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82
‘그때 래미한테서 사라 킴을 보셨구나. 마음에 드신 모양이네.’
이제 래원에게는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무슨 말씀인지 잘 이해했습니다. 래미도 저도 원작 소설을 아는 만큼 빨리 결정해서 모레까지 회신 드리겠습니다. 지금 바로 시놉과 트릿 먼저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래원은 영화화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를 꼼꼼하게 검토하고 래미와도 진지하게 이야기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그간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래원의 통화를 잠자코 지켜보고 있었던 지혜영이 흥분하며 물었다.
“뭐야 뭐야? 래미 씨 유럽 영화 찍어?”
“글쎄···. 캐스팅 제의가 들어오긴 했는데···.”
“좋은 기회 아냐? 덥석 물어야지, 뭘 고민해?”
“그렇긴 한데···. 혜영아, 네가 PD로서 보기에 우리 래미 연기력 어떤 거 같냐?”
“··· 어떤 버전을 원해? 3가지 대답이 있어. 50프로 솔직한 버전, 80프로 솔직한 버전, 100프로 솔직한 버전. 골라 봐.”
“무조건 100프로 솔직한 버전이지. 야, 나 팔불출 아냐! 나도 우리 래미 객관적으로 볼 줄 알거든?”
“그래. 누가 뭐래? 100프로 솔직하게 래미 양은 연기에 재능이 있어. 근데···.”
“근데···?”
“아직은 그 재능이 꽃을 피우지 못했지. 래미 양은 지금보다 나이를 더 먹으면 훨씬 더 만개할 거야. 지금은 캐릭터가 확실한 연기는 잘 하는데, 감정선이 복잡한 배역은 아직 약하더라고.”
래원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래원 역시 동의하는 바였다.
‘연기’는 그 주체가 되는 ‘배우’를 넘어설 수 없다.
래미에게 성숙함이나 완숙함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연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혜영이 네가 잘 봤네. 맞아. 아예 정극에서 정적인 연기는 곧 잘하고, 가벼운 로코도 나쁘지 않은데···.”
그때, 지이잉——
메일함 어플이 진동했다.
래원은 다리오가 보내온 시놉시스 파일을 열어보았고,
래원의 미간이 심각한 듯이 점점 팔자를 그렸다.
문제는 루시아의 소설처럼 MSG 팍팍 뿌린 자극적인 트렌디 드라마를, 래미가 연기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청순한 순정파 배역이라고 해도 어쨌든 서양 감성이라 너무 정적으로 연기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지나치게 업된 연기는 자칫 캐릭터의 감정선이 널 뛰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자극적인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시놉시스라 중심을 잘 잡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이는 게 중요해 보였다.
“사라 캠 배역이랑 이미지가 잘 맞으니 해볼 만은 한데···.”
“이미지가 맞아? 그럼 반은 먹고 들어가니까 승산 있지.”
지혜영도 거들었다.
시놉시스를 다 읽은 래원은 지난 촬영장에서 브라이트 걸스의 카메오 분량을 찍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도 중간 톤의 연기에 처음에는 헤맸지만, 이재윤의 연기 코치 후 괄목상대할 만큼 달라져서 카메라 앞에 섰던 래미였다.
‘부족하긴 해도, 연기 특훈을 받으면 금방금방 좋아질 수 있는 애야···.’
이것은 래미의 커리어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중요한 일이었기에,
래원은 원더빅과 박현만 대표만 믿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일단 래미랑 이야기해보고, 래미가 하겠다고 하면···. 그러면 그때는 내가 직접 찾는다, 래미의 연기 특훈 선생님!’
래미의 출연이 결정되면 래원도 당연히 물심양면 돕겠지만 그걸로는 부족할 것이다.
래미에게는 감독의 입장 말고 같은 배우 입장에서, 내재된 연기력을 십분 이끌어 내줄 제대로 된 사람이 필요했으니까.
