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6)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26화
‘이건······.’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중 사탕요정의 춤이라는 곡이었다.
노래 첫 도입부터 도발적이면서 통통 튀는 음율은 요정이 춤을 추며 장난을 치는 것만 같은 느낌을 심어 준다.
‘피아노를 배워본 적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어떻게 이 아이가 이 어려운 걸 연주할 수 있는 거지?
거기다,
‘엄청 잘 치잖아?’
사탕요정의 춤이라는 노래는 부드럽고 간결한 터치가 생명이다.
그래야 몽환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거 점점······.’
지금 이 아이가 연주하는 사탕요정의 춤은 처음에는 간결했지만 가면 갈수록 강렬해지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간결한 터치를 이어가야 하는 것이 정석이나, 날이 갈수록 강해져 나중에는 간질 거리며 꽉 막힌 것만 같은 기분을 사이다처럼 터트리는 듯이 느껴졌다.
만약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이 이런 식으로 연주를 했다면 그 자리에서 혼쭐을 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거 왜 듣기가 좋은 거지?’
신기한 일이었다.
사탕요정의 춤은 원래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이 아닌, 첼레스타라는 악기로 연주를 한다.
실로폰처럼 맑은 소리와 별빛을 뿌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특징인데, 그것을 최대한 피아노로 승화시키기 위해 일부러 간결한 터치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듯,
따라라란-!!
이 아이는 더욱 강렬하고 강하게 건반을 눌렀다.
사탕요정이 격렬하게 춤을 출 수 있도록, 마치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만 같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분명 듣기 거북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원곡보다 더 듣기가 좋았다.
새로웠고, 자극적이었으며, 시원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건 완전히 자기 해석이 들어가 버린 곡이네.’
원작자의 의도를 최대한 살리면서 곡을 연주하는 것이 기본이다.
단순히 존중의 문제가 아니다.
전혀 새로운 곡을 연주하듯 자신만의 해석을 온전히 담아 노래를 풀어내는 건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아이는 그 어려운 것을 해내고 있었다.
“······.”
이윽고 노래가 끝나자 아이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음악을 풀어 냈다는 성취감과 그 고고한 자신감이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
“허-.”
그 당찬 모습에 이장원 교수는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우와아아-!”
먼저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온 건 정윤아였다.
사실 이장원 교수도 윤아와 함께 박수를 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오빠. 미쳤다. 방금 그거 대체 뭐야? 왜 이렇게 잘 쳐?!”
정윤성은 그저 슬몃 웃기만 했다.
이장원 교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너 대체 왜 거짓말 했냐?”
“······네?”
“아까는 피아노 배운 적 없다면서.”
“네.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어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누가 봐도 전문 레슨을 받으며 교정을 받은 티가 나는데?
하지만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할 리 없지 않은가.
“정말? 진짜 레슨 받은 적이 없어?”
“네.”
이장원 교수는 어안이 벙벙했다.
정식 레슨도 받지 않은 애가 그런 연주 실력을 가질 수 있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크흠. 잠깐 나 좀 나갔다 온다. 여기 기다리고 있어 봐.”
“네. 다녀오세요.”
오늘 담배가 강하게 땡겨서 안 되겠다.
기필코 금연을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방금 전 저 연주를 보고 도저히 이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그는 담배 연기로 감정을 다스리며 정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 아, 네. 교수님.
“정 대표. 바빠?”
– 아닙니다. 저희 애들은 잘 배우고 있나요?
“잘 배워? 뭘 가르칠 게 있어야 배우지.”
이 교수의 말에 정영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 네?
“정 대표. 솔직하게 말해 봐. 자네 아들 있잖아.”
– 윤성이요?
“그래. 그 아이가 정식으로 레슨을 받은 적이 없는 거 확실해?”
– 네. 따로 음악을 배운 적은 없습니다. 피아노도 그렇고요.
정영훈의 대답에도 이 교수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정말? 자네가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니고?”
– 그럴 리가요. 아무리 바빠도 애들 교육에는 항상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피아노 학원을 다니거나, 따로 레슨을 시킨 적은 없어요.
