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65)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65화
“으음-.”
“응? 아빠. 괜찮아?”
“아, 응. 그냥 소화가 안 돼서.”
“또? 약은 먹었어?”
“그럼. 곧 괜찮아질 거야.”
이거 병원을 한번 가봐야 하나.
요즘 일이 바빠서 자꾸 나중으로 미뤘더니, 점점 더 속이 더부룩해지는 느낌이다.
나중에 시간 잡고 왜 이러는 건지 검사를 받든가 해야지.
분명 살 빼라는 얘기부터 나오긴 하겠지만.
정영훈은 그리 속으로 생각하며 가족과 함께 강당 입구로 향했다.
“와아. 사람 진짜 많이 모였네.”
정윤아는 어디선가 계속해서 몰려드는 인파를 바라보며 입을 떡 벌렸다.
고작 학교에서 하는 음악회에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라다니.
“역시 내 고등학교구나.”
“······누가 보면 네가 벌써 여기 합격한 줄 알겠다.”
엄마의 핀잔에 딸 아이는 헤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어? 혹시 정윤아 씨?”
밖에도 사람이 많았지만, 안에도 사람들로 가득하다.
“여기 학교 음악회가 유명하긴 한가 보다. 진짜 사람이 많긴 하네.”
“이 음악회 보려고 학부모들도 많이 오고 음악 쪽에 유명한 사람들도 많이 초청된다던데?”
“그래? 하긴. 우리나라 문화 쪽에서는 전호 예고 출신들이 많으니.”
그렇게 자리를 찾아 앉으려고 할 때였다.
“어? 혹시 정윤아 씨?”
“일일 남매 맞죠?!”
정윤아의 얼굴을 알아본 사람들이 하나둘 그 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와! 맞네! 오빠 보러 온 거예요?”
“ 진짜 재밌게 잘 봤어요.”
“저 그거 방송 보고 완전 팬 됐잖아요. 다음 방송은 또 언제 나와요?”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으면 안 돼요?”
갑작스러운 사람들의 요청에도 정윤아는 당황하지 않았다.
“아, 네. 감사해요. 사진도 물론 같이 찍을 수 있죠!”
몇몇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정윤아는 최대한 귀여운 포즈를 잡아 주었다.
찍는 사람은 무척 만족스러운 촬영이었다.
“저희 오빠 많이 응원해 주세요~! 박수도 많이 쳐주시고요.”
“호호. 오빠 사랑이 엄청 나시네. 꼭 그럴게요!”
“전 사실 오늘 정윤성 씨가 지휘한다길래 보러 왔어요~.”
“저도요!”
오늘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가 했더니, 전호 예고의 음악회라는 것도 있지만 정윤성이 지휘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든 사람들도 꽤 많은 듯 보였다.
“우리 윤아. 완전히 연예인 다됐네, 다 됐어.”
“헤헤. 그치? 나 이제 연예인 같지?”
정영훈은 그런 딸아이가 예쁘고 자랑스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다.
“윤성이, 그 녀석. 긴장 많이 되겠다. 여기 보니까 윤성이 보러 온 사람들도 꽤 있는 거 같은데.”
그러자 미희가 그런 남편의 어깨를 살짝 때렸다.
“당신은 아직도 윤성이를 몰라? 걔가 완전 강심장이야, 강심장. 이런 걸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걸?”
“하하. 윤성이가 그런 건 당신을 닮긴 했지.”
제 엄마를 닮아 참 똑 부러진 아이다.
만약 정영훈 자신이 저 자리에 서게 됐다면 심장이 쿵쾅거려 제대로 걷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랑스러운 아들, 윤성이는 항상 그렇듯 아주 침착하게 공연을 기다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
* * *
“······청심환이라도 먹을 걸 그랬나.”
어제부터 긴장감에 괜히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손에도 식은땀이 맺힐 정도였다.
“지휘자. 곧 들어갈 준비하세요.”
“아, 네.”
단원들은 먼저 나가서 자리를 잡았고, 나는 무대 옆에 있는 커튼 뒤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신호에 맞춰 밖으로 나가자-.