* * *
래미는 래원을 닮아 포부가 큰 아이였다.
때문에 캐스팅 소식을 듣자마자,
“나 할래, 오빠! 할래! 무조건 잘 해낼 거야! 데뷔 전부터 영어 레슨 받은 보람이 있네!”
흔쾌히 승낙하며 눈을 반짝였다.
원더빅에서는 즉시 래미에게 영어 튜터를 추가로 붙여주었고,
박현만도 흥분해서 브라이트 걸스 활동 스케줄을 래미의 일정에 맞춰줬다.
노노카, 이나, 솔라의 배려는 말할 것도 없었다.
“래미야, 내가 유럽 촬영 때 따라가서 현지 매니저 해줄게.”
특히 이나는 스위스인 어머니를 둔 덕에 유럽의 문화와, 영어는 물론 독일어와 스페인어까지 능통했기에 래미에게 지원군을 자처했다.
거기에다 오빠 래원까지.
“래미야, 브잇걸 활동 끝나는 대로 연기 레슨도 추가하자. 오빠가 따로 좋은 선생님으로 한 분 더 알아봐 줄게.”
천군만마에 둘러싸여 든든하게 영화를 준비하게 된 래미였다.
어느새 시간은 흘러 코트와 패딩을 꺼내 입어야 하는 계절, 겨울의 문턱에 왔다.
래원의 촬영은 약 80% 분량을 넘어가며 순항 중이었고, 각색 작업을 병행한 지도 몇 주가 지났다.
한편, 임장호PD의 금토 드라마는 모두의 예상대로 이슈 몰이에 실패한 데다가 신석영 PD의 TBN 예능에 밀렸으며,
래원이 연결해준 윤지협PD와 김윤하 작가의 도 월화 드라마 1위를 차지하며 첫 주부터 순조롭게 시작했다.
“역시 김윤하 작가네···. 각색 잘했다.”
래원은 의리도 지키고 각색 공부도 할 겸 모니터를 잊지 않았다.
한창 각색 작업 중인 래원이라 감독이 시선이 아닌 작가의 시선이 되어 있었다.
“연극보다 진행이 훨씬 빠르고, 새로운 사건도 많이 만들었네? 재밌다.”
TV드라마는 연극보다 템포가 빠른 만큼 그에 맞는 각색이 필수적이다.
하물며 소설은 더했다. 서사의 템포도 느리고 사건 서술보다 내면 묘사가 많았기에, 각색할 때 이것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큰코다치기 십상이었다.
“사건을 더 빵빵 터트리고, 템포도 지금보다 더 당겨야겠어.”
래원 또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보통 소설에 비해 가 내면 묘사 비중이 적고 외현적인 사건 서술이 많아서 영상화하기에는 좋았지만, 그래도 소설은 소설이었다.
“그래. 저렇게 사건을 겪기 전과 후의 인물 변화가 확실해야 의미 있는 사건이지.”
래원은 을 모니터하며 각색에 대한 팁을 얻고 있었다.
“근데 원작에 없던 사건들 추가한 게 너무 고구마잖아? 전부 다 갈등, 갈등, 갈등···.”
뿐만 아니라, 반면교사를 얻기도 했다.
“요즘 시청자들은 사이다를 원하는데···. 갈등 없이도 사건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
주인공이 좋은 기회로 새로운 제안을 받는다거나, 새로운 조력자의 출현이라거나.
래원의 머릿속에 떠오른 방법은 많았다.
“내 대본에서도 고구마 사건이 있는지 따져봐야겠다. 사이다로 바꿀 방법도···.”
TV를 보는 건지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건지 모르게, 래원의 눈과 귀는 TV를 향해있었고 양손은 빠르게 타자를 치고 있었다.
그러던 래원이 별안간 두 손을 멈추고 TV 속으로 빨려갈 듯 집중했다.
“와···. 전미호 미쳤네···.”
여자 주인공 전미호의 신들린 연기.
