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r brother of the heroine of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88)
188. 암살(2)
“저, 정말로 이걸 선물로 드리겠다고? 차라리 작년에 건네 드린 선물을…….”
“방금 말했잖아. 가성비가 좋은 선물이라고. 작년에 건네 드린 선물보다 해당 리스트의 목록들이 20~30%나 더 저렴해. 물론, 시중가는 리스트 쪽이 더 비싸기는 하겠지만.”
내 대답에 누님은 무언가를 떠올린 듯 수긍해 보였다.
“골드샵……이구나.”
“맞아, 그리고 그 정도의 물건이라면 스페이원과 아르덴의 이름을 높이는 데에도 한몫해 주지 않을까?”
“아무리 그래도 미스릴 50kg이나 오르하르콘 30kg, 최상급 포션 10개 세트 같은 것들을…….”
선물을 하나씩 열거하던 누님은 작게 한숨을 쉬며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물량을 조금 줄이자. 미스릴은 kg 단위로 높아질수록 값이 천문학적으로 뛰어올라. 50kg이라면 금화 4~5만 닢…… 아니, 잘하면 6만 닢 이상의 금액으로 낙찰될 수도 있어. 그러니, 각각 15kg 정도로 하는 게 어때?”
“그건…….”
“15kg의 미스릴이 경매장에서 얼마에 거래되는지는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더욱이 지금 같은 전시상황에서 미스릴이라는 희귀광석은 그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해.”
그건 누님의 말대로다.
지난 2개월간 도합 250kg의 미스릴을 경매장에 내보낸 결과, 평균 시세보다 몇 배나 높은 수익을 거두어 들였으니 말이다.
“황실에서 미스릴을 되팔려 하진 않을 테니, 50kg 정돈 상관없을 것 같기도 한데…….”
“올해에 그 정도의 선물을 건네 드렸다간 내년엔 더욱 큰 기대를 가지실 거야. 그러니 15kg이 딱 적당해. 오히려 작년에 드린 선물과 비교하면…… 이것도 과할 지경이야.”
“끄응…….”
한화로 수천억 단위의 선물을 냉큼 건네주려는 내 모습에 누님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선물 리스트를 다시금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상급 포션을 10개나 선보였다간 그 출처에 대해 질문을 받게 될지도 몰라. 미스릴과 달리 최상급 포션의 공급에는 한계가 존재하니까. 지난번에도 황실에서 아르덴 경매장을 찾아 왔었잖아.”
황금의 주인. 즉, 내 신분을 조사하기 위해 경매장에 들이닥친 황실 기사들. 물론, 그들은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그 뒤로 나는 며칠간 황실로부터 감시를 받아야 했는데, 다행히도 엔다이론 덕분에 그들의 시선은 금세 따돌릴 수 있었다.
어두운 밤중 달빛마저 구름에 가려진 아주 짧은 순간, 감시의 눈에서 벗어나 재빨리 하늘로 날아오른다면 기사들 역시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겠지.
하여튼, 세간에선 황금의 주인이 드래곤 또는 정령왕 등의 존재가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전설 속의 존재들이 인간들 사이에서 유희를 즐기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뭐, 반쯤은 맞는 말인가? 실제로 절반은 드래곤이니까.’
결국, 아르덴 가문과 스페이원 가문에서 건넬 선물로는 15kg의 미스릴로 낙찰됐다.
나는 나무상자 두 개에 청록색 광석. 즉, 미스릴을 채웠다.
도합 30kg의 미스릴이다.
웬만한 선물과는 비교할 수도 없겠지.
“오늘은 쇼핑이라고 하러 갈래? 드레스랑 화장품, 필요하지 않아?”
“필요하긴…… 오히려 너무 많아서 문제야. 지금 만해도 드레스룸이 꽉 채워져 있을걸? 그리고 올해 누나 생일 때 네가 화장품을 선물해 줬었잖아. 친구들한테 나누어 준 뒤로도 2~3년 치 양은 남아 있어.”
“흐음, 그렇구나. 그러면…… 오늘은 뭐하지?”
“아케디리아 왕국은 방문하지 않아도 괜찮아?”
누님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지금 당장 찾아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일단, 대륙 각지에서 수많은 흑마법사들이 카오스 교단으로 입단을 신청해 오고 있으니, 추후 마왕군과 충돌시킨 다음 잔당들을 모두 처리하려고.”
“……약간 흑막 느낌의 대사네.”
“그런가?”
“이용할 대로 이용하고 버리겠다는 말이잖아.”
확실히 그렇게 말하니 방금 전의 내 발언이 살짝 흑막의 대사처럼 느껴졌다.
