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42
“너 머리 좋은가보다?”
“아⋯. 선배님 콘티가 워낙 좋다보니까요⋯.”
임현서는 첫 번째 덫이자 테스트를 보기 좋게 통과했다.
그렇게 오늘 촬영은 무사히 이어질 수 있었다.
촬영이 모두 끝난 후.
래원은 그다음 두 번째 라운드를 위해 임현서를 불렀다.
“현서야.”
“넵! 래원 선배님!”
임현서가 부리나케 뛰어왔다.
“나 몬테카를로랑 밴프 다녀온 직후 일정 말이야. 그거 지금 헌팅지 섭외 중이잖냐?”
“넵!”
“그중에서 놀이 공원 헌팅지는 결국 어떻게 하기로 했냐?”
“아⋯. 그 건은 형님 조연출들이 조율 중이신데요, 제가 알기로, 용인 ‘라라랜드’는 그 기간에 썸머 페스티벌이 있어서 협조가 힘들다고 회신 왔고요, 잠실 ‘엘리월드’는 우리 드라마 투자사랑 라이벌 관계라 승낙이 안 날 것 같습니다.”
래원은 미간을 있는 대로 잔뜩 찌푸리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하아⋯. 안 되는데⋯. 그거 그때 찍어야, 예고편에도 넣는데⋯.”
놀이 공원 씬은 드라마의 주요 등장인물인,
[고필우], [서울 주민], [급식 누나]와 [학식 동생] 그리고 [심덕분]까지 모두 등장하는 장면이라 예고편에 넣기 딱 좋았기 때문이다.“아니, 그거 지금 몇 주째 매달리고 있는 거 아니야? 아직도 결론이 안 나면 어쩌자는 거냐?”
“⋯⋯.”
“안 되겠다. 현서야, 그거 오늘부로 네가 맡아라.”
“⋯ 네에?? 형님 조연출들도 지금 속수무책인 걸, 제가요?”
“어. 너라면 할 수 있을 것 같거든.”
“⋯하하. 래원 선배님, 저한테 너무 과한 기대를 갖고 계시는 건 아니실까요?”
“아니. 현서야, 난 네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너 지금껏 내가 시킨 거, 다 잘해냈잖냐.”
“그거야⋯.”
그랬다.
임현서가 처음 조연출이 되어 이 팀에 들어왔을 때는, 하인혁이 시킨 것 때문에 도래원의 눈에 들고자 뭐든 이 악물고 해냈고.
나중에는, 진심으로 도래원이 시키는 것이라면 뭐든 해내고 싶었기에, 도래원의 칭찬을 듣고 싶었기에,
임현서는 젖 먹던 힘까지 써서 주어진 일을 해냈더랬다.
“1주일 줄게. 놀이공원 헌팅지 섭외 무슨 수를 써서라도 현서 네가 따내라. 용인 라라랜드든, 잠실 엘리월드든.”
이 같은 래원의 지시는 꽤나 확고했기에,
“⋯ 네⋯.”
임현서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겨우 대답할 뿐이었다.
래원은 빙긋 웃었고,
쐐기를 하나 더 박아 임현서를 자극해보기로 했다.
“현서야. 너, 이번 것만 잘 해내면, 내 다음 작품 1번 조연출 시켜줄게. 넌 그럴 능력이 되니까.”
그 순간.
임현서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어떻게든 해내야 할 이유가 생겼으니까.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33화 – 리디북스
* * *
1주일 후,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고 퀭한 얼굴의 임현서가 래원의 집 앞에 찾아왔다.
“래원 선배님, 제가 해냈습니다! 라라랜드! 헌팅지 섭외 완료했습니다!”
임현서의 푸석푸석해진 얼굴이 그간 그의 고생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그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임현서는 지난 1주일 동안 부모님의 인맥과 사돈의 팔촌은 물론 학교 선후배들까지 동원해서 ‘라라 랜드’의 운영 본부장 및 홍보팀 팀장과 사적인 자리를 마련했다.
“아, 래원 선배님의 이름을 쪼금.. 아주 쪼금 팔긴 했어요.”
용인 ‘라라 랜드’의 홍보 차원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며 본부장과 팀장을 구슬린 것.
임현서는 래원이 전작으로 백상 예술대상을 타고, 굴지의 세계 미디어 페스티벌에 노미네이트 됐다는 것을 들먹이기도 했다.
임현서가 입에 모터를 달고 설득한 결과,
‘라라 랜드’는 썸머 페스티벌 일정을 1주일 뒤로 미루면서 의 협조 요청에 응해주었다.
‘임현서, 이 새끼 제법인데···?’
래원은 순간 임현서에게서 과거의 자신을 보았다.
드라마를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고 덤비던 어린 날의 도래원을 말이다.
임현서는 래원의 칭찬을 받고 싶어서 꼬리를 살랑거리는 삽살개 마냥 래원을 쳐다보았다.
래원은 대답 대신 차에서 서류 파일 하나를 꺼내어, 그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열어 봐.”