굉장히 이성적인 여자는 화를 어떻게 낼까?
– 저번에 나한테 그랬잖아요. 이렇게 감정 없는 여자 처음 본다고.
지금 전미호가 그것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었다.
화내는 ‘감정적인 행위’를 하는 ‘이성적인 인물’.
시청자가 보기에는 편안하고 당연해 보이지만, 연기하기에는 까다로운 캐릭터이다.
너무 과하지도 너무 담백하지도 않은 감정선으로, 중간 지점을 찾아 아슬아슬 줄타기를 잘 해야 하기 때문이다.
래원은 전미호의 내공 깊은 연기에 감탄하며 그녀와 대학로에서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
그때 전미호가 브라이트 걸스 이나의 연기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 스승과 제자는 나란히 래원의 드라마 으로 드라마 데뷔를 했더랬다.
순간 좋은 생각을 떠올린 래원.
휴대폰을 꺼내어 문자 메시지를 적어 내려갔다.
[래원] 미호 씨, 재밌게 보고 있어요. 연극과는 또 다른 매력에 애청자가 돼버렸네요ㅎㅎ 혹시 요즘도 연기 레슨 하시나요? 이번 드라마 촬영 끝나고 여유 되실 때 뵙고 싶네요.* * *
어느덧 올해의 마지막 달력 한 장만을 남긴 12월.
순항 중이던 팀에 사건 하나가 터졌다.
두 톱스타 서연지와 곽보겸의 열애설이 그것이었다.
[ 서연지♥곽보겸, 드라마 ‘월미도의 선물’이 두 배우에게 가져다준 선물 ] [ 연♡보 커플의 연보랏빛 데이트 현장 밀착 취재! (종합) ]다행히도 이 커플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대체로 나쁘지 않았다.
같은 드라마에 캐스팅 됐다고 했을 때부터 ‘케미가 기대된다’라며 응원하는 팬들이 대부분이었던 덕도 있었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조금 달랐다.
아직 방영도 전인 드라마에 혹여 안 좋은 영향을 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팀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도 높았기 때문이다.
[ 곽보겸, 열애 인정 “연지 누나는 나를 빛나게 해주는 소중한 사람” ] [ 방영도 전인데··· 드라마 커플 → 실제 커플 된 서연지♥곽보겸의 사연? (종합3보)] [ 서연지, “보겸 씨와는 좋은 선후배에서 진지하게 알아가는 관계로 발전 중이다” ]특히 임상순 작가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소식을 듣자마자 득달같이 래원에게 전화를 걸었더랬다.
– 아니, 이게 방영 중에 터진 열애설이어도 도움이 될락 말락 인데···. 어쩌죠, 도 감독님? 1부에서 그냥 아는 누나, 동생 사이로 출발해서 점점 깊어지는 감정선을 10부 동안 보여줘야 하는데···. 이건 뭐, 드라마 나가기도 전에 스포일러 한 거나 다름없는 열애설이잖아요···.
허나 래원은 그의 투덜거림을 듣고서도 그저 여유 있게 미소지을 뿐이었다.
“임 작가님, 결과를 알고 보는 야구나 축구도 나름의 재미가 있는 법이거든요. 우리 드라마도 그럴 겁니다.”
래원은 이 열애설 자체를 이미 전생을 통해 경험한 바 있었고, 그것을 염두에 두고 열애설을 이용하고자 두 사람을 캐스팅 한 것이기도 했다.
물론 그때보다야 이른 감이 없지는 않았으나,
서연지와 곽보겸의 열애설 이후 판도가 어떻게 달라질지, 에 어떤 영향을 줄지 래원은 빤히 알고 있었기에 남들보다 여유로울 수 있었다.
래원은 임상순 작가를 겨우 달랜 후,
이선필 본부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본부장님, 지금 해외 판권 수출 컨택 중인 곳이 몇 군데라고 하셨죠?”
– 6개국 10개 회사요.