아니, 정말로 이 세계의 흑막은 내가 아닐까? 데스 퍼레이드의 붕괴를 이끌어낸 건 다름 아닌 나였으니 말이다.
‘……조력자로 활동한다는 것이 너무 나서 버렸구나.’
하지만 후회하진 않았다. 누님이 위험한 것보단 내가 위험한 쪽이 더 나으니까.
아무튼, 아침 식사를 마친 나는 누님과 함께 저택의 지하실로 내려갔다.
한때 창고로 사용되었던 지하실을 일전에 훈련실로 개조했다.
사방이 회색 바위벽으로 가로막힌 공간. 두 사람이 훈련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후우…….”
기본적인 체력훈련을 시작으로 우리는 대련을 진행하면서 육체 능력 및 검술의 향상에 신경을 기울였다.
채앵-! 채채채챙!
“크으…….”
“그 정도의 검술을 다루면서 빈틈을 보이면 어떡해!”
확실히 검술 방면으론 누님이 한 수 위에 있었다.
검성 페일로드의 검술을 거의 완벽하게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님은 아주 작은 빈틈을 파고들어 내 허리와 어깨를 타격했다.
잠시 뒤, 균형을 빼앗긴 나는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아니, 무릎을 꿇으려던 순간, 누님의 검격이 내 허벅지를 강하게 내리쳤다.
퍼억!
“크으…….”
비늘로 보호하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100% 뼈가 부러졌을 거다. 우리가 사용하는 건 목검이 아닌 대련용 철검이니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대련을 재개했다.
하지만…….
퍼퍼퍼퍽! 퍼억!
계속되는 공방에서 나는 몇 차례나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반면, 내 검격을 아슬아슬하게 회피해 낸 누님. 이것이 만약 실전이었다면, 나는 죽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제길, 같은 상급 소드 마스터라도 검술의 차이는 메울 수 없는 건가. 아니, 그보다 검성의 검술을 어떻게 꿰뚫어 보는 거야?!’
페일로드의 검술을 거의 완벽하게 구사하는 나로선 기가 막힐 지경이다.
“자아, 다시 와야지?”
누님의 여유로운 목소리에 나는 살짝 실소를 터트렸다.
“오케이, 지금부턴 제대로 간다. 흐읍!”
카앙-!
우리 두 사람은 지하 훈련실에서 3시간가량 셀 수 없을 정도의 공방을 펼쳤고, 상의가 땀으로 흥건하게 젖었을 무렵이 되어서야 대련을 중단했다.
“하아…… 하아…… 하아……. 비늘 덕분에 많이 아프진 않은데, 역시 방금과 같은 속도를 내려면 체력소모가 엄청나네.”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나와 달리 누님은 선 채로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소매로 닦아냈다.
“그래도 많이 좋아졌어. 검성의 칭호를 물려받아도 될 정도던데?”
“아하하……. 거의 완벽하게 익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누님은 15번의 공격을, 나는 57번의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수천, 수만 번의 공방에서 수십 번의 공격을 허용했다는 사실은 나름 나쁘지 않은 결과다.
하지만 용인이 되어 육체를 갖추고, 페일로드 검법 마스터 과정을 익힌 내가 이토록 압도적으로 패배하다니.
‘……스킬북이 만능은 아니네.’
내가 작게 한숨을 내쉬자, 누님은 대련용 검을 벽면에 설치된 상자에 담아둔 뒤, 지하실에 마련해 둔 샤워실로 들어갔다.
“누나 먼저 씻을게.”
“그래, 나도 슬슬 씻어야지.”
훈련실에는 누님과 내 전용의 샤워실이 설치되어 있었다.
나는 터덜터덜 샤워실로 들어가 땀을 씻어내고, 미리 준비해 둔 사복으로 갈아입었다.
점심을 거르면서 훈련에 매진한 탓일까?
꼬르륵-
배 속의 거지가 비명을 질러댔다.
똑똑똑.
훌륭한 타이밍에 나타난 아벨.
그녀의 손에 들린 커다란 쟁반에는 샌드위치와 음료가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간단히 요깃거리를 하고, 1층 거실로 올라가 티타임을 즐기며 체스를 두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 창밖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벌써 저녁이네.”
우리가 체스판을 정리하기 시작하자, 그것을 지켜보던 아벨이 천천히 다가왔다.
“도련님, 아가씨,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그래, 지금 갈게.”
정리된 체스판을 젊은 하녀가 건네받았다.
우리 두 사람은 곧장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 쌀밥을 먹어야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기분이야.”
“케이네스는 정말로 쌀을 좋아하는구나. 남부지방에선 쌀이 주식이라고도 하던데…….”