서류 파일을 열어본 임현서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의 남은 16부까지 연출 노트 및 핵심 장면 콘티였다.
중간중간에 팀의 기밀이자 래원의 핵심 편집 비법이 적혀있기도 했다.
예고편 전략이나,
매주 짝수 화의 엔딩점에 대한 계획 같은 것이었다.
바로 이것이 래원이 임현서에게 행하는 마지막 테스트였다.
래원은 임현서의 얼굴을 살폈다.
‘임현서, 지금 이거 그대로 가지고 가버리면 넌 끝이야. 나가리라고.’
임현서의 얼굴에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으나, 그는 이를 애써 감추려 들며 래원에게 물었다.
“이..이게 다 뭡니까?”
“뭐긴. 보는 대로지. 나 내일 출국하잖아. 혜영이네 B팀 서포트하면서 이거 갖고 정리하면서 공부하고 있으라고.”
“······.”
“그래야 내가 다음 작품 1번 조연출을 너한테 안심하고 맡기지.”
“그.. 래원 선배님···.”
“왜? 무슨 문제 있어?”
임현서가 횡설수설했다.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이런 기밀은 저나 다른 사람한테 맡기지 마시고 직접 관리하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어차피 예고편 엔딩점 편집은 선배님께서 직접 하실 거잖아요.”
“같은 팀인데 뭐 어때.”
“유출될 수도 있잖습니까. 배우들이나 다른 스텝들이 보게 되는 것도 우려되고요···.”
“왜? 누가 다른 팀으로 빼돌리기라도 한대?”
래원은 의미심장하게 눈을 빛내며
임현서를 노려보았다.
이에, 임현서의 얼굴이 사색이 되더니
털썩—
래원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 뭐하냐, 임현서?”
임현서가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서..선배님··· 흐흑··· 제..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는 그저··· 입사하자마자 저를 거둬둔 게··· 하..하인혁 선배님이라서··· 뭐가 옳은지, 뭐가 맞는 건지도 모르고···”
그렇게 래원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으며 사죄하는 임현서.
하인혁이 임현서 자신을 래원의 팀에 스파이처럼 심어놓은 것, 그가 그간 자신에게 지시했던 모든 것을 말이다.
물론 이는 래원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래원에게 중요한 것은,
임현서가 하나도 빠짐없이 자백했다는 것이었다.
“현서야, 그만 울어.”
“··· 넵. 죄송합니다, 래원 선배님···.”
임현서가 눈물과 콧물, 그리고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손으로 훔치며 훌쩍거렸다.
“현서 네가 네 죄를 씻을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 있어.”
“···?”
래원은 굳이 자신의 입을 더럽힐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더러운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대신 임현서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임현서는 똑똑한 놈이었으니까.
“그게 뭘 것 같아?”
* * *
다음 날,
마음의 평화를 되찾은 래원은 비행기 안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 이 비행기는 프랑스 니스 공항까지 가는 한국 항공 ***편입니다. 기장과 저희 승무원은 여러분을 목적지인 니스까지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모나코 몬테카를로는, 프랑스 남부의 니스 공항에서 기차를 타고 30분 정도 가면 나오는 곳이었다.
쪼르르——
승무원이 래원의 곁에 다가와 와인을 따라주다가,
“감독님 드라마 팬이에요. 페르소나 재밌게 봤어요. 골드 버튼도 기대 중이에요.”
수줍게 웃더니 인사를 건넸다.
“아, 하하. 감사합니다.”
래원도 가볍게 묵례했다.
잠시후,
승무원이 와인잔을 치워주었고,
래원을 실은 비행기는 굉음을 내며 이륙했다.
래원은 굉음 속에서 임현서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바로 어제 저녁,
자신을 찾아온 임현서와 나눴던 대화를 말이다.
위이이이이이이잉———
.
.
“제..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만회할 기회를 주십시오!”
“만회할 기회?”
“선배님께서 귀국하시기 전까지 제가 전부 정리해 두겠습니다!”
“전부? 뭘, 어떻게 정리할 건데?”
“넵. 이번 사건과 관련된 하인혁 선배의 만행에 관해서··· 제가 직접, 제자리로 돌려놓겠습니다!”
“··· 내가 널 어떻게 믿냐?”
사실 래원은 임현서에게 믿음이 있었다.
그가 그간 래원에게 보여준 것도 있었고,
사활을 건 듯이 고래고래 소리치는 임현서에게서 진심이 느껴졌으니까.
때문에 이 같은 래원의 물음은 ‘널 못 믿는 나를 어떻게 믿게 할 건데?’라는 뜻이 아니라,
‘내 믿음에 어떻게 보답할 건데?’라는 되물음이었다.
이에 임현서는 품에서 하얀 종이 한 장을 꺼낸 후 래원에게 내밀었다.
사표였다.
“제가 래원 선배님 사람이라는 것에 제 모가지를 걸겠다는 뜻입니다. 만에 하나 제가 한 번 더 허튼짓하면 그거 국장님께 제출해주십시오.”
“······.”