“그럼 뜨거운 박수로 맞이해 주시길 바랍니다! 1학년 오케스트라 지휘자이자 이번 합주곡을 작곡한 정윤성 학생입니다!”
“와아아아~!”
큰 박수 소리와 환호성이 들려왔다.
슬쩍 옆을 바라보니 이 넓은 강당에 빈자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미친.’
기타를 잡고 노래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긴장감이 느껴졌다.
턱시도를 입은 채 지휘봉을 들고 나는 관중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니고 무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기는 개뿔.
발밑에서부터 올라오는 긴장감에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
나는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눈을 감았다 떴다.
‘그래. 괜찮아. 할 수 있다.’
내가 여기서 흔들리면 오케스트라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내 손짓에 따라 우리가 그동안 연습해 왔던 음악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일제히 바라보고 있는 단원들을 스윽 살펴보았다.
그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하지만 그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는 그와 정반대였다.
얼른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펼쳐내고 싶어 안달이 난 것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난 꿈틀대며 스멀스멀 내게 다가오는 그들의 아우라를 거부하지 않았다.
저 아우라를 내 몸에 받아들여야 이 오케스트라와 한 몸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잠시 이어지는 무거운 정적.
처음에는 서로 뒤엉켜 있던 아우라들이 지금은 하나가 되어 내 안에 들어왔다.
나는 뜨거운 고양감을 느끼며 천천히 지휘봉을 들었다.
방금 전까지 내 머리를 새하얗게 만들던 긴장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 # #
부드럽게 이어지는 피아노 소리.
그리고 천천히 스며들어오는 듯하던 바이올린 소리가 멎더니,
빠밤-!!
모든 악기가 일제히 큰 소리를 내며 청중들의 몸을 움찔거리게 만들었다.
마치 드보르작의 대표곡인 ‘신세계로부터’처럼 강렬한 음과 빠른 박자가 지루할 틈 없이 파고들었다.
첫 시작부터 귀를 확 사로잡는 악기들의 조화에 지금 이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게 1학년 학생이 만든 자작곡?’
오늘 음악회에 모인 사람들 대다수가 클래식 공연을 종종 들으러 다닌다.
아이의 교육을 위해, 본인의 취미 활동을 위해, 아니면 교양을 쌓기 위해 등등.
그에 있어서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그런 것을 자주 듣고 다니면 자연스레 듣는 귀가 열릴 수밖에 없다.
어떤 곡이 대중들한테 먹히는지, 또 어떤 곡은 너무 심오해서 역효과가 나는지, 대충이나마 알 수가 있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지금 이 곡은,
‘매우 뛰어나다.’
음표들의 조화, 악기들의 밸런스, 이 곡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까지.
곡의 제목답게 이 느껴졌다.
억눌리고 또 억눌려 있던 삶에서 해방되고 자유를 얻는 듯한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냈다고 해야 할까.
고작 17살밖에 되지 않은 학생에게서 나오는 표현력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폭풍처럼 정신없이 몰아치던 곡은 어느새,
따라란-
지휘자의 간결한 손동작과 함께 사뿐히 내려앉았다.
“······.”
온 힘을 다해 지휘했던 탓에 이 추운 겨울에도 불구하고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다.
지휘자가 지휘봉을 내려놓고 청중을 향해 인사를 올리자,
“우, 우와아아-!”
“브라보!!”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청중이 그와 단원들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브라보! 원더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누구보다도 열렬하게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이장원 교수였다.
# # #
1학년의 오케스트라 곡이 끝난 뒤, 지휘자를 비롯해 단원들이 전부 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관중의 환호성은 끊이질 않았다.
다음 무대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앵콜을 요청이 쇄도할 정도였다.
결국 학교 측에서는 마지막 앵콜 공연은 무조건 3학년이 한다는 전통을 깨고 1학년에게 맡겼다.
“같은 곡을 들었는데도 거기서 또 앵콜 요청이 쇄도해서 다들 애 좀 먹었겠네요.”
“하지만 그 덕분에 우린 마지막까지 알차게 공연을 즐겼잖아요. 특히 정윤성 학생이 대표로 나와서 친 피아노 솔로곡은 마무리에 정말 좋았어요.”
