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15
“다른 멤버들이랑 회사 직원, 게다가 스타일리스트까지 폭로한 거 보면 빼박 아니에요?”
“민세라 그렇게 안 보였는데···. 무서운 사람이네요.”
“역시 얼굴에 분칠하는 것들은 함부로 믿으면 안 된다더니···. 쯧쯧쯧.”
“그럼 우리 드라마는 어떻게 되는 거냐?”
“다행히 기존 촬영분에서 [보라] 드라마가 이미 정리된 상태라 후반부에 큰 역할을 안 하기는 하죠.”
스텝들은 자연스럽게 자기의 밥그릇인 드라마를 걱정하면서,
민세라를 의심하거나 탓하고 있었다.
“······.”
래원은 입이 근질근질했으나 말없이 고사리 해장국을 비울 뿐이었다.
‘아직은 나설 타이밍이 아니야. 조금만 더 기다리자. 상대의 급소를 쳐서 한 번에 무너뜨리려면, 증거를 더 모아야 하니까. 지금 원더빅도 나랑 같은 생각일 거고.’
식사를 마친 후,
래원은 다시 호텔 방에 돌아와서
역시 콘티를 보다가, 휴대폰을 만지작대다가를 반복하며 오후를 보냈다.
지이잉—
그러다 울린 휴대폰.
래미의 메시지였다.
기다렸던 소식에 래원은 칼 답장을 했다.
[래미] 오빠, 시킨 대로 알아봤어! 오빠 말대로였어! [래원] 자세히 말해봐! [래미] 엊그제 추가 폭로 터트린 직원은 안 좋게 관둔 사람이 맞았고, 우리 회사에 보복 심리로 그런 듯!민세라가 은따를 당했다니···.
이것까지는 몰랐었다.
그 남다른 자존심 때문에 전생에도 이생에도 자신의 피해 사실마저 꽁꽁 숨겼었나보다.
“하아···.”
낮은 한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봐도 하염없이 비만 내릴 뿐이었다.
하지만 래원은 알고 있었다.
래원이 굳이 지저분하게 손에 코 묻히며 나서지 않아도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것을.
이슈가 터진 지 불과 나흘째인 지금,
원더빅은 조용히 물 밑에서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박현만 대표의 성격을 알기에 연락해서 왈가왈부 하는 것보다 믿고 기다려 주는 편이 래원에게 좋을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러니 지난 삶을 돌이켜봤을 때,
래원이 지금 신경 쓸 것은 단 하나, 민세라의 멘탈이었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그리고 상황이 역전될 때까지, 그녀의 멘탈이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게 말이다.
생각이 정리된 래원은 벌떡 일어나, 자신의 호텔 방의 옆방 벨을 눌렀다.
띵동-
문이 열리고, 민세라가 나왔다.
파자마 차림 위에 가운을 입은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래원 감독님···?”
“세라 씨, 아직 식사 전이죠?”
물어서 뭣하리. 오늘만이 아니라 어제도 아무것도 못 먹은 듯한 얼굴이었다.
“지금 떡볶이 먹으러 갈래요?”
“······.”
허나, 민세라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떡볶이를 먹자고 했음에도 말이다.
“세라 씨가 그랬잖아요. 우리 드라마를 위해서라도 힘내서 싸우겠다고. 일단 먹어야 힘이 나서 뭐라도 하죠.”
이 말에 민세라의 표정이 미소로 바뀌더니, 흔쾌히 답하는 그녀.
“그래요, 감독님. 악플에는 떡볶이랑 도래원이 최고니까.”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08화 – 리디북스
* * *
[ 한라산 떡볶이 ]래원은 호텔 근처를 검색해서, 민세라와 함께 가장 별점이 높은 떡볶이집을 찾았다.
관광 성수기도 아니고 주말도 아니라 가게 내부는 다행히 한산했다.
게다가 날씨 탓도 있으리.
래원과 민세라 각자 우산을 썼지만, 호텔에서 이곳까지 오는 잠깐 사이에 어깨가 흥건히 젖어 있었다.
두 사람은 구석진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 문어 떡볶이가 유명하대요. 이모님, 여기 문어 떡볶이 1인분이랑 조개 어묵탕 1인분이요!”
민세라의 어깨가 축 처져있었다.
결국 먼저 입을 연 것은 래원이었다.
“끝내는 진실이 승리할 거라는 거⋯ 세라 씨도 알죠?”