“··· 이제 다음 미팅 때는, 이미 제시하신 계약금보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더 많이 부르십시오.”
– 네? 그게 무슨 말씀이ㅅ···
안그래도 곽보겸과 서연지 열애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와중에,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반응의 이선필.
래원은 자신 있는 목소리로 다음 말을 이었다.
“그래도 무조건 팔릴 테니까요. 그리고 앞으로 해외 판권 계약 건으로 더 바빠지실 테니, 회사에 관련 인력을 늘리셔야 할 겁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76화 – 리디북스
사실 이선필 본부장은 방금 전까지 래원을 원망하고 있었다.
자신과 안정원이 정리한 캐스팅 리스트를 래원에게 보여줬을 때, 끝까지 서연지와 곽보겸을 고집한 것이 래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래원의 목소리에서 강한 확신이 느껴졌다.
이선필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생각을 정리했다.
‘도래원. 본부장인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은 감독이지. 30대 초반에 불과한 도래원을 대하는 우리 홍 대표님의 태도도 그렇고, 그간의 전례를 떠올려봐도 과하게 신중하면 신중했지 설레발 치는 성격은 분명 아닌데···.’
한배를 타고 있긴 해도 이선필은 래원을 아직 자신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래원의 선택과 결정만큼은 신뢰도가 높다고 판단하는 그였다.
“그 말씀은···. 아시아 팬들을 대거 보유한 서연지와 곽보겸의 열애설이, 해외 판권 판매에 긍정적인 신호탄이 되리라 보시는 겁니까, 도 감독님?”
–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브라이트 걸스의 카메오 출연도 바이어들한테는 구미가 당길만한 양념이 되겠죠.
“··· 알겠습니다. 관련 인력도 늘리고, 지금보다 공격적으로 해외 판권 수출 미팅을 진행해 보겠습니다. 도 감독님만 믿고요.”
– 아, 그리고. TV광고 수익도 많이 늘어날 겁니다. 세일즈를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해보십시오.
“TV 광고요? 아직 JBC가 개국하기도 전인데요?”
– 네, 일단 한 번 트라이 해보세요. 후회 없으실 겁니다.
후회 따위는 없어야만 했다.
에 들어간 제작비를 생각하면 그래야 했다.
“열심히 팔아보겠습니다.”
– 저도 촬영 마무리 잘하고, 후반 작업도 제 몫을 다 하겠습니다.
래원에게서 시종일관 강력한 믿음이 느껴졌기에,
전화를 끊은 이선필은 해외 판권 수출 업무의 총괄팀장을 호출했다.
“이번 열애설이 호재로 작용할 것을 대비하자고. 판권 수출팀, 광고 판매팀 인원부터 TF로 충원해. 회의도 내가 주관할 거니까 소집하고.”
갑작스레 터진 곽보겸과 서연지 열애설 이후 우왕좌왕하던 팀의 노선이, 래원과의 통화로 단번에 정리되는 순간이었다.
‘도래원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설 때는 분명 합당한 이유가 있을 거야. 판권 장사가 잘될 수록 도래원 본인도 러닝 개런티로 이득을 볼 테니···.’
이선필은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래원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 * *
“컷! 오케이!”
겨울 날씨가 추워질수록, 드라마 촬영도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었다.
“와아, 오늘 왜들 이러시죠? 손님 왔다고 이렇게 잘하기에요? 다섯 테이크를 넘기는 법이 없네!”
오늘 세트장에는 손님 하나가 왔더랬다.
바로 전미호 배우.
촬영을 끝낸 후, 래원의 호출을 받고 구경 삼아 발걸음 한 것이었다.
“그러게요. 전미호 배우님, 우리 촬영장에 자주 와주셔야겠는데요? 덕분에 저녁 시간이 1시간이나 당겨졌어요.”
경훈 촬영 감독도 카메라 렌즈 너머로 느낀 바가 있었는지 래원의 말을 거들어 너스레를 떨었다.
