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92
컷! 소리가 났고,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그렇게 카메오 라울과 함께한,
4번째 에피소드 ‘피로 물든 무대’ 첫 촬영 날이 무사히 끝났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 어려운 씬이 많았는데, 다들 잘해주셨어요. 딱 계획했던 시간에 퇴근입니다!)”
래원은 모두에게 공을 돌리며 사기를 북돋웠다.
다들 촬영장을 나서는 가운데,
끝까지 남아서 각 분야 스텝들이나 조연 배우들과 촬영 중간에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마지막을 지키는 래원.
드디어 래원도 짐을 챙겨 촬영장을 벗어나려던 그때,
“쟤···. 뭐야? 나 지금 헛거 보는 거야?”
래원은 눈을 세게 떴다 감아보았다.
허나 여전히 래원의 시야에서 양팔을 신나게 흔드는 그가 보였다.
“감독니이이임!!!!!”
이윽고,
와락 달겨들 기세로 래원을 향해 달려오는 그.
“이재윤???”
“감독님!!!”
예고도 없이 런던에 나타난 이재윤이었다.
“런던에서 뵈니까 더 반갑네요!!!”
“이재윤 너 뭐냐? 공연 중 아냐?”
“공연 끝나자마자 온 거죠. 감독님 보고 싶어서!”
“헛소리 말고. 진짜 뭐냐니까?”
“하하. 여행 왔어요. 너무 연달아 일만 해서 다음 작 들어가기 전에 머리 좀 식히려고요. 전에 래미랑 약속하기도 했고요, 런던에 꼭 들르기로요.”
“래미? 래미랑은 만났어?”
래원의 머릿속에 아까 답장하지 못한 문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직이요. 촬영 중인 거 같아서 연락 안 했어요. 지금 막 숙소에 짐 풀고 오는 길이에요. 래미보다는 감독님을 먼저 뵈어야죠!”
그 말에 래원은 피식 웃음이 났다.
짜식. 이렇게 또 마음에 드는 짓만 하는 이재윤이었으니까.
불현듯,
래원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 하나가 스쳤다.
“재윤아, 내가 부탁 하나만 하자.”
“넵! 뭔데요?”
무엇인지 듣기도 전에 대답부터 씩씩하게 한 이재윤.
말똥말똥한 눈으로 래원의 다음 말에 귀를 기울였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86화 – 리디북스
“재윤이 너, 래미 연기 레슨 AS 좀 해줘라.”
“··· AS요?”
래원은 이재윤에게 그간 런던에서 지켜본 래미의 고충에 관해 설명해주었다.
“네 레슨으로 래미 연기가 많이 늘었어.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해. 음···. 그러니까 AS라는 표현은 좀 그렇고, 심화 코스 정도로 해두자.”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어요. 저도 이따금 벽에 부딪히고, 선배님들도 말씀 들어보면 그렇다고 하시니⋯. 래미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 데다가 타지에 있으니 더욱 힘들겠죠.”
이재윤이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그럴 때 래미한테 제가 힘이 될 수 있다면야, 얼마든지 서포트 할 수 있습니다!”
“짜식, 고맙다. 내가 도저히 시간이 안 나더라고. 초반에는 그래도 여유 있었는데···. 요즘 런던이 한창 날씨 좋을 때라 촬영 분량 뽑느라고 스케줄이 꽉 찼어.”
“감독님께도 도움이 될 수 있다니 좋은데요? 제가 항상 감사해하는 거 아시죠?”
“짜식···.”
래원을 향해 징그럽게 웃는 이재윤.
“저는 감독님의 배우이자 팬이니까, 래미는 저한테 맡기시고 잘 만들어주세요. 진심 기대하고 있어요.”
다른 배우도 아니고 이재윤이었기에
래원은 든든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도 우리 래미 잘 부탁한다. 당연히 레슨비는 청구하고, 나한테.”