그 말은 정말로 그 아이가 정식 음악 교육을 받은 적 없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독학으로 모든 걸 익혔다는 건데······.
“진짜 천재인가?”
– 예?
“자네 아들 말이야. 방금 내가 아주 기가 막힌 연주를 보고 왔거든. 근데 정식으로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는 사람이 그걸 연주했다라······.”
– 저희 윤성이가요?
“그래. 자네 아들이 원래 그렇게 음악적 재능이 있었나?”
자기 아들을 칭찬하는 걸 싫어 할 사람은 없다.
그건 정영훈도 마찬가지였다.
목소리에서부터 웃음기가 가득했다.
– 예. 저희 아들이 공부, 운동, 음악, 못 하는 것이 없습니다. 심지어 노래도 잘 불러요. 이번에 그 아이들이 올린 영상 보셨습니까? 거기서도 얼마나 잘하든지······. 저와는 다르게 재능이 남다른 아이입니다.
아주 신이 나서 떠들고 있었다.
보기에 썩 나쁘진 않았다.
저것이 아비의 기쁨이라는 것을 이장원 교수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흐흐. 그래 보이긴 하네. 너 같이 음악이라고는 쥐뿔도 모르는 인사 아래서 나온 놈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야.”
그러자 정영훈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 말씀은 저희 아이들을 계속 가르쳐 주시겠다는 거죠?
“하아-. 이것 참.”
가끔 만나 술을 먹으며 세상 이야기나 하던 정 대표가 어느 날 찾아와 자기 아이들을 레슨시켜 주면 안 되냐는 부탁을 했었다.
뜬금 없이 이 친구가 왜 이러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저런 재능 넘치는 아이를 아무한테나 맡기기 싫었던 것이다.
만약 그저 그런 놈이었다면 기초부터 쌓고 오라고 적당히 둘러대서 보냈겠지만,
‘저런 다이아몬드 원석을 보고도 모른 척할 순 없지.’
아니. 원석이 아니라 이미 세공이 끝난 다이아몬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가르칠 게 있을까?’
자기처럼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보고 음악을 오랫동안 가르쳐 본 사람이라면 굳이 오래 지켜볼 필요도 없었다.
딱 한 곡만 들어봐도 상대방의 재능을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 아이는 이미 완벽하게 체계가 잡혀 있는 듯보였다.
즉, 여기서 잘못 건드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기서 더욱 발전을 한다면?’
이제 고작 16살이다.
그 어린 나이에 저런 실력을 갖췄다는 건 더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뜻했다.
그렇기에 이장원 교수도 슬슬 욕심이 났다.
더욱 날카롭게, 더욱 정교하게 실력을 갈고 닦아 세상에 보여 주고 싶었다.
이런 엄청난 재능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좋아. 내가 해보지.”
– 감사합니다, 교수님. 그럼 레슨비는······.
“레슨비는 무슨. 됐어.”
정영훈은 깜짝 놀라 되물었다.
– 예에? 몸값도 엄청 비싸신 분이 레슨비도 안 받으시겠다고요?
“흐흐. 대신 다른 놈한테 데려가면 안 돼. 책임지고 내가 끝까지 키워 볼라니깐.”
– 교수님보다 나은 스승이 어디 있겠어요?
“그거면 됐어. 내가 돈 아쉬워서 레슨하는 것도 아니고. 이건 순전히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생각이 정해지자 갑자기 담배가 맛 없게 느껴졌다.
그는 곧 담배불을 꺼 버렸다.
* * *
끓어 넘치던 이장원 교수의 아우라가 아직도 손끝에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
나도 모르게 그 감정에 취하여 충동적으로 연주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속 시원하게 연주를 한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오빠. 진짜 뭐야. 왜 이렇게 잘쳐? 대체 언제부터 피아노를 칠 줄 알았다고.”
“후후. 오빠가 원래 할 줄 아는 게 많아. 다재다능한 사람이야.”
“와-. 뻔뻔한 거 봐.”
오늘 이장원 교수의 아우라를 맛 보면서 알아낸 것이 있다.
