍대 노래방 영상 쪽에는 따로 댓글을 달아 둔 것이 없었다.
설사 달았다고 해도 워낙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들이 많아 금방 묻혀 버릴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아무런 홍보도 없이 그냥 영상만 딱 두 개 올렸을 뿐인데, 각 영상마다 조회수가 폭발하고 있었다.
거기다 구독자 숫자도 벌써 1만을 돌파할 정도로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보여 주었다.
-라일린 님 SNS 보고 왔어요~. 홍대 노래방에 나왔던 그 남매 맞죠? 진짜 노래 너무 좋네요.
-노래 듣고 힐링 받는 기분을 느끼는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 잘 듣고 가요. 앞으로도 영상 계속 올려주세요.
-첫 소절 듣자마자 구독 눌렀습니다. 홍대에서도 그렇게 감동을 주시더니, 여기서도 큰 감동을 주시네요.
-전 썸네일 보자마자 구독 눌렀어요. 진짜 남매가 선남선녀네요. 보기만 해도 행복해집니다.
댓글들도 벌써 수천 개가 달려 있었다.
거기서 제일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가수 라일린에 대한 내용이었다.
심지어 가수 라일린 씨가 직접 달은 댓글이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아 상단에 떠 있었다.
-제 노래를 이렇게 예쁘게 불러주셔서 고마워요. 편곡도 정말 잘 됐네요. 이 정도 실력이면 자작곡도 분명 잘 만드실 거 같아요. 다음에도 좋은 노래 부탁드려요.
가수 라일린이 댓글을 달았다는 감동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자작곡······.”
영상이 잘나가는 건 좋지만, 다음 곡을 무엇을 할지도 고민이 됐다.
설마 이 정도로 빨리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는데.
라일린의 댓글대로 얼른 사람들에게 우리 둘만의 자작곡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만나기로 했었지?”
아버지의 추천으로 오늘 내게 작곡과 피아노를 알려 줄 분을 만나게 된다.
어떤 분인지는 모르겠다만, 아버지가 직접 추천을 해주시는 것이니 분명 평범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평범하게 가르치려고 했다면 기획사에 있는 PD들을 시켜 알려줬어도 될 일이니까.
“잘 배워 놔야겠다.”
그렇게 해서 나와 윤아에게 어울리는 최고의 곡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곡을 만들어 낼 것이다.
나는 다시 윤아에게 문자를 보냈다.
-방금 영상 봤음. 조회수 뭐야?
-그러니깐! 이런 기쁜 일을 그냥 넘기면 안 돼. 축하의 의미로 오늘 저녁은 치킨~!
“······.”
갑자기 저녁이 굶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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