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14
그녀가 물티슈로 어깨와 머리칼을 닦으며 모자를 벗었다.
“감독님은 저 안 미우세요?”
“······.”
“솔직히 원망하고 계시죠? 제가 문걸즈 멤버 괴롭혔다는 거···. 그거 때문에 우리 드라마에도 피해가 올 거예요.”
래원은 민세라의 말에 동요하지 않은 채로
무심히, 당연하다는 듯 다음 말을 내뱉었다.
“세라 씨가 괴롭힌 거 아니잖아요.”
이에 민세라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세상 모두가 그녀를 의심하고 탓하고 손가락질하는 지금,
단 한 사람만이 자신을 믿어주고 있었으니까.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07화 – 리디북스
“감독님이 어떻게?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제가 괴롭힌 거 아니라고···.”
“··· 왠지 그럴 것 같아서요. 제가 사람 볼 줄 알잖아요.”
래원이 쿨하게 웃어 보였고,
민세라가 뭐라 대답을 이으려 했지만,
어느덧 검색대 줄이 짧아져서 민세라와 래원의 차례가 되었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한 후에,
민세라는 한결 밝아진 얼굴로 래원에게 답했다.
“저 믿어주는 사람이 한 명은 있네요. 힘내서 싸울게요. 우리 드라마를 위해서라도!”
아직 머리칼 일부에 못다 닦은 날달걀을 축축하게 묻힌 채로, 씩씩하게 웃으며 의지를 보이는 민세라.
전생과는 많이 달라진 그녀의 강인한 태도와 당찬 목소리에, 래원은 더욱더 그녀를 응원하고 돕고 싶어졌다.
* * *
제주 공항에 도착한 팀.
한라산에서 초반 촬영이 있을 예정이라,
이 근처 호텔에 다 같이 짐을 풀었다.
호텔 방을 배정하는 시간.
래원은 일부러 민세라의 바로 옆방 키를 집었다.
오늘은 촬영이 없는 대신 한라산 등반을 하며, 2주간의 로케이션을 대비해 몸을 풀고 한라산 촬영지를 답사하는 스케줄이었다.
하지만 촬영팀은 오늘 일정도 허투루 쓸 수 없다면서 구태여 장비를 챙겼다.
며칠 후에 있을 백록담 드론 촬영을 시험 삼아 하기 위해서였다.
다같이 촬영 버스를 타고 영실 통제소까지 진입했다.
한라산 영실 코스는 차량 진입을 가장 높은 곳까지 할 수 있는 구간이며,
등산 초보자에게도 적합한 코스였다.
“날씨 좋다.”
“단풍 미쳤네요! 화면 잘 나오겠네!”
한라산의 가을은 어느 곳을 봐도 화보 그 자체였고,
래원은 배우와 스텝들의 신난 반응에 괜스레 뿌듯했다.
‘그럼. 내가 얼마나 힘들게 따낸 로케이션인데!’
수십 명의 팀원들이 영실 코스 등산을 시작했다.
등산을 좋아하지 않거나 힘을 아껴둬야 하는 사람들은 중간 지점까지만 함께하고 쉬었다.
래원을 비롯한 연출부와,
신영진 촬영 감독을 필두로 하는 촬영팀,
그리고 배우 함현우와 장모건은 끝까지 산을 올랐다.
차에서 내려 출발한 지 3시간쯤 지나자,
영실 코스의 최고봉이 나왔다.
백록담까지 오르지는 못하지만,
윗세오름 대피소와 남벽 분기점까지 올라, 해발 1,600~1,700m 쯤에서 드론을 날려 백록담 전경을 담을 수 있었다.
물론 사전에 제작사와 연출부가 협조 요청을 받아둔 상태였기에 가능했다.
한라산 상공에서 드론이 담은 백록담의 모습은 말 그대로 진풍경이었으나,
가을의 백록담은 바닥이 많이 드러난 상태였다.
“이건 CG 처리해야겠네요.”
백록담 수위가 낮은 것만 옥의 티였고, 나머지는 완벽했다.
주위의 맑은 하늘 경관과 구름이 백록담과 어우러져, 무협 웹소설이나 중국 무협 영화에 나올 법한 풍광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도 감독님, 저희 [요한]이랑 [유진]이 연기는 소천지에서 찍고, 백록담만 찍은 촬영분이랑 합성하고 CG를 덧입히신다는 말씀이시죠?”
“맞아요, 현우 형. 잘 이해하셨어요.”
지난 제주도 로케이션 답사를 하며 매니저와 합의한 가장 최선의 방식이 이것이었으니까.
촬영팀과 CG팀 역시 동의한 최선이었다.
오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팀은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하산하여,
근처에 딱새우로 유명한 횟집을 찾았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2주간의 로케이션 촬영. 안전하게! 끝내주게! 잘 찍고 돌아갑시다!”
래원이 팀의 수장으로서 한마디 한 후, 함께 잔을 부딪쳤다.
“잘 먹겠습니다!”
“딱새우 진짜 맛있네!”
“와···. 살살 녹는데요?”