래원이 직접 발굴한 대학로 속의 진주이자, 미래의 무비 스타.
게다가 사석에서든 촬영장에서든 항상 래원을 잘 따르는 이재윤이니 말이다.
* * *
“(이 환자는 심낭 압전입니다! 심낭 천자 시술이 시급합니다!)”
병원 응급실.
베드 위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라울]을 앞에 두고, [올리버]가 외친다.
“(주제넘게 굴지마! 올리버, 너 인턴이야. ‘심낭 압전’을 이렇게 쉽게 진단한다고?!!)”
1년 차 레지던트 [매튜]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올리버]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선배이자 라이벌로서, 그리고 [릴리]를 마음에 둔 연적으로서 감정을 실으며.물론 매튜의 의심이 합리적이긴 했다.
심낭 압전은 교과서 혹은 시험 문제에서나 흔히 볼 수 있지, 임상적으로는 드문 확률이었으니까.
그래도 다 죽어가는 환자를 앞에 두고 통계의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올리버의 생각이었다.
그때,
4년차 전공의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다.
“(뭐야? 심낭 압전이라고? 확실해?)”
“(예. 날카로운 소품으로 인한 관통상, 들숨 때마다 떨어지는 맥박, 부풀어 오르는 좌측 흉부, 이제는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좁혀진 수축기와 이완기의 맥박압! 이 모든 것이 가리키는 건 단 하나 입니다! 심낭압전!)”
올리버의 확신 어린 진단과 설명.
심낭압전.
말 그대로 심장이 눌리는 질환이다.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두 겹의 막,
즉 ‘심낭’ 사이에 정상보다 많은 체액이나 혈액이 고여있는 상태가 바로 심낭 압전인데,
과도하게 압박된 심장이 충분한 혈액을 채울 수 없어서 쇼크 상태에 다다르는 병이다.
올리버가 주도하는 지금 이 판에,
매튜는 끼어들 타이밍을 재어보지만 더는 틈이 없다.
매튜의 표정과 시선을 쫓는 카메라.
매튜가 릴리를 본다.
허나 릴리의 반짝이는 두 눈은 올리버를 향하고 있다.
기분이 언짢은 매튜, 이번에는 시선을 돌려 선배 전공의를 본다.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교수님 수술방에서 나오시려면 한참 기다려야 해.)”
“(시간 없습니다! 선배님께서 조치를 취해주십시오!)”
올리버의 다급한 외침.
“(선배님, 이 환자 뮤지컬 배우입니다. 심낭 압전이 맞다면, 심낭 천자로 금방 살릴 수 있습니다! 배우 생활에도 지장 없을 거고요! 골든 타임을 넘기지 않는 다면요!)”
올리버가 4년 차 전공의에게 닦달하듯 소리친다.
그만큼 응급 상황이었으니까.
“(준비해. 응급 심낭천자!)”
결국, 4년차 전공의의 말에,
라울의 주위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손길들.
올리버의 말이 맞다면, 수술방까지 갈 시간조차 없는 응급이었으니까.
빠르게 마취와 환부 소독이 이뤄지고,
가느다란 바늘이 라울의 흉부에 꽂힌다.
또르르——
미세한 바늘구멍으로 삼출액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이를 집도하던 4년차 전공의가 튜브를 남긴 채로, 바늘을 제거한다.
콸콸콸——
삼출액이 터져 나오기를 잠시 후,
띠.띠.띠.띠.띠.띠——
“화..환자 바이털이 안정화되고 있습니다!”
비로소 라울의 맥박과 숨소리가 점점 편안해진다.
올리버가 옳았다는 방증이었다.
정상 그래프를 그리는 바이털 기계와,
그에 연결된 라울의 호전된 얼굴이 카메라에 비치던 가운데,
“(인턴이 심낭 압전을 진단해냈다고?)”
위엄있는 음성이 화면에 겹친다.
그 소리가 난 쪽으로 카메라 턴 하면,
응급실로 걸어들어오는 교수가 보인다.