1학년의 앵콜 무대가 끝난 이후에도 좀처럼 분위기가 식지 않자, 급기야 정윤성이 혼자 나와 피아노 솔로곡을 치기까지 했다.
처음 시작이 지휘자 정윤성이었다면, 그 끝도 정윤성으로 끝이 나는, 기승전결이 완벽한 무대였다.
“우리 교수님. 얼굴에 경련 오시겠다.”
“음? 하하. 뭘 이 정도 가지고.”
서울 대학교 이장원 교수는 왜인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다들 어때? 우리 윤성이, 장난 아니지?”
“네. 엄청 자랑하실 만 하네요.”
“쯧. 오늘 못했으면 평생 놀려 주려고 했는데, 그것도 안 되겠네.”
“그러니까요.”
“허허. 사람들이 이렇게 못 된 마음을 가져서야 쓰나.”
“농담이죠, 농담.”
오늘 음악회에 참석한 여러 음악 대학교의 교수들은 진담 반 농담 반 섞인 말을 꺼냈다.
이들이 오늘 이곳에 온 건, 이장원 교수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본인들이 가르치는 제자들보다 정윤성에게 더 집중한 것 같았다.
그만큼 오늘 무대는 뭐 하나 흠잡을 곳이 없었다.
“근데 저 곡을 정말 정윤성 학생이 다 작곡한 거예요?”
“혹시 교수님이 도움을 주신 건 아니고요?”
그렇기에 의문이 생겼다.
어떻게 17살짜리가 저런 곡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저런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는지 말이다.
“다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연히 우리 윤성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작곡한 거지. 난 도움 준 게 하나도 없어. 오히려 이런 얘기 나올까 봐 나한테 합주곡을 만들었다는 말도 안 했다니깐?”
“와······. 그럼 진짜 천재인가 보네.”
“저번에 에서 부르던 곡들도 전부 자작곡이었다면서. 진짜 자기가 작곡을 다 하는구나.”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했던가.
저런 재능 넘치는 제자를 쏘옥 거둬간 사람을 보면 교수들도 배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근데 아깝긴 하네요.”
“음? 뭐가?”
“정윤성 학생이요. 가수로써 이미 큰 성공을 거뒀잖아요. 오늘 여기 공연장 보니까, 저 학생을 보려고 온 사람들이 꽤 많아 보이던데. 더군다나 얼굴도 엄청 잘 생겼고. 작곡에, 노래도 잘하니, 솔직히 이쪽으로는 깊숙이 발을 안 들이지 않을까요?”
“그것도 그렇네요. 아~ 아깝다. 우리나라에서 정말 잘생기고 세계적인 지휘자 하나 탄생하는 건가 싶었는데.”
교수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음원 차트 올킬에 이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대박 시청률을 낼 만큼, 현재 일일 남매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그런 화제의 중심 속에 있는 사람이 고리타분한 이 클래식 세계에 발을 들이려고 할까?
이미 가요계에서는 크나큰 성공을 거두고 앞으로도 탄탄대로가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그건 당신들이 우리 윤성이를 몰라서 그래.”
“······네?”
“우리 윤성이는 욕심이 많은 놈이야. 자기는 안 그런 척해도 딱 보면 알 수 있지. 고작 가요계 하나? 아니야. 저놈은 가요계 하나만으로 만족하지 않아. 분명 다른 것까지 다 정복하려 들걸?”
“······.”
“그러니까 다들 두고 봐. 우리 윤성이가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하하!”
그냥 허풍인가, 아니면 진심인가.
가요계에서 동시에 활동하며 다른 분야까지 탑을 노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이쪽 바닥은 더더욱 만만치 않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장원 교수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에 그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었다.
“아! 우리 윤성이 곧 나오겠다. 나 먼저 가볼게. 다들 나중에 봐.”
이장원 교수는 누가 말을 붙이기도 전에 헐레벌떡 공연장을 나갔다.
“그렇게 좋을까.”
“그러게요. 교수님이 저러시는 건 처음 보네.”
저 다급한 발걸음과 얼굴만 보면 정윤성의 아빠인 줄로만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