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43
동양권 국가 중 가장 수상 가능성이 유력한 팀이었고 그것이 이같은 관심으로 나타나는 듯했다.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나니,
어느덧 메인 시상식의 전야제였다.
일종의 네트워크 파티였다.
언론사는 싹 빠지고, 각국 제작사나 감독 및 배우들과 함께 하는 자리.
2년 전 에미상 전야제에서 인사했던 영미권 방송사 프로듀서의 얼굴들이 보였다.
래원도 그들도 서로를 알아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달라진 것은 그때의 래원은 20대였고 지금의 래원은 30대라는 것이었고,
뿐만 아니라,
“(K스타, K무비, K웹툰에 이은 K드라마 열풍이 예견되는데요, 지금 도래원 감독의 행보가 그 초석을 다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회 되면 저희 방송사랑도 작업해 주십시오.)”
래원을 향한 영미권 프로듀서의 태도가 2년 사이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것 역시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었다.
그들 중에는 래원에게 비지니스 명함 대신 개인 연락처를 주는 이도 있었기 때문이다.
래원에게는 생경한 경험이었다.
예상치 못한 관심을 받아서인지,
지금 래원의 코끝에 살랑살랑 불어오는 지중해성 기후의 밤바람 때문인지,
아니면 어느새 두 잔째 마시고 있는 최고급 와인 때문인지 래원의 기분은 날아갈 듯이 좋았다.
래원이 계속해서 와인을 홀짝이고 있는데,
누군가 래원의 곁에 다가와 말을 걸었다.
“(도래원 감독님?)”
“(네. 맞습니다.)”
악수를 청하는 그.
“(도 좋았지만 을 정말 진심으로 감명 깊게 봤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The Boys Never Grow Up.
래원의 전작인 였다.
“(특히 보욜라 선생님의 출연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분의 카메오 출연, 100년 된 가게와 작업실이 그대로 나온 것··· 모두 다요!)”
그가 자신의 가죽 지갑을 꺼냈다.
“(제가 성인이 되던 해에 보욜라 선생님께 선물로 받은 지갑입니다. 보욜라 선생님의 가죽은 해가 지날수록 빛바래는 게 아니라 더욱 숙성되죠. 이런 게 진짜 ‘예술’인 것 같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더욱더 상기되었고,
래원은 그저 미소로 화답할 뿐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도래원 감독님을 직접 뵙고 너무 흥분했네요.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그가 래원에게 명함을 건넸다.
——
다리오 소렌티노
[ 스튜디오 까날 쁠뤼(Canal +) ]——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스튜디오 까날 쁠뤼’의 드라마 본부장, 다리오 소렌티노 입니다.)”
순간,
래원의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스튜디오 까날 쁠뤼’.
프랑스에 뿌리를 두고 있는,
유럽 최대의 드라마 및 영화 제작사로
유럽 연합 출범 후 그 영향력은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었다.
“(당장이 아니라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도래원 감독님과 작업하고 싶습니다. 프랑스어권, 이탈리아어권, 독일어권, 영미권···. 뭐든 상관없습니다. 감독님께서 원하는 문화권의 스텝과 배우들을 꾸려드릴 수 있습니다.)”
래원의 손을 맞잡은 다리오의 손에서 진심이 느껴졌고, 다리오의 눈빛 역시 간절함이 담겨있었다.
“(도 감독님께서 하고 싶은 작업을 마음껏 하실 수 있게 저희 스튜디오가 지원해드리겠습니다.)”
다리오의 목에서 침이 꼴깍 넘어갔다.
그는 래원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34화 – 리디북스
래원은 ‘스튜디오 까날 플뤼’의 로고가 새겨진 그 명함을 유심히 보다가, 이내 품속에 소중히 챙겨 넣었다.
“(다리오 본부장님,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벌써부터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것 같네요.)”
다리오 소렌티노가 몸을 앞으로 기울며 래원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다만, 제가 만족시켜야 할 한국 시청자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자국민의 마음을 오롯이 사로잡는 감독으로 자리 잡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건 그다음에 시도해야 될 것 같습니다.)”
다리오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그는 곧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미소지었다.
“(듣던 대로 네요, 도래원 감독님. 겸손하시고 욕심이 없으십니다.)”
“(하하하. 좋게 생각해주시니 쑥스럽습니다. 제가 감히 본부장님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는 뜻입니다.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해했습니다. 때가 되거든 언제든 연락주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유럽의 브라운관을 장악할 감독님의 드라마, 저희 스튜디오와 함께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래원은 활짝 웃으며 대답을 대신 했다.
지금 래원은 다리오의 앞에서 꿈을 꾸는 듯했다.
전생에는 단 한 번도 꿔본 적 없는 달콤하고 설레고 포근한 꿈을 말이다.
전야제 내내 래원은 최고급 와인과, 최고의 인사들에게 둘러싸여 행복한 밤을 보냈다.