.
.
“(컷! 좋습니다! 인서트랑 클로즈업만 몇 개 따고 다음 씬으로 넘어가도 되겠어요.)”
래원의 힘찬 목소리가 메가폰을 통해 울려 퍼졌다.
굉장히 흡족한 얼굴이었다.
연기 변신에 성공한 안소니.
그런 안소니와 그림이 어울리면서도, [매튜] 캐릭터와 이미지가 딱 맞는 존.
그리고 그 둘 사이를 메워주는 에바.
세 배우의 조합은 래원이 상상했던 그 이상이었다.
극 중, 12년 차 내과 전문의에서 인턴으로 회귀한 [올리버]의 심정이 지금 래원의 마음과 같았을까?
래원 역시 남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캐치해냈기에, 이 같은 배우 조합을 캐스팅 해낼 수 있었다.
자신들도 오늘 촬영이 만족스러웠는지 어느덧 래원을 향해 존경 어린 눈빛을 보내는 에바, 안소니, 존, 그리고 라울까지.
래원도 그들을 소중하게, 그리고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마치 어렵게 모은 드래곤 볼을 보듯 말이다.
* * *
“(아⋯.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도 감독님이 원치 않으실텐데요⋯?)”
스튜디오 까날 쁠뤼의 드라마 본부장실.
다리오가 전화기를 붙잡고 난감해 하고 있었다.
상대는 뮤지컬 의 프로듀서였다.
라울의 카메오 출연과 뮤지컬의 간접 광고가 마음에 든 모양인지, 다리오와 래원에게 식사 접대를 하고 싶다는 용건이었다.
같은 제작자로서 그 마음을 모르지 않으나,
다리오가 아는 한 도래원은 접대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것도 ‘피로 물든 무대’ 에피소드는 이미 성사되어 촬영이 잘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였다.
귀찮은 것을 딱 질색하는 타입인 데다가 일만 하기에도 바쁜 와중에 시간 낭비라고 여기는 도래원이, 이것에 시간이 쓸 리 만무했다.
하지만,
전화 너머로 들려온 말은 다리오의 예상을 빗나갔다.
– 도래원 감독님께 먼저 여쭤봤습니다. 흔쾌히 시간 내겠다고 하셨고요.
“(⋯ 네? 도 감독님이 식사 접대.. 받으신다셨다고요? 착오가 있는 건 아니실..까요?)”
다리오는 재차 되물으며 확인을 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 아, 알겠습니다. 그럼 장소나 시간은 도 감독님 편하신 대로 잡아주십시오. 저는 결과만 알려주시면 전부 맞추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다리오는 여전히 의아한 얼굴이었다.
“(요새 촬영 일정도 빠듯해서 함부로 시간 낼 사람이 아닌데⋯. 뭐지?)”
그때,
이러한 다리오의 머릿속을 읽기라도 한 듯
문자 메시지 하나가 휴대폰 액정에 떴다.
래원에게서 온 것이었다.
[Director Do] (다리오 본부장님, 드라큘라 팀에서 접대 연락이 올 겁니다. 제가 ‘레스토랑 조든 람보’에서 뵙고 싶다고 회신 했는데⋯. 보나 마나 그 사람들이 직접 예약하기는 힘들 겁니다. 본부장님이 도움 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레스토랑 조든 람보’.
영국을 대표하는 스타 셰프 ‘조든 람보’의 가게였다.
그가 운영하는 런던의 여러 레스토랑 중에서도 유일하게 미슐랭 3스타를 받은 곳이다.
뿐만 아니라, 조든 람보가 직접 주방에 나와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
래원의 메시지에서 이 레스토랑의 이름을 보자마자, 다리오는 무릎을 ‘탁’ 쳤다.
래원의 의중을 파악한 것이었다.
“(하하하. 이래야 도래원이지! 도 감독이 드디어 마지막 카메오를 정했나 보네. 엄청 심사숙고 하더니⋯.)”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로 흔드는 다리오였다.