“알아요. 아는데···. 지금 이 4일의 시간이 너무 길게만 느껴지네요.”
“원더빅에서도 지금 물 밑 대응하고 있지 않나요?”
“네, 박현만 대표님한테도 아까 연락 왔어요. 조금만 기다리라고···.”
“힘내요. 난 처음부터 세라 씨 믿었고, 끝까지 믿을 거니까.”
“감독님은···. 참 한결같이 신기한 사람이에요.”
“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잖아요. 저도 못 믿는 저를 믿는다고, 캐스팅하고 싶다고.”
이에 래원은 그저 빙긋 웃어보일 뿐이었다.
민세라의 양 볼이 발그레하게 변해버린 찰나,
“문어 떡볶이랑 조개 어묵탕이요.”
마침 음식이 나와주었고,
덕분에 민세라는 자연스럽게 얼굴을 숙인 채 포크 질만 할 수 있었다.
“천천히 먹어요.”
“처처히 머고이써요.”
민세라가 입 안 가득 떡볶이를 우물대며 답하자,
래원은 피식 웃었다.
여자들은 떡볶이가 그렇게 좋을까?
“그때 나랑 했던 약속은 잘 지키고 있어요?”
“······?”
“세라 씨 자신을 위해서 살겠다는 약속이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
“글쎄요. 잘살고 있는 건지는 확신이 없지만, 전보다는 확실히 그래요. 요즘은 저를 위해 사는 것 같아요. 악플에도 덜 상처받고요.”
“잘살고 있네요. 그때 고민이라고 했었던 어머니랑 관계는 좀 어때요? 자꾸 까탈 부리게 된다고 자책 많이 했었잖아요.”
“엄마랑도 많이 좋아졌어요. 감독님 덕분에 용기 낼 수 있었거든요. 저 자신을 더 아끼고, 엄마한테도 먼저 손 내밀고···.”
“잘했어요. 참! 잘했어요, 민세라 어른이!”
“정말 감독님 말대로 엄마랑 저 사이에 벽이 많이 허물어졌어요. 엄마라고 편하게 부를 수도 있게 됐고요.”
이렇게 털어놓는 민세라의 코끝이 어느새 빨개져 있었고, 두 눈에도 이슬이 맺혀있었다.
“그때 잘 이겨냈듯이, 이번에도 그럴 거예요. 너무 힘들 땐 현실은 잊고 차라리 드라마에만 푹 빠져 사는 것도 방법이에요.”
“ ⋯ 그럴게요. 훌쩍. 당분간은 페르소나랑 보라만 생각할게요. 고마워요, 감독님.”
“이 또한 다 지나갈 겁니다. ⋯ 세라 씨, 울어요?”
“아.. 아니 거든요! 안 울어요!”
“알겠어요. 떡볶이가 매워서 그런 거죠?”
“네? 네. 좀 맵네요, 여기 떡볶이.”
민세라는 이렇게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곁에 도래원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자꾸만 래원에게 의지하고 싶어지는 이 마음을 왠지 들키면 안 될 것만 같았다.
그러면 래원이 지금처럼 자신의 곁에 가까이 와주지 않고 선을 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렇게 제주도 명물인 문어 떡볶이 만찬을 즐기고서, 다시 비를 뚫고 호텔 방으로 돌아온 민세라는 배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엄마.”
– ⋯ 너 괜찮은 거지?
“안 괜찮을 것도 없지.”
– ⋯⋯.
“⋯⋯.”
– 할 말 있어서 전화한 거 아니야?
“어? 아⋯. 음⋯. 지금 서울에도 비 많이 와?”
– 이제 좀 그치기 시작하네. 거기는? 많이 와?
“어. 엄청 폭우야.”
– 그럼 촬영 못 했겠네?
“취소돼서 호텔에서 쉬고 있어”
– ⋯⋯.
“⋯⋯.”
– 세라야, 너 무슨 일 있구나?
“일은 무슨⋯.”
– 무슨 일 있는 거 같은데?
“아니, 그냥⋯. 요새 나 때문에 시끌벅적하잖아.”
– 그래서, 많이 힘들어? 힘들 구나, 딸?
“⋯⋯.”
배미란의 물음에 민세라는,
그렇다고, 많이 힘들다고, 그래서 엄마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했다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으나 쑥스러운 나머지 차마 내뱉지 못했다.
– 힘들면 끌어안고 있지 말고 엄마한테 말해야지. 그러고 싶어서 전화한 거 아냐?