그리고 이튿날,
드디어 제63회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벌의 본격적인 행사가 며칠에 걸쳐 이어졌다.
‘몬테카를로 베이’에서 본선 노미네이트 작품들의 상영회와 살롱이 펼쳐졌다.
둘째날 상영작 중에는 SBC 도 있었다.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벌의 골든 님프상(The Golden Nymph Awards).
가 노미네이트 된 분야는, 픽션 카테고리의 TV 미니 시리즈 부문 ‘베스트 크리에이션’ 이었다.
래원과 민세라, 함현우 그리고 장모건은 몬테카를로 일정 동안 두 장의 베스트 포토를 남겼다.
첫 번째는,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벌’ 로고가 잔뜩 박힌 포토존 앞에서 넷이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한국인의 아름다움을 유럽인들 앞에서 뽐낼 수 있었던 사진으로 각종 언론의 연예면에 대서특필 됐다.
두 번째는,
골든 님프상(The Golden Nymph Awards) 트로피를 거머쥐고 인사를 하는 네 사람의 모습이었다.
“래원 감독님, 해낼 줄 알았어요!”
“덕분에 이렇게 모나코까지 와보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독님.”
트로피를 거머쥔 래원.
래원을 둘러싸고 오른쪽 팔짱을 낀 민세라, 뒤에서 어깨를 주무르는 함현우, 왼쪽 팔짱을 낀 장모건까지.
이 사진은 한국의 각종 포털 사이트와 연예 뉴스 탭 1면을 장식했다.
많은 언론이 의 수상을 긍정적으로 점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SBC의 작품 중에서는 다큐멘터리로 몬테카를로의 골든 님프상을 받은 전적이 있었으나,
미니 시리즈 드라마로는 첫 수상이었기에,
이 소식이 발표되자마자 SBC 드라마국은 발칵 뒤집혔더랬다.
모나코보다 7시간 빠르게 사는 한국이기에,
늦은 새벽 밤부터 드라마국의 각종 단톡방에 불이 났다.
사실.
SBC 드라마국이 난리가 난 것은 비단 래원의 수상 소식 말고도 다른 이슈가 하나 더 터졌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래원의 귀국과 동시에 래원에게 전해지게 될 이슈였다.
몬테카를로에서의 수상 이후,
후속 라운드 인터뷰도 이어졌다.
역시 이번에도 유능한 통역사가 열일해준 덕에 팀은 수월하게 많은 질문을 소화할 수 있었다.
드라마는 작가에게 유독 많은 관심을 보이는 국내 언론과는 달리, 유럽의 프레스는 감독의 연출력과 관련된 질문을 다수 던지며 래원에게 주목했다.
기나긴 일정을 마친 래원과 ‘페르소나’ 팀.
겨우 얻어낸 휴식 시간에도,
래원의 휴대폰은 불이 난 듯 계속해서 울려댔다.
개인적인 축하 인사와, 각종 언론사나 투자사 및 제작사에서 보내오는 메시지 등등이 뒤섞여 있는 듯했다.
래원은 휴대폰 진동 소리를 자장가 삼아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다.
다음 날.
눈을 뜬 래원은 지난 메시지를 확인할 여유도 없이 다음 캐나다 밴프의 일정을 향해 비행기에 올라타야 했다.
모나코의 파란 지중해, 요트들이 즐비한 항구, 아름다운 성당들을 뒤로하고 말이다.
래원은 세상 모든 여유를 간직한 듯한 이곳이 그리울 것 같았다.
스케줄이 치여서 제대로 즐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음에 오면 여행만 마음껏 해보고 싶다. 우리 래미 데리고 오거나··· 아니면 훗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다시 와야지.”
* * *
캐나다 캘거리 공항에 도착해서,
2시간 남짓 셔틀버스를 타고 달리자 만년설과 로키산맥이 보였다.
전에도 본 적 있는 광경이었다.
3년 전 이맘때에도 이곳에 왔었다.
, 그리고 김윤하 작가와 함께.
캐나다 밴프의 6월은 모나코보다는 쌀쌀했다.
서울의 3월과 비슷한,
따스하지만 쌀쌀한 그 익숙한 설렘이 느껴졌다.
모나코에서 이곳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래원은 마인드 컨트롤을 했더랬다.
‘괜히 들떠서 당장 눈앞의 을 망쳐서는 안 돼. 까지 잘 해내야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거 알잖아···.’
래원도 사람인지라 자꾸만 우쭐해지려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스튜디오 까날 쁠뤼의 다리오, 스튜디오 다이아의 홍 대표나 이선필···. 이런 국내외 큰 손들이 나한테 러브콜을 보내는 것도 신작을 망치면 다 소용없어지는 거다. 이미 지나온 작품으로 지금 오바해서 들뜰 필요 없어. 아마추어도 아니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은 기우였음을,
래원은 캐나다에서 서울 인천공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3년 전 제42회 밴프 로키 어워즈와는 달리,
이번 제45회에서는 아무 수확이 없었기 때문이다.