사실 래원의 입장에서 사표 따위는 굳이 필요없었다.
임현서가 굳이 이런 것을 건네주지 않아도,
래원이 직접 하인혁과 임현서의 공작을 까발리는 순간 그들의 모가지는 날아가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하인혁의 저급한 놀음에, 래원 마저 저급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었다.
바쁜 래원에게 귀찮고 성가신 일이었고, 굳이 래원의 손에 직접 피를 묻힐 이유 또한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표를 내밀며 사뭇 진지하게 빛나는 임현서의 눈빛이 왠지 모르게 귀여웠다.
진심으로 후회하고 속죄하는 얼굴이었다.
무엇보다 래원에게 도움이 될 똘똘한 녀석이기도 했고.
“다시는 콘티와 연출 노트를 빼돌리는 일 없습니다. 제가 직접 심판대에 올려 심판받게 하겠습니다. 하인혁 선배를요.”
임현서의 목소리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SBC 드라마국에 입사하자마자, 자신을 꼬드겨 망쳐놓은 하인혁에 대한 분노 같았다.
그래도 래원은 확실히 하고 싶었다.
“그럼, 넌?”
“저를 심판해주셔야 할 분은 래원 선배님이십니다. 뭐든 달게 받겠습니다.”
“··· 그래. 일단 네가 어떻게 하는지 보자. 나 다시 한국 들어오는 날 때까지 나도 생각해볼게.”
.
.
래원은 임현서와 나눴던 이 대화를 떠올리자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떠올랐다.
어느덧 래원을 실은 비행기의 운항이 안정권에 접어들었고,
래원은 좌석을 180도로 눕히며 잠을 청했다.
비지니스 클래스의 특권이었다.
‘돌아오면 매듭이 지어져 있겠지? 하인혁 새끼는 잊고 이제 시상식 생각만 하자.’
* * *
래원은 니스 공항을 경유해서 모나코 기차역에 도착했다.
역에는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벌’ 관계자들과 익숙한 얼굴들이 래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래원 감독니이이임!!!”
민세라였다.
그녀의 옆에는 함현우와 장모건도 함께였다.
세 명의 배우는 래원보다 하루 일찍 도착해서 관광을 즐기고 있었다.
민세라의 텐션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보아 몬테카를로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듯했다.
SBC에서 지원해준 통역사도 래원에게 인사를 건넸다.
래원은 그의 손을 맞잡으며 3일간의 일정을 부탁했다.
래원의 해외 시상식 일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단막극 입봉작이었던 으로 캐나다 밴프에서 상을 탔던 바 있었고,
첫 미니시리즈 으로 미국 LA의 에미상에 노미네이트 됐었다.
하지만 이번 시상식 일정은 그때보다 조금 특별했다.
SBC는 물론 JC ENM의 홍 대표의 서포트까지 받으며 의상 팀과 메이크업 팀까지 대동한 것이다.
물론 래원도 알고 있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을 말이다.
‘홍 대표님이 ‘스튜디오 다이아’에 사활을 거시긴 할 모양이야.’
어쨌든 이제 전 세계에 이름을 어느 정도 알린 래원인지라,
세계 각국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 래원으로서는 꽤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드라마 감독으로서 작품의 퀄리티 만큼이나 보여지는 외모 또한 중요한 세상이었으니까.
첫날과 둘째 날의 일정은 배우들과 함께하는 라운드 인터뷰였다.
래원은 이번에도 화이트 슈트를 입었다.
화이트 슈트가 래원에게 잘 어울리기도 했지만 징크스처럼 되어버렸달까?
화이트 슈트를 입었을 때, 반응도 좋았고 결과도 좋았더랬다.
팀은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인터뷰와 행사 전반을 원활하게 치를 수 있었다.
“(서로를 누구보다 애증했던 쌍둥이 형제가 서로의 페르소나가 되어버린다는 설정이 흥미로웠습니다. 이로써 어떤 주제 의식을 담으려 하셨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화면의 톤이나 앵글 구성, 로케이션 등등의 미장센이 돋보이는데요, 도래원 감독님께서 가장 신경 쓰셨던 연출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남자 주연 두 분께 질문드립니다. 결과적으로 두 분 다 1인 2역을 하셨는데요,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으셨나요?)”
“(페르소나, 즉 가면을 쓰고 산다는 상징성이 드라마 전반에 눈에 띄었는데요, 예로부터 유교 문화권으로 동방예의지국의 별칭을 지닌 한국인들의 특성을 풍자한 것인가요?)”
“(이번 시상식의 수상을 어떻게 점치고 계시나요?)”
“(몬테카를로 페스티벌뿐만 아니라 다음 주 캐나다 밴프 월드 미디어 페스티벌에도 노미네이트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 드라마가 전 세계 방송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전세계 외신들의 관심이 팀에게 몰렸다.
질문이 그치질 않아서 라운드 인터뷰는 당초 예상했던 스케줄보다 훨씬 오버 되어 진행됐다.
관계자가 귀뜸해준 것에 따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