다들 정신없이 먹기 바쁜 와중에,
횟집 벽면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 배우 민세라 씨가 과거 ‘문걸즈’ 활동 당시에 저지른 따돌림 가해에 대한 추가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과거 원더빅 엔터테인먼트에서 문걸즈 매니지먼트를 맡았던 직원의 진술 파일을 저희 Y뉴스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이에 횟집을 가득 메운 팀의 모든 테이블이 순식간에 싸해졌다.
다들 민세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민세라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뒤이어 TV에서 음성 변조된 녹취가 흘러나왔다.
– 모든 스케줄, 식사, 안무, 보컬 배분 전부 세라 위주였어요. 비위를 안 맞춰주면 다른 멤버들한테 화풀이하거나, 무대에 안 선다고 난리 치기도 했고, 세라 팬덤이 제일 커서 회사에서도 눈 감아 줄 수밖에 없었죠. 제일 피해를 본 건 아무래도 팬덤이 작은 주디였고요. 이 바닥이 그렇거든요. 인기가 곧 권력이에요.
민세라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부들부들 떨다가,
“먼저 일어날게요. 내일 뵙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매니저와 함께 나섰다.
팀원들은 웅성웅성하다가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하지만 밥맛이 뚝 떨어진 래원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뭔가 하긴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섣불리 움직일 단계는 아직 아니잖아. 이런 케이스에서 역공에 성공하려면 상대의 급발진을 조금 더 기다려야 하니까.’
그러다가 좋은 생각이 난 듯
서울에 있는 래미에게 문자를 보냈고,
다행히 래미가 바쁘지 않았는지 바로바로 답장을 해줬다.
[래원] 래미야, 어제 민세라 이슈 터진 거 원더빅 사내 분위기는 어때? [래미] 사실 잘 몰라ㅠㅠ 언급 금지 분위기고, 일단은 섣불리 대응하기보다는 지켜보자는 것 같아ㅠㅠ [래원] 정말 민세라가 주디를 따돌렸는지, 너네 매니저나 직원들 통해서 알아봐 줄 수 있어? [래미] 웅, 알아볼게! [래원] 특히 다른 멤버 5명이나, 오늘 폭로한 예전 직원이 지금 원더빅이랑은 관계가 어떤지, 재계약 정황 같은 것도 좀 파악해줘! [래미] 오키오키. 오빠가 생각하는 건 뭔데?래원은 낮은 한숨을 몰아쉬며,
휴대폰을 든 손가락을 다시 움직였다.
[레원] 내가 보기에는 지금 민세라가 억울한 상황인 거 같거든.* * *
“컷! 오케이! 풀샷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바스트 딸게요! 동생을 잡으러 쫓아가는 [유진(요한)] 먼저 따겠습니다. 모건이, 바로 준비해줘!”
다음 날,
한라산 영실 코스 내의 ‘조릿대 숲’.
팀은 숲속에서 추격전을 벌이는 두 형제를 담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히 오늘은 민세라 촬영분이 없었고,
함현우와 장모건 분량만 있는 날이었다.
촬영장의 그 누구도 일부러 민세라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현재 SBC나 보라뱀 미디어 홍보팀에서도 상황 추이를 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었다.
때문에 로케이션을 나온 현장 팀에서는 그저 촬영을 잘 해내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하지도 관여하지도 않는 게 맞았다.
추격하는 [유진(요한)] 샷.
이번 테이크는 타이트 바스트로 잡으며 진행됐다.
숨 가쁘게 수풀을 헤치는 장모건.
래원은 배우의 실제 연기와 모니터 속에 잡힌 화면을 비교해서 보다가,
“컷!”
마침내 외쳤다.
“너무 좋다. 화면이 더 사이코처럼 잘 나왔어. 모건이는 이걸로 끝내도 될 것 같은데?”
“아, 감독님. 한 번만 더 가주세요! 딱 한 번만이요!”
하지만 숨을 헐떡이던 장모건은, 뭔가가 아쉬웠는지 재촬영을 부탁했다.
그렇게 배우의 요구에 따라 두어 번 추가 테이크를 간 후,
“컷! 이제 진짜 오케이! 수고하셨습니다. 잠깐 쉬었다가 [요한(유진)]이 도망가는 커트 갈게요! 현우 형, 준비해주세요!”
그렇게 팀원들은 한라산의 단풍을 구경하며 잠시 숨을 돌렸다.
돌연,
“헐! 대박!!!”
조연출이 두 눈이 튀어나올 듯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고,
이에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며 조연출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뭔데? 뭐야?”
“뭔일 터졌어?”
“조감독, 속 시원히 말해봐!”
혹여 민세라 관련해서 추가 사건이 터진 건가 싶었는데,
“비투페라토르! 블로그에 우리 평론이 떴어요! 그것도 엄청 우호적으로!”
“우왁!!! 진짜?”
“대박! 아직 2화까지밖에 방영 안 했는데?”
“어디 좀 보자!”
예상치 못한 희소식에 모두가 반색하며 각자의 휴대폰을 들었고,
래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 내가 너인가, 네가 나인가. 우리는 타인과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한평생을 보낸다.