그는 아주 좋은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가 가진 이 재능과 지식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하루도 빠짐 없이 연습을 해야겠네.’
문제는 이장원 교수의 위치였다.
서울 음악대학 교수에 프로듀서들도 알고 있을 정도로 이 바닥에서는 유명했다.
당연히 사방에서 레슨 제의가 들어와 안식년이라고 해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것이다.
그런데,
“방금 너희 아버지랑 통화했다. 앞으로 내가 너희들의 레슨을 맡게 될 거야.”
“정말요? 전 너무 좋아요.”
“그래?”
“음. 교수님은 믿음이 가거든요. 엄청 잘 가르쳐 주실 것 같아요.”
“그거야 당연하지. 나처럼 잘 가르치는 놈은 이 대한민국 땅에 거의 없을 걸? 하하.”
윤아의 말에 이장원 교수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물론, 매일 하는 건 어려울 수도 있어. 그래도 가급적이면 이틀에 한번 꼴은 할 생각이다.”
그 정도도 충분했다.
매일하기 보다는 차라리 격일로 하는 것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이장원 교수의 아우라를 받았을 때와 받지 않고 있을 때의 차이점을 느끼며 연습을 하는 것도 필요해 보였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아우라를 계속 흡수하면서 실력을 쌓아야 돼.’
이장원 교수의 아우라만 있다면야 어떤 노래든 다 연주할 수 있지만, 그가 없을 땐 난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게 되니, 그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가 옆에서 꾸준히 배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교수님의 아우라가 없어도 내 본연만의 실력으로 칠 수 있을 거야.’
그것에 내 최종 목표였다.
“자. 그럼 윤성이 실력은 봤고······.”
이장원 교수의 눈동자가 또르르 윤아에게 굴러갔다.
그러자 윤아는 헤헤 웃으며 손사레를 쳤다.
“저한테는 기대하지 마세요. 전 진짜 피아노 쳐본 적도 없어요.”
“그래? 윤성이도 그 소리 하던데. 나도 여기 와서 한번 쳐봐.”
괜히 나 때문에 윤아도 이장원 교수에게 기대를 받게 되었다.
“진짜 칠 줄 모르는데.”
윤아는 손가락으로 건반을 콕콕 눌렀다.
“와. 근데 소리는 진짜 좋다. 이거 엄청 비싼 거죠?”
“응. 수억원이 넘어가는 거지.”
“그렇구나······.”
그러면서 윤아는 아무렇게나 건반을 눌러댔다.
그러자 윤아의 몸에서 분홍빛 아우라가 그 건반에 울리는 소리에 맞춰 통통 반응하는 것이 보였다.
“······윤아 너, 진짜 칠 줄 모르는 구나?”
“네. 진짜 아무것도 몰라요.”
순진하고 천진난만한 윤아의 얼굴에 이장원 교수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래. 지, 진짜 아무것도 몰랐구나.”
설마 윤아가 피아노에 ‘피’자도 모를 정도의 초보일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우리가 남매라고 해서 저까지 잘 치란 법은 없잖아요.”
“그, 그렇긴 하지. 그럼 완전히 기초부터 알려줘야겠네······?”
윤아는 스쳐 지나가는 이장원 교수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어어. 교수님. 한 입으로 두 말하기 금지!”
“으응?”
“방금 표정 봤어요. 저만 쏙 빼고 오빠만 레슨 시키려 했던 거죠?”
“어? 하하. 그게······.”
제대로 정곡을 찔렸다는 얼굴이다.
“저도 알려주시면 안 돼요? 열심히 할게요. 네?”
윤아는 두 손을 모으며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윽.”
저런 윤아의 눈동자를 마주하고 냉정하게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교수님. 네? 진짜 열심히 할게요.”
“어휴. 이거 진짜 못 말리는 남매네.”
결국 이장원 교수는 백기를 들었다.
“그래. 까짓것 내가 다 알려 줄게. 그게 뭐 어렵다고.”
“와아! 교수님 최고!”
윤아의 쌍따봉에 이장원 교수는 한껏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허허. 뭐 이 정도쯤이야.”
아무래도 우리 교수님, 제대로 코가 꿰이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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