전미호는 쑥스러운 듯이 수줍게 웃었다.
“어휴, 미호 씨 오신다는 소식에 재윤이가 난리였죠.”
“맞아요. 아침에 메이크업 할 때부터 옆에 붙어서 계속 합 맞추자고 붙잡고 놔주지를 않았거든요.”
배우들이 입을 모아 이재윤을 지목했고,
이에 전미호가 키득대며 물었다.
“안그래도 진짜 놀랐어요. 재윤이 카메라 연기 많이 늘었는데요, 도 감독님?”
“그렇지? 내가 미호 누나한테 듣고 싶었던 말이 바로 그거였어!”
“진짜로 무대 연기 습관이랑 쪼가 하나도 안 보여. 싹 다 고쳤네?”
전미호의 진심 어린 칭찬에,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쾌재를 부르는 이재윤.
그는 함께 대학로에서 동고동락하던 시절을 아는 전미호에게 인정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이재윤과 전미호는 과거 각각 대학로 아이돌과 대학로 여신으로 불렸더랬다.
하지만 으로 처음 얼굴을 내민 드라마 판에서는 두 사람 모두 시청자들에게 초면이자 쌩신인이었다.
자신의 과거를 알뿐더러, 현재 드라마 업계에서도 주가를 올리고 있는 동료이자 선배 전미호에게, 자신의 성장을 확인받고 싶은 그 마음.
래원은 이재윤의 뜻을 알 것 같았다.
래원 역시 드라마 판에 적응하기 위한 이재윤의 노력을 모르지 않았다.
그의 분투는 앞으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전생의 기억을 떠올려봐도 그랬고, 이재윤의 태도를 지켜봐도 그러했다.
아직은 부족한 인지도임에도 래원이 이번 작품까지 망설임 없이 이재윤 캐스팅을 감행한 이유가 그것이었으니까.
‘재윤이는 이제 카메라 연기도 수준급이긴 해. 무대 연기 하던 거 따라잡고도 남은 것 같은데?’
래원은 이재윤을 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오늘 촬영이 막힘없이 진행된 덕분에 1시간 일찍 시작된 저녁 식사.
래원은 전미호와 이재윤을 따로 불러서, 스텝들과 배우들이 없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래원과 이재윤이 먼저 자리했고,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조금 늦게 합석한 그녀가 앉으며 코트를 벗었다.
알싸한 향기가 은은하게 풍겼다.
나쁘지 않았다. 그녀를 처음 만났던 때가 생각났다.
시크하고 도회적인 분위기를 뿜는 그녀에게 꽤나 잘 어울리는 향이었으니까.
‘우리 래미도 미호 씨처럼 멋진 여배우로 성장하면 좋겠는데···.’
실은 래원이 오늘 촬영장에 전미호를 부른 것은, 래미의 연기 레슨 선생 자리를 제안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 래원의 머릿속 래미의 연기 코치 후보는 2명이 되어있었다.
래원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재윤이 인상을 전미호에게 찌푸리며 물었다.
“미호 누나, 요즘 담배 다시 피워?”
“어? 어어···. 그렇게 됐어. 담배 냄새나?”
전미호는 자신의 옷자락에 코를 파묻고 킁킁거렸다.
“아니. 예전에 누나 담배 피울 때 쓰던 박하향 향수, 그 향기가 다시 나길래.”
“아···. 어휴, 말도 마. 이 진짜 너무 힘들었거든.”
“안 어울리게 약한 척? 도 잘 해냈잖아, 누나.”
“그땐 여럿이서 같이 주연을 하니까 괜찮았던 건가? 이번에는 부담도 백배였고, 일정까지 급해서 적응하느라 죽는 줄···.”
래원은 가만히 대화를 들으며 두 사람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래미를 위한 일이었기에, 래원의 뇌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굴러갔다.
“살도 좀 빠진 듯?”
“티 많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