비투페라토르의 평론은 제목부터 의미심장했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우호적이다 못해서 극찬하는 논조였다.
「 ···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미덕은 ‘도전’에 있다. 방송사와 제작사는 드라마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결단력있게 주 1회 방영에 90분 러닝 타임을 택했으며, 세 명의 주연 배우 함현우/장모건/민세라 역시 기존에 해오던 연기 스타일과는 전혀 다르거나 정반대의 과감한 연기 변신을 꾀하고 있다. ··· (후략) ··· 」
뿐만 아니라,
막장 드라마의 대모인 옥영임 작가의 서스펜스 장르 도전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으며,
래원의 연출적인 모험과 색다른 시도까지 캐치하여 상세히 언급해주고 있었다.
「 ··· 도래원 감독은 이번 드라마에서 시청률 보다는 작품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전작과 달리 쉽고 평이한 구성을 탈피하고, 과감한 면모를 드러낸다. 이를테면 2화 화재 씬에서 타협하지 않고 실제로 불을 질러 세트장을 태웠으며, 두 형제의 영혼이 바뀌는 장면은 고난이도 CG 기술을 도입해 난해하게 비칠지도 모르는 우려를 뒤로하고 과감히 미학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덕분에, 한 주의 분수령 같던 수요일이 이제는 즐거운 요일이 되어 기다려진다. 」
“이런 때에 시기적절하게 선물을 안겨주다니···.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야겠네.”
김포 공항을 떠난 후로 안 좋은 소식만 듣다가 간만에 래원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됐다.
이 같은 래원의 혼잣말을 뒤에서 조연출이 듣고는 되물었다.
“와! 도 감독님, 비투페라토르한테 인사요? 아는 사이세요? 그 사람, 누군지 아세요?”
순간, 래원은 놀란 기색을 애써 감췄다.
“아, 아니. 그.. 그냥 홍보팀 통해서 감사 인사하겠다는 말이지···.”
“저는 또···. 도 감독님 발이 워낙 넓으시니까 비투페라토르도 아시나 했네요.”
“그.. 그걸 어떻게 알겠냐!”
“그러니까요. 완전 베일에 싸여있잖아요.”
“됐고, 이제 슛 들어갈 준비나 해라!”
래원은 말을 돌린 후,
조연출이 팀원들에게 ‘곧 슛 들어갑니다!’라고 소리치며 다닐 동안,
비밀 친구에게 메시지를 넣었다.
[래원] 차여름 작가님, 잘 봤어요. 좋은 글 정말 고마워요. 지금같은 시기에 우리 팀에 큰 힘이 될 것 같네요!* * *
솨아아아——
이튿날.
기상 예보에는 없던 갑작스러운 폭우로
창밖은 잔뜩 흐렸고 내내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때문에 오늘 촬영은 취소됐다.
래원은 호텔 방에 누워서 콘티를 점검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집중이 잘 안 될 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것 정도였다.
그렇게 오전 내내 침대에서 빈둥대던 래원은 휴대폰 포털 사이트 화면을 보고는,
순간 용수철처럼 벌떡 튀어 올랐다.
실시간 검색어
1위. ‘민세라’
이를 클릭하자,
지금 막 새로운 소식이 떴는지 관련 기사가 주르르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 前 문걸즈 스타일리스트, 3차 폭로 “문걸즈는 민세라와 아이들이었고 그녀의 말에 모두 복종.” ]ㄴ 성깔 더럽다는 카더라는 예전부터 있었잖아ㅋ 레알이었나봄ㅋ
ㄴ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안남ㅇㅇ
ㄴ 민세라 인성 개쓰레기
[ 스타일리스트의 증언, “예쁜 의상이나 스타일링은 항상 민세라 차지. 주디는 찬밥 신세.” ]ㄴ 민세라 항상 센터였던 이유가 있었네
ㄴ 소오름! 혼자 빛나야 하는 공주 납셨어
ㄴ 얼굴 다신 안 보고 싶다!
ㄴ 페르소나도 하차각?
민세라를 향해 날 세운 여러 기사와 악플들.
래원은 어이가 없었다.
“와···.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점점 더 가관인데?”
그때,
조연출이 래원의 호텔 방 벨을 눌렀다.
띵동—
– 감독님! 식사하러 가시죠!
* * *
오늘 늦은 아침이자 이른 점심 메뉴는
호텔 근처 맛집의 고사리 해장국.
서울에서는 먹을 수 없는 별미였고,
오늘 날씨에도 제격이었다.
솨아아아——
래원은 신영진 촬영 감독님을 비롯한 촬영팀과 조연출들과 함께,
창밖의 시원한 빗소리를 배경 음악 삼아 식사를 했다.
“도 감독, 기사 새로 뜬 거 봤어? 민세라 말이야.”
“아···. 네.”
그간 이 사안에 대해 줄곧 침묵을 지키던 신영진 촬영감독의 물음.
래원이 그저 짧게 대답했고,
그러자 신 감독과 다른 스텝들이 저마다의 넋두리를 하기 시작했다.
“쉽게 잠잠해질 거 같지가 않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