허나 래원이 아쉬워할 사이도 없이
이를 두고,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들도 앞다투어 보도를 내놓았다.
마치 래원 대신 한 목소리를 열을 내주는 것 같았다.
[ 밴프 로키 어워즈, 몬테카를로 골드 님프상 수상자는 의도적으로 배제시킨 것? 해명 불가피 ]ㄴ 의도가 넘나 투명하네!
ㄴ 해명해라! 밴프!
[ 유럽권이 인정한 동양인 감독에게 북미권이 때아닌 자존심을 부렸다? 논란 일파만파! ]ㄴ 서양놈들 쪼잔하긴ㅋ
ㄴ 크으! 검은 머리 천재 K감독!
ㄴ 이게 말이야 방구야?
ㄴ 거기도 상을 돌려먹냐?
ㄴ 시상식이 무슨 자선 사업임? 왜 아무한테나 기회를 줌?
ㄴㄴ ㅇㄱㄹㅇ 개 어이ㅋㅋㅋ
ㄴㄴ 내 말이ㅋ 실력 있는 팀한테 주는 게 상 아님?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모나코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벌과
캐나다 밴프 월드 미디어 페스티벌은,
매년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데다가 서로 다른 대륙과 문화권에서 개최하는 것이라
분명히 서로를 의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래원은 인천 공항에 도착하기 전에 이 같은 여론을 파악한 뒤였기에,
오히려 에 집중할 수 있었다.
때문에 귀국하는 기내에서는 대본과 콘티를 펼쳐놓고, 당장 내일부터 찍을 ‘라라 랜드’ 촬영 장면을 점검했다.
‘워커 홀릭이야, 뭐야.’
한 칸 떨어진 옆 좌석에서 래원의 모습을 힐끔힐끔 염탐하고 있던 민세라.
래원의 열정에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그 모습이 싫지 않았기에,
어느덧 민세라도 차기작 영화 대본을 펼쳐서 읽기 시작했다.
18시간의 비행을 마친 후,
래원과 ‘페르소나’ 팀은 무사히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출국장 문이 열리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연예부 기자들이 달려들었다.
찰칵찰카카칵칵——
치치치이이익칙칙——
끝없이 울려대는 카메라 연사 셔터음,
그리고 강렬하게 빛나는 플래시까지.
팀을 향한 관심과 축하의 방증처럼 느껴졌다.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드는 프레스를 통솔하고 정리한 것은, 바로 홍보팀이었다.
“내일 보도자료 뿌릴 예정입니다. 라운드 인터뷰도 따로 잡을게요. 도래원 감독님과 배우분들이 당장 촬영 스케줄이 있어서, 오늘은 간단히 인사만 드리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제 래원의 시상식 일정에는 매번 전용 홍보팀이 만들어졌다.
이것은 분명 전에 없던 서포트였다.
덕분에 래원은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되었고,
예의 환한 미소로 묵례를 하거나 손을 흔들어주기만 하면 됐다.
대신 래원의 머릿속은 이제 다시 으로 가득 충전된 상태였다.
정신없이 공항을 빠져나와 홍보팀이 마련해 준 밴에 올라탄 래원.
지이이이잉——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연신 울려대던 래원의 휴대폰 발신자는 다름 아닌, 황태수 국장이었다.
래원은 한숨 돌린 후 전화를 받았다.
“네, 선배. 저 이제 인천 공항에서 출발해요.”
– 래원아.
전화 너머로 황태수가 의미심장하게 래원의 이름을 불렀다.
“네?”
– 좋은 소식, 나쁜 소식. 뭐부터 들을래?
이것은, 인류 최대의 난제!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에 비견되는 질문이었다.
래원은 잠시 고민하더니,
“매를 먼저 맞죠. 나쁜 소식부터 들을게요.”
– ··· 하인혁이가,
곧바로 훅 들어온 이름 석 자에,
래원이 침을 꼴깍 삼켰다.
– 사표 썼다. 그 하인혁이가 사표를 썼어! 놀랍지 않냐?
래원은 순간 의문이 들었으나,
‘그러니까, 이게···. 하인혁이 사표 쓴 게 나쁜? 소식이라고?’
속내를 감춘 채 되물었다.
“인혁 선배가 사표요···? 왜요?”
– 휴우···. 래원아, 놀라지 말고 들어라. 하인혁 그 새끼가 글쎄···. 하아···.
래원은 황태수가 뜸을 들이는 이유를 알 것 같았으나 재촉하지 않고 잠자코 귀를 기울였다.
– 하인혁이 신입 임현서 데리고 장난질을 쳤지 뭐냐? 너네 팀에 임현서를 순순히 보냈던 게, 그게 다 프락치로 심어둔 거였지 뭐냐!
“아···.”
래원은 이미 아는 사실이었기에 대수롭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