그가 파악한 대로 래원에게 이번 접대는 한가한 저녁 식사 따위가 아니라 그저 ‘일’이었다.
이미 촬영이 진행 중인 ‘피로 물든 무대’ 에피소드 관련이 아니라, 그다음 카메오와 관련된 일인 듯 했다.
“(하하하, 그나저나 드라큘라 측에서 돈 엄청 깨지겠는데? ‘레스토랑 조든 람보’의 디너 코스면 엄청 비쌀 텐데···.)”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다리오의 책상 위, 유선 전화가 다시 요란하게 울렸다.
“(네, 다리오 소렌티노 입니다.)”
– (아⋯. 저, 그⋯. 본부장님.)
전화 너머로 난색을 표하는 상대방.
그는 조금 전 통화를 했던, 뮤지컬 의 프로듀서였다.
– (다름이 아니라⋯. 식사 접대 관련 말씀인데요⋯.)
“(아, 네. 무슨 문제라도⋯?)”
무슨 문제인지 이미 감을 잡은 다리오였으나, 속내를 감추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를 끌어당기는 중이었다.
– (도 감독님께 여쭤봤을 때, ‘레스토랑 조든 람보’에 가보고 싶다 하셨거든요. 여기는 바빠도 시간을 내실 수 있으시다면서···.)
“(예, 그런데요?)”
– (근데 여기 연락해보니 이미 두 달 치 예약이 다 찼다고 하네요···.)
“(아···. 그럼 급한 거 아니면 저희 저녁 식사는 다음 달에 하셔···)”
– (그..급합니다! 저희가 도 감독님을 이달 안에 빨리 뵙고, 드릴 말씀도 있고요.)
상당히 다급해 보이는 상대 프로듀서의 말.
이에 다리오는 소리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라울의 카메오 촬영 끝나기 전에 만나고 싶은 거거나, 편집에 힘 좀 써달라고 부탁하려나 보군. 뻔하지···.)’
다리오는 자신의 휴대폰 화면 속 래원의 문자 메시지를 다시 한번 힐끔 보았다.
래원은 이 모든 것을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
– (그래서 본부장님께 상의 차 연락을 드린 겁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해서요. 도 감독님을 여기 말고 다른 식당으로 모시고 싶은데 가능할는지···. 시간을 내 주실지도 모르겠고요···.)
난감해하는 전화 너머 상대에게
선심 쓰는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여는 다리오.
“(프로듀서님, ‘레스토랑 조든 람보’ 제가 예약해보겠습니다.)”
– (예? 두 달치 예약이 완전히 꽉 찼다고 하던데요? 대기도 다 차서 안 된다고···.)
“(그렇겠죠. 그런데, 도 감독님은 거기 아니면 시간을 안 내실 게 뻔하고, 프로듀서님은 당장 급하다고 하시니···. 제가 손을 써 봐야죠.)”
– (예···? 본부장님은 ‘레스토랑 조든 람보’ 예약이 가..가능하시다는 말씀입니까?)
다리오는 잠시 뜸을 들인 후,
“(네. 예약 가능합니다.)”
씨익 웃으며 짧게 답했다.
‘(정확히는, 조든 람보에게 저 말고 도래원 감독님의 성함을 대면 가능한 거죠.)’
이 비하인드 스토리까지는 알 턱이 없는, 전화 너머의 프로듀서.
– (정말..입니까?)
“(그렇대도요. 지금 바로 예약하고 회신 드리겠습니다.)”
– (그..그럼 본부장님만 믿겠습니다. 가..감사합니다!)
그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듯했고,
다리오는 래원이 짜놓은 판에 감탄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도 감독은 대체 몇 수 앞을 내다본 거야···.)’
래원은 이렇게 다리오가 뮤지컬 팀을 상대로 한 차례 더 도움을 주며,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해주었다.