대규모 경작이 이루어지는 대륙의 남부. 반면, 라바디안 제국에서 쌀을 주식으로 이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나는 아쉬움을 달래듯 대륙 남부에서 만들어진 지구의 동양적인 음식들과 함께 새하얀 쌀밥을 먹으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벨, 주방장에게 맛있었다고 전해 줘.”
“예, 알겠습니다.”
아벨이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고 누님을 바라봤다.
“누나는 어땠어?”
“으음, 조금 생소하긴 했지만, 나쁘진 않았던 것 같아. 이 매콤한 고기는 꽤 맛있었고.”
한국에서 제육볶음으로 불리는 음식을 손으로 가리킨 누님.
나는 그녀의 호평에 작게 웃으면서 주먹을 세게 쥐었다.
제육볶음은 내 지식을 동원해 만든 음식이다.
갑작스레 떠올라 주방장에게 요청한 메뉴인데, 이렇게 훌륭하게 만들어 내다니. 뭐, 그렇게 복잡한 요리는 아니지만…….
아무튼, 그 외의 음식들은 중식, 일식, 한식의 느낌이 가미된 느낌이다.
나중에 한 번 대륙 남부를 찾아가 보는 것도 괜찮겠어.
“아……. 이건 조금 싫어. 아니, 상당히 싫어. 가능하면 먹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싫어.”
누님은 한 음식을 가리키며, 코를 틀어막아 버렸다.
된장국과 비슷한 음식에는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맛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홱!
“크흡…….”
나 역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는 자극적인 냄새.
예로 들자면……. 그래, 청국장과 비슷한 냄새다.
전생의 부모님께선 즐겨 드시던 음식이지만, 아쉽게도 나는 단 한 번도 청국장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이 강렬한 냄새가 가장 큰 이유겠지.
“나도 그 음식은 조금…….”
아벨은 나와 누님의 감상을 듣자마자 무언가를 메모하기 시작했다.
“해당 음식은 다음 식사에서 제외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 줘. 그것보다 주방은 어때?”
“예, 한결 수월해졌다고 합니다.”
그동안 고용인들의 식사까지 홀로 맡아야 했던 주방장은 이번에 보조요리사 두 명이 투입되면서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었다고 한다.
나는 그동안의 노고를 고려해 월급을 높여주는 방안을 고려해 보았다.
‘흐음, 10%면 적당하겠지?’
그렇게 아벨에게는 다음 달부터 지급될 주방장의 월급을 상향시키도록 일러두었다.
식사를 마치고 난 뒤, 침실로 돌아온 나는 곧장 네리스에게 연락을 걸었다.
방학이 시작되고도 매주 2~3번씩은 그녀와 연락을 나누었는데.
그녀와 교제를 시작하고 몇 개월이 지난 현재, 나는 여전히 그녀와 연락을 할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것이 사랑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네리스를 소중하게 여기고 싶다는 마음에 거짓은 없겠지.
“후우…….”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최대한 침착한 모습을 연기했다.
그리고 연락을 마친 뒤에는 말실수를 하지는 않았는지, 몇 번이나 곱씹어 보면서 안절부절못하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제길, 무슨 사춘기의 청소년이냐?!”
정신연령은 이미 성인을 훌쩍 넘은 상태다. 그런데 이런 사춘기 청소년 같은 생각을 하다니!
하지만 입가의 미소는 쉽게 지울 수 없었다.
잠시 뒤, 잠옷 차림으로 샤워실을 나오는 소피아 누님.
‘친누나한테 연애 상담을 하는 건…… 조금 그렇겠지?’
나는 작게 한숨을 쉬곤 이불로 얼굴을 덮었다.
“오늘은 일찍 자려고?”
“응, 너무 무리하면 독이 될 거 같아서.”
새벽에는 몇 시간 동안 초고속으로 날아다니면서 술래잡기를, 오후에는 온종일 누님과 검을 부딪치며 상당량의 체력을 소모했다.
덕분에 체력이 상당히 늘긴 했지만, 너무 무리해도 좋을 건 없겠지.
“아, 깜빡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금고를 열었다. 그리고 금고에서 꺼낸 아공간 주머니.
“누나도 마실래?”
“……그래, 조금만 마실게.”
아공간 주머니에는 위리아의 성수가 잔뜩 담겨 있었다.
누님은 내가 300mL 용기에 담긴 성수를 건네주자, 살짝 미간을 좁히면서 한숨을 토했다.
반면, 나는 1L 용기에 담긴 성수를 그대로 벌컥벌컥 들이켰고, 화장실에 다녀온 뒤,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럼, 불 끌게.”
“그래, 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