“아.. 아니거든! 나 그렇게 나약하지 않아. 연예계 짬밥이 얼만데⋯.”
– 너 힘든 거 참으면 병 된다?
“⋯ 됐거든. 보,본인 건강이나 챙기세요, 배미란 사장님.”
– 딸.
“응?”
– 엄마가 믿는 거 알지?
“···⋯.”
– 원더빅이 시기적절하게 잘 대응하리라 믿지만, SBC 차원에서도 뭐든 도울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페르소나 하차는 절대 없을 거니까 혹여라도 걱정 말고, 작품에만 집중해.
“··· 고마워, 엄마.”
민세라의 두 눈에서 맑은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그것은 안도의 눈물, 기쁨의 눈물이었다.
이 4일간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비로소 빛의 존재를 깨닫고 있었으니까.
내 편이 이렇게나 많았노라고.
계속 살아볼 만한 세상이라고.
* * *
시간은 흘러 또 다음 수요일이 다가왔다.
서울 도곡동.
SBC 사장 배미란의 집.
배미란 사장의 호들갑에, 그녀의 남편과 아들까지 온 가족이 거실 소파에 모였다.
세 가족은 지금 드라마 3화를 본방사수하는 중이었다.
“민세라 연기 완전 많이 늘었네?
“그렇지?”
“그 예전에 데뷔작이었나? 레이스 장갑 어쩌구… 그때랑 전혀 딴 배우 같은데?”
“애초에 아이돌보다 배우를 해야 했던 아이였나 봐.”
아들이 혀를 내두르자,
배미란은 자기도 모르게 맞장구를 쳤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마냥 좋아할 수 만은 없는 콩가루 상황이었으나,
기분 좋은 소리임에는 분명했다.
과묵한 검사 남편도 브라운관에 시선을 고정한 채 한마디 거들었다.
“이거 재밌다? 이야⋯. 무슨 영화 같어.”
“감독 전작이 ‘소철않’이야. 당신 그것도 좋아했잖아.”
“정말? 감독 이름이 뭔데?”
“도래원.”
“도래원? 기억해둬야겠네.”
지이이이잉——
배미란 사장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했고,
[윤혜심 언니]그녀는 액정에 뜬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방으로 들어가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윤혜심은, 30여년 전 배미란이 SBC에 입사에서 조연출하던 시절부터 언니 동생 하던 60대 초반의 배우로,
머지않아 원로 배우의 대열에 들어갈 그녀였지만 아직도 소녀 같은 사랑스러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혜심 언니이이! 무슨 일이야?”
– 별일은 아니고, 페르소나 재밌게 보고 있다고. 간만에 너네 드라마 중에 수작이 나왔다, 얘.
“그거 괜찮지?”
– 민세라. 미란이 널 많이 닮았더라. 새까만 눈동자가 초롱초롱한 게···.”
“··· 고마워 언니. 정말이지, 언니는 내 평생의 대나무숲이다.”
– 배미란이도 이제 늙은 거야? 새삼스럽게 왜 그래? 낯간지럽다, 야!
“치이···. 언니는 여전하네.”
– 그나저나 민세라. 요 며칠 떠들썩한 소문은··· 진짜냐? 아니지?
“아니래. 세라네 소속사에서도 나선다는 거 같아. 우리도 힘 보태려고.”
– 아니지? 루머일 줄 알았다. 가만 보면 이 업계에는 꼭 빈 수레가 요란해?
“내 말이! 두고 봐! 우리 딸 눈에 눈물 빼게 한 연놈들, 내가 아주 피눈물 나게 해줄 테니까!”
– 세라, 잘 서포트해서 키워봐. 배우로서 대성할 싹수가 보이니까.
“고맙다, 언니야! 언니는? 복귀 안 해?”
– 어. 안 한대도. 그거 그만 물을 때도 되지 않았니, 배미란?
“아까워서 그러지! 언니 그 재능을 방구석에서 썩히고 있는 게!”
– 재능은 무슨···.
“정말 안 할 거야? 연기?”
– 어! 안 해! 자꾸 그런 얘기할 거면, 끊어!
그렇게 소리치며 정말로 전화를 끊은 윤혜심이었다.
“이러다 아까운 배우가 또 한 명 가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미란이가 나서서 확실하게 신경 좀 써주면 좋겠는데···.”
사실 윤혜심의 지금 페르소나 3화를 보며 재능있는 배우가, 허튼 루머 때문에 망가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 마음에 배미란